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사발 엎어놓은 오름 , 바리메
서귀포에서 평화로를 타고 제주시로 오다보면 샛별오름을 지날 때쯤 오른편으로 잘생긴 오름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 처녀의 앞가슴처럼 봉긋해 보이기도 하고 사발을 엎어놓은 것처럼 반듯하게 생긴 이 오름이 바리메오름이다 . 바리메라는 이름도 스님들의 그릇인 바리때에서 나온 이름이다 .
바리때는 스님들이 절에서 소지하는 밥그릇을 말한다 . 나무로 대접같이 만들어 칠을 한 것으로 발우 , 바릿대 , 발다라 , 바리 등으로 불린다 . 바리메라는 이름은 바리때에 뫼라는 이름이 붙어 만들어진 이름이다 . 바리메오름의 분화구 형세가 바리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그래서 바리메는 발산 ( 鉢山 ), 발이악 ( 發伊岳 ) 으로 불리기도 했다 .
바리메오름은 애월읍 어음리에 위치해 있다 . 바리메오름을 찾아가려면 1100 도로에서 제 1 산록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웅지리조트 간판이 있는 곳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 평화로를 이용할 때에는 제 1 어음교에서 동쪽으로 1.3km 정도 달리면 웅지리조트 간판이 보인다 .
스님들의 밥사발 모양 , 바리메오름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시멘트도로를 타고 2km 정도 들어가면 바리메 주차장이 나타난다 .
주차장은 바리메 바로 옆에 있다 . 주차장에서 바리메를 바라보면 아담해 보이는 것은 너무 가까이서 바리메를 바라본 탓이다 . 바리메는 높이 763.4m, 비고 213m 로서 , 둘레는 4,694m 나 되는 결코 아담한 오름이 아니다 . 밥사발을 엎어 놓은 것처럼 바리메는 원추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 바리메는 시내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고 , 넓은 주차장과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으며 탐방로도 계단과 고무 매트로 잘 정비되어 있다 . 그래서 바리메는 오름꾼들에게 인기가 높은 오름이다 . 그리고 바로 옆에는 족은바리메가 있어서 큰바리메와 족은바리메를 일타쌍피로 등반하는 재미도 있다 .
밥사발을 엎어 놓은 모양에 걸맞게 진입로에 들어서자마자 바리메는 급격한 경사도를 가진 탐방로를 방문객들에게 내어민다 . 탐방로 경사가 심하다면 힘은 들겠지만 정상까지의 도달 시간은 짧을 수도 있다는 믿음 하나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 . 정상까지 내내 경사는 심하고 잡목들은 우거져 아픈 종아리를 위안 삼을 만한 전망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 분화구 둘레길에 올라섰을 때에야 비로소 터널을 빠져나온 듯 바리메는 파란 하늘과 저 멀리 펼쳐진 지평선들을 방문객들에게 풀어 놓는다 .
분화구 둘레길은 원형으로 일주하게 되어 있고 분화구 일주로에는 빨간 구찌뽕 열매가 지천으로 열려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 분화구는 바리때처럼 아담하고 남쪽과 북쪽으로 봉우리가 두 개 있다 . 북쪽 봉우리에서는 바다와 제주시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 남쪽 봉우리에서는 한라산 일대를 조망하는 것이 일품이다 . 봉우리마다에는 벤치들이 두어 개 놓여있고 봉우리에 있는 경관 안내 사진판은 남북이 뒤바뀌어 있었다 . 정상은 남쪽에 있는 봉우리다 . 정상에는 태양열 발전기와 소형 송신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남서쪽에는 엘리시안 골프장의 골프코스가 선명하고 남동쪽에는 목초의 수확을 막 끝낸 목장이 수염을 깍은 것처럼 단정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 동쪽으로는 백록담의 양쪽으로 뻗어나간 한라산의 줄기가 선명하게 보인다 . 오늘은 재수가 좋았던 모양이다 . 여기에서 이렇게 선명한 한라산을 볼 수 있다니 . 바리메 정상에서 한라산 정상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한 장씩 박았다 . 오름을 올라갈 때에는 괴롭지만 오름에 올라서면 괴로운 기억은 단번에 날아간다 . 이게 오름의 맛이다 . 여세를 몰아 족은바리메까지 가볼까나 , 말까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