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늦가을 가려다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취소했던 대마도 히타카츠 자전거투어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3일전 갑자기 결정하고 나서 함께 떠날 일행을 모집하고 어렵사리 토요일 출발하는 코비 왕복표를 예매했다. 인터넷으로 현지 시마이 플라워샵에 전동자전거 6대를 예약했다.

이즈하라와 달리 관광지가 밀집해있지 않아서 도보로 다니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버스투어나 택시투어는 경비가 추가되는 단점도 있었지만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코비호를 타고 1시간 10분 만에 히타카츠항에 도착했다. 토요일이라서 관광객이 많아서 입국수속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자전거투어가 무리일 것 같아서 마중 나온 시마이 플라워샵 주인에게 위약금을 물더라도 예약을 취소할 수 있느냐고 하니 흔쾌히 괜찮다고 대답했다.

대체 교통수단을 물으니 식사와 자동차를 포함해서 1,500엔 하는데 괜찮으냐고 했다. 전동자전거와 예상 식대보다도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다소 의아했지만 그렇게 해달라고 주문했고 20여분 후에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버스터미널로 들어왔다.

먼저 히타카츠에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미우다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일본 해수욕장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미우다 해변은 적당하게 내린 비와 함께 옛 추억에 잠긴 채 철 이른 바다를 음미하게 했다.

두 번째로 맑은 날은 육안으로도 49.5㎞ 떨어진 부산을 볼 수 있다는 한국전망대를 찾았다. 한국의 이미지를 담아 만든 팔각정 건축물로 한국 고대 건축양식을 도입하여 만들었다고 하며 앞쪽에 일본 해상자위대 레이더기지가 있다.

전망대 아래에는 조선통신사로 대마도로 오던 배가 좌초되어 사망한 역관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조선역관사조난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다음은 1차 세계대전 후 일본이 군비확장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대한해협을 봉쇄할 목적으로 1929년 5월부터 5년의 기간을 거쳐 1934년 3월에 완성시킨 도요포대로 이동했다. 이 포대는 포신장 18.5m 포신중량 108톤, 실용사정거리는 30㎞에 달해 이곳이 대한해협 방위의 거점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봉쇄할 목적으로 지었다는 도요포대를 보면서 암울했던 역사의 아픔을 느끼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견고함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았다.

기다리던 점심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쉼터 ‘화’에서 회정식으로 먹었다. 비에 젖은 몸을 말리면서 잠시나마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

이어서 슈시 숲길에서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길을 거쳐 나루다키 폭포까지 걸으면서 산림욕을 즐긴 후 히타카츠의 유일한 대형마트인 밸류마트로 이동했다.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있었지만 애초에 쇼핑계획이 없었기에 아이쇼핑을 즐긴 후 여객터미널로 돌아갔다.

4시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갑자기 변경된 자동차 투어로 인해서 처음 생각보다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