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요일에 집사람과 명량을 봤다. 원래 토요일에 보려고 했으나 매진이 되어
이날 본 것이다. 명량이 최단기간 흥행기록을 수립하고 있다니 더욱
관심을 갖고 관람했다. 명량을 본 나의 영화평가는 100점 만점에
80점 쯤 줄 수 있는 것 같다. 일단 해전씬이 압권이었다.
상당한 분량이 CG로 처리되었지만 세밀한 부분까지 아주 실감있게
해전씬을 연출했다. 또 이순신을 맡은 최민식의 캐스팅을 잘 한 것 같다.
과묵하면서 위엄있는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 또 적장으로 나온 류승룡이나 김명곤 등의 캐스팅도 잘 된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순신 장군을 다루었었다.
이번에는 명량해전만을 심층적으로 보여준 것이 다른 점이다
허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명량해전은 워낙 잘 알려진 해전이었기에
결과는 예상되는 것인 바 명량해전을 위해 이순신 장군의 작전을 짜는
과정이 좀 더 다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위민정신이 투철했던
당시 이순신 장군이 백성들의 협력을 받아 전투를 준비했던 과정도 좀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영화 마지막 장면에 한산도 대첩의
거북선이 불을 뿜어내는 장면으로 마무리 되는데 정유재란에서의
명량해전 의미나 이순신 장군이 전승했던 역사적 스토리를 자막처리로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오늘 영화관을 보니 젊은 학생들이 적지않게 보였다. 사실 요즘 학교에서
역사교육도 부족하고 애국심도 결여되어 있다는 걱정도 드는데 많은
젊은이들이 명량같은 영화를 보면서 우리역사를 이해하고 애국심도 고양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은 너무한 것일까?
어쨌든 세계해전사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중 하나로 기록되었다는 명량해전,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고 있다.
요즘같은 시대에 이순신 장군 같은 위대한 지도자가 우리나라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사회지도자들 이 영화 단체관람 해야 하는 것 아닌지....
2.이순신 연구소를 운영하는 지인께서 메일로 명량대첩 직후 이순신 장군께서
쓴 난중일기를 보내왔다. 그런 전쟁 통에 난중일기를 빠짐없이 쓰신 이순신
장군,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 이순신 장군은 이 나라를 위해 분명 하늘이 내린 분이다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장군께서는 명량해전 승리를 천행이라 했지만 결코아니다
탁월한 지휘력과 전술/전략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9월16일 (甲辰). 맑음. 이른 아침에 별망군(別望軍)이 와서 보고하기를,
"적선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명량을 거쳐 곧장 진지(陣地)를
향해 온다." 고 했다. 곧바로 여러 배에 명령하여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가니,
적선 백삼십여 척이 우리 배들을 에워쌌다. 여러 장수들은 스스로 적은 군사로 많은 적과
싸우는 형세임을 알고 회피할 꾀만 내고 있었다.
우수사 김억추가 탄 배는 이미 두 마장 밖에 있었다. 나는 노를 급히 저어
앞으로 돌진하며 지자(地字), 현자(玄字) 등의 각종 총통을 마구 쏘아 대니,
탄환이 나가는 것이 바람과 우레처럼 맹렬하였다.
군관들은 배 위에 빽빽이 들어서서 화살을 빗발치듯 어지러이 쏘아 대니,
적의 무리가 저항하지 못하고 나왔다 물러갔다 했다. 그러나 적에게
몇 겹으로 둘러싸여 형세가 장차 어찌 될지 헤아릴 수 없으니, 온 배안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돌아보며 얼굴빛이 질려 있었다.
나는 부드럽게 타이르기를, "적선이 비록 많다 해도 우리 배를 바로 침범하지
못할 것이니 조금도 마음 흔들리지 말고 더욱 심력을 다해서 적을 쏘아라." 라고 하였다.
여러 장수의 배를 돌아보니 먼바다로 물러가 있고, 배를 돌려 군령을 내리려 하니
적들이 물러간 것을 틈타 더 대들 것 같아서 나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할 형편이었다.
호각을 불게 하고 중군에게 명령하는 깃발을 세우고 또 초요기를 세웠더니,
중군장 미조항 첨사 김응함의 배가 차츰 내 배에 가까이 왔는데, 거제 현령
안위의 배가 먼저 이르렀다. 나는 배 위에 서서 직접 안위를 부르며 말하기를,
"안위야, 군법에 죽고 싶으냐? 네가 군법에 죽고 싶으냐? 도망간다고 어디서 살 것이냐?"고
말하였다. 그러자 안위도 황급히 적선 속으로 돌입했다. 또 김응함을 불러서 말하기를,
"너는 중군장이 되어서 멀리 피하고 대장을 구하지 않으니, 그 죄를 어찌 면할것이냐?
당장 처형하고 싶지만 적의 형세가 또한 급하므로 우선 공을 세우게 해주마." 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두 배가 먼저 교전하고 있을 때 적장이 탄 배가 그 휘하의 배 두 척에 지령하니,
한꺼번에 안위의 배에 개미처럼 달라 붙어서 기어가며 다투어 올라갔다.
이에 안위와 그 배에 탄 군사들이 각기 죽을 힘을 다해서 혹 몽둥이를 들거나
혹 긴 창을 잡거나 혹 수마석(水磨石) 덩어리로 무수히 난격하였다. 배 위의
군사들이 거의 기운이 다하자 나는 뱃머리를 돌려 곧장 쳐들어가서 빗발치듯
마구 쏘아 댔다. 적선 세 척이 거의 뒤집혔을 때 녹도 만호 송여종, 평산포 대장
정응두(丁應斗)의 배가 잇달아 와서 협력하여 적을 쏘아 죽이니 한 놈도 살아남지 못했다.
항복한 왜인 준사(俊沙)는 안골에 있는 적진에서 투항해 온 자인데 내 배위에
있다가 바다를 굽어보며 말하기를, "무늬 놓은 붉은 비단옥 입은 자가 바로
안골진에 있던 적장 마다시(馬多時)입니다." 라고 말했다. 내가 무상(無上) 김돌손(金乭孫)을
시켜 갈구리로 낚아 뱃머리에 올리게 하니, 준사가 날뛰면서 "이자가 마다시입니다." 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바로 시체를 토막내라고 명령하니, 적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우리의 여러 배들은 적이 침범하지 못할 것을 알고 일시에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나아가 각기 지자, 현자 총통을 쏘니 소리가 산천을
뒤흔들었고, 화살을 빗발처럼 쏘아대어 서른 한 척을 쳐부수자 적선들은
후퇴하여서 다시는 가까이 오지 못했다. 우리의 수군이 싸움하던 바다에
정박하고 싶었지만 물살이 매우 험하고 바람도 역풍으로 불며 형세 또한
외롭고 위태로워 당사도로 옮겨 정박하고 밤을 지냈다. 이번 일은 실로 천행(天幸)이었다.
- 노승석 옮김 [난중일기 완역본] - 에서 발췌
첫댓글 저도 봤습니다 명량 지난주에요~ 초반에서 중반까지 약간 지루한 감이 있긴했지만 전투씬에서는 볼만하더군요!
배우 최민식의 연기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영화자체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로 보지는 않습니다
요즘 시대상황과 맞물려 흥행을 한 것 같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한 지도자의 충성심, 전략이 나라를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보여준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큰 영화지요~~특히 지도자들의 판단력과 리더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