송도신도시 재검토ㆍ의정부 경전철은 일부구간 뜯어낼 위기 2010-06-24
[기업 발목잡는 정책리스크]
중단요구…野 당선자들 "한강운하 스톱"
뒤집기…인천경제자유구역 전면 재검토
어느 장단에…
건설사 "세종시 용지 해약을"
일관성을 잃은 정부 정책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세종시의 경우 투자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원점으로 돌아가 급거 대체 사업부지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종 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의 발언이 기업 의욕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공정이 70% 가까이 진행된 개발사업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하는 탓에 건설사들은 준공기일을 맞추지 못할까 좌불안석이다.
◆글로벌 경쟁력 저하 위기감 커져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대기업 A사 투자담당 임원은 "정부 약속만 믿고 투자 계획을 세운 기업이 무슨 죄냐"며 "정부가 기업투자와 관련된 정책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해외 경쟁사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 한화 웅진 롯데 등 세종시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기업들은 세종시 수정안이 상임위에서 부결되자 이미 대체 투자지역 확보에 나서거나 아예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세종시 투자를 계획했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세종시에 추가적인 조건이 주어지더라도 이젠 다른 후보지와 함께 많은 곳 중 한 곳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수정안 때와 같은 좋은 조건을 내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성이 아닌 정치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정책 변경에 따라 표류하는 대형 사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안병용 의정부시장 당선자가 전면 재검토 계획을 밝힘에 따라 내달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되는 의정부 경전철 공사 현장. /
◆세종시 아파트 건설 '못하겠다'
세종시 시범지구에서 총 1만2154채 규모의 아파트 용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들도 입만 열었다 하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토지를 분양받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10개 건설사들은 현 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안이 거론되면서 토지대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작년 11월 극동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9개사는 잔금을 냈어야 했지만 대부분 중도금 1~2회차만 내고 중단한 상태다. 다시 원안으로 사업이 추진되면 미뤄온 분양대금 납부는 물론 연체이자 548억원까지 꼬박 물어내야 할 판이다.
이들 건설사는 그러나 "원안과 수정안 사이에서 왔다 갔다하는 바람에 사업환경을 예측할 수 없었다"며 연체이자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건설사 담당 임원은 "지금으로서는 사업 못할 것 같다"며 "차라리 해약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져 프리미엄이 마이너스가 되자 중도금을 못 내겠다는 계약자 표정을 지었다.
◆수도권 개발사업도 '제동'걸려
지자체에서도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경기도에서는 내년 8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70%가량 진행된 의정부 경전철 사업이 중단위기에 놓였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당선자(민주당)가 2개월 정도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재검토를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노선 변경과 지하화도 검토하고 있어 이미 완공된 구간을 뜯어낼 가능성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인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위기다. 구청장 당선자들은 서울시가 공사를 계속할 경우 천막농성 및 예산심의,회계 · 감사 등 수단을 총동원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무상급식사업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하위 30%에 대해서만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나 야당 출신 의원이나 구청장들은 전면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 최대 개발사업인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방향이 대폭 수정될 처지에 놓였다. 송영길 시장 당선자는 투자유치가 부진한 대형사업은 전면 재검토하고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해 소외된 인천 구도심권의 재개발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하다. 박한재 부산 동구청장 당선자는 현 정현옥 청장이 논란 끝에 결론 내린 '친환경 가족 웰빙공원'을 구민체육공원으로 성격을 바꿔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조길우 부산 동래구청장 당선자는 최찬기 현 구청장이 추진해 온 동래장학회 사업에 대해 예산 부담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