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은 반야의 존재와 반야를 수단으로 해서 도달할 수 있는 열반의 존재와 열반의 상태, 반야를 닦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 위한 경이다. 반야심경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 중 반야를 얻는 방법은 가장 중요한 핵심정보다. 그런데 유독 우리가 매일 외우고 있는 현장 번역의 반야심경에만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쏙” 빠져있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붓다의 위빠사나 관찰법을 싫어하는 누군가가 붓다의 법을 훼손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빼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러고는 “반야심경을 주문 외우듯이 밤낮으로 끊이지 않고 외우면 온갖 액난을 물리칠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여 반야심경을 주술화시켜 버렸다. 이런 사실은 당(唐) 삼장법사(三藏法師) 의정(義淨)이 번역한 반야심경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의정 번역의 반야심경은 현장 번역의 반야심경과 글자 한 자 틀린 것 없이 똑 같다. 다만 다른 점은 맨 끝의 ‘아제아제’로 시작되는 주문이 산스크리트어로 표기돼 있다는 점과 그 뒤에 “이 경을 외우면 십악(十惡)과 오역(五逆), 95종의 사도(邪道)를 쳐부순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올리고, 그분들의 은혜에 보답코자 하면 마땅히 이 관세음반야를 백 번, 천 번을 외워야한다. 밤낮으로 항상 이 경을 외우면 이뤄지지 않는 소원이 없으리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을 보면 반야심경은 일종의 다라니가 되어, 이것을 일심으로 외우면 신통이 트여, 온갖 소원이 다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이런 식의 반야심경 암송은 사마타의 멈춤수행이 되어, 신통이 터지거나 실제로 온갖 소원이 다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백날 반야심경을 외운다고 해서 반야지혜가 계발되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야는 오온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만 계발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에서 깊은 반야를 닦는 방법이 나와 있는 부분을 빼 버린 것은 불교의 특징인 반야지혜를 없애버리고, 불교를 주술화 하려는 의도를 가진 불순 대승주의자들의 교묘한 술수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불교의 반야지혜가 어떻게 없어졌으며, 분명했던 법이 어떻게 흐려졌는지를 알 수 있다. 불순 대승주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반야지혜다. 반야지혜와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인 위빠사나의 관찰법을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그들의 법, 즉 외도법(外道法) 내지 악마 파순의 법을 끼워 넣은 것이 불순 대승경전들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정리하면 이역본 반야심경들은 한 결 같이 말한다. “깊은 반야를 닦기 위해서는 오온(五蘊), 즉 자신의 몸과 마음의 실체가 공함을 관찰해가야 한다”고. 그러므로 우리는 이 가르침대로 깊은 반야를 닦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속적으로 관찰해가야 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의 특성을 관찰해가지 않으면 깊은 반야는 결코 얻을 수 없다. 반야는 세밀하게 관찰한 결과 오온의 특성을 환하게 아는 정신작용이기 때문이다. 오온에 대한 관찰이 없고, 오온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깊은 반야는 결코 얻을 수 없다. 선정삼매에 들어 오온을 세밀하게 관찰해가는 것이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깊은 반야를 닦는 방법이다.
반야심경은 짧은 경이지만 불교의 핵심을 다 담고 있는 경이다. 이 경에 담겨있는 원래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 그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깊은 반야를 얻는 것은 문제가 없다. 그러지 않고, 뜻도 모르고 몇 천 년을 외워봐야 큰 이익이 없을 것이다. 또 존재하지도 않는 자성자리를 보겠다고 오온은 그 개념조차 모르고 “마음” 타령만 하고 있는 견성(見性)주의자들에게 말한다. 자성, 아트만, 마음자리, 본래면목, 그런 것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존재하는 것은 물질, 즉 수많은 세포로 이뤄진 몸[色]과 그 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이라는 정신작용만 있을 따름이다. 수, 상, 행, 식이라는 정신작용과 구분되는 별도의 마음자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 상, 행, 식이 곧 마음이며, 그것은 금방 일어났다 사라지는 찰나적 존재일 뿐이다. 만약 마음이 영원불변하다거나 영원불변한 마음이 ‘참나’라고 고집한다면, 그것은 불교가 아니라 힌두교다.
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인 물질현상과 그 물질현상으로 빚어지는 정신현상이 있을 뿐 ‘절대불변의 마음자리’ 또는 ‘불멸의 영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윤회하는 어떤 것이 만약 있다면 그것은 나의 주인으로서의 영원불멸한 마음이 아니라, 인연화합에 의해 형성된 업의 덩어리다. 그 덩어리는 자신을 존속시키기 위해 뇌의 온갖 교묘한 속임수로 관념상 ‘자기’라는 존재를 하나 만들어낸다. 냉철하게 관찰해보면 지수화풍(地水火風)의 물질현상과 수, 상, 행, 식이라는 정신현상만 있을 뿐, ‘나’ 또는 ‘자아’, ‘마음’ 따위는 없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