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8대 명산에 든다는 가야산 산행이 4월 27일(일)로 예정된 뒤로도 한참동안 신청자가 늘지 않는다. ‘과연 출발이 가능한지’ 고민이 돼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자연 속’에 들어가서 출발 여부를 확인하곤 했다. 출발 예정 주간에 들면서 반가운 이름들인 네모님을 필두로, 말객님 내외분이 신청하셨고, 역시 어려울 때 한역할하시는 스케치북님이 세 분의 꼬리를 단단히 붙잡아서 드디어 무조건 출발한다는 메시지가 뜨게 되었다.불안이 안도로, 나아가 기대와 다짐의 심리(선운산 미종주의 한을 풀겠다)로 부풀게 되었다.“그런 분 계시지 않는가?” 그분이 음식점 들어가면 갑자기 썰렁하던 음식점 자리를 삽시간에 채워지게 하는 분, 치북님이 그런 분이 아니신가 한다. 워낙 인기가 많으니까 “도대체 누구여? 한번 얼굴이라도 보자”하고 나오시는 분도 아마 계시지 않을까? 새로운 운영진이시 죠리퐁, 새아침님도 합류하셨다. 한 서른 분 정도로 좌석이 여유있는 관계로 느긋하게 눈을 붙이며 출발을 하였다.(아마 산삼님 속은 쪼께 쓰리셨을 것이렸다.)특히 이번 산행의 숨은 일등 공신은 아마 기사님일 것이다. 시속 몇 백키로 오셨는지 그 바쁜 일요일에 삼십 분이나 일찍 현지에 도착시켜 주셨다.
거두절미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이번 가야산, 남산제일봉 환종주 코스는 당일 코스로는 최고의 명코스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옛사람들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천시(天時)와 지리(地利), 인화(人和)이다. 천시보다는 지리가, 지리보다는 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헸는데, 내 생각에는 이 개념이 산행에도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천시는 좋은 날씨요, 지리는 산세와 풍광이라면, 인화는 산행을 함께 하는 사람들간의 호흡이라 하겠다.
가야산 종주 산행은 세 가지 조건이 아주 잘 맞아떨어진 산행이었기에 ‘자연 속’에서 함께한 당일 산행으로는 만족도가 가장 큰 산행이었다. 이런 코스의 산행은 함께한 분들이 자주 입소문을 내서 ‘자연 속의 ’‘리멤버 코스’로 약간씩 변화를 줘 가면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어도 좋지 않을까? 돌아오는 길에 내 옆좌석에 계신 분은 설악산도 지리산도 아닌 9월 가야산 칠불봉에서 운해 속에 갇힌 신비한 산행 체험이 7-8년이 지난 지금껏 가야산을 찾게 된다고 말하신다. 마치 케서린을 찾아 헤매는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 히스클리프처럼.
날씨는 모처럼 해맑은 일요일, 그다기 덥지도 않고 땀을 식혀주는 바람도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여름으로 가기 전 아마 마지막 봄날씨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온과 습도, 바람의 느낌이 모두 적절했다. 가야산의 경치는 청산님께서 찍으신 아래 사진들만 봐도 느낄 수 있듯이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탄스런 풍경의 연속이었다. 가야산의 만물상만 좋은 게 아니라 남산제일봉은 마치 전남 강진의 주작,덕룡산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한 바위들의 연속적인 조화를 맛볼 수 있는 코스이다. 정말 오기를 잘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야산 입구: 등산 시작점이다.10;30분경- 가는 길이 따뜻한 느낌이다. 탁배기 한 잔 마시고 가라는 가야산 아낙네의 유혹도 천사의 손길인 양 푸근하게 느껴졌다.>
<서석재로 오르는 길: 가야산 오르는 등뼈같은 길이다. 멋진 바위들이 많아 이런 운치있는 계단이 많다. 서석재까지는 좁은 등산로에 사람을 한 줄로 세워놓은 것처럼 등산객이 많다.간송님이 종주팀이라 먼저 간다고 양해를 얻어가며 올라갔다. 그래도, 바쁜 가운데도 모델사진 찍듯 사진을 찍으신다. 스케치북님은 모델이고, 간송님은 사진작가 같다. >
<서석재에서 본 만물상의 모습: 과연 뭐라고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시인이라도 표현을 못해 울며 그 자리를 떠나갈 모습 아닌가?>
<칠불봉과 우두봉(상황봉): 어는 곳이 주봉인지를 두고 합천군과 성주군의 입장이 다르단다.
못생긴 사람이 끼어서 칠불봉 사진이 희미하게 나왔다. 칠불봉이 훨씬 멋있다. 마치 불탑의 라이벌, 다보탑과 석가탑을 비교해서 보는 듯한 느낌이다. 두 주봉의 거리가 겨우 이백 미터이다.>
산행의 과정도 A조(환종주)의 경우 총 17킬로미터 주로 암릉 위주의 등반으로 총 7시간 정도 걸리는 묵직하지만 아주 힘들지는 않은 재미있는 코스라면, B코스 역시 가야산 종주 후에 해인사(지난 주 다녀온 선운산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크고 사람들이 붐비는 절로 부속 건물들과 문화재가 즐비한 곳이다.)를 관광하고 소리길까지 탐방이 가능한 적어도 5-6시간 정도 재미있는 산행과 관광이 가능한 코스이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자연 속--’이 인화가 잘 되는 산악회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산악회의 판에 밖힌 코스와 달리 ‘자연 속--’에서는 과감하게 가야산과 제일봉을 한 번에 묶는 종주매니아들이 아주 좋아할 코스를 연구해서 제시했다.(항상 코스를 짤 때 창의적인 코스를 제시하는 편이다.)그리고 누구든 함께 종주할 수 있는 열린 분위기를 조성해서 (그들만의 닫힌 드림팀이 아닌) 누구나 동참가능한 열린 드림팀을 만들어 가고 있기에 함께 드림팀 속에서 종주를 해 보면 다들 좋다고 하신다. 산삼님 이하 여러 대장님이 이런 드림팀들이 많이 만들어서 화목하게 산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면 한 번 참가하면 그 사람들이 그리워서 자주 얼굴을 뵐 수 있는 화목한 ‘드림,드림,드림, 페블러스 드으림’한 산악회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교적이어서 산행할 때마다 아는 사람을 몇 분씩 만드시는 치북님이 자연 속에서 임원진으로 뛰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좀 연식은 있으시지만, 얼굴 되지, 트로이의 헬렌처럼 늘씬하시지, 성격 좋지, 함께 산행해 보면 우직하게 앞장서서 산행을 리드하지. 종주를 잘 하시고 싶다구요? 궁금하시면? 스케치북님께 문의
<해인사에 도착한 ‘드림팀’의 모습>
<남산제일봉 정상에선 ‘드림팀’>
왼쪽부터 간송님, 청산님, 청산목님, 네모님, 필자, 스케치북님-다들 사진빨 좋네!
역시 이번에도 스케치북님을 필두로 스키타듯 한 줄로 올라가고 내려간다. 청산님은 남산제일봉 종주를 반드시 시간 내에 해내야 한다고 해서 해인사부터는 부군이 앞장을 섰다.(아일 스타트 어 조크) 부창부수라더니 남들이 보면 부부가 다해먹는다 생각할 수도. 선운사 경우처럼 드림팀이 버스출발시간 발목을 잡아선 안 되기에 해인사부터는 좀 빠르게 산행을 하였다. 이번에는 뒤풀이고 뭐고 시간 내 종주가 최우선이다. 늦을 경우 나 혼자라도 뛰어서라도 종주해서 선운사 미종주의 한을 꼭 풀겠다고 공언했다. 다들 내 큰 소리에 겁먹었나. 뛰 듯 간다.
<청량사 하산에서 마지막 사진이다. 청량사에서 주차장까지 2킬로미터 이상 걸었다. 멀리 서있는 버스가 뉴신명관광차로 보여 빨리 가겠다고 가시에 찔리면서 길 아닌 길을 지나 개울까지 건느면서 가봤더니. 뉴신명이 아니었다. 과연!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게 사실과 맞는가? 눈이 12갠데, 모두 뉴신명으로 봤다. 우린 머리 속에 이미 만들어진 뉴신명의 이미지를 비슷한 차에 덧씌워놓고 뉴신명을 보고 있다고 착각을 한 게다.
< 드림팀이라고 해서 그 동안 역겨워 하셨죠? 자뻑 드림팀이므로.청량사 하산 차 오기 전 허겁지겁 막걸리에 깍두기 안주해서 먹고 즉시 해체하었음을 신고합니다.>>
끝으로 이번 산행 끝에 부수적으로 느낀 점이 있어 적는다.
이번 산행에서는 특별한 두 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한 쌍은 말객님 부부, 또 한 쌍은 스케치북님 부부이다. 자연 속 종주팀의 우상이신 말객님, 그 뭐더라 오래된 아일랜드 영화에선가 나오는 전설적인 ‘바람의 기사’처럼 언뜻언뜻 오셨다가 놀라운 기록을 남기고 죽전에서 조용히 내리시는 분이 이번엔 영화‘쿼바디스’의 데보라 카처럼 여신 미모의 사모님과 함께 산행을 나오셨다. 사모님을 케어하기 위해 종주하지 않고 편안한 산행을 하신단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그렇게 하신다는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스케치북과 부군 청산님, 어쩌면 두 분은 취미만 같은 게 아니라 수준까지 비슷하시다. 스케치북님은 삐질까봐 가끔 한 번씩 함께한다고 하는데, 치북님이 일주일에 네 번씩 산을 다니시며 집을 비우셔도 회사 다니시며 살림을 다 살아내며 열심히 외조하시는 부군님의 산행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부군님 외조가 치북님이 저렇게 생기있게 사시는 이유인 것 같다..우리 집사람도 산을 다니긴 하지만 수준이 안 맞아서 나는 혼자 다니는데..남들은 ‘젖은 낙엽처럼’ 아내 곁에 꼭 붙어서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내 취미는 점점 갈수록 신앙화되서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반드시 교회가듯 산에 가는 세월이 늘어갈수록 부부간의 거리도 새삼 멀어져서 한 집에 살면서도 십여 미터쯤 떨어진 딴방에서 ‘편안히’ 자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 산에 가는 것도 반드시 돌아오기 위해 가는 것이지, 산 속으로 아주 들어가 버리기 위한 예행 연습이 아닌데..집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산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던가? 고슴도치 이야기다. 고슴도치는 너무 외로워서 서로 가까이 가려고 하면 가시 때문에 서로 찌른다고 그래서 가까이 갈 수 없어서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는다고 하는 고습도치 딜레마! 이게 새삼 내 얘기가 되는 건 아닌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모님과 행복하게 주무시는 마치 어린 왕자같은 말객님의 모습과 친구분과 어울려 막걸리를 드시며 귀갓길도 저리도 흥겨운 치북님 부부를 보며 오랜 만에 집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 산과의 불륜도 언젠가 끝날텐데...이날따라 집에 가는 길이 왜 이리 더딘지...
2013.4.29.(월) 가야산에 다녀온 뒤에
첫댓글 멎진 산행기 의미있는 산행기 잘보고갑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읍니다
풍월님이 오셔서 친구분들과 함께 했다면 훨씬 더 멋있고 신나는 산행이 되었을 텐데 아쉽습니다.담에 자연속에도 모습 보여주시면 감사하구요. 수불도북할 기회가 되면 연락주시면 감사합니다.
캬아 역쉬 대단하십니다누구들은 그렇게 말합니다- "빨리 산을 타는 사람들 이해가 안된다고저렇게 리기하면 이 멋진 자연은 못볼거라고" 하지만 후기글에서 보듯이 멋진 풍광을 살방산행한 우리보다도 더 잘보고 깊이 느끼셨네요이제는 드림팀에서 적어도 한분이 운영자로 함께해 주실것을 간청합니다나도 열심히 노력해서 올해 안에는 따라다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주말 이틀을 산사랑에 빠져버린 산
산삼님께서 고심해서 좋은 코스 잘 짜주신 덕분입니다.따라온 친구분 말로는 가야산과 연계되는 산들 중에 좋은 곳이 많은데 타산악회에서는 잘 안 온답니다. 더 좋은 코스 만들어 주시면 감사합니다.스케치북님처럼 사교성 좋고 항상 산행을 리드하시면서 남을 잘 품는 성품을 가지신 분이 했으면 좋겟습니다.우리는 직장 내규상 사적인 모임에 장의 허락없이 운영진에 참여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느낌을 온전히 글로 옮긴다는 것, 참 쉬운 일인 것같지만, 정말 어려운 일인데 황방님은 느낌을 글로 전달하는 능력이 참 뛰어나세요.^^* 저는 글 한줄 쓰는 데도 한참을 보내야하는데.. 황방님을 비롯해서 드림팀 멤버, 산행하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드림팀 운영하시고 깊은 우정 쌓으시기 바랍니다.^^* 충분히 드림팀 자격있습니다. 해체하지 마세요^^*
말객님이 칭찬에 몸둘 바 모르겟습니다. 건강을 회복하시면 드림팀(그날 모여서 함께 종주하면 그게 드림팀입니다.)에참여하셔서 좋은 경험담 많이 들려주시고 산행인도하시면 영광으로 여기겠습니다.
향방님 좋은산과글 죽여주네요 그리고 부부팀이
한분있어요 이번에 운영자 조리퐁님 부부가 산객 입니다 앞으로 드림팀에 합세할것입니다 잘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렇군요.젊고 잘 생기신 조리퐁님이 새 운영진에 오셔서 새 바람이 일 겁니다.기대합니다.
산 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후기 글 읽는 재미는 더더욱 굿!!!! ㅎㅎㅎ.. 오래도록 산에서 뵈었음 좋겠습니다..사모님도 특별 훈련 시키셔서 동행 하셔요~~제가 그랬거던요,, 산에 같이 안 다님 이혼 한다구? 우리 집은 진짜 성별이 바뀐 것 같아요..
비록 운영자는 아니지만 열심히 산행하며 운영진님들이 원하시는 산악회가 되도록 동참 하겠습니다...ㅎㅎㅎ 기존 동호회 산악회 대장 겸 총무를 맡아서 우선은 신랑 뜻대로 해 줘야 제가 오래 산행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쉽습니다.스케치북님이 적격이신데.좌우튼 자연속을 아지트라 생각하시고 자주 들르시고, 산행에 치북님이 참여하면 덩달아 참가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집사람은 아직 집에서 크지만 애기같은 애들 뒷바라지한다고 종주 산행은 엄두를 못내고요. 제 대신 매일 산책시켜야 할 막내 '똘이'도 건사해야 하고요.말객님 본받아 한 달에 한 번은 못해도 서너달에 한 번 정도는 케어하는 산행을 생각 중입니다.사부님 등산선수입니다.함께 하시면 히말라야도 충분하시겟어요.저도 은퇴 후에는 집사람과 함께 히말라야나 뉴질랜드밀포드, 중국,일본 등 세상에서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두루 가 볼 계획입니다.지금부터 트레킹을 위한 저축해야겠어요.
운명의 장난처럼 산행 날짜가 겹쳐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가야산....이건 립서비스고 실은 몇년전에 갔기 때문에 다른 곳을 선택했는데 산행기를 읽으면선 후회와 아쉬움이 일어나네요...좋은 산행 안전하게 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산행후기 잘 읽었습니다...황방님의 장황하면서도 구수한 말솜씨에 나도 모르게 감격해서 갑자기 칠불봉이 흐려지네요....
그러지 않아도 산행하면서 호기자님이 계셔야 우리가 못 보는 것 챙겨 보시고 간결하면서도 야무지게 본것들을 실감나게 옮길 텐데라고 여러 번 탄식하듯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저를 비롯하여 호기자님 글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습니다.자연속에서 자주 뵙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