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늘인데 다르다!
애제자 정우가 선물을 보내 주었다. 대전의 하늘이다. 같은 하늘인데 왜 못 보았을까? 땅만 보고 걸었을까? 넌 보았는데 난 왜 못 찾았을까?
초등학교 시절, 점심 식사를 마친 담임 선생님이 재빠르게 사라지는 이유를 눈치챘다. 뒤따라가서 보물찾기 쪽지를 어디에 숨기는지 일일이 기억했다. 결과는 0개이다. 난 길치이다. 소풍 가서 집으로 온 것만으로 기적이다.
난 도토리를 숨기는 다람쥐나 딱따구리로 태어났다면 굶어죽을 상이었다. 겨울 비상식량으로 숨겨둔 도토리의 99%는 봄이 되어 싹을 틔울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두려움이 낙동강에서 익사한 소년 , 선로에서 죽은이를 옮기고 덮은 가마니처럼 나를 덮쳤다. 정말 망상증 환자가 되었다.
뱀과 뱀 딸기가, 소가 쇠무릎에게 너무 먼 길을 걸어서 무릎이 아프다고 울면서 말했을 긴긴밤과, 돌과 돌콩이 인간 빼고 자작나무, 귀뚜라미, 바람이 자신들의 언어만으로 이야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망할 놈의 망초에도 누워보고 괭이밥이랑 토끼 풀을 소개팅 시켜주었다. 언젠가 커밍아웃할 것이다. 수면제는 기억을 뺏어간다. 중요한 것은 기억해야 할 것들은 도난당하고 버려야 할 것들은 더욱 선명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길이 아니어도 좋고 길이어도 좋소! 이젠 살아도 그만 살아도 좋소!
아픔을 지울 수 있다면!! 기억이 서러워서 울대를 잡고 울었다. 어린 시절, 별명이 "울보"였다. 꺼억꺼억 울었다. 마당을 지키던 거위로 빙의했다. 빨래터까지 따라왔던 거위들, 동네의 모든 소식들은 모두 다 빨래터 아낙네 네티즌 수사대들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왜 같은 하늘인데 이렇게도 다를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하늘을 정우가 선물해 주었다.
모이 한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는 암탉의 첫 달걀은 언제나 외할아버지께 진상했다. 희고 약하고 따뜻한 것들을 사랑한다. 안동 하회 마을에서 보낸 3년은 나를 가르치는 위대한 스승!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쉰이 넘은 나이 그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볼일이 없어서 좋다. 충분히 이것만으로도 족하다. 오늘 선물 받은 하늘을 우러러봐야겠다.
이삿짐을 싸고 먼 길을 떠나기 위해 특급 바람을 기다리는 사막의 모래들!
신념이 깨진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남편이 나보고 술 냄새난다고 했다. 난 수십 년을 참았다. 불쾌해도 참고 또 참았다.
좋은 사람이면서 돈을 벌기는 사실 어렵다. 삼촌과 지인이 몹시 심기에 거슬렸다. 조카도 이웃들도 나를 돈으로 본다. 역겹다.
술을 마시면 당신을 무엇을 하는지요? 전 글을 씁니다.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고 피아노도 칩니다. 이제 곧 북 치고 장구도 칠 생각입니다. 어우동이 입은 한복을 사서 흥청망청 살겠습니다. 내가 삶을 살아가는 필살기를 배웠습니다. 잘 놀다 가는 인생이 승자입니다! . 마음은 이미 파계(破戒) 승입니다
이 강한 열망들을 좀 더 빨리 배웠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늦바람이 아니 늦바램이 되어 버렸습니다.
극강의 쾌할함을 잃어버린 내 자아를 찾아서! 코로나 372번 참회하는 마음으로(?) 승정원 기록처럼 올립니다. 나를 위한 피의 고백서! 삶에서 못다한 말들, 그리고 그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던 지나간 시대의 비극인 <코로나 일지>. 한번 피해자는 영원한 피해자입니다.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억해야할 <상실의 아픔>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좋은 이웃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너무나 망해 버린 삶, 누군가에겐 희망이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