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픽업트럭(이후 픽업) 사랑은 대단하다. 매달 20만 명 넘는 소비자가 픽업을 산다. 2017년 1~10월 판매량은 230만7,281대로, 한국의 1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보다도 50만 대 더 많다. 단순히 짐 싣기 좋아서만은 아니다. 픽업은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녹여내기에 알맞은 자동차다. 미국인들은 픽업을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
쉐보레 콜로라도는 미드 사이즈 픽업이다. 기본 모델은 여느 트럭과 다름없다. 단정한 외모와 함께 훈훈한 이미지를 물씬 풍긴다. 그런데 아주 특별한 버전도 있다. 먼저 쉐보레는 멀끔한 콜로라도의 앞 범퍼를 뜯어냈다. 접근각을 넉넉히 확보해 험로 주파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름 뒤에 ZR2를 붙였다. 콜로라도의 오프로드 버전이다.
콜로라도 ZR2의 자랑은 ‘DSSV 서스펜션’이다. 카마로 ZL1에 처음 사용했던 서스펜션 기술을 가져왔다. 픽업에 스포츠카 서스펜션이라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DSSV 기술의 핵심은 멀티-챔버(Multi-Chamber)다. 지형과 도로 상태에 따라 서스펜션 성격을 재빠르게 바꾼다. 때문에 온로드와 오프로드 상관없이 어떤 도로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낸다.
픽업의 남성미를 진짜 즐기는 방법, 쉐보레 콜로라도 ‘원정대 에디션’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쉐보레는 오프로드 자동차 튜닝 업체 AEV(American Expedition Vehicle)와 손잡았다. 그리고 2017년 세마쇼(SEMA Show)에서 콜로라도 ZR2 AEV 콘셉트를 선보였다. 갖가지 오프로드 장비로 무장한 모습이 군용차를 연상케 한다. 외장 컬러까지 미국 군용차를 쏙 빼닮았다.
코브라가 목을 꼿꼿이 세운 듯한 ‘스노클 에어인테이크’가 가장 먼저 시선을 뺏는다. 깊은 강물은 원정대의 여정을 방해하는 요소. 콜로라도 ZR2 AEV는 엔진 흡기구를 지붕 높이 뽑아내 거침없이 물길을 헤친다. 직경이 35인치에 달하는 타이어 덕분에 콜로라도는 진흙과 바위, 눈길을 거침없이 밟고 달릴 수 있다.
쉐보레와 AEV는 콜로라도의 단정한 이미지를 모두 걷어냈다. 보타이 엠블럼을 지운 자리엔 큼지막한 쉐보레 레터링을 새겼다. 범퍼엔 철제 구조물을 얹어 강인한 이미지를 더했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 탈출을 돕는 윈치도 함께 챙겼다. 트렁크엔 군용 분위기 짙은 비상 연료탱크를 실었다.
긴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편의장비도 빠뜨리지 않았다.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대용량 냉장고를 마련했다. 아이스박스처럼 트렁크에서 싣고 내릴 수 있다. 급수 시설과 함께 에어 컴프레셔도 갖췄다. 따라서 세차는 물론 깊은 산속에서 샤워도 가능하다. 두꺼운 철제 기둥은 평소엔 짐을 싣는 선반으로 쓰다가 잠 잘 땐 텐트를 치는 베드 랙(Bed Rack)으로 모습을 바꾼다.
콜로라도는 미드사이즈 픽업 중 유일하게 디젤 엔진을 제공한다. 직렬 4기통 2.8L 터보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6마력, 최대토크 51㎏·m를 뿜는다. 308마력, 38.1㎏·m를 내는 V6 3.6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도 고를 수 있다. 최대적재 중량은 500㎏이고, 2,270㎏까지 견인할 수 있다. 콜로라도 ZR2의 입사각과 탈출각은 각각 30°, 23.5°다.
픽업은 생계유지는 물론 취미활동과 여행 등 소비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넉넉히 포용한다. 미국인에게 픽업은, 이동수단을 넘어 삶의 동반자 같은 존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