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4장의 첫 본문은 마태와 마가에는 없는 누가의 고유자료인데, 안식일에 수종병을 앓는 사람을 고쳐주셨다는 이야기입니다. 1~6절을 보겠습니다.
1 어느 안식일에 예수께서 음식을 잡수시러 바리새파 사람의 지도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의 집에 들어가셨는데, 그들은 예수를 지켜 보고 있었다.
2 그런데 예수 앞에 수종병 환자가 한 사람 있었다.
3 예수께서 율법교사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에게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이 옳으냐? 옳지 않으냐?" 하고 물으셨다.
4 그들은 잠잠하였다. 예수께서 그 병자를 붙잡고 고쳐 주시고, 돌려보내신 다음에,
5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아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에라도 당장 끌어내지 않겠느냐?"
6 그들은 이 말씀에 대답할 수 없었다.
수종병은 몸에 물이 차서 팔다리가 붓는 병을 말합니다. 안식일 설화가 주는 메시지는 언제나 거의 같은 뜻을 담고 있기에 더 설명 드리지 않겠습니다.
이어지는 본문도 다른 복음서의 기록과 부분적으로 겹치는 내용이 있지만 누가의 고유 자료로 봅니다. 7~14절을 보겠습니다.
7 예수께서는, 초청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기를 쓰고 윗자리를 골라 잡는지를 보시고, 그들에게 비유를 하나 들어 말씀하셨다.
8 "네가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거든, 윗자리에 앉지 말아라. 혹시 손님들 가운데서 너보다 더 귀한 사람이 초대를 받았을 경우에,
9 너와 그를 초대한 사람이 와서, 너더러 '이 분에게 자리를 내드리시오' 하고 말할지 모른다. 그 때에 너는 부끄러워하면서, 맨 끝 자리로 내려앉게 될 것이다.
10 네가 초대를 받거든, 가서 맨 끝자리에 앉아라. 그러면 너를 청한 사람이 와서, 너더러 '여보게, 윗자리로 올라앉게' 하고 말할 것이다. 그 때에 너는 너와 함께 앉은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을 받을 것이다.
11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질 것이요,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
12 예수께서는 자기를 초대한 사람에게도 말씀하셨다. "네가 점심이나 만찬을 베풀 때에, 네 친구나 네 형제나 네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말아라. 네가 그러한 사람들을 초대하면, 그들도 너를 도로 초대하여 네게 되갚아, 은공이 없어질 것이다.
13 잔치를 베풀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 장애자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을 불러라.
14 그러면 네가 복될 것이다. 그들이 네게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나님께서 네게 갚아 주실 것이다."
이 본문은 예수께서 떠돌이 전도자로 살아가시던 서기 30년대 초반에 직접 하신 말씀으로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입니다. 복음서의 기록 중에는, 기록자들이 자기 시대에 일어난 일을 예수님께 투영시켜서 기록한 것이 많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본문도 1세기 후반 교회공동체의 상황이 반영된 기록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교회가 조직을 갖추고 서열이 매겨지기 시작할 때, 교회가 해야 할 본분보다 자리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교회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기 위한 설교일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은 큰 잔치의 비유인데, 초대받은 사람들이 핑계를 대고 오지 않자, 주인이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로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는 이야기입니다. 마태복음 22장에도 수록되어 있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비유인데, 똑똑하다는 사람, 가졌다는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거절했기에, 가난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의 주인공들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어지는 본문도 다른 복음서에는 없는 누가의 고유 자료로 분류됩니다. 25~33절을 보겠습니다.
25 많은 무리가 예수와 동행하였다.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26 "누구든지 내게로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7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8 너희 가운데서 누가 망대를 세우려고 하면, 그것을 완성할 만한 비용이 자기에게 있는지를, 먼저 앉아서 셈하여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29 그렇게 하지 않아서, 기초만 놓은 채 완성하지 못하면, 보는 사람들이 그를 비웃기 시작하여,
30 말하기를 '이 사람이 짓기를 시작만 하고, 끝내지는 못하였구나' 할 것이다.
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나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로 밀고 들어오는 자를 만 명으로 당해 낼 수 있을지를,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32 당해 낼 수 없겠으면, 그가 아직 멀리 있는 동안에, 사신을 보내서 화친을 청할 것이다.
33 그러므로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서 누구라도,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세속에 미련을 두지 말고 온전히 따르라는 메시지입니다. 누가의 고유 자료로 분류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중간 중간에 다른 복음서의 기록들과 겹치는 내용의 자료가 들어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14장의 마지막 본문은 마태와 마가에도 담겨있는 말씀입니다. 소금은 좋은 것이지만 짠맛을 잃으면 아무 소용도 없어져서 결국 버리게 된다는 말씀으로, 제자들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