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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랭 포르쉐를 타는 분이면, 후줄근한 트렁크 카펫이 눈엣가시 일 겁니다.
이 시절은 지금처럼 주요 부위를 깔끔하게 각지게 가려주는 플라스틱 커버도 없었고, 후줄근하게 카펫으로 덮는 것이었죠.
그걸 클래식으로 봐줘야하나 할 정도로 너무... 솔직히 트렁크.. 카펫.. 너무 보기가 안좋았습니다.
그걸 고급스럽게 승화시킨게 바로 싱어의 가죽매트였죠.
플라스틱커버로 싸기엔 너무 요즘 차같아서 공랭과는 어울리지 않았을테고, 고급스러운, 엄선된 고급 가죽으로
힘있는 심지를 사용하여 적당히 주요구조부를 노출시키니 후줄근하지 않은 형상으로 멋진 클래식함이 느껴지는 트렁크 룩이 완성되어졌습니다.
저는 이 싱어의 트렁크 디자인을 보고, 언젠가 제작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다만, 누가 이렇게 고급지게 구현할 것인가가 문제였죠. 퀄리티.
생각해봤습니다. 자동차 가죽시트 업체가 할 수 있을까?
예전에 993까레라를 탔을때, 우리나라 탑 퀄리티 업체(루xxx)에서 실내가죽시트와 대쉬, 도어 트리밍 올교환을 해봤던 저로써는 그 제작방식에 있어 이 트렁크 매트는 내가 원하는 퀄리티로의 제작이 힘들것이라 결론지었습니다.
1.일단 가죽의 질부터, 이건 자동차 시트용의 가죽이 아니라, 여성들의 명품 핸드백이나 지갑용 최고퀄리티의 소량의 가죽으로 제작되어져야 했기에 그러했으며,
2.작업의 방식도 업체들이 항상 해왔던 시트가죽 교체나 트리밍 교체와는 달리 약간 띄워진 느낌을 구현하여야 했기에, 심지에 대한 스터디와 누빔 다이아몬드의 크기, 스티치의 간격 등 여러 디테일의 요소들을 고민하면서 시행착오와 더불어 진행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을 전문적인 가죽시트교환 업체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래와 같이 여성용 최고급 핸드백에 적용될 질감의 가죽이 필요했습니다. 이 질감은 명확히 자동차 시트용 가죽과는 천지 차이의 가죽입니다. 자동차 시트용 가죽과는 눈으로만 보아도 고급스런 텍스쳐의 차이를 여성용 핸드백에서는 느낄 수가 있고, 만질 때는 그야말로 야들거리고 새 가죽가방의 냄새 또한 대단하죠.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 바로, 이런 핸드백과 지갑을 만드는 가죽 공방이었습니다. 자동차용 제품을 만지는 곳이 아닌. 그야말로 쌩뚱맞은 핸드백, 지갑 제조 업체.
그런 소규모 공방이야말로, 제 요구사항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만지는 제품이 조그만 제품들이다보니, 훨씬 디테일한 작업방식으로 진행 될 것 같았죠.
그래서 몇군데 공방을 접촉했고, 싱어의 사진과 제 차의 사진을 보여주며 상담해보았으나 모두들 거절하였습니다. 이런거 만들시간에 백이랑 지갑을 몇개를 만들텐데 시간없다는 말이 대부분이었고, 해보지 않은 것을 하기에는 본인들도 리스크가 크다 라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만들면, 일단 가죽이 핸드백용 가죽이라 사용할 양을 보면 핸드백 몇개가 나올 정도의 양인데, 가격 들으시면 아마 못하실거라는 말도 듣게 되었죠. 자동차는 자동차용가죽을 쓰시고 그에 맞게 하시라는 잔소리까지 들었죠.
그러던 와중에 드디어 한 분을 만났습니다. 가능하다고 말씀해준 분. 해보시겠다고 하는 분.
가죽 공방을 하시는데, 비스포크 수트 맞춤 테일러샾도 하는 분이셨습니다. 즉, 양복의 패턴을 뜨는 분.. 그리고 가죽까지 다루는 분..
해보시겠다는 말씀에 한줄기 빛.. 오 드디어... 시도 해보는구나.. 비용은 역시 아무래도 가죽의 퀄리티와 그 작업량이 수반되다보니 상당한 가격이었지만, 저는 해보고 싶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해보시겠다는 말씀에 고를 외치고 시작을 하게 되었죠.
부산 분이시라 더욱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가봉을 출장 오셨어야 했는데, 한 다섯번 오신거 같습니다. 하지만 패턴을 개발하신다 생각하고 오시겠다 하셔서, 저도 약간 심적인 부담은 덜었습니다만, 그래도 대단하시다 생각은 했네요.
먼저 가죽의 색상부터 정해야 했습니다. 원래는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손잡이 가죽 탠 색상처럼 태닝이 가능한 가죽을 사용하려 했습니다만, 여러 정회원들의 만류... ㅋㅋ 무조건 깔맞춤 하라 해서.. 제 993의 실내컬러인 캐시미어 베이지로 무조건
만장일치... 그래서 캐시미어 베이지 색상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은 작업의 범위...
자 순정 993의 트렁크 카펫은 이렇죠.. 못봐줄 정도죠..예쁘게 각이좀 잡혀있던지.. 쭈글쭈글 정리가 안됩니다. 이 카펫은.
걷어내고 내부를 보며 고민합니다. 싱어처럼 어떻게 할 것인가.
싱어는 양 사이드 철판을 노출시켜두었습니다만, 까보니 993은 양사이드에 겁나 장비가 많네요... 저걸 노출시켰다간 너무 보기 싫을듯.
싱어는 이렇게 양사이드에 발라스터도 없고 깔끔합니다만, 아마 어딘가로 발라스터를 이동시켰겠죠.
하지만 우리는 순정을 건드릴 순 없기에, 그냥 가죽으로 좀 더 응용해서 가려야겠죠.. 그래서 아래 그림처럼 옆에 저렇게 빨갛게 칠한 부위를 덮어내는 걸로. 근데 곡선의 미는 살려야겠죠.. 그래서 저렇게 끝네미는 R값을 주기로 했습니다.
자 이렇게 모두 가려야 하는 거죠. 첫 가봉 날이었습니다. 모든 곳의 치수를 모두 재어 가셨습니다.
역시 테일러분은 다르십니다... 자동차쪽 분이었다면 불가능할 프로젝트였습니다.. 딱 봐도 저렇게 어지러운데 과연 저게 울거나 쭈그러짐없이 가능할까... 특히 양사이드는 발라스터에 튀어나온것들.. 저걸 어찌 처리해야할까 저와 함께 고민해야했죠.
두번째 가봉 방문이셨습니다. 1차 패턴지를 떠오셔서 러프한 사이즈를 맞춰보고 디테일한 피팅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3차 가봉 방문하셨습니다. 약간 더 수정된 패턴지를 떠오셔서 몇군데 수정하며 좀더 디벨럽된 핏팅을 맞추셨습니다.
그 뒤로 4차, 5차 가봉까지 진행되어졌고, 사람의 몸과 달리 이 트렁크는 단 1~2mm 핏팅의 어긋남이 발생하면 끼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우는 현상도 발생하고요. 사람의 몸은 부드럽지만, 차는 딱딱하니까요. 약간만 안맞아도 우그러집니다.
그래서 5차까지 가봉이 진행되어졌습니다. 무려 부산에서 여기 서울까지 그렇게 방문해 주셨습니다.
비스포크 수트 양복점에서 이루어지는 자동차 트렁크용 가죽의 패턴뜨기... 국내 최초가 아닐 까 싶습니다.
탑 퀄리티를 위하여 시작된 프로젝트.
그래서 최종 결과물...
비스포크 맞춤수트 양복점x가죽공방 아뜰리에에서 창조해낸 결과물.
아래 사진으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고민이 반영된 다이아몬드의 적절한 크기.
손바느질로 완성된 스티치의 퀄리티. 재봉틀로 미싱한 머쉰 메이드가 아닙니다. 풀-핸드쏘운. 탑 퀄리티.
최상의 핸드백용 가죽. 퀄리티. 섬세하게 바느질된 디테일들.
Rennline 스트럿바를 구매하여, 비스포크 양복점으로.
바느질 부분.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결과물.
이제 장착된 모습 보여드립니다.
스트럿바의 다크탠 색상과 트렁크매트의 탠색상의 조화가 좋아서 스트럿바를 밖으로 내어봤습니다만, 스트럿바가
매트를 눌러버려서 우아한 곡선의 미를 끊어버리네요. 그래서 스트럿바는 안쪽으로 다시 넣고 찍은 사진 아래에 또 펼쳐집니다.
일단 스트럿바의 핸드쏘운 손바느질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스트럿바를 가죽매트 뒤로 보냈습니다. 원래 싱어 것처럼 곡선의 미가 끊기지 않는군요
곡선의 느낌. 그리고 적당히 골조를 노출한 이 느낌. 그리고 사이드를 보시면 힘있는 심지를 사용해 곡선의 미를 연장시켜 자연스럽게 발라스터를 가렸습니다. 메인 누빔 큰판과 함께 곡선으로 같은 디자인 언어가 느껴지도록 했죠.
전체적인 볼륨감이 중요했습니다. 트렁크내 구조물에 의존되지 않고, 약간 띄워져 버텨야 하는 그 곡선의 볼륨감.
양복점에서는 수트의 라펠의 볼륨감을 살리는 팔자뜨기 손바느질이 양복의 질을 결정짓죠. 양복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하기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볼륨감에 대한 이해.
가장 어려웠던 운전석쪽 사이드 가리기 부분.. 킬스위치를 정확히 피해서 정확한 핏팅으로 제작되어져 곡선의 볼륨감을 함께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매트 뒤쪽으로 이동한 스트럿 바.. 살며시 보이는 가죽이 더 느낌이 좋아습니다.
살짝 다른 가죽이 보이는게 대놓고 보이는 거보다 고급스럽달까요.
핸드 스티치의 디테일과 더불어 프레임 마감도 같은 가죽으로 돌려 마감했습니다. 정확한 피팅.
비상삼각대용 홀더.
모든 디테일이 만족스러운 수준의 작업이었습니다.
트렁크 앞쪽의 핏팅 상태. 완벽합니다. 저는 장인을 만난 거 같습니다.
힘있게 아로진 이 곡선의 미를 보십시오. 모든 것이 제가 요구한 대로 나와줬습니다. 정말 감동했습니다.
이 미친듯한 볼륨감.
이쪽에서 내려다본 뷰를 보세요. 이 곡선을 보세요.
이런 느낌은 일반 시트가죽 업체에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라펠의 굴림처럼. 양복점을 하시는 분이었기 때문에 이런 심지에 대한 이해도. 어떤 심지를 써야 할지 아셨던 것입니다.
아름다운 곡선입니다. 그리고. 상단의 핏팅을 보십시요. 본넷 프레임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모든곳이 완벽한 핏팅. 완벽한 곡선.
완벽한 곡선과 함께 완벽하게 본넷프레임에 들어 맞습니다.
미친 곡선의 향연.
완벽합니다. 이곳의 피팅도.
반대쪽 운전석쪽 가장 복잡한 곳의 피팅.
완벽합니다.
저는 너무 만족합니다. 행복합니다. 볼때마다 미소가 지어져요.
비용과 상관없이 탑 퀄리티를 원했습니다. 근데, 우연히 만난 분께서, 저의 요구사항을 이렇게 잘 구현시켜주셔서
지금 행복할 수 밖에 없는 결과물을 만났습니다.
일반 시트가죽집에 맡겨봤다면, 아마 제가 원하는 것을 이해조차 못했을 수도 있고, 너무 다르게 나와서 굉장히 얼굴 붉힐 일도 있었을거라 생각됩니다.
어떠한 직업군의 분들이 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으실지에 대한 깊은 고찰 끝에, 자동차와 연관 없는 분에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성심성의껏 만들어주신 부산의 테일러샾x가죽공방아뜰리에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나이가 젊으시지만 진정 장인의 모습을 느꼈습니다. 제가 저희 ACP가입해서 제 후기글 한번 보시라고 했는데 얼마전 가입을 하셨네요.
혹시 하고 싶은 분들계시면, 993은 저보다는 쉽게 제작이 가능합니다.
제차로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패턴지가 완성되어졌기 때문에 가봉이 이젠 거의 필요없을 것이고요
964는 저처럼 맨처음 한분의 가봉작업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곳 사장님과 1도 이익관계가 없고요 처음뵈었고, 다만 제차로 너무 고생하시고 멀리 부산에서 5번이나 오시며
열심히 해주셨기에 이런 후기 글을 올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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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긴말 필요 없이 리스펙입니다. 공방의 태일러분과 세드릭님!!
침이 흘렀습니다.! 진짜 최고!
대단합니다
멋져요~
정말 멋집니다👍🏻👍🏻
상처나고 더러워질까봐 짐 못넣을것 같아요🤩
세상엔 못해서 못한게 아니라 안해서 못한게 훨신 많은듯 합니다..(순정을 훼손하지않는 범위내에서는) 고정관념에서 조금만 비틀어보면 한국에서도 할게 무지 많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