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에 또…
안동엔 비가 왔습니다.
재작년(2013년) 4월 20일, 1박 2일 코스로 안동을 갔을 때도 이렇게 비가 왔습니다.(그때 후기를 참조하세요. http://cafe.daum.net/kocopy/LSM3/5)
그 후 2년 반 동안 산너머살구가 20차까지 팔도를 누비는 동안 하늘의 도움으로 비는 안 맞고 다녔습니다.
온다던 비도 정작 당일엔 멈추고… 기냥 막 그랬지요!
그러다 모처럼 안동을 재방문(?)하기로 했는데 비예보가 뜨는 겁니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3일에 걸쳐 내린다니까 이번 예보는 웬만해선 수정될 여지도 없어보였습니다. 우비를 입은 기상캐스터는 '돌풍을 동반한 제법 많은 비가 내리니까 주말에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니 원, 이 정도면 안동과 비와 나의 얄궂은 악연이라 할 만했습니다.
"안동!!! 네가 정녕 이런 식이라면, 나도 너를 잊어주마!"
저의 이별통보(?)에 쫄았던 걸까요? ^^
궂은 날씨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비는 맞고 다닐 만큼만 왔고, 도로며 거리에 사람이 적어서 고즈넉하고 편안한 여행이었습니다.
이게 다 미리 설레발 쳐댄 비소식 덕분입니다.
한적하고 분위기 있다고 다들 더 좋아라 했습니다. 사람들 표정 보세요. 열받고 지친 사람들은 저런 표정 못 짓습니다.
이번엔 사상 유래없이 많은 회원들이 후기를 올려주신 덕분에, 중복을 피해서 저는 인물 사진 위주로 간단한 후기를 적겠습니다.
내려다보이는 회룡포보다, 내려다보는 세사람의 실루엣이 더 아름답습니다.
회룡포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렇게 가물면 앞으로 회룡포가 없어지게 생겼습니다.
물은 다 어디 가고…
회룡포가 이게 뭡니까?
이래야 회룡포지!
사상 최악의 가뭄도 가뭄이려니와 내성천 상류의 영주댐으로 인해 회룡포 모래톱의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풍광 좋을 때 많이들 다녀오세요. 더 지나면 못 볼지도 모릅니다.
회룡포에는 마을이 있고 마을사람들은 뿅뿅다리로 건너다닙니다. 물론 차가 다니는 길은 별도로 있습니다.
뿅뿅다리! 이게 명물인데 여기에 관한 얘기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다 아는고로 생략!
추수가 끝난 논길을 걷는, 우산 쓴 여인!
좀 길지만 사진 제목 괜찮죠? ^^
회룡포의 넓은 모래톱에선 이런 사진들이 만들어집니다.
예천 청포집에서 점심 배불리 먹고, 병산사원에 왔습니다. 새벽녘 안개 낀 병산사원이 절경인데 오늘은 약한 비가 계속 오다보니 낮에도 저런 선경(仙境)을 보게 되네요. 이번에 다녀온 우리 회원 중에도 선경이 있습니다. ^^
복례문(병산서원 정문) 처마 밑으로 빗물이 동심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비오는 날 마루에 배깔고 누워서 빗물 듣는 소리에 스르르 잠이 들던 기억이 가물가물 떠오릅니다. 김치부침개도 먹었던 것 같은데 ^^
한옥은 마루에 앉아봐야 참멋이 눈에 들어옵니다. 병산서원 입교당(중앙 건물)에 앉은 모자에게도 그 멋이 전달되었기를…
셔터를 느리게(40분의 1초) 놨더니 빗물의 궤적이 잡혔네요. '예쁘다!'
비도 사람도…
지원자가 적어서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안 갔으면 크게 후회할 뻔했던 코스, 하회마을길.
병산사원에서 낙동강 물길을 따라, 때론 산길을 따라 하회의 뒤편으로 넘어가는 십리길입니다.
재작년 봄에도 같은 길을 걸었지만, 확실히 이 길은 봄보다는 가을길이 좋네요.
비 와도 갈 건 가자고 우긴(?) 건 이 분(구름나그네)인데…
가는 도중에 좋다! 좋다!를 스무 번쯤 연발한 건 이 분(별똥별)입니다.
나머지 분들은 버스를 타고 하회로 이동.
하회에 대한 얘기도 생략! 여기저기 글이 많으니까 ^^
뚝방 너머로 보이는 거무스름한 벼량이 부용대입니다.
부용대를 오르지 않았다면 하회를 절반밖에 못 본 겁니다.
부용대에 너무 늦게 올랐더니(오후 5시쯤?) 넓고 시원한 부용대 특유의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분위기의 부용대 경관은 처음이시죠?
해 저물녘 길을 나선 나그네가 떠나온 마을을 돌아보는 서정? 뭐 이런 게 느껴지지 않나요? 아님 말고…
귀경 버스에 올랐을 때,
해는 이미 졌고, 철은 단풍철, 요일은 토요일…
"네다섯 시간 걸릴 거야! 아니야 저녁 먹고 어쩌고 하면 12시 넘을지도 몰라."
그런데 축복 같은 기적, 예상된 우연이 우리에게로 왔습니다.
도로에 어디 차가 있어야 말이지! 3시간 만에 종합운동장에 도착했습니다.
비 예보 덕을 제대로 본 거지요.
이게 다 여러분 덕입니다.
저에겐 모든 것이 꿋꿋하게 함께 출발해주신 여러분 덕입니다.
12월 서울 간이 모임이 있긴 하지만, 올해도 산너머살구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올해 함께 해주신 회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내년에도 즐거운 여행 함께 해요.
"이젠 비도 두렵지 않다!"
첫댓글 회화나무님만 믿으면 비도 무서울게 없네요
마자마자
반가운 얼굴들 입니다.
^^
추억 돋는 사진이네요. ^^
이제 만대루에는 못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