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지 않은 건 또 있다. 앞서 언급한 차 이름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B-클래스를 내놓으면서 멀티 라이프스타일 비클(MLV)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웠다. 그에 걸맞게 차 이름도 My B(마이 비)로 정했다. 우리에게 익숙하던 B-클래스라는 이름은 못 쓰게 된 셈이다. 독자 역시 대부분 낯간지러운 ‘My B’보다 B-클래스라는 이름에 더 익숙할 것이다.
어색한 이유는 또 있다. 꽁무니 엠블럼은 물론, 등록증에도 차 이름은 B 200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를 My B로 부르기 이상하지만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벤츠 코리아의 마케팅 전략에 휘둘렸다고 아쉬워하거나 노여워할 이유도 없다.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짚 체로키가 북미 시장에서 리버티로 불린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된다.
My B의 최초 컨셉트는 2005년에 등장했다. 북미모터쇼에 선보였던 컨셉트카 비전-B(Vision B)가 My B의 원조다. 플랫폼은 A-클래스의 것을 가져다 손봤다. 국내에 A-클래스가 공식 출시되지 않은 까닭에 My B에 달린 새 기술은 신기하기만 하다.
My B가 자랑하는 샌드위치 플로어 역시 A-클래스에서 가져왔다. 가로배치 엔진은 크랭크 케이스를 중심으로 엔진 헤드가 앞쪽으로 58° 기울어져 있다. 벤츠는 이를 두고 슬라이딩 엔진(Sliding Engine)이라 부른다. 정면충돌 때 엔진이 승객석으로 침범하지 않고 바닥으로 누워버리는 구조다. 크럼블 존을 지켜내기 위한 벤츠의 아이디어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승객석의 앞쪽, 그것도 아래에 깔려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 역시 A-클래스와 같다.
58° 기울어진 엔진을 두고 누군가는 A-클래스 때부터 짧고 경사진 보닛 속에 엔진을 구겨 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기울임’이라 했다. 시작이 어찌되었든 안전에 유리하다면 환영해야 한다.
환영할 일은 또 있다.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구조를 지녔으나 푸조나 혼다처럼 앞 오버행이 극단적으로 길지 않다. 다행스럽고 반가운 모양새다.
짧은 앞뒤 오버행, 극단적으로 긴 휠베이스 등 작은 차에서 넓은 실내 공간을 뽑아내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암팡진 볼륨과 뚜렷한 실루엣이 만드는 우아한 보디는 균형미가 극에 달한다. 보닛 중앙의 또렷한 라인과 잔뜩 화가 난 듯 눈을 치켜뜬 헤드램프가 공격적이다. 범상치 않은 눈매와 보닛 중앙의 세로 줄은 멸종된 공룡 랩터(Raptor)를 닮았다.
W220 S-클래스에서 시작한 V-세이프 프론트 그릴은 My B에 와서 더욱 날카롭게 변한다. 이렇게 프론트 그릴과 범퍼, 사이드 미러 등 보디 곳곳에 벤츠의 DNA를 담아내려 애쓴 흔적이 뚜렷하다. 앞 범퍼 에어댐을 비롯한 스포츠 패키지도 여기에 한몫을 한다. 앞뒤 좌우의 균형감각도 뛰어나 오래 곁에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첫댓글 꼼똠한 시승평가네요~
요런게 시승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