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가여운 꽃이여
- 세월호 사고로 숨진 어린 영령들을 떠나보내며
내가 너희를 죽였다
잇속만 챙기는 사악한 장사꾼이 되어버린 내가
입쌀만 떠는 무책임한 논객이 되어버린 내가
제 한 몸 보신하기 바쁜 썩어 문드러진 벼슬아치가 되어버린 내가
내가 너희를 차디찬 바닷물 속에 밀어 넣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무식한 어른인 내가
나밖에는 모르는 무관심한 이웃인 내가
결국 이 땅에 살고있는
나와 그리고 수많은 공범들이
호랑이보다도 무섭다는 맹골수도孟骨水道
거칠고 탁한 바닷물 속에 열여덟 꽃다운 생명을 묻었다
그러니 어린 영령들이여
꺼져가는 생명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 비루한 눈물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내 비겁한 눈물을
열흘 밤낮 하염없이 흐르던 내 가증스럽고 값싼 눈물을
용서하라 용서하라 용서하라
부디, 위험 없는 저세상에서는
고운 꽃잎으로 다시 피어나기를
미처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린 가여운 꽃이여
2014.4. 차승열
* 2014년 4월 16일 아침.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불의의 사고로 침몰한 이후
무 려 1072일 만에 흉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심하게 찢기고 긁힌 흔적이 마치
이 시대의 아픈 진실을 닮았습니다.
누구는 단순한 해상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했고,
심지어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목숨을 가지고
돈벌이를 한다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잠수함 충돌설, 북한 폭침설 등 갖가지 유언비어가
난무하는가 하면 모 정치인의 아들은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가 미개한 것' 이라는 글을 페이스 북에 올려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을 두 번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포함한 304명
(실종자 9명 포함)이 끔찍한 해상사고로 희생되었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무와 책임이 있는 국가는
사전 관리감독과 정상적인 구조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
이것이 변함없는 사건의 fact입니다.
그날, 바로 눈 앞에서 스러져가는 어린 생명을
눈물로 지켜보지 않은 국민 이 있었을까요?
무능한 국가에 분노하지 않은 국민이 있었을까요?
다시는 그러한 불행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날의 눈물이 묻어있는 추모시 한 편 꺼내어 올려봅니다.
- 배경음악 : "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 임형주
VIDEO
첫댓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것이 부끄럽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가슴아픈
우리 시대의 슬픔을 잘 표현하셨습니다.
영혼들이 위로 받았기를...
옛날 같았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덮어버렸을 사건이
이만큼 진실을 드러내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래도 이시대가 정正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찾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얇은 천막 속에서 진실을 알리기 위해 추운 밤을 지샜는지요
그분들의 노고도 잊지 말아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