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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한민국학예사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학예사
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도지사가 당선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가 야당 강세 지역이었던 제주도에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대교체, 중앙 정치 인지도, 새누리당 개혁성향 소장파라는 타이틀 등이 있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원희룡 후보가 아무리 새누리당이지만, '제주판 삼김시대' 인물보다는 참신하리라 믿었습니다. 제주 출신으로 천재 소리를 듣다 육지로 갔던 그의 제주도지사 출마는 젊은이들에게 뭔가 제주가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습니다.
제주도를 이끄는 원희룡 도정 1년, 과연 제주도민은 그를 선택한 만큼 안녕한지, 정리해봤습니다.
'협치를 내세운 원희룡, 전쟁을 선포하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취임 초부터 '협치'를 주장했습니다. 원희룡 도지사는 협치에 대해 '한 사람이 열 걸음을 가는 것보다 열 사람이 함께 한 걸음을 가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늦게 가더라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합의를 통해 도정을 이끌겠다는 의미입니다.
원희룡 도지사가 주장하는 '협치'는 불과 1년 만에 깨지고 있습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으며, 언론 플레이를 하면서 서로를 향한 공격의 칼날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원희룡 도지사와 제주도 의회 간 갈등의 시작은 '20억 요구설'이었습니다. 제주도 의회가 도의원별 재량사업비 10억+공약사업비 10억을 제주도에 요구했다는 내용입니다.[각주:1] '20억 요구설'을 놓고 원희룡 도정과 제주도의회는 대립했고, 급기야는 새해 예산안 수정안 처리 도중 마이크가 꺼지는 소동까지 벌어졌습니다.[각주:2]
원희룡 도지사는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당시 도의회와 갈등을 빚은 이유가 20억 요구설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각주:3]
[홍지명] 또 하나 지금 도의회가 밀실에서 도청 직원들도 못 들어오게 하고 다 결정했다는 걸 지금 원 지사께서 문제 삼고 계신데, 구성지 의장은 도와 의회 간에 협치가 없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원희룡] 10월에 도의회 의장께서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미리 의회랑 협의를 하자, 그래서 그 자체는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의장님 자신은 좀 순수했는지 모르지만, 다른 도의원들이 조금 사심 내지는 욕심이 껴서 1인당 20억씩 보장을 해달라는 조건을 옆에서 내걸었어요.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단 그런 전제 하에 할 수는 없다고 저희가 입장을 발표하다 보니까 의장님께서는 본인의 순수한 뜻을 왜 못 받아 들이냐고 해서 그게 오해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인터뷰 중에서
원희룡 도지사에 따르면 2014년 10월 제주도의회 구성지 의장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도의원별 20억씩 보장해달라고 요구했고, 원 지사가 거부하자 예산안 수정안 처리가 부결됐다는 것입니다.
원희룡 도지사가 대놓고 '20억 요구설'을 폭로하자 도의회와 원 지사의 갈등은 증폭됐습니다. 급기야는 도의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원 지사의 마이크가 꺼지면서 의장이 퇴장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이후 원희룡 도정은 여론몰이를 통해 도의회를 비난했고, 서로 간의 갈등의 폭은 커졌습니다.
이 사건만 보면 원희룡 도지사가 제주의 잘못된 관행을 거부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 안에는 뿌리 깊은 제주도 내 갈등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부족한 협치'도 있습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개혁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각주:4] 제주도의 무분별한 예산이나 의회의 막무가내식 예산 부결을 막기 위한 협치 기구입니다. 그러나 협의체는 7월까지도 구성되지 못했습니다.[각주:5]
예산개혁협의체를 통해 제주도와 도의회가 예산을 합리적으로 논의하는 방안이 늦어지면서, 결국 다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추경 예산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각주:6]
제주도의회의 다수는 새누리당 소속입니다. 도의회와의 갈등을 새누리당 소속 원희룡 지사가 풀어나가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협치보다는 독불장군처럼 이기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제주 출신이면서 제주 내에 산재한 문제가 그리 쉽게 풀릴 것으로 생각한 자체가 육지 사람이 다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원희룡 지사는 말로만 '협치'를 내세우고 '전쟁'을 하려고 합니다. 그가 벌인 전쟁으로 죽어 나가는 사람은 결국 제주도민뿐입니다.[각주:7]
'보은인사 배격? 송일교,만사형통,위인설관을 실천한 원희룡'
원희룡 도지사는 작년 취임식 자리에서 '저는 선거정치를 배격하고, 공정한 인사를 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각주:8] '보은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도지사에게 줄을 설 필요도, 이유도 없다. 오로지 업무와 성과만으로 승부하면 된다'면서 능력만 보겠다고 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2014년 9월 11일, 임기가 남아있는 공공기관장에 대해 일괄적으로 사표를 받았습니다.[각주:9] 능력 있는 인물을 공모를 통해 인선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그러나 제주 사회에서는 어떤 사람이 내정됐다는 말이 돌았고, 거론됐던 인물들이 단독으로 공모하는 등의 수법으로 임명됐습니다.
취임 초 원희룡 도지사는 인사를 공정하겠다고 했지만, 측근과 모교,교회 인맥이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는 '송일교','만사송통'이라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었습니다.[각주:10] '위인설관'[각주:11]이 원희룡 도지사 인사정책의 기준이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원희룡 도지사는 선거 전에 자신의 선거캠프에 있는 사람들에게 '보은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재홍 제주관광공사 본부장는 '제주의 소리' 편집국장에 있다가 상임이사로 발령받은지 2주 만에 사표를 내고 원희룡 도지사 캠프에 가담했던 인물입니다. [각주:12]
원희룡 도지사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선거캠프에 있다가 17대 대통령 인수위 대변인, 청와대 대변인 등을 역임했던 박정하씨를 제주 정무부지사로 임명했습니다. 능력 있는 인물이기에 제주 출신이 아니라도 기용할 수 있으며, 4.3문제나 강정마을 현안에 적극적으로 해결 의지를 보였다는 이유입니다.[각주:13]
제주레저신문은 가파도를 찾은 박정하 부지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습니다.[각주:14] 사진 속 박정하 정무부지사 모습은 김정은의 '현지 지도 순시'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이가 많은 가파도 주민들 사이에 서 있는 박정하 정무부지사의 모습은 주민과 소통하는 공무원이 아닌 '순시'하는 권력자처럼 느껴집니다.
구시대의 악습은 모두 해소하고 새로운 제주를 만들 것처럼 보였던 원희룡 지사의 모습은 불과 1년 사이 옛날 나눠먹기식 인사정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투기 자본에 당당하겠다는 원희룡의 변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카지노와 중국 투기 자본에 대해서는 단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제주 개발이) 양적 팽창에 초점이 맞춰져 무분별하게 이뤄진 경향이 있으며,이는 제주의 미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투자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각주:15]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설립 신청을 철회했습니다.[각주:16] 그러나 제주도는 다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겠다고 합니다. 중국 모기업 대표가 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되면서 승인 취소됐던 산얼병원의 모습과 유사한 현상이 나오고 있는데도 제주도의 영리병원 추진 의지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각주:17]
2014년 12월 1일 제주도는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승인했습니다. '신화역사공원'은 원래 '테마파크'로 승인됐었습니다. 그러나 음성적으로 추진하던 카지노 시설 문제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원희룡 도지사는 신화역사공원의 허가를 취소하겠다는 강경한 모습에서[각주:18] 돌변해, 카지노와 대규모 숙박시설을 승인했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어 “환경보전과 도박산업에 대한 제주도의 공약이 후퇴하고, 제주도가 주장하던 ‘협치’도 실종됐다. 개발사업의 통과는 원 지사가 약속한 공약이 퇴색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한겨레 허호준 기자는 '신화역사공원, 차라리 ‘카지노랜드’라고 하라 '고 주장했습니다.[각주:19]
흔히 엄청난 일을 당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기꾼들이 접근해 성공하는 이유입니다.
과거 제주 도민들은 잘못된 관행이나 구시대 정치 풍토, 행정력의 낭비 등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참신한 인물이라는 언론의 포장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불과 1년만에 그 선택은 사기를 당한 것과 똑같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줄 것처럼 달콤하게 말하는 사람이 단순 사기꾼이라도 당한 사람은 심각합니다. 그런데 60만 제주도민을 속인 사람이 아무 문제도 없이 계속 그 자리에 있다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입니다. 불과 1년만에 '안녕하시우꽈'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다들 폭싹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