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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학년도 수시 1학기 | |
논술고사 예시문제 | |
<문학부|사회과학부|커뮤니케이션학부> |
<문항 1 : 30%, 500~600字, 띄어쓰기 포함>
아래 두 편의 글, [가]와 [나]의 상관성을 통해 드러나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요약하라.
[ 가 ]
구치소에서는 저 유명한 벤담의 일망 감시시설을 본뜬 원형 칸막이가 운동공간이었다. 이 시설물은 수인 각자가 보여지기만 할 뿐 남을 볼 수는 없게 되어 있다. 벤담의 감옥은 원래 베르사유의 동물원 시설에서 착상을 얻었다고 하는데, 가장 바깥쪽에 원형의 높고 긴 담을 둘러치고 케이크나 피자를 자르듯이 부채꼴 모양으로 칸을 나누었다. 각 칸막이마다 문이 달려 있어서 수인을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으면 그는 그냥 부채꼴의 시멘트 담 속에 혼자 갇힌다. 원형의 탑이 중앙에 있고 이것은 이층으로 되어 있다.…감시자는 계단을 통하여 위로 올라가 사방의 칸막이를 위에서 동시에 관찰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감시자가 우리를 칸막이에 넣어두고 정말로 충실히 수인들을 관찰하기위하여 탑의 가장자리를 빙글빙글 돌아다니거나 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그는 어딘가 보이지 않는 편안한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동료와 잡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는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고개를 쭉 빼거나 돌려서 어느 칸이나 누가 무엇을 하는지를 살필 수가 있다. 시설은 참으로 상징적이었다. 연구실의 쥐새끼들처럼 우리들의 맴도는 움직임은 적나라하다.
(출전: 황석영 著, 『오래된 정원』)
[ 나 ]
컴퓨터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연구했던 캐나다 엔지니어 캘빈 고트립 Calvin Gottlieb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프라이버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 사람들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는데, 많은 경우에 타인의 프라이버시는 내가 알고 싶어 하는 권리나 욕구와 상충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약간의 편리함을 위해 프라이버시를 너무 쉽게 포기한다. 당첨될 확률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경품 때문에 성명, 주소는 물론 전화번호까지 쉽게 제공한다. 적립금이나 마일리지 보너스를 위해 멤버십 카드를 만들고, 이를 위해 자세한 신상 정보를 제공한다. 공공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이점 때문에 폐쇄회로 텔레비전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에 무관심하다. 핸드폰 전화번호는 이미 자기 사무실 전화번호만큼이나 공적인 것이 되었다. 실명 등록을 권하는 국내의 어느 포털 사이트는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아예 회원으로 등록할 수 없는 곳도 있다.
(출전: 홍성욱 著, 『파놉티콘-정보사회 정보감옥』)
<문제 2: 30%, 500~600字, 띄어쓰기 포함>
제시문 [라]에서 예견된 “지적 재앙”이란 말이 어떤 함축을 담을 수 있는지를 제시문 [다]를 참고하여 논하라.
[ 다 ]
원시적 농업시대에 곤충은 농부들에게 별로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곤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농업이 본격화되고 대규모 농지에 대한 작물 재배를 선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특정 곤충 개체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단일 작물 경작은 자연의 기본적 원칙이라기보다는 기술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자연은 자연계에 다양성을 선사했지만 인간은 이를 단순화하는 데 열성을 보이고 있다. 특정 영역 내의 생물에 대해 자연이 행사하는 내재적 견제(牽制)와 균형 체계를 흐트러뜨리려 애쓰는 것이다. 자연의 견제로 인해 각각의 생물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넓이의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일 작물을 경작할 경우(예를 들어 밀과 다른 작물을 섞어 키우는 대신 밀만 재배하게 되는 경우)에는 다른 작물 때문에 널리 퍼져나갈 수 없게 된 해충이 급증하게 된다.
(출전: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 라 ]
전세계 6천여 언어 중 5~10%가 다음 세기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한 언어학자는 말한다. 알래스카토착어연구소 소장 M. 크라우스 같은 학자들은 오늘날 언어의 90%가 100년 내에 운명을 다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현존하는 언어의 20~50%는 더 이상 아이들에게 가르쳐지지 않고 있다. 약 20억 9천만 명(세계 인구의 1/3이 넘는다)이 일상적으로 영어에 노출되어 있으며, D 크리스털을 비롯한 언어학자들은 수세기 내에 세계는 대체로 단일언어권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것은 “지금까지 이 행성이 경험했던 것 중에서 가장 큰 지적 재앙”임이 틀림없다고 크리스털은 말한다. 또 다른 언어학자들은 영어의 지위가 중국어나 힌두어, 스페인어 혹은 아랍어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들 역시 현재의 언어의 풍부함은 상실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설령 단일언어권은 아니라 할지라도 과부족 언어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출전: 제이 그리피스, 『시계 밖의 시간』)
<문제 3: 40%, 1200~1400字, 띄어쓰기 포함>
다음 세 편의 글, [마], [바], [사]를 동일한 사람의 글로 보고, 그 필자가 문제삼고 있는 대상(현실)은 무엇이며, 필자는 어떠한 시각과 전망에서 그러한 대상을 분석하고 있는지를 쓰되, 위와 같은 전망에 동조할 경우 위에 제시된 대안적 가능성 외에 또 어떤 다른 구체적인 가능성이 제시될 수 있는지를 논하라.
[ 마 ]
17세기 중반 과학의 제도적 기관들이 형성되고 있었을 당시에, ‘런던왕립학회’는 자신의 과제는 “남성적 세계관을 고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진정한 남성적 시대”의 막을 열고, 사람들을 “자연과 자연의 모든 산물들에게로 인도하여, 자연을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예속시키고, 자연을 사람의 노예로 만들어 정복하고 억누르기 위해, 즉 자연을 뿌리까지 흔들어놓기 위해서” 새로운 실험적 세계관을 이용할 것을 주창하였다. 심지어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여성적인 것을 “하나의 기형 혹은 불구”로 생각했다. 그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용어를 우주에까지 확장하여, 영원불변의 하늘을 남성으로, 변화무쌍하게 생성하는 땅을 여성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서구과학의 시초부터, 여성적으로 분류된 특성들은 과학에는 무관계한 것 - 심지어는 위험한 것 - 으로 여겨졌다. 20세기 미국에서, 잡지 《과학교육》에 실린 논문들은 과학자들에게 “의도적으로 모든 감정과 욕망을 포기하고” “차갑게 생각하며”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철저히 자기통제된 사고를 할 것을” 촉구해왔다.
우리가 우리의 인간성, 우리의 세계, 우리의 현실의 여성적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가 느낌, 보살핌, 수용성, 협력, 직관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게 되는가? 바바라 맥클린톡은 이른바 ‘도약 유전자’로 알려져 있는 이동성 유전 요소들을 발견하여 1983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이 발견은 환경이 유전인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유전자가 유기체를 절대적으로 결정한다는 유전학의 핵심교리를 거스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30년 동안이나 사실상 고립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하였다.
그런데 그녀는 연구대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정적으로 분리시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옥수수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자신의 연구를 설명할 때, 그녀가 사용하는 언어는 전투와 싸움이 아니라, 애정과 친밀함과 공감이 담겨있는 말들이었다. “나는 이 밭에 심겨져 있는 옥수수 하나하나를 모두 식별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것들을 아주 친밀하게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는 사실이 매우 기쁩니다.”
맥클린톡에게, 과학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구분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 주의집중에 기초하고 있었다. 다른 많은 유전학자들이 통계와 확률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맥클린톡은 식물 하나하나를 이해하고자 했다. 맥클린톡의 “생물에 대한 느낌”은 그녀의 연구를 손상시키거나 방해하기는커녕, 자신이 연구하고 있던 염색체들과 그녀가 더욱 가까워지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과학자로서의 그녀의 능력을 강화시켰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염색체들과 함께 일하면 할수록 그 염색체들이 더 커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나는 염색체의 내부구조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나는 실제로 마치 내가 바로 거기서 그 염색체들이 마치 내 친구들인 것처럼 느껴져서 놀랐습니다 … 이런 것을 관찰하고 있으면 마침내 그것들은 내 자신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고는 나는 자신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과 연결되면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염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출전: 린다 진 세퍼드 著, 『과학의 여성적 얼굴』)
[ 바 ]
과다경쟁의 측면에서, 속도이데올로기는 오늘날의 최대 파시스트권력인 다국적 기업의 현상 이면에 도사리고 있다. 속도가 늘 그러하고 파시즘이 늘 그러하듯이, 다국적기업은 일체의 이데올로기적 반대를 허용치 않으며, 시장의 한 선두주자가 다른 경쟁자들을 몰락시켜 궁극적으로 전지구적 지배를 추구하고 자신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환경이나 사람들을 파괴하고 획일화를 강요하는 전체주의이다.
마리네티는 “지구를 관통하는 이상적인 화살”이라고 찬양해 마지않았던 자신의 자동차와 남자를 동격으로 놓았으며, 20세기 내내 남성들과 그들의 움직이는 바지화살의 관계는 급진전되었다. “남성들은 늘 테크놀로지 세계의 생식기관이었다.”고 M. 맥루한은 쓰기도 했다. 속도는 남자들의 뜨거운 막대기에 가스를 충전시키면서 성적 권력의 언어로 속삭인다. 속도를 높여라. 영국의 한 고속철도 광과는 마치 그 자체가 시간의 순결한 처녀막을 뚫기라도 한 것처럼, 기차라는 남근이 시계다이얼의 둥글고 얇은 막을 강타하며 질주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1997년 미국의 핼러윈 데이에서는 세계 최초의 슈퍼 건 Q36 펌프킨 모듈레이터가 음속으로 호박을 날릴 계획이었다. 이에 관해 『옵저버』지는 “슈퍼 건을 너무 세게 발사하면 호박이 폭발할 것이고 너무 약하게 발사하면 호박이 총구 바로 앞에 떨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발사는 완벽했다. 그리고 1997년 10월 네바다사막에서는 영국의 초음속 차 트러스트가 759.333mph 속도로 출발하여 766.109mph로 가속하면서 음속으로 사막을 횡단했다. 음속의 단위는 위협적인 남성다움(macho)에 꼭 들어맞는 마하로 지칭되고 있다.
(출전: 제이 그리피스 著, 『시계 밖의 시간』)
[ 사 ]
농업은 인간의 온갖 욕구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을 충족시키며, 제3세계의 대다수 민중에게 있어서 생계의 직접적인 원천이다. 그런데도 농부의 지위가 지금처럼 낮았던 일이 없다. 국제적인 경제수뇌회의에서 농업은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합의를 이루는 데 그저 ‘장애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사실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소규모 농부들은 다음 세대에 소멸되어버릴 것이다. 농업에 응분의 가치를 부여하고, 직업으로서 농사의 지위를 높이도록 적극 노력함으로써 이러한 추세를 우리가 역전시키는 것보다 더 절박한 일은 없다. 탈중심화된 개발방식은 소규모 농업에 막대한 이익을 줄 것이다. 수출용 작물보다 지역소비용 식량생산이 강조된다면, 그들의 생산물이 보조금을 받은 수송체계를 통해 멀리에서 실려온 생산물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리고 대규모 농장과 기업농에 맞는 자본집약적인 농업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조건에 적합한 농업기술의 개발이 지원을 받는다면, 소규모 농부들의 형편이 더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살충제와 화학비료의 사용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더 건전한 방법이 권장된다면 역시 농부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줄이는 농민시장이 생겨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이미 증명된 전통적인 농업체계의 성공에 고무되어 지역에 기초를 둔 지속가능한 대안들을 탐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지원은 아직 크게 뒤떨어져 있다.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고무적인 징후가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 인센티브는 여전히 생명공학과 대규모 기업농쪽에 주어지고 있다. 우리는 소규모의 다품종 농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긴급히 시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탈중심화된 개발방식은 필경 여성의 지위를 강화할 것이고, 남성적 가치와 여성적 가치 사이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산업문화에서 권력은 거의 배타적으로 남자들에게 부여된다. 산업문화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 기술, 경제학은 그 발단에서부터 남성들이 주도해왔다. 남자들이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버림에 따라 개발을 통해 여자들은―비유적으로나 문자 그대로나―뒤처지는 결과가 되었다. 그리고 농사에 있어서도 기계화로 말미암아 전반적으로 여자들은 주변으로 밀려나버렸다. 탈중심화된 경제는 지역의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여성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자들은 결정과 경제활동의 주변부에 머물지 않고 그 중심에 있게 될 것이다.
(출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著, 『오래된 미래』)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 |
논술고사 예시문제 | |
<경제학부|경영학부> |
<문항 1 : 30%, 500∼600字, 띄어쓰기 포함>
제시문 [A]와 제시문 [B]는 오늘날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떤 공통된 경영활동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제시문 [B]의 사례에 나타난 맥도날드사가 9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이 무엇이었는지 제시문 [A]에 기초하여 구체적으로 서술하시오.
<문항 2 : 30%, 500∼600字, 띄어쓰기 포함>
제시문 [B]의 사례에 나타난 맥도날드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한국의 영화산업’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시오.
[ A ]
현재까지의 글로벌화(globalization)는 국가 간의 무역장벽이 철폐되고, 시장개방이 가속화되면서 각 국의 소비자 기호가 유사해지므로, 세계시장이 하나의 시장처럼 표준화된다는 세계화로 대표되어 논의되고 있다. 표준화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교통과 통신의 급격한 발달이 지리적, 문화적 국경을 초월하여 소비자와 시장의 동질화를 촉진하는 것을 강조한다. 전 세계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가 동질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글로벌화 전략을 사용하여 규모의 경제와 비용절감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화(localization)를 지지하는 학자들은 반대로 각 국의 물리적 환경, 정치적 시스템, 문화, 제품의 사용 상황, 경제발전 등의 차이점과 각 소비자와 시장의 이질성을 강조한다. 또한 각 현지국 시장 사이에는 소비자 태도나 행동의 기반이 되는 보다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며 이 때문에 기업의 활동을 표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화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서구화를 우선적으로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글로벌화의 접근은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 연구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현재의 국제상황을 새로운 글로벌화(re-globalization)라 정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글로벌화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며, 역사적으로 이미 서양 강대국을 중심으로 16세기 무렵부터 시작된 식민지 정책에서 비롯된 것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글로벌화는 이를 수용해야 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와 힘으로 대표되는 강자를 중심으로 크게 경제, 정치, 문화 세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에 따라 자본과 시스템(system), 그리고 노동력이 해외로 함께 이동하면서 강대국으로부터 부와 시스템이 유입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갔다.
그런데 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결속과 추종과정에서 경제와 정치,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수용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을 갖춘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지만, 문화의 경우는 좀 다르다. 그 수용여부가 반드시 부의 획득과 상관관계를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개인별 특성이나 기호, 취향에 따른 선택요소이기 때문이다.
동양과 서양의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는 사고체계는 과거 수 천 년 간 계속되어 왔고 지금도 그 차이가 유지되고 있다. 즉, 원리를 중시하던 전략가인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으로 대표되는 고대 그리스의 지적 전통을 물려받은 서양인과 윤리를 중시하던 공자 사상을 근거로 한 고대 중국의 지적 전통을 물려받은 동양인은 철학, 문명 뿐 아니라 중요한 것에 대한 인식과 그 인식의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설령 결과가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 내부에는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자기 개념의 차이는 자신을 얼마나 독특한 존재로 보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발견된다. 마르쿠스(Markus)는 사람들에게 여러 대상의 그림을 보여주고 그 중 한 사물을 선택하게 하는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것을 골랐고 한국인들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골랐다고 한다. 같은 연구에서 볼펜들을 선물로 주면서 고르게 했더니 미국인들은 가장 특이한 색의 볼펜을 골랐다. 미국인들은 항상 남의 눈에 띄고 싶어 하나 한국인들은 늘 남들 정도만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 B ]
모스크바나 매사추세츠나 어디에서든지, 전 세계 12,611개의 맥도날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은 동일한 방식으로 고객을 맞이한다. 도쿄, 비엔나, 호주에 있는 어느 맥도날드 매장에서든 동일한 제품을 먹을 수 있다. 맥도날드는 전 점포에 걸친 일관성을 통해 패스트푸드 산업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왔다. 경쟁자들과 고객들에게 모든 레스토랑을 장식하는 기업 상징물인 골든 아치(Golden Arches)는 즐거움, 빠른 서비스와 맛, 저가격의 상징이 되었다.
미국에서만 매일 2천만 명 이상의 고객들이 맥도날드를 찾는다. 그러한 수는 맥도날드 체인점의 성공을 증거하고, 그것은 또한 관리상의 애로점이 발생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맥도날드는 1965년부터 1991년까지 25.2%의 연간 평균 자본수익률과 24.1%의 연간 평균 이익신장률을 창출함으로써 재계와 경쟁자들을 놀라게 하는 전설적인 운영 시스템으로 기업의 성공을 일구었다.
그동안 맥도날드는 전 세계의 모든 매장을 동일하고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그들의 운영시스템을 설계하였다. 운영절차는 고객들이 어느 매장을 방문하거나, 언제든지 다시 오더라도 동일한 품질의 음식과 서비스 제공을 보장한다. 예를 들어, 모든 햄버거는 정확하게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먼저 겨자 그다음 케찹, 양파, 그리고 두 개의 피클 순이다. 맥도날드는 메뉴를 열 가지 품목으로 한정하였기 때문에 완벽한 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대다수 레스토랑들은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였다.
맥도날드는 1957년 첫 운영지침서를 개발하였으며 1991년에는 그것이 750쪽에 달하게 되었다. 이 지침서에는 운영자들이 어떻게 밀크쉐이크를 만들고, 햄버거를 그릴에 굽고, 감자를 튀기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져 있다. 이것은 모든 음식에 대한 정확한 조리시간, 적정한 온도, 그리고 정확한 비율을 서술하고 있다. 심지어는 모든 햄버거에 1/4온스의 양파가 들어가고 치즈 1파운드로부터 32개의 슬라이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까지 설명하고 있다. 프랜치 프라이는 품질과 맛을 위해 9/32인치가 되어야하고, 운반용기에 10분 이상 제품을 담아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하는 프랜치 프라이의 색상과 바삭거림을 균일하게 하기 위해 21%의 전분을 가지는 아이다호 러셋 감자만을 사용하도록 고집했다.
그러나 1991년 이후에 점포당 매출액은 낮아졌고, 이것은 경영자들로 하여금 모든 맥도날드 매장에서 동일한 품질과 서비스를 보장하는데 활력소가 된 지금까지의 운영시스템이 기업이 직면한 새로운 환경에 적절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문항 3 : 40%, 1,200~1,400자, 띄어쓰기 포함>
다음 두 편의 글, [C]와 [D]를 토대로 언어의 단일화가 초래할 위험성이 어떤 것인지 우리의 생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사례를 예시로 들어 구체적으로 논하라.
[ C ]
아이누어는 고립 언어로, 다시 말해 그 어떤 언어와도 친족관계를 증명할 수가 없다. 이 언어가 문자화된 것은 단지 학술적인 목적에서일 뿐이며, 운문 서사시, 가요와 담시들이 구전으로 전해져오고 있다. 거기에는 신들과 전투행위, 그리고 영웅들의 연애 모험담 등이 이야기 소재로 즐겨 사용되고 있다. 1990년대 초에 이르자 아이누어를 사용하거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 언어와 그것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처한 운명을 살펴볼 때, 한 문화의 멸망과 한 언어의 사멸이 서로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었는지, 특히 특정한 메커니즘이 언어의 사멸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사멸되어가는 대다수의 언어들은 그에 앞서 다른 지배적인 언어가 미치는 상황적ㆍ기능적ㆍ위협적인 압력에 시달린다. 언젠가 그 압력이 너무 커지면 피지배적인 언어는 사라진다. 따라서 한 언어가 사멸되는 것은 언어의 갈등이 극한에 이를 때다. 피지배적인 언어가 지닌 언어 구조들은 지배적인 언어에 의해서 점차 그 형태가 바뀌어 해체되고, 그것이 지녔던 사회적 언어 기능들도 하나씩 사라져간다. 그 언어를 사용하던 인구는 빠르게 감소되고,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그 언어를 마지막으로 사용하던 사람들은 지배적인 언어에 동화된다. 그들이 지배적인 언어에 동화되는 순간, 마침내 그 언어가 지녔던 지속성은 단절되고 피지배적인 언어는 사멸되는 것이다.
(출전: 프란츠 부케티츠 著, 『멸종, 사라진 것들』)
[ D ]
동인도제도의 몇몇 지방에서는 달이 꽉 차는 밤들 가운데 하나는 ‘작은 돼지 달’, 또 하나는 ‘큰 돼지 달’이라고 부르지만, 서구식 캘린더라면 아마 달이 차오르는 11번째 밤과 12번째 밤이라고 부를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이렇게 이름 붙인 것은 그때가 되면 어미돼지, 새끼돼지 할 것 없이 달빛에 홀린 듯 흥분하여 우리를 뛰쳐나와 들판에서 날뛰고 뒹굴기 때문이다. 이윽고 달이 점점 땅딸막해지면 그 밤들은 ‘키 큰 나무줄기’ ‘짧은 그루터기’로 불린다.
시베리아 북부지방의 우고르 오스탸크 족은 어떤 달은 ‘잎이 진 벌거숭이 나무’라 부르고 그 다음 달은 ‘도보여행’이라 부른다(이때가 되면 사람들이 말등에 앉아서 여행하지 못하고 얼음 위를 조심조심 걸어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산란의 달’, ‘까마귀의 달’(또는 바람의 달) ‘백목질 소나무의 달’,‘ 백목질 자작나무의 달’, ‘연어잡이 달’이 차례로 온다. 전 세계 어디서나 각각의 달은 자연으로 특징지어지므로, 그 달의 이름을 듣고 그 지역의 고유한 풍경을 짐작할 수 있다.
(출전: 제이 그리피스 著, 『시계 밖의 시간』)
2007학년도 수시 1학기 | |
논술고사 예시문제 | |
<자연과학부|공학부> |
<문항 1 : 35%, 글자 수 제한 없음>
오랫동안 빛의 속도는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빛이 측정할 수 없는 무한히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고 믿었다.
빛의 속도를 처음으로 측정하려고 한 사람은 갈릴레오이다. 그는 한 동료와 함께 각자 등불과 덮개를 가지고 약 1.6km쯤 떨어진 언덕 위에서 두 사람 사이를 빛이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려고 하였다. 처음에 두 사람 모두 덮개를 덮고 있다가 먼저 한 사람이 덮개를 열면 상대방은 그 빛을 보는 순간 자기의 덮개를 연다. 그러면 첫 번째 사람이 덮개를 여는 순간부터 상대방의 불빛을 본 순간까지 걸린 시간이 바로 빛이 두 사람 사이를 왕복하는 데 걸린 시간과 같을 것이라는 착상이었다.
1675년 덴마크의 천문학자 뢰머에 의하여 처음으로 빛의 속도가 성공적으로 측정되었다. 뢰머는 목성의 달 중 하나인 이오의 월식의 관측 자료에 빛 속도 측정의 기반을 두었다. 이오는 목성 주위를 도는데, 목성이 지구와 이오 사이에 있는 동안 이오가 보이지 않는 월식이 일어난다. 뢰머는 이 월식이 일어나는 시간이, 지구가 목성에서 멀어질 때 보다 목성 쪽으로 향할 때, 짧아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바르게 해석하였다.
이 월식을 수 년 간에 걸쳐 관측한 결과로 뢰머는 빛의 속도가 초속 225,000km 정도라고 계산하였다. 그 당시 목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에 관한 정확한 지식이 없어 실제보다 약 ⅓정도적은 값을 얻었다. 그렇지만 뢰머의 방법은 빛의 속도가 무한하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하였고 실제 값에 대한 타당한 계산 값을 주었다.
현재에 알려진 빛의 속도는 약 초속 30만 km(정확한 값은 299,792.458km)이고 이 속도로 빛은 런던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0.05초 안에 갈 수 있고, 지구에서 달까지 1.3초 이내에 갈수 있으며, 지구에서 태양까지 8분 19초에 걸려서 도달할 수 있다. 빛이 얼마나 빠른가를 비교를 통해서 설명해보자. 마하(Mach)는 소리의 속도를 말하며 1마하는 초속 340m에 해당한다. 보잉 747 제트 여객기는 1마하보다 약간 느린 속도로 이동한다. 우주 왕복선은 25 마하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빛의 속도는 900,000 마하이다.
(1) 빛의 속도를 측정하려는 갈릴레오의 실험이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시오.
(2) 밑줄 친 문장을 각자 나름대로의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설명하시오.
<문항 2 : 35%, 글자 수 제한 없음>
서강대학교의 유전공학 연구실에서 전설의 새 알바트로스를 복제하는데 성공하여 사육하고 있다. 그러나 날지는 못하며 실험실 밖에서는 장시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어느 날 연구원의 실수로 알바트로스는 연구실로부터 탈출하였으나 경찰들의 도움을 받아 마포구의 어느 교차로에서 발견된다. 연구원이 도망치는 알바트로스를 생포하려한다. 이제 여러분들은 위의 시나리오에 바탕을 둔 “알바트로스 생포 작전”이라는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 아래의 지도를 활용하여 게임이 성립하기위한 법칙을 만들어 게임이 성립하게 하고 승패를 결정지어라. 단, 법칙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할 사항으로는 (가) 자명하지 않은 승패 결정, (나) 시나리오 적용, (다) 지도의 규모와 블록의 개수이다.
Ⓡ과 Ⓐ는 각각 연구원과 알바트로스를 나타낸다.
<문항 3 : 30%, 800~1000字, 띄어쓰기 포함>
다음의 글, [A], [B], [C]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해 있는 어떤 공통된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의 성격을 지닌 글이다. 이 문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만약 이러한 문제가 에너지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가정할 때 그에 대한 어떤 대안이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논하라.
[ A ]
월드컵의 광고 사업은 약 7조원 규모라고 한다. 한 달에 1천만 원 정도 버는 사람이라도 자그마치 7만 년을 모아야 하는 돈이다. 반면에 그 월드컵 경기에 사용되는 수제품 축구공은 파키스탄이나 인도의 15세 미만 아이들이 만든다. 이런 일에 반강제적으로 종사하는 열 살 안팎의 어린이들이 인도에 1만 명, 파키스탄에 1만 5천 명이나 있다. 이 아이들은 하루에 12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하며 힘겹게 두 개 정도의 공을 꿰맨다. 일당은 300원 정도이다. 공 한 개에 120원에서 150원을 받는다. 150원의 인건비로 만든 축구동이 월드컵 공식 후원 회사의 상표를 달고 팔리면 15만원이 된다.
월드컵 개막식에 맞춰 한국에 왔던 15세의 인도 소녀 소니아는 앞을 못 본다. 앞에서 살펴본 하청 관계의 망 속에서, 5살 때부터 9살 때까지 집에서 축구공을 만들었는데 가난한 가정에 태어난 죄로 유혈적 저임금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한 것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바늘로 구멍을 뚫는 일과 화학물질이 잔뜩 묻은 실로 가죽을 꿰는 일을 하다 보니 몇 년 만에 눈이 멀고 말았다. 이런 아동이 무려 2만 명이나 있는데도 국제축구협회(FIFA)는 아동 노동 근절을 위한 국제 압력에 거의 무감각하다. 축구공으로 돈의 축제(?)를 치르면서도 그 공이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무지한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 B ]
반다나 시바는 다국적기업에 의한 종자의 독점이 인류가 현재 직면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한다. 지역 공동체가 주도하는 종자 보존 운동이 무엇보다 긴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말할 나위도 없이, 씨앗은 재생이라는 생명 현상의 핵이며 생명의 재생 없이는 사회를 유지해나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자명하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러나’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문제는 어지럽게 돌아가는 현대 산업사회에는 생명의 재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우리는 생명의 재생을 기다릴 수조차 없게 된 것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현대 세계를 뒤덮은 생태학적, 사회적인 위기는 재생이라는 숭고한 가치가 격하되어 있는 데에 기인하고 있다.
지구촌의 풍요로운 음식 문화를 뒷받침해 온 재래 종자들이 최근 들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제 세계 작물 종자의 30퍼센트는 다국적기업 10여 개 사가 독점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재래종을 취급하는 지역의 종자 회사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다국적 기업은 수확량 면에서 유통에 적합한 1대 교배종을 개발하고, 다시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농약과 함께 그것을 판매함으로써 시장 독점을 꾀해 왔다. 이러한 방식의 세계화와 균질화의 그늘에서, 지역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와 그것을 지탱해 온 종자, 그리고 전승 문화들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종자의 균질화와 함께 생물의 다양화에 의해 유지되고 있던 ‘생명 공동체’인 지역이 교란되고 쇠약해지고 붕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가운데 호주의 바이론 베이에 거점을 둔 ‘종자 보존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공동체의 종자 부활과 종자 은행 설치를 호소하고 있다. 또한 지역들끼리 서로 연합하여 세계화에 대항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곳 대표인 팬튼 부부는 자신의 집 주변에 견본 정원이랄 수 있는 야채 농원을 두고,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정성 어린 슬로 푸드를 대접하고 있다. 그들에게 종자 보존 운동이란 각각의 종자가 갖고 있는 고유한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다. 종자에는 긴 시간 속에서 배양되어 온 각 지역의 기후, 토양, 미생물 등과의 관계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씨앗을 뿌리고 기르고 다시 씨를 거두고 계속해서 보존해 온 수세대에 걸친 농민들의 지혜와 삶이 담겨 있다. 그래서 종자를 보존하는 일은 생태계의 시간과 문화의 시간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 C ]
올림픽과 유엔은 세계화의 두 모습이다. 하지만 올림픽이 더 민주적이고, 더 뛰어난 형태다. 국가들이 참여하지만 개인들도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올림픽은 시민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다. 유엔은 정치적 산물이다. 여기에서는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돈이 올림픽을 더럽힌다는 소리가 있다. 그러나 유엔에서는 한 표, 한 표가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 몇몇 운동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유엔에서는 마약을 거래하는 국가와 무모한 도박을 감행하는 국가들이 자기 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운명까지 망치려 들고 있다.
유엔은 대만과 팔레스타인을 배제하고 있다. 올림픽에는 대만·팔레스타인은 물론 북한까지 참여한다. 유엔은 적들을 대립시키지만 올림픽은 그들을 화해시킨다. 올림픽에서는 에티오피아같은 힘없는 나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 하지만 유엔에선 어림없는 일이다. 정치·경제·외교적인 세계화는 우리를 위협하고 권태롭게 만든다. 국가 원수들의 모임보다 더 가소로운 것은 없다. 세계화로 인한 자본·제품·사람들의 이동도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많은 사람이 세계화를 반대하는 이유다.
그 반대편에 더 세계통합주의적인 올림픽이 있다. 여기에 누가 반대표를 던지겠는가. 스포츠가 돈 때문에 부패했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말은 맞다. 그들은 유엔에서의 표 매수에 대해서도 똑같이 항의하는가. 올림픽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올림픽을 통해 개인·사기업 등 비정부 차원의 외교, 자유주의적인 세계화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들이 올림픽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올림픽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건설적이고 과거 이데올로기에 구속받지 않는 세계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지구촌의 비참함을 외면한다는 비난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올림픽은 지구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미국 육상 대표로 출전한 제시 오언스는 (독일 민족이 속해 있는) 아리아족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경기장을 찾았던 아돌프 히틀러는 화를 못 이겨 밖으로 뛰쳐나갔다. 오언스는 다른 민족보다 독일인이 우수하다고 주장한 나치즘을 조롱한 셈이다. 68년 멕시코 올림픽 육상 200m 경기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1위와 3위에 입상한 미국의 흑인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높이 치켜들어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 그들은 미국 내 인종 차별의 종말을 선언하고자 했다. 80년 미국은 모스크바 올림픽에 불참함으로써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식민지화를 비난했다. 이후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패퇴했다. 이런 결과들과 유엔에서 만들어낸 가소로운 결의안을 비교해 보라.
그렇다면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은 어떨까. 중국 공산당 수뇌부는 요즘 민주주의 전사들을 구속하기가 조심스럽다. 올림픽을 훼손시킬 수도 있는 국제적 비난이 두려워서다. 홍콩 인권단체들은 올림픽을 인권 존중의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 민주화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지금까지 유엔이 13억 중국인의 인권을 옹호하는 결의안을 한 번이라도 채택한 적이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