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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스크랩 한시모음-2
그냥바바 추천 0 조회 162 16.10.11 17:2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양경우(梁慶遇)

 

전가(田家)

枳殼花邊掩短扉(지각화변엄단비)
餉田村婦到來遲(향전촌부도래지)
蒲茵?穀茅?靜(포인쇄곡모첨정)
兩兩鷄孫出壞籬(양량계손출괴리)

탱자꽃 옆에 사립문 닫혀있고

새참 나르는 시골 아낙 늦게만 느껴진다

멍석에는 곡식 말리고 처마는 고요한데

병아리들 쌍쌍이 무너진 울타리 새로 나온다

양녕대군(讓寧大君)

 

 

문녕월흉보

(聞寧越凶報)

龍御歸何처(용어귀하처)

愁雲起越中(수운기월중)

空山十月夜(공산시월야)

痛哭訴蒼穹(통곡소창궁)

임이여 임은 어디로 가셨나요

구름도 시름인양 영월에서 떠오르는데

쓸쓸한 가을밤을 지새워 가면서

하늘을 우러러 목놓아 통곡하네

양사언(楊士彦)

 

추사(秋思)

高煙生曠野(고연생광야)
殘日下平蕪(잔일하평무)
爲問南來雁(위문남래안)
家書寄我無(가서기아무)

넓은 들판에 높이 연기 피어오르고

지는 해 수평선 아래로 지는구나

남으로 날아온 기러기에게 묻노니

혹 나에게 부쳐온 집 편지는 없느냐

양성지(梁誠之)

 

차영소어

(次?小魚)

雨餘江上綠生鱗(우여강상록생린)

同隊洋洋泳白?(동대양양영백빈)

想得盆池煦沫處(상득분지후말처)

?翁經濟本斯民(부옹경제본사민)

비 갠 뒤 강 위에 비늘 푸른 물고기들
큰 물에 떼지어 흰 마름풀 사이를 헤엄친다
생각난다, 분지의 따뜻한 포말이는 곳에서
부옹이 다니며 사람들 보살핀 곳이 이런 곳이리라

양응정(梁應鼎)

 

과어양교

(過漁陽橋)

樹色煙光畵太平(수색연광화태평)
河橋猶帶舊時名(하교유대구시명)
伊凉若是簫韶曲(이량약시소소곡)
豈使胡雛犯兩京(기사호추범양경)

안개 낀 나무빛은 태평성대를 그린 듯 한데

물가 다리는 여전히 옛 이름을 가지고 있구나

이주가와 양주가가 태평가라면

어찌 오량캐 새끼가 두 서울을 범하였으리오

어무적(魚無迹)

 

미인도(美人圖)

睡起重門??寒(수기중문심심한)
?雲繞繞練袍單(빈운요요연포단)
閑情只恐春將晩(한정지공춘장만)
折得梅花獨自看(절득매화독자간)

차가운 날씨에 잠 깬 미인이

잠옷 차림에 검은 머리 치렁치렁

권태로워 다만 봄이 다 지날까봐

매화가지 꺾어서 혼자서 바라보네.

오숙

 

만청(晩晴)

稍稍雲移影(초초운이영)
微微樹帶陰(미미수대음)
野含芳草性(야함방초성)
村見老農心(촌견로농심)
山鳥歸林晩(산조귀림만)
池魚樂水深(지어악수심)
登皐倚藜杖(등고의려장)
聊復一閑吟(료부일한음)

조금씩 구름은 그림자 옮아가고

희미하게 나무들은 그늘지는구나.

들판은 향기로운 풀 맛을 머금고

마을에는 늙은 농부의 마음 보인다.

산새는 저녁 숲으로 돌아오고

못 속의 물고기 물이 깊어 좋아라.

청려장 짚고 언덕에 오르니

애로라지 다시 한 번 한가히 읊어본다

오순(吳洵)

 

화오(花塢)

披書獨坐百花林(피서독좌백화림)
魏紫姚黃淺復深(위자요황천복심)
讀了塵編欲吟賞(독요진편욕음상)
風吹紅雨滿衣襟(풍취홍우만의금)

책을 펴 혼자 앉았으니, 온갖 꽃들의 숲

위자와 요황, 그 빛깔이 옅고도 깊다

먼지 낀 책을 읽고, 시 지어 완상하려니

바람이 불어와, 붉은 꽃비 옷깃에 가득 차네

오윤겸(吳允謙)

 

소공대(召公臺)

景物隨時好(경물수시호)
民生到處哀(민생도처애)
未宣南國化(미선남국화)
空上召公臺(공상소공대)

경물은 수시로 좋아지는데

민생은 가는 곳망다 애처롭다

남국의 교화를 펴지 못한채

나는 쓸쓸히 소공대를 올라본다

왕백(王伯)

 

산거춘일

(山居春日)

村家昨夜雨??(촌가작야우몽몽)
竹外桃花忽放紅(죽외도화홀방홍)
醉裏不知雙?雪(취리부지쌍빈설)
折簪繁?立東風(절잠번악입동풍)

어제 저녁 시골집에 보슬비가 보슬보슬

대숲 밖 복사꽃에 갑자기 붉게 피었구나.

술에 취해, 귀밑머리 서릿발 알지 못하고

무성한 꽃가지 꺾어 꽂고 봄바람에 서있다.

왕유(王維)

 

인정(人情)

酌酒與君君自寬(작주여군군자관)
人情飜覆沙波瀾(인정번복사파란)
白首相知儒按劍(백수상지유안검)
草色全經細雨濕(초색전경세우습)
花枝欲動春風寒(화지욕동춘풍한)
世事浮雲何足問(세사부운하족문)
不如高臥且加餐(불여고와차가찬)

친구여, 술이나 좀 들려무나.
인정은 물결같이 뒤집히는 것.
흰 머리 되도록 사귄 벗도 칼을 겨누고,
보라, 비에 젖어 잡풀은 우거져도,
봄바람 차워 꽃은 못 핀다.
뜬구름 같은 세상일 말해 무엇하랴,
누워 배나 쓸며 지냄이 좋으리.

왕희지(王羲之)

 

신춘휘호

(新春揮毫)

日月往來(일월왕래)

元正首祚(원정수조)  

太?告辰(태족고진)

微陽始布(미양시포)  

?無不宣(경무불선)  

和神養素(화신양소) 로다.

해는 가고 달은 오며,

새날 길조 앞을 선다.

정월 때 됨을 알리고,

엷은 빛 처음 퍼진다.

다 마땅치 않음 없고,

신령에 화한 그대

원송수(元松壽)

 

연지(燕至)

秋葉題詩送爾歸(추엽제시송이귀)
春來還傍主人飛(춘래환방주인비)
杏梁亦有安身處(행량역유안신처)
應爲權門足禍機(응위권문족화기)

가을 잎에 시를 적어 너를 돌려 보냈더니

봄이 되니 돌아와 주인 곁에서 날아다니네

행량에도 또한 편안한 곳이 있지마는

권문은 화의 기틀 되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네

원천석(元天錫)

 

과양구읍

(過楊口邑)

破屋烏相呼(파옥오상호)

民逃吏亦無(민도리역무)

每年加弊?(매년가폐막)

何日得歡娛(하일득환오)

田屬權豪宅(전속권호택)

門連暴惡徒(문연포악도)

子遺殊可惜(자유수가석)

辛苦竟何辜(신고경하고)

헐린 집터에 까마귀 우는데

백성이 가난하니 아전 놈도 아니 오네

해마다 폐막이 늘어만 가니

어느 날에나 즐거움이 찾아올까

논밭은 권 문가의 수중에 들고

문에는 못된 놈 늘어서 있네

어린 자식들은 더욱 불쌍하고

괴롭고 애태움은 무슨 죄일까.

유근)(柳根)

 

 

봉증류천

(奉贈柳川)

書來春去期相訪(서래춘거기상방)
却笑韶華不肯歸(각소소화불긍귀)
桃?漸紅梨雪爛(도악점홍리설란)
寂寥微雨掩柴扉(적요미우엄시비)

소식은 오고 봄은 가니 만날 날 기약하나

꽃 보고 웃으며 돌아가려하지 않네

복사꽃은 붉어지고 배꽃은 찬란한데

쓸쓸하게도 보슬비는 사립문을 가린다

유몽인(柳夢寅)

이천(伊川)

貧女鳴梭淚滿?(빈녀명사루만시)
寒衣初擬爲郞裁(한의초의위랑재)
明朝裂與催租吏(명조열여최조리)
一吏?歸一吏來(일리재귀일리래)

가난한 아낙 베 짜니 눈물이 뺨에 가득

겨울 옷, 처음에는 낭군 위해 짜려 했었도다.

아침이 되어 끊어서 관리에게 건네니

한 관리 가자 돌아가자 다른 관리 찾아오는구나

유방선(柳方善)

 

설후(雪後)

臘雪孤村積未消(납설고촌적미소)
柴門誰肯爲相敲(시문수긍위상고)
夜來忽有淸香動(야래홀유청향동)
知放寒梅第幾梢(지방한매제기초)

섣달 외딴 마을, 쌓인 눈 녹지 않았는데

그 누가 기꺼이 사립문 두들기는가

밤 되어 홀연히 맑은 향기 풍겨오니

핀 겨울 매화꽃 몇번 째 가지인지 알겠노라

유성룡(柳成龍

 

풍산도중

(?山途中)

花山東畔一回頭(화산동반일회두)
雲日蒼茫樹木幽(운일창망수목유)
蔓草已能工結恨(만초이능공결한)
澄江那得解消愁(징강나득해소수)
人間得喪元無定(인간득상원무정)
宇內形骸正若浮(우내형해정약부)
千古至人留一法(천고지인류일법)  
只將身世倚虛舟(지장신세의허주)

화산 동쪽 언덕에서 한 번 돌아보니

구름 낀 해는 아득하고 나무가 울창하다.

덩굴풀 처럼 이미 교묘히 맺힌 나의 한

맑은 강은 어떻게 시름을 씻어 줄까.

인간의 상실감 시름 원래 정해 있지 않아

천지 안의 이 몸이 바로 부평초이로다.

천고에 철인이 한 가지 방법을 남겼나니

다만 빈 배에 몸을 의지하는 것어라.

유숙(柳淑)

 

추일우중유감

(秋日雨中有感)

他鄕作客頭渾白(타향작객두혼백)
到處逢人眼不靑(도처봉인안불청)
淸夜沈沈滿窓月(청야침침만창월)
琵琶一曲鄭過庭(비파일곡정과정)

타향의 나그네 되어 머리가 다 희었는데

이르는 곳마다 사람 만나도 반기지 않는다.

밝은 밤 어둑한데 창에 가득한 달빛

비파곡 한 곡조 정과정을 연주해보노라.

유순(柳洵)

 

서관벽상

(書館壁上)

踏盡膠膠??機(답진교교료료기)
夢中飛步入經?(몽중비보입경유)
隨年白髮徒千文(수년백발도천문)
難作淸朝補衰絲(난작청조보쇠사) :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 일 거의 밟아보고

꿈속에 날듯 걸어서 글방으로 들었소.

세월 따라 백발은 부질없이 길어지고

나는 맑은 조정의 옷 깁는 실 못 된다오

유승단(兪升旦

 

혈구사(穴口寺)

地縮兼旬路(지축겸순로)
天低近尺隣(천저근척린)
雨宵猶見月(우소유견월)
風晝不?塵(풍주불제진)
晦朔潮爲曆(회삭조위력)
寒暄草起辰(한훤초기진)
干戈看世事(간과간세사)
堪羨臥雲人(감선와운인)

거리는 가까운데 열흘 길이요

하늘은 낮아 바로 눈앞의 이웃이네

비 내리는 밤, 오히려 달 보이고

바람 부는 낮, 티끌 일지 않네

그믐과 초하루 조수로 달력삼고

차고 더운 날씨 풀로서 안다네

전쟁판에 세상 일 바라보니

구름에 누운 선인 부럽기만 하네

유영길(柳永吉)

 

차촉석루운

(次矗石樓韻)

玉窓雲暖小桃嚬(옥창운난소도빈)
?愴江梅已送春(추창강매이송춘)
畵?晩移芳洲?(화가만이방주계)
白鷗爭拂鏡中人(백구쟁불경중인)

구름 따뜻한 고운 창문으로 작은 복사꽃 찡그리는데

강가 매화꽃은 이미 봄을 다 보내는다니 서글러라

고운 배는 저녁에 향기로운 풀 우거진 물가로 떠가고

흰 갈매기는 다투어 거울 같은 물게 비친 나를 스쳐간다

유호인(兪好仁)

 

군자사(君子寺)

煙樹平沈雨意遲(연수평침우의지)
晩來看竹坐移時(만래간죽좌이시)
老禪碧眼渾如舊(노선벽안혼여구)
更檢前年此日詩(갱검전년차일시)

이내 낀 나무 어둑하나 비 내릴 기미 없고

늦어 돌아와 대숲 바라보며 오랫동안 앉았다

늙은 선사의 푸른 눈은 전과 다름없는데

지난 해 읽은 시를 오늘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 지난 해 읽은 시를 오늘 다시 자세히 살펴본다

유희경(-劉稀慶)

 

감회(感懷)

碧空雲盡月輪孤(벽공운진월륜고)
虛閣支?夜坐勞(허각지이야좌로)
同里故人多不賤(동리고인다불천)
此身何事困泥途(차신하사곤니도)

푸른 하늘에 구름 걷히고 둥근 달만 외롭고

빈 누대에 턱고이고 밤에 피곤하게 앉았노라

마을 친구들 천하지 않은 자들도 많은데

이몸은 무슨 일로 진흙에 빠진듯 곤궁한가.

윤두수(尹斗壽)

 

남대지(南大池)

?枕初驚白雁秋(의침초경백안추)
憑君同上李膺舟(빙군동상리응주)
片雲只是催詩興(편운지시최시흥)
莫向輕陰浪作愁(막향경음랑작수)

베개 기울어 놀라니, 흰 기러기 나는 가을

그대 편으로 같이 이응주에게 올립니다

조각구름은 시를 재촉하는 흥취이라

뜬 구름 향하여 부질없이 근심하지 마오

윤선도(尹善道)

 

당성후만흥

(堂城後漫興)

入戶靑山不待邀(입호청산불대요)
滿山花卉整容朝(만산화훼정용조)
休嫌前瀨長喧耳(휴혐전뢰장훤이)
使我無時聽世?(사아무시청세효)

맞아들이지 않아도 청산은 창으로 들고

산에 가득한 꽃들은 단정히 조회하네

앞 여울 물소리 시끄럽다 싫어마소

시끄러운 세상 소식 듣지 않게 해준다오

윤소종(尹紹宗)

 

능연각(凌煙閣)

定策雖群彦(정책수군언)
酬功在一人(수공재일인)
民心去隋久(민심거수구)
天命向唐新(천명향당신)
滌蕩三邊日(척탕삼변일)
丹?萬古春(단청만고춘)
英雄何代乏(영웅하대핍)
往事不順珍(왕사불순진)

책략을 세운 것은 여러 선비지만

공을 갚음은 한 사람에게 달려있도다

민심이 수 나라 떠난 지 오래이고

천명이 당 나라로 향하여 새로워졌구나

삼변을 소탕한 날이여

단청은 만고의 봄이도다

영웅이 어느 땐들 부족하랴

지나간 일 진기하게 여길 필요 없도다

윤여형(尹汝衡)

 

원일만성

(元日漫成)

去歲正朝是洛陽(거세정조시락양)
今年元日又南荒(금년원일우남황)
馮驩彈鋏長爲客(풍환탄협장위객)
王粲登樓苦憶鄕(왕찬등루고억향)
風軟柳條?弄色(풍연류조재롱색)
日姸梅?不勝香(일연매악불승향)
?絲不管新春事(빈사불관신춘사)
萬里天涯一鏡霜(만리천애일경상)

작년 설날은 서울서 맞았는데

올해 설날 아침은 또 남쪽 시골이라

탄협하는 풍환은 늘 나그네 신세

누각에 오른 왕찬은 고향을 그리웠다네

산들 바람에 버들가지는 겨우 빛을 놀리고

햇살은 곱고 매화꽃은 향기를 못 이기네

귀밑머리털은 새 봄을 관계 않고

하늘 가 만리 타향에 거울 가득 서리네

위응물(韋應物)

 

유거(幽居)

貴賤雖異物 귀천수이물
山門皆有營 산문개유영
獨無外物牽 독무외물견
遂此幽居情 수차유거정
微雨夜來過 미우야래과
不知春草生 부지춘초생
靑山忽已曙 청산홀이서
鳥雀繞舍鳴 조작요사명
時與道人偶 시여도인우
或隨樵者行 혹수초자행
自當安蹇劣 자당안건열
誰謂薄世榮 수위박세영

귀하고 천한 게 모두 다르지만
문밖에 나서면 제각기 일이 있어

홀로 명리에 끌리지 않아
끝내 한가히 사는 정 기른다.

밤새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풀은 얼마나 자랐는가.

청산엔 아침 햇볕 비꼈는데
새들은 집을 싸고 울어 예누나.

때로는 도사와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초부를 따라도 가고

이렇게 사는 것이 즐거운 것을
뉘라서 세상영화 엷다 하더뇨.

을지문덕(乙支文德)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

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그대의 책략은 천문을 연구했고

묘한 승산은 지리를 다했구려

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족함을 알고 그만 두는 것이 어떠하오.

이개(李塏)

 

이화(梨花)

院落深深春晝淸(원락심심춘주청)
梨花開遍正冥冥(리화개편정명명)
鶯兒?是無情思(앵아진시무정사)
掠過繁枝雪一庭(략과번지설일정)

원은 깊고 깊어 봄낮은 맑은데

배꽃은 두루 피어 막 어두워지는구나

꾀꼬리는 진정 무정한 심사러니

무성한 가지를 스쳐가니 온 뜰이 눈이로구나

이건(李健)

 

해남도중

(海南途中)

三湘魚雁絶(삼상어안절)
萬里??孤(만리척령고)
去去多?路(거거다기로)
何時得坦途(하시득탄도)

삼상에 물고기와 기러기 보이지 않고

만리를 떠도는 할미새는 외로워라

갈수록 더욱 갈림길이 많아지니

어느 때라야 평탄한 길 걸을 수 있을까

이건창(李建昌)

 

매화(梅花)-

盡日淸齋坐小龕(진일청재좌소감)
時聞廚婢語??(시문주비어니남)
絲絲楊柳裁衣好(사사양류재의호)
粒粒梅花作飯甘(립립매화작반감)

종일톡 청결한 집 작은 방에 있으니

부엌 조이 재잘거리는 소리 들려오나니

실실이 버들잎이랑 옷지으면 좋겠고

알알이 매화꽃일랑 밥지으면 맛있겠다고 하네

이곡(李穀)

 

차강화군

(次江華郡)

海山深處一扁舟(해산심처일편주)
行到華山興未休(행도화산흥미휴)
自古金湯能害德(자고김탕능해덕)
移都此地是誰謀(이도차지시수모)

바닷가 산, 깊은 곳에 조각배 하나 타고

화산에 이르니 흥은 아직 그치지 않는다.

예부터 견고한 성채는 덕을 해칠 수 있나니

도읍을 이곳으로 옮기다니 누구의 계책이었나.

이규보(李奎報)

 

영정중월

(詠井中月)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리.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게 되는 것을

이 달(李 達)

 

습수요(拾穗謠)

田間拾穗村童語 전간습수촌동어
盡日東西不滿筐 진일동서불만광
今歲刈禾人亦巧 금세예화인역교
盡收遺穗上官倉 진수유수상관창

밭고랑에서 이삭 줍는 시골 아이의 말이
하루 종일 동서로 다녀도 바구니가 안 찬다네
올해에는 벼 베는 사람들도 교묘해져서
이삭 하나 남기지 않고 관가 창고에 바쳤다네

이달충(李達衷)

 

삼일포(三日浦)

觀海來登晩景臺(관해래등만경대)
雲濤煙浪接天來(운도연랑접천래)
若將此水變春酒(약장차수변춘주)
何止日傾三百盃(하지일경삼백배)

바다를 보려 만경대에 오르니

구름파도 안개물결이 하늘까지 ?혀온다

만약 이 물로 봄술로 바꾼다면

어찌 하루에 삼백 잔만 마시고 말겠는가

이덕무(李德懋)

 

추야음(秋夜吟)

一夜新凉生(일야신량생)
寒공入戶鳴(한공입호명)
野泉穿竹響(야천천죽향)
村火隔林明(촌화격림명)
山月三更吐(산월삼경토) :
江風十里淸(강풍십리청)
夜 星斗燦(야란성두찬)
玉宇雁群橫(옥우안군횡)

어느 하루 밤 산들바람 갑자기 무니

가을 귀뚜라미 문에 들어 우는구나.

들녁의 샘물은 대숲 뚫고 소리내어 흐르고

고을에는 등불이 숲 사이로 밝아지네

봉우리는 밤 깊어 달 토하고

긴 강에 바람은 십리 먼 곳까지도 맑도나.

밤이 깊어 별빛 찬란한데

창공에 기러기 떼 비끼어 날아간다.

이매창(李梅窓

 

한거(閑居)

石田茅屋掩柴扉(석전모옥엄시비)
花落花開辨四時(화락화개변사시)
峽裡無人晴盡永(협리무인청진영)
雲山炯水遠帆歸(운산형수원범귀)

바위 사이 초가집 사립문 닫고 사니

꽃 지고 꽃 핀들 계절을 알 수 있겠는가

골짝엔 사람 없고 맑은 날은 길기도 한데

구름 낀 산, 번쩍이는 물에 멀리 돛단배 돌아온다

이맹윤(李孟畇

 

무자탄(無子嘆)

自從入道起於寅(자종입도기어인)

父子相傳到此身(부자상전도차신)

我罪伊何天不弔(아죄이하천불조)

未爲人父?絲新(미위인부빈사신)

사람은 인(寅)에서 나서

부자 서로 전하여 이 몸에 왔구나

내 죄 많아 하늘도 위로하지 않는구나

아직 남의 아버지가 되기도 전에 머리털만 희어간다.

이방원(李芳遠)

 

만수산(萬壽山)

如此亦何如(여차역하여)

如彼亦何如(여피역하여)  

城隍堂後坦(성황당후탄)

頹搔亦何如(퇴비역하여)

我輩若此爲(아배약차위)

不死亦何如(불사역하여)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백(李白)

 

월하독작

(月下獨酌 )

花下一壺酒  화하일호주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擧盃邀明月  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月旣不解飮  월기불해음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我歌月排徊  아가월배회  
我舞影凌亂  아무영능란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影結無情遊  영결무정유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꽃 밑에서 한 병의 술을 놓고

친한 이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을 들어 밝은 달님을 맞이하니

그림자 대하여 세 사람이 되었네.

달은 본래전부터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내 몸을 따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니

봄날을 당하여 마음껏 즐기네

내가 노래하면 달이 배회하고

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가 어지럽네

깨어 있을 때 함께 서로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네.

속세 떠난 맑은 사귐 길이 맺고자

멀리 은하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네.

이산해(李山海)

 

모산(暮山)

海天風定日沈霞(해천풍정일침하)
蒲葦洲邊夕露多(포위주변석노다)
瘦馬倒鞭沙路逈(수마도편사노형)
夜深明月宿漁家(야심명월숙어가)

바람 그친 하늘, 해 지는 노을

부들, 갈대 우거진 물가엔 이슬도 많아라

여윈 말에 채찍질하여도 길은 멀어

밤 깊고 달 밝아 어촌에서 묵어가려네

이상질(李尙質)

 

월야회음

(月夜會飮)

叢篁近月自生風(총황근월자생풍)
復有荷花小閣東(부유하화소각동)
莫道他鄕愁遠客(막도타향수원객)
主人樽酒不曾空(주인준주불증공)

대숲에 가까운 달 절로 바람 일고

게다가 작은 누각 동편에 연꽃이 피었다.

타향이 먼 나그네 수심케 한다 말아라

주인의 술동이엔 술이 떨어진 일 없었다.

이색(李穡)

부벽루(浮碧樓)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 (석로운천추)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
天孫何處遊 (천손하처유)
長嘯倚風? (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돌다리에 기대어 휘파람 부노라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이서구(李書九)

 

구마(驅馬)

望村必驅馬(망촌필구마)
馬??如杵(마제용여저)
童稚爭倚門(동치쟁의문)
夫老散偶語(부노산우어) :
籬犢牟然去(이독모연거)
回首送其去(회수송기거)

마을 보이면 반드시 말을 몰아가니

말발굽 소리 마치 절구질 하는 듯하여라.

아이들은 다투어 사립문에 기대고

어른 들은 흩어져 짝 지어 수근데는구나

외양간의 송아지는 음메음메 울며 가고

사람들은 머리 돌려 가는 것 보내주는구나

이석형(李石亨)

 

단종(端宗)

虞時二女竹(우시이녀죽)

秦日大夫松(진일대부송)

縱有哀榮異(종유애영이)

寧爲?熱容(영위영열용)

우(虞) 나라 때 두 여인의 대나무

진(秦) 나라 때 대부를 받은 소나무

슬픔과 영화가 다르지만

바른 성품이야 춥고 더위에 변하겠는가

이성계(李成桂)

 

등백운봉

(登白雲峰)

引手攀蘿上碧峰(인수반라상벽봉)

一庵高臥白雲中(일암고와백운중)

若將眼界爲吾土(약장안계위오토)

楚越江南豈不容(초월강남기불용)

댕댕이 휘어잡고 상상봉 올라가니

조용한 암자 한 채 구름 속에 누워 있네

눈 앞 아래 펼쳐진 땅 내 것이 될 양이면

초월강남 먼 곳인들 어이 아니 안기리

이수광(李?光

 

상수역도중

(湘水驛途中)

雨後淸和近午天(우후청화근오천)
驛樓芳草暗湘川(역루방초암상천)
誰知倦客征鞍上(수지권객정안상)
半是吟詩半是眠(반시음시반시면)

비 온 뒤 화창하고 한낮이 가까운데

역루의 꽃다운 풀, 상수 냇가에 풀빛 짙어라.

그 누가 알까, 안장 위의 지친 나그네

반은 시를 읊고, 또 반은 잠들어 있는 줄을.

이순신(李舜臣)

 

陳中吟(진중음)

天步西門遠 천보서문원
東宮北地危 동궁북지위
孤臣憂國日 고신우국일
壯士樹勳時 장사수훈시
誓海魚龍動 서해어룡동
盟山草木知 맹산초목지
讐夷如盡滅 수이여진멸
雖死不爲辭 수사불위사

임금의 행차는 서쪽에서 멀어지고,
왕자는 북쪽 땅에서 위태롭다.
외로운 신하는 나라를 걱정할 때이고
사나이는 공훈을 세워야 할 시기로다.
바다에 맹세하니 물고기와 용도 감동하고
산이 맹세하니 초목도 알아준다.
원수를 모두 멸할 수 있다면
비록 죽음일지라도 사양하지 않겠노라.

이순인(李純仁)

 

증승(贈僧)

客遊山院已多時(객유산원이다시)
不及李花聽子規(불급이화청자규)
欲識山中春早晩(욕식산중춘조만)
莫敎僧札入京遲(막교승찰입경지)

나그네 산원에서 노닌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빼꽃 필 적 소쩍새 소리는 듣지 못했구나

산 속의 봄이 늦은지 빠른지 알고 싶으니

스님의 편지가 서울에 늦게 들게 하지 마소서

이숭인(李崇仁)

 

題僧舍(제승사)

山北山南細路分   산북산남세로분
松花含雨落빈紛   송화함우락빈분
道人汲井歸茅舍   도인급정귀모사
一帶靑烟染白雲   일대청연염백운

산북 산남으로 오솔길은 갈라져 있고
송홧가루는 비에 젖어 어지러이 떨어지네.
중은 물을 길어 띠집에 돌아가는데,
한줄기 푸른 연기는 흰구름을 물들인다.

이승소(李承召)

 

제화선(題畵蟬)

香燒古篆坐蕭然(향소고전좌소연)
讀盡黃庭內外篇(독진황정내외편)
一味天眞無與語(일미천진무여어)
畵中相對飮風仙(화중상대음풍선)

향기를 옛 전서에 사르고 조용히 앉아

황정견의 내외 편을 다 읽었도다

천진한 한 맛을 같이 나눌이 없어

그림 속에서 마주 대하니 바람을 마신 신선이로다

이승휴(李承休)

 

운(雲)

一片?從泥上生(일편재종니상생)
東西南北已縱橫(동서남북이종횡)
謂爲霖雨蘇群枯(위위림우소군고)
空掩中天日月明(공엄중천일월명)

한 조각 진흙땅에서 피어오르더니

이미 동서남북 온 하늘로 퍼지네

장마 되어 죽은 풀 살리나 했더니

공연히 중천의 일월만 가리

이식(李植

 

도공암진

(渡孔巖津)-)

簇騎臨回岸(족기림회안)
呼船促衆?(호선촉중고)
西南溟渤湧(서남명발용)
開闢孔巖高(개벽공암고)
見險誰能止(견험수능지)
貪程不覺勞(탐정부각노)
相期須早渡(상기수조도)
向?更風濤(향만갱풍도)

말 탄 사람 언덕 돌아 나오면서

뱃사공 불러 노 저어라 재촉한다.

서남쪽엔 넘실거리는 검푸른 물

입구에 버티어 솟은 공암이 높기도 하다.

험난함을 알지마는 정지시킬 자 누군가

서로 빨리 이 물길 건너야 하니

날 저물면 풍랑이 더욱 거세질 것이리라.

이안눌(李安訥)

 

등통군정

(登統軍亭)

六月龍灣積雨晴(육월용만적우청)
平明獨上統軍亭(평명독상통군정)
茫茫大野浮天氣(망망대야부천기)
曲曲長江裂地形(곡곡장강렬지형)
宇宙百年人似?(우주백년인사의)
山河萬里國如萍(산하만리국여평)
忽看白鶴西飛去(홀간백학서비거)
疑是遼東舊姓丁(의시요동구성정)

유월 용만 땅에 장마비 개어

새벽에 홀로 통군정에 오른다

망망한 큰 들판은 하늘 기운에 떠 있고

굽이치는 긴 강은 땅 모양을 ?으며 흐른다

광막한 우주에 백년 인생은 개미 같고

웅장한 산해에 만리 나라도 부평초로다

문득 서편으로 날아가는 흰 학을 바라보니

나르는 학들이 혹 요동 옛백성 아닌가 하노라

이양연(李亮淵

 

추초(秋草)

秋草莫怨霜(추초막원상)
秋殺亦生道(추살역생도)
却從地上蘇(각종지상소)
人生不如草(인생불여초)

가을풀이여, 서리를 원망말라

가을의 죽음은 새로 사는 길이라.

도리어 땅에서 소생할 것이라

인생이란 풀만도 못한 것인가.

이언적(李彦迪)

 

추규(秋葵)

開到淸秋不改英(개도청추불개영)
肯隨蹊逕鬪春榮(긍수혜경투춘영)
山庭寂寞無人賞(산정적막무인상)
只把丹心向日傾(지파단심향일경)

맑은 가을 하늘 열려도 꽃빛은 변하지 않아

기꺼이 오솔길 따라서 봄의 번성과 타투어본다.

산 뜨락 적막하여 감상할 사람 아무도 없어도

다만 온통 붉은 마음을 해를 향하여 기울어본다.

이옥봉(李玉峰)

 

칠석(七夕)

無窮會合豈秋思(무궁회합기추사)
不比浮生有離別(불비부생유이별)
天上却成朝暮會(천상각성조모회)
人間漫作一年期(인간만작일년기)

: 끊없이 만나니 어찌 가을 수심 있을까

: 덧없는 인간의 이별과 견줄 수가 없도다

: 하늘에는 도리어 아침저녁 만나는데

: 사람들은 부질없이 일 년만에 만다 하네

이이(李珥)

 

浮碧樓(부벽루)

箕城東畔浿江頭(기성동반패강두)

中有?渺之飛樓(중유표묘지비루)

靑山一望何袞袞(청산일망하곤곤)

白雲千載空悠悠(백운천재공유유)

猩袍仙子此時過(성포선자차시과)

麟馬天孫何處遊(인마천손하처유)

玉簫吹澈彩霞盡(옥소취철채하진)

古國煙波人自愁(고국연파인자수)

기성의 동쪽 언덕 패강 어귀에

가물가물 높은 다락 솟아 있구나

푸른 산 바라보니 어찌 그리 곤곤한가

흰 구름 언제 봐도 한가로이 떠다닌다네

성포 입은 신선은 지금 지나가는데

기린 탄 천손은 어디에서 노니나

옥퉁소 불어도 단장한 노을 없으니

고국의 연기 나부껴 절로 시름에 잠기노라.

이인로(李仁老)

 

산거(山居)

春居花猶在 춘거화유재
天晴谷自陰 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 두견제백주
始覺卜居深 시각복거심

봄은 갔으나 꽃은 오히려 피어 있고
날이 개었는데 골짜기는 절로그늘지도다
두견새가 대낮에 울음을 우니
비로소 사는 곳이 산 속 깊음을 알겠도다

이인복(李仁復)

 

송류사암

(送柳思庵)

人間膏火自相煎(인간고화자상전)
明哲如公史可傳(명철여공사가전)
已向危時安社稷(이향위시안사직)
更從平地作神仙(경종평지작신선)
五湖夢斷煙波綠(오호몽단연파록)
三徑秋深野菊鮮(삼경추심야국선)
?我未能投?去(괴아미능투불거)
邇來雙?雪飄然(이래쌍빈설표연)

인간엔 기름불 스스로 끓이거늘

그대 같은 명철 한 분은 역사에 전하리라

위태로운 시국에 사직을 편안케 하고

평지에서 더욱이 신선이 되는구나

오호의 꿈이 벌써 끊어지고 안개만 자욱한데

삼경 깊은 가을에 들국화 곱게 피었구나

부끄러워라, 벼슬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데

요즈음에는 두 귀밑머리 눈처럼 나부끼다니

이제현(李齊賢)

 

노상(路上)

馬上行吟蜀道難(마상행음촉도난)

今朝始復入秦關(금조시복입진관)

碧雲暮隔魚鳧水(벽운모격어부수)

紅樹秋連鳥鼠山(홍수추련조서산)

文字剩添千古恨(문자잉첨천고한)

利名誰博一身閒(이명수박일신한)

今人最憶安和路(금인최억안화로)

竹杖芒鞋自往還(죽장망혜자왕환)

말을 타고 가면서 촉도난을 읊으니

오늘 아침에 처음으로 진관에 다시 드네

파란 구름 이는 저녁은 어부수 저쪽이요

단풍나무 가을은 조서산에 잇닿았네

문자(文字)는 천고 한을 보탤 따름인데

명리가 그 누구의 한가함을 널렸던가

대지팡이 짚새기로 편안한 차림

스스로 오고감이 생각나네.

이집(李集)

 

입추일기경지

(立秋日寄敬之

江海無家客(강해무가객)
山林有髮僧(산림유발승)
焚香?道泰(분향기도태)
對食願年登(대식원년등)
睡起微?入(수기미량입)
吟餘老病增(음여노병증)
玉人何處所(옥인하처소)
咫尺是驪興(지척시려흥)

물에서는 집 없는 나그네

산에서는 머리 기를 중이란다.

향불 피워 태평성대 기원하며

밥상 모리에서는 풍년을 기원한단다.

잠 깨어 일어나니 서늘한 바람 들고

시를 읊고 나니 늙은 병이 심해지는구나.

그대는 있는 곳은 어디인가

지척이 곧 영흥 땅 아니런가.

이첨(李詹)

 

태평촌(太平村)

誰云此地太平村(수운차지태평촌)
役重民居半不存(역중민거반부존) :
唯有數家能館客(유유수가능관객)
食松疑是赤松孫(식송의시적송손)

누가 이 지역을 태평촌이라 했나

부역이 무거워 사는 백성 절반도 없어라.

오직 몇 집 남아있어 관가 손님 대접하니

솔잎만 먹고 사니 적송자의 자손이던가.

이항복(李恒福)

 

고우(苦雨)

苦雨連旬夜徹明(고우련순야철명)
曉庭雲物太縱橫(효정운물태종횡)
牀牀避漏人何限(상상피루인하한)
種種緣愁髮幾莖(종종연수발기경)
沙捲洑流穿?入(사권보류천조입)
蛙隨驚犬上墻鳴(와수경견상장명)
鍾城戰血今如海(종성전혈금여해)
天厭頑胡爲洗兵(천염완호위세병)

장마비 열흘 동안 주야로 계속 되어

새벽 뜰의 구름 안개 너무나 자욱하다.

침상마다 새는 새는 비 피하는 사람을 어찌 원망하며

종종 시름으로 백발은 몇 줄기나 더했는가.

모래는 봇물에 밀려서 부엌까지 들고

개구리는 놀란 개를 따라 담장에 올라 울고 있다.

종성의 전쟁의 피가 지금 바다와 같아

하늘이 싫어하여 오랑캐 군대를 비에 젖게 하는구나

이행(李荇)

 

화경(花徑)

無數幽花隨分開(무수유화수분개)
登山小逕故盤廻(등산소경고반회)
殘香莫向東風掃(잔향막향동풍소)
?有閑人載酒來(당유한인재주래)

무수한 이름 없는 꽃 저마다 피어있고

산 오르는 작은 길은 짐짓 구부러져 있도다

남은 꽃향기 봄바람 향해 쓸지 말아라

혹 한가한 사람 술 가지고 올지도 모르겠노라

이현일(李玄逸)

 

유내연산

(遊內延山)

絶頂登臨步武輕(절정등림보무경)
戒昏鐘報氣全淸(계혼종보기전청)
崖松隔水無風響(애송격수무풍향)  
嶺月棲?盡夜明(령월서창진야명)
竹?寒霜吟外態(죽체한상음외태)
海天歸雁枕邊聲(해천귀안침변성)
夢回?覺身全?(몽회황각신전태)
起向幽溪踏雪行(기향유계답설행)

정상에 올라 바라보니 발걸음 가벼워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 들어니 기분이 상쾌하다

물 건너 언덕 소나무에 바람소리 하나 없고

고개의 달은 창에 깃들고 밤이 다하도록 밝도다

소나무 계단 차가운 서리에 밖 경치 읊으니

바다 하늘에 돌아오는 기러기 해변에 앉은 소리

꿈에서 깨니 내가 허물 벗음을 멍한히 깨닫고

일어나 그윽한 계곡 향하여 구름 밝고 지나간다

이 황(李 滉)

 

계분봉수

(溪分峰秀)

病我牢闕不見春(병아뢰궐불견춘)

公來披豁醒心神(공래피활성심신)

始知名下無處士(시지명하무처사)

堪愧年前闕敬身(감괴년전궐경신)

嘉穀莫容梯熟美(가곡막용제숙미)

遊塵不許鏡磨新(유진불허경마신)

遇情詩話須刪去(우정시화수산거)

努力工夫名日親(노력공부명일친)

내 병석에 갇히어 봄 구경도 못했는데

그대가 이렇게 찾아 주니 병이 씻은 듯 나아져 상쾌하네

내 오늘 비로소 공의 선비다움을 알고

내 스스로가 과거를 삼가지 못했음을 부끄러워 할 뿐

좋은 곡식 밭에는 잡초가 무성할 수 없으니

어찌 글로써만 만나는 정분을 표현할 수 있으리

아무쪼록 서로가 열심히 공부하며

앞으로는 더욱 더 친하게 지내보세

임억령(林億齡)

 

죽서루(竹西樓)

江觸春樓走(강촉춘루주)
天和雪嶺圍(천화설령위)
雲從詩筆湧(운종시필용)
鳥拂酒筵飛(조불주연비) :
浮雲如今是(부운여금시)
趨名悟昨非(추명오작비)
松風當夕起(송풍당석기)
蕭颯動荷衣(소삽동하의)

강물은 봄 누각을 부딪히고 달려가고

하늘은 눈 덮힌 봉우리가 둘러쌓고 있다

구름은 시 쓰는 붓 따라 솟아오르고

새는 술자리를 스치며 날아가는구나

기분이 구름 위로 솟으려는 지금은 옳고

세상 명세를 쫓았던 지난 날은 그릇됨 알았도다

솔바람 저녁 되어 일어나니

서늘하게 은자의 옷을 불어올린다

일연(一然)

 

사복불언찬시

(?福不言讚詩)

淵?龍眼豈等閒(연묵용안기등한)
臨行一曲沒多般(임행일곡몰다반)
苦兮生死元非苦(고혜생사원비고)
華藏浮休世界寬(화장부휴세계관)

깊숙한 못 속의 용이 어찌 등한시 하리

떠나면서 읊는 노래 모든 것 다 겪었다네.

고통스런 생사도 원래 고통이 아니라오

부처세계 떠도니 넓기도 하려라.

임숙영(任叔英()

 

산영루(山映樓)

月光穿樹鶴樓空(월광천수학루공)
霜葉蕭蕭乍有風(상엽소소사유풍)
虛閣夜深凉露濕(허각야심량노습)
玉笛聲撤彩雲中(옥적성철채운중)

학은 공중에서 잠들고 달빛은 나무숲에 비춰들고

바람이 일 때마다 서리 맞은 단풍잎이 떨어진다

빈 누대에 밤은 깊어가고 찬 이슬은 젖어들고

오색 구름 사이로 옥피리 소리 멀어진다

임제(林悌)

 

규원(閨怨)

十五越溪女 (십오월계녀)
羞人無語別 (수인무어별)
歸來掩重門 (귀래엄중문)
泣向梨花月 (읍향이화월)

열다섯 살의 아리따운 아가씨
사람이 부끄러워 말도 못 하고 이별했네.
돌아와 겹문을 닫아 걸고는
배꽃처럼 하얀 달을 보며 눈물 흘리네.

임춘(林椿)

 

모춘문앵

(暮春聞鶯)

田家?熟麥將稠(전가심숙맥장조)
綠樹初聞黃栗留(록수초문황율류)
似識洛陽花下客(사식낙양화하객)
慇懃百?未能休(은근백전미능휴)

농촌에 오디 익고 보리 빽빽해지고

푸르른 나무에선 꾀꼴새 소리 들려온다

꽃 아내 서울 손님 알기라도 하는 듯이

은근히 무수히도 재잘대며 그칠 줄을 모른다

장욱(長昱)

 

원궁사(元宮詞)

宮衣新尙高麗樣(궁의신상고려양)

方領過腰半臂裁(방령과요반비재)

連夜內家爭借間(연야내가쟁차간)

爲會間過御前來(위회간과어전래)

궁중에서의 옷은 새로이 고려 식을 좋아할 때

모진 옷깃을 단 저고리는 허리까지 내려와 팔이 보이네

저녁마다 그 스타일의 옷이

어전에서 놀고 있네

장유(張維)

 

분향(焚香)

淸夜坐焚香(청야좌분향)
香煙??起(향연뇨뇨기)
火盡煙則滅(화진연칙멸)
煙滅香不死(연멸향부사)
只是看不見(지시간부견)
定在虛空裏(정재허공리)
何緣問香嚴(하연문향엄)
證得圓通理(증득원통리)

맑은 밤 단정히 앉아 향불 피우니

향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불이 다하니 연기도 사라시고

연기는 사라져도 향기는 여전하다.

단지 눈에만 보이지 않을 뿐

정녕 허공중에 감돌고 있으리라.

어찌하면 향엄에게 물을 기회 얻어

원통하는 그 이치를 증득할 수 있을까.

장현광(張顯光)

 

晧首吟(호수음)

皓首猶存赤子心(호수유존적자심)
此時方會一源深(차시방회일원심)
眼中天地都眞境(안중천지도진경)
外誘何從得我侵(외유하종득아침)

백발이 다 되어도 어린아이 마음 그대로

이제야 근원이 깊음을 알겠네

눈에는 천지가 모두 참된 경지만 보이니

외물이 어디로 내 마음을 침범하리오

정구(鄭逑)

 

회연우음

(檜淵偶吟)

伽川於我有深緣(가천어아유심연)
占得寒岡又檜淵(점득한강우회연)
白石淸川終日翫(백석청천종일완)
世間何事入舟田(세간하사입주전)

나에게 가천은 깊은 사연 있어

가려서 선택한 곳, 한강과 회연이네

깨끗한 바위, 맑은 시내 종일토록 즐기니

세상에 무슨 일로 주전으로 들어가리오

정도전(鄭道傳)

 

월야봉회동정

(月夜奉懷東亭)-

半夜獨起立(반야독기립)
長空澹自寂(장공담자적)
一片海上月(일편해상월)
萬里照茅屋(만리조모옥) :
冷影故依依(랭영고의의) :
還如憐竄客(환여련찬객)
爲憶東亭翁(위억동정옹)
應共此幽獨(응공차유독) :

한밤중 일어나 홀로 서있으니

높은 하늘은 해맑아 고요하다.

바다 위 한 조각 밝은 달이

만 리 멀리 오두막을 비춘다.

차가운 그림자 짐짓 한들거리니

귀양살이 나그네를 불쌍히 여기는 듯.

미루어 동정옹을 생각해보니

응당 이러한 고독을 함께 맛보리라.

정몽주(鄭 夢周)

 

단심가(丹心歌)

此身死了死了(차신사료사료)

一百番更死了(일백번경사료)

白骨爲塵土(배골위진토)

魂魄有也無(혼백유야무)

向主一片丹心(향주일편단심)

寧有改理也歟(영유개리야여)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정사도(鄭思道)

 

추우우제

(秋雨偶題)

?遞雲連塞(초체운련새)
凄?雨送秋(처량우송추)
滴階驚坐睡(적계경좌수)
着柳長詩愁(착류장시수)
夜暗憐鷄叫(야암련계규)
天寒愧客遊(천한괴객유)
戀君心愈切(련군심유절)
矯首獨登樓(교수독등루)

아득하다, 구름은 변방으로 잇닿고

처량하여라, 비는 가을을 몰아 보내는구나

뜰에 떨어지니 앉은 잠을 깨우고

버들가지에 뿌려지니 시상의 시름 자아낸다

밤 어둠에 닭의 울음 어여쁘고

하늘이 차매 나그네 처지 부끄럽다

임 생각에 마음 더욱 간절하여

머리를 들고 혼자 누각에 올라본다

정사룡(鄭士龍)

 

춘흥(春興)

花滿園林葉未齊(화만원림엽미제)
恰回殘夢有鶯啼(흡회잔몽유앵제)
蝦?不碍東風過(하빈부애동풍과)
無柰輕陰壓額低(무내경음압액저)

뜰쭉날쭉 뜰에 가득 꽃은 피고

꾀꼬리 울음소리, 꿈 깬 것 같아라

주렴이 봄바람 지나는 것 막지 못하니

이마에 그늘 지는 것을 어찌하겠는가

정습명(鄭襲明)

 

석죽화(石竹花)

世愛牡丹紅 세애모단홍
裁培滿院中 재배만원중
誰知荒草野 수지황초야
亦有好花叢 역유호화총
色透村塘月 색투촌당월
香傳娘樹風 향전낭수풍
地偏公子少 지편공자소
嬌態屬田翁 교태촉전옹

세상에선 모두들 붉은 모란꽃만 사랑하여
정원에 가득히 심고 가꾸네
누가 이 거친 초야에
좋은 꽃떨기 있는 줄 알기나 하랴
어여쁜 모습은 연못 속의 달을 꿰뚫었고
향기는 밭두렁 나무의 바람에 전하네
외진 땅에 있노라니 찾아주는 귀공자 적어
아리따운 자태를 농부에게 붙이네

정약용(丁若鏞)/

 

구우(久雨)

窮居罕人事  궁거한인사
恒日廢衣冠  항일폐의관
敗屋香娘墜  패옥향낭추
荒畦腐婢殘  향휴부비잔
睡因多病減  수인다병감
秋賴著書寬  추뢰저서관
久雨何須苦  구우하수고
晴時也自歎  청시야자탄

궁벽하게 사노라니 사람 보기 드물고
항상 의관도 걸치지 않고 있네.
낡은 집엔 향랑각시 떨어져 기어가고,
황폐한 들판엔 팥꽃이 남아 있네.
병 많으니 따라서 잠마저 적어지고,
글짓는 일로써 수심을 달래 보네.
비 오래 온다 해서 어찌 괴로워만 할 것인가
날 맑아도 또 혼자서 탄식할 것을.

정여창(鄭汝昌)

 

유악양(遊岳陽)

風蒲獵獵弄輕柔(풍포렵렵농경유)
四月花開麥已秋(사월화개맥이추)
看盡頭流千萬疊(간진두유천만첩)
孤舟又下大江流(고주우하대강유)

부들에 바람 살랑살랑 가볍게 나부끼고

사월의 화개 땅엔 이미 보리 벨 때라

두류산 천만 봉 다 보았는데

한 척 배는 또 아래 큰 강으로 흘러간다

정온(鄭蘊)

 

몽견익승

(夢見翼承)

夢見故人面(몽견고인면)
相論文字疑(상론문자의)
覺來樑月白(각래량월백)
淸淚自漣?(청루자련이)

꿈에 친구의 얼굴을 만나보고

서로 논하다가 문자에 의문이 생겼다.

깨어나 보니 대들보에 달이 밝은데

맑은 눈물이 잔잔히 흘러내리는구나.

정용(鄭鎔)

 

춘효(春曉)

酒滴春眠後(주적춘면후)
花飛簾卷前(화비렴권전)
人生能幾許(인생능기허)
?望雨中天(창망우중천)

봄잠 자고 나니 술이 익고

발을 걷지 않았는데 꽃잎 날린다

인생이 몇 년이나 되는가

창망히 빗 속 하늘을 바라본다

정이오(鄭以吾)

 

작안산객관

(酌安山客館)

海上芙蓉幾朶山(해상부용기타산)

淸光欲滴酒杯間(청광욕적주배간)

登樓六月炎威變(등루육월염위변)

直欲乘風入廣寒(직욕승풍입광한)

바다 위에 연꽃 같은 몇 개의 산봉우리

맑은 빛이 술잔에 떨어질 듯 하구나

다락에 오르려니 유월의 무더위도 변하는가 보다

곧 시원한 바람 타고 광한전에 들어가고 싶구나

정지상(鄭知常)

송인(送人)

庭前一葉落 (정전일엽락)
床下百蟲悲 (상하백충비)
忽忽不可止 (홀홀불가지)
悠悠何所之 (유유하소지)
片心山盡處 (편심산진처)
孤夢月明時 (고명월명시)
南浦春波綠 (남포춘파록)
君休負後期 (군휴부후기)

뜰 앞 나뭇잎 떨어지고,

마루 밑 온갖 벌레 슬프구나.
홀홀히 떠남 말릴 수 없네만,

유유히 어디로 향하는가.
한 조각 마음은 산 끝난 곳으로,

외로운 꿈은 달 밝을 때에나.
남포에 봄 물결 푸르를 때면,

그대 뒷기약 잊지 말게나.

정철(鄭 澈)

 

추야(秋夜)

蕭蕭落葉聲(소소낙엽성)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呼童出門看(호동출문간)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를 듣고

소나기 내리는 줄 잘못 알고서

아이더러 밖에 나가 보라 했더니

달빛만 나무 위에 걸려 있다네

정추(鄭 樞)

 

오리(汚吏)

城頭烏亂啼(성??오란제)

城下汚吏集(성하오리집)

府牒昨夜下(부첩작야하)

豈辭行露濕(기사행로습)

窮民相聚哭(궁민상취곡)

子夜誅求急(자야주구급)

舊時千丁縣(구시천정현)

今朝十室邑(금조십실읍)

君門虎豹守(군문호표수)

此言何自入(차언하자입)

白駒在空谷(백구재공곡)

何以得維?(하이득유집)

성 위에 까마귀 요란하게 울 때

성 아래 오리가 모여드는구나

어제 정부의 통첩(通牒)이 내리면

어찌 싫다고 하겠는가

곤궁한 백성은 서로 모여 울고 있는데

밤중이 되어도 주구(誅求)는 더욱 더하네

옛날 천정(千丁)이 살던 고을에는

이제 열 집 밖에 되지 않네

대궐문은 표범과 호랑이가 지키고 있으니

이 말이 어찌 들어가리!

흰 망아지는 빈 골짜기에 있는데

어찌 잡아 맬 수 있으리오.

정포(鄭?)

 

결려(結廬)

結廬在澗曲(결려재간곡)
地僻心茫然(지벽심망연)
山光滿席上(산광만석상)
澗水鳴窓前(간수명창전)
高?紫芝曲(고가자지곡) :
靜撫朱絲絃(정무주사현)
門無車馬至(문무차마지)
此樂可終年(차악가종년)

개울가에 초가를 지으니

땅은 궁벽하고 마음은 망연하다

산 빛은 자리에 가득하고

개울물은 창 앞에 드려온다

자지곡을 소리 높여 부르며

고요히 주현금을 어루만진다

문에는 이르는 수레와 마차 없으니

이러한 즐거움에 해를 지낼 만하다

정 호(鄭 澔)

 

추일우성

(秋日偶成)

閑來無事復從容 한래무사부종용   
睡覺東窓日已紅 수각동창일이홍
萬物靜觀皆自得 만물정관개자득
四時佳興與人同 사시가흥여인동
道通天地有形外 도통천지유형외
思入風雲變態中 사인풍운변태중
富貴不淫貧賤樂 부귀불음빈천락
男兒到此是豪雄 남아도차시호응

한가로이 하는 일 없고 다시 조용하니,
잠에서 깨면 동창에 해 이미 붉음이라.
만물을 조용히 바라보면 모두 스스로 득의해 함이요,
사시의 아름다운 흥취는 남들과 더불어 한가지이다.
도는 천지의 형체 가진 것 밖으로 통하고,
사색은 바람과 구름이 변하는 가운데로 들어감이라.
부귀에 빠지지지 않고 빈천을 즐기나니,
남아가 이에 이르면 바로 영웅호걸임이라

정희량(鄭希良)

 

춘일서회

(春日書懷)

莎草尙含凍(사초상함동)
春風吹欲生(춘풍취욕생)
輕陰連海暗(경음연해암)
薄日漏雲明(박일누운명) :
遊子思親淚(유자사친루)
孤臣去國情(고신거국정)
感時仍獨嘆(감시잉독탄) :
愁緖政?嶸(수서정쟁영)

잔디에는 아직 냉기 서려있는데

봄바람이 부니 다시 피어나려하는구나

가벼운 구름 바다에 닿아 어둡고

엷은 햇빛 구름사이로 환히 비친다

떠도는 자식은 부모 생각에 눈물 흘리고

외로운 신하는 나라 떠난 걱정이 된다

시절 형편 느끼니 홀로 탄식되나니

시름의 실마리가 진정 많기도 하다

조견소(趙見素)

 

엄릉탄(嚴陵灘)

千古興亡一夢中(천고흥망일몽중)
區區誰復辨雌雄(구구수복변자웅)
始知七里羊?客(시지칠리양구객)
大勝鷹揚渭水翁(대승응양위수옹)

천고의 흥망성쇠도 하나의 꿈 속의 일

누가 다시 구구하게도 자웅을 가리려하나.

이제야 알겠노라, 칠리탄에 갓옷 입고 낚시 하던 이

무용을 드날렸던 위수의 태공보다 월씬 낫다는 것을

조광조(趙光祖)

 

증송재(贈松齋)

特松凌雲碧(특송능운벽)
孤月照氷寒(고월조빙한)
欲識先生節(욕식선생절)
請取松月看(청취송월간)

우뚝한 소나무 푸른 구름 능멸하고

외로운 달은 얼음 비춰 차갑구나.

선생의 절개를 알아보려면

청컨대, 소나무와 달을 취해서 보시라.

조상치(曹尙治)

 

봉화단종자규사

(奉和端宗子規詞)

子規啼子規啼(자규제자규제)

夜月空山何所訴(야월공산하소소)

不如歸不如歸(불여불귀여귀)

望裏巴岑飛欲度(망리파잠비욕도)

看他衆鳥摠眼巢(간타중조총안소)

獨向花枝血?吐(독향화지혈만토)

形單影孤貌憔悴(형단영고모초췌)

不肯尊崇誰爾顧(불긍존숭수이고)

鳴呼人間寃恨豈獨爾(명호인간원한기독이)  

義士忠臣增慷慨(의사충신증강개)

밤 새워 우는 두견 무엇이 서러울까

바라보며 갈 수 없는 너의 맘을 하소연하는구나

돌아가지 못하네 돌아가지 못하네

다른 새는 둥지 있어 돌아가거늘

너는 어찌 홀로 남아 피를 뿌리나

짝 잃은 너의 모습 처량하지만

누구라서 외론 신세 생각해주리

세상에 슬픈 원한 너 뿐이겠니

비분강개하다 죽은 충신 의사를

억울하고 기막힌 일 셀 수 없으리.

조 서(曺 庶)

 

경안부(慶安府)

水光山色弄晴沙(수광산색롱청사)

楊柳長壇十萬家(양류장단십만가)

無數商船城不泊(무수상선성불박)

竹樓煙月咽笙家(죽루연월열생가)

물빛과 산색이 백사장과 같은 몇 개의 산봉우리

수양버들 늘어 서 있는 강둑엔 십 만개의 집들이 즐비하구나.

무수한 장산 배가 성(城) 아래에 정박하여 있고

저 건너 대숲 사이에 다락에서 피리소리가 구슬프게 들리네.

조식(曺植)

 

만성(漫成)

平生事可噓噓已(평생사가허허이)
浮世功將??何(부세공장골골하)
知子貴無如我意(지자귀무여아의)
那須身上太華誇(나수신상태화과)

한 평생의 일들에 한숨만 나올 뿐인데

뜬 구름같은 세상 부귀공명 힘써 무엇하나.

알겠노라, 그대는 귀하여 나 같은 뜻 없음을

어찌 몸이 화산에 올라 과시해야만 하는가.

조위(曺偉)

 

자경(自警)

道在須臾日用間(도재수유일용간)
求而卽至是希顔(구이즉지시희안)
苟能從事於精一(구능종사어정일)
天理分明也復還(천리분명야복환)

진리라는 것은 잠깐의 생활에 있어

구하면 이르니 곧 안자의 경지도 바라본다.

진실로 정신일도로 공부에 종사할 수 있다면

진리는 분명히도 다시 돌아오는 법이니라

조준(趙浚)

 

차모량역시운

(次牟良驛詩韻)

鷄林山水欲淸秋(계림산수욕청추)
萬古興亡客倚樓(만고흥망객의루)
尙使後人還不鑑(상사후인환불감)
有誰知得我悠悠(유수지득아유유)

계림의 산수는 맑은 가을이 되려는데

만고의 흥망에 나그네는 누각에 기대는구나

뒷 사람이 거울삼지 못할까 두려워하노니

누가 있어 아득한 내 마음을 알게 할까

진자앙(陳子昻)

 

설요

(薛汀)<碑文>

高邱之白?¡雲兮(고구지백무운혜)

願一之何其(원일지하기)

哀淑人之永(애숙인지영)

逝感生之春時(서감생지춘시)

願作靑鳥見長比翼(원작청조견장비익)

魂魄來兮逝故園(혼백래혜서고원)

저 높은 언덕의 흰구름이여

고국이 보고 싶었으나 기약이 없구나

숙인의 영면을 슬퍼하며

항상 봄날을 생각하노라

푸른 새와 같이 날개를 이어

혼백이나마 고국에서 놀리

진주(珍珠)

 

청기(請棋)

國色詩名世盡知(국색시명세진지)

無由會面浪相思(무유회면랑상사)

一言堪喜還堪限(일언감희황감한)

該把文章當奕棋(해파문장당혁기)

온 세상이 다 아는 그 님은 詩도 잘 짓는다.

만날 길은 없어도 생각만 흐르는구나.

고운 님의 말 한마디 기쁘고도 한스러워

우선 글 한 수를 지어 바둑 대신 보냅니다.

진화(陣?)

 

소상야우

(瀟湘夜雨)

江村入夜秋陰重(강촌입야추음중)

小店漁燈光欲凍(소점어등광욕동)

森森雨脚跨平湖(삼삼우각과평호)

萬點波濤欲飛送(만점파도욕비송)

竹枝蕭瑟碎明珠(죽지소슬쇄명주)

荷葉翩翩走?汞(하엽편편주환홍)

孤舟徹曉掩蓬窓(고주철효엄봉창)

緊風吹斷天涯夢(긴풍취단천애몽)

강촌에 밤이 들어 가을 그늘 무거운데

조그만 주막에 고깃불 얼겠다.

빗발이 주룩주룩 편편 호수 걸렸는데

만 방울 파도는 날아갈 듯 하는구나.

바삭바삭 댓가지 밝은 구슬 부수듯하고

연잎사귀 푸득푸득 둥근 수은 굴린다.

밤새도록 외론 배 봉창을 닫아놓아

바람 부는 하늘가 꿈을 끊어 버린다.

차천로(車天輅

 

만흥(?興)

欲坐而坐欲眠眠(욕좌이좌욕면면)
看卽林巒聽卽泉(간즉림만청즉천)
蓬屋草庭人不到(봉옥초정인불도)
往來風月與雲烟(왕래풍월여운연)

앉고 싶어 앉았다가 졸리면 잠을 자니

보이는 건 숲과 산, 들리는 건 물소리라.

초가집, 잡풀 난 뜰을 찾는 이 하나 없고

오가기는 바람과 달, 구름과 안개뿐이로다.

채제공(蔡濟恭)

 

宿海山亭

(숙해산정)

暮倚海棠喚小船(모의해당환소선)
數家楡柳海雲冥(수가유류해운명)
鵬邊天去含吳楚(붕변천거함오초)
鼇頂樓飛抗月星(오정루비항월성)
蓬島靈氣風生腋(봉도영기풍생액)
縣城空翠雨連汀(현성공취우연정)
三珠咫尺鸞笙過(삼주지척란생과)
不用絃歌五夜聽(불용현가오야청)

날 저물어 해당화에 기대어 서 작은 배를 불러 타니

바다 구름 어두운데, 느릅나무와 버드나무 둘러 싼 몇 채의 집

하늘은 붕새처럼 멀리 떠나 오나라 촉나라를 삼키고

자라 머리에 지은 누각은 날아올라 달과 별과 맞서있다

봉래섬에 신령한 기운 불어와 내 겨드랑에 일고

고을의 성은 비고 푸른데 비는 물가에 내린다

지척의 봉래섬의 삼주수 사이로 옥피리 소리 지나가니

거문고 소리 밤에 듣지 않아도 좋구나.

최경창(崔慶昌)

 

삼차송월

(三叉松月)

手持一卷蘂珠篇(수지일권예주편)
讀罷空壇伴鶴眠(독파공단반학면)
驚起中宵滿身影(경기중소만신영)
冷霞飛盡月流天(냉하비진월류천)

손에는 한 권 도가 경전 예주편을 들고서

빈 단에서 읽고나 학을 친구하여 잠들었구나

깊은 밤 놀라 일어나니 몸에 가득한 그림자

차가운 노을은 달빛 흐르는 하늘로 살아지는구나

최기남(崔奇男)

 

傷秋(상추)

久客西風淚滿裳(구객서풍루만상)
傷心不必是重陽(상심불필시중양)
孤雲落日秋光淡(고운낙일추광담)
極浦遙山瞑色蒼(극포요산명색창)
感慨有愁吟似病(감개유수음사병)
昏冥無酒醉如狂(혼명무주취여광)
黃花赤葉徒相艶(황화적엽도상염)
西海凋枯萬姓瘡(서해조고만성창)

가을바람 불어 나그네 눈물 옷을 적시고

마음 아픈 것 중양절 때문만은 아니라네.

가을빛 맑고 구름 떠있고 해는 지는데

포구 끝 먼 산은 어둡고 짙푸르다

북받치는 감정에 서글퍼 병이 난 듯 하여

혼몽해져서 술 없이도 미친 듯 취하네.

누런 꽃, 붉은 잎 서로 요염함을 다투나

서해는 말라버리고 백성은 다 병들었네.

최유청(崔惟淸)

 

초귀고원

(初歸故園)

里閭蕭索人多換(이려소색인다환)
墻屋傾頹草半荒(장옥경퇴초반황)
唯有門前石井水(유유문전석정수)
依然不改舊甘凉(의연불개구감량) :

마을은 쓸쓸하고 낮선 얼굴도 많고

무너진 담장에 풀마저 우거졌구나

오직 대문 앞 우물만이 남아

달고 상큼한 지난 물맛과 다름없구나

최익현(崔益鉉)

 

갱부문암

(更賦門巖)

晩來啼鳥拂林端(만래제조불림단)  
短策經由碧磵寒(단책경유벽간한)
艱步深穿雲雨上(간보심천운우상)
朗吟高立斗牛間(랑음고립두우간)
一身俯仰山河小(일신부앙산하소)  
萬物含藏宇宙寬(만물함장우주관)
莫道此中容易到(막도차중용역도)
至今我亦費心攀(지금아역비심반)

저녁에 새가 울며 숲을 스쳐 나는데

짧은 막대 짚고서 푸른 냇가 지나간다.

힘들어 걸어 간신히 비구름 뚫고 올라

별 사이에 높이 서서 읊조리고 있어라.

이 몸이 바라보아도 산하는 작은데

만물을 갈무리한 우주는 크기만 하여라.

이곳에 오기 쉽다고 말하지 말라

지금에 나도 오면서 마음고생 많았어라.

최치원(崔致遠

 

촉규화(蜀葵花)

寂寞荒田側(적막황전측)

繁花厭柔枝(번화염유지)

香輕梅雨窺(향경매우규)

影帶麥風湫(영대맥풍의)

車馬誰見賞(거마수견상)

蜂蝶徒相窺(봉접도상규)

自璃生地賤(자참생지천)

堪恨人弁遺(감한인변유)

적막하고 거친 밭 바로 옆에

번성한 꽃 연약한 가지 누르고 있네

장마 비 멎어서 향기 가볍게 날리고

바람 불어와 보리 그림자 누워 있구나

거마 탄 이 누가 있어 기쁘게 보아주리

벌 나비만 분주하게 서로 엿보네

태어난 땅 비천함이 스스로 부끄럽고

사람들 버려 둔 것 한스럽기 그지 없구나.

최해(崔瀣)

 

풍하(風荷)

淸晨?罷浴(청신재파욕)
臨鏡力不持(임경역불지)
天然無限美(천연무한미)
摠在未粧時(총재미장시)

맑은 새벽 겨우 목욕을 끝내고

거울 창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네

자연스런 무한의 아름다움이란

조금도 치장하지 아니한 때이네

하륜(河崙)

 

제광주청풍루

(題廣州淸風樓)

少年曾此一看花(소년증차일간화)
老大今來感慨多(로대금래감개다)
歲月不留人換盡(세월불류인환진)
眼前風物尙繁華(안전풍물상번화)

젊어 여기서 꽃을 한 번 보았는데

늙어서 지금 오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세월은 머물지 않아 사람은 다 바뀌었는데

눈앞의 풍물들은 오히려 번화하기만 하구나

하위지(河緯地)

 

희성일절

(?成一絶)-

一別嬋娟竟渺然(일별선연경묘연)
嶺湖其奈路三千(영호기나로삼천)
此時可說心中事(차시가설심중사)
應費書兼十幅?(응비서겸십폭전)

곱게 이별하였나 끝내 아득하져

영남과 호남 삼천리 길을 어찌하나

그 때에 마음 속 일을 말할 수 있으니

반드시 글과 일 폭의 장계를 적으리라

하항(何沆)

 

부제엄혜사

(復題嚴惠寺)

寺?蒼崖曲(사점창애곡)
塵?隔一江(진환격일강)
高吟巖上月(고음암상월)
天與我爲雙(천여아위쌍) :

절은 푸른 언덕 굽이에 붙어있고

속세는 한 강 넌너에 있도다.

: 바위 위의 달을 소리 높여 읊으니

하늘과 내가 한 쌍이 되어버렸도다.

하홍도(河弘度

 

덕천서원

(德川書院)-

歲首旣生魄(세수기생백)
氷輪如火輪(빙륜여화륜)
天心未易測(천심미역측)
愚意喜陽純(우의희양순)

해마다 연초에 혼백은 나고

영원한 윤회의 삶은 불수레바퀴어라

하늘의 마음 알기 쉽지 않지만

내 생각에 양기가 순백함이 기쁘다오

한수(韓脩)

 

목락(木落)

木落悲秋盡(목락비추진) :
床寒覺夜長(상한각야장)
回風搖閉戶(회풍요폐호)
飢鼠鬪空梁(기서투공량)
世事莊生蝶(세사장생접)
人情華氏羊(인정화씨양)
塵纓未濯久(진영미탁구)
明發問滄浪(명발문창랑)

나뭇잎 지니 가을이 다함이 서글퍼지고

자리가 차가워지니 밤 긴 것을 알겠구나

몰아치는 바람은 닫힌 문을 흔들고

굶주린 쥐들은 빈 대들보에 소란하구나

세상일이 장자의 나비처럼 헛되고

인정은 화씨의 양과 같은 것이어라

먼지 묻은 갓끈을 오래 씻지 못하였으니

내일 창랑을 찾아가리라

한용운(韓龍雲)

 

독야(獨夜)

天末無塵明月去(천말무진명월거)
孤枕長夜聽松琴(고침장야청송금)
一念不出洞門外(일념부출동문외)
惟有千山萬水心(유유천산만수심)
玉林垂露月如霰(옥림수로월여산) :
隔水砧聲江女寒(격수침성강녀한)
兩岸靑山皆萬古(양안청산개만고)
梅花初發定僧還(매화초발정승환)

해맑은 하늘 끝으로 밝은 달은 넘어가고

외로운 잠자리, 긴긴 밤 솔바람소리 들린다.

이 생각도 동문 밖을 나가지 못하고

오로지 온갖 산과 물과 함께 하는 마음 뿐.

숲에 내린 이슬에 달빛 싸락눈 같은데

물 건너 다듬질소리에 강가 여인의 마음 차다.

두 언덕 푸른 산들은 모두가 옛과 같아

매화꽃 피어날 때면 정녕 다시 돌아오리라.

한응인(韓應寅)

 

題碧梧軒

(제벽오헌)

山光當戶碧(산광당호벽)
竹意近軒靑(죽의근헌청)
午睡初醒後(오수초성후)
?然聽雨聲(소연청우성) :

산 빛은 방문에 파랗고

대나무 뜻은 처마에 가까워 푸르다

낮잠이 처음 깨인 뒤로

날개 치듯 떨어지는 빗소리 들린다.

함허당(涵虛堂)

 

山居(산거)

山深木密合幽居(산심목밀합유거)
境靜人稀興有餘(경정인희흥유여)
飽得箇中淸意味(포득개중청의미)
頓亡身世自容與(돈망신세자용여)

산 깊고 나무 우거져 조용히 살기에 좋아

분위기 고요하고 사람은 드물어 멋이 넘친다

이곳의 맑은 뜻과 맛을 배불리 먹고

나와 세상 다 잊으니 저절로 여유로워라

허균(許筠)

 

해산선몽요

(海山仙夢謠)

溟波隱隱浮鰲島(명파은은부오도)
瓊草漫山春不老(경초만산춘불노)
帝遣小玉?靑鸞(제견소옥참청란)
吹笙夜下紅雲端(취생야하홍운단)
裙?半謝芙蓉帶(군차반사부용대)
遠岫凝愁抹蛾黛(원수응수말아대)
陸郞倚醉隔煙語(육랑의취격연어)
仙袂笑拂三珠樹(선몌소불삼주수)
丁當瑤瑤韻空冥(정당요요운공명)
鞭龍踏?多??(편용답환다빙정)
彩蟾春桂香入骨(채섬춘계향입골)
鮫?一點薔薇血(교초일점장미혈)
蓬萊重結千年期(봉래중결천년기)
碧桃花落生孫枝(벽도화락생손지)
寶枕瑤衾生曉寒(보침요금생효한)
祥雲?繞歸巫山(상운료요귀무산)
憑誰寄語陽雍伯(빙수기어양옹백)
種玉藍田餉書客(종옥람전향서객)

푸른 바다에 은은히 뜬 오도여

온갖 기묘한 풀 산에 가득하고 봄이 한창이라.

상제는 소옥을 보내 푸른 난새 태워서

피리 불며 한밤에 구름 끝을 내려온다.

저고리는 부용띠를 절반만 가기고

먼 봉우리에 엉긴 시름 눈썹에 발리었다.

육랑은 취한 기운에 안개 밖에 속삭이며

신선의 소매 웃으며 삼주수를 휘젓는구나.

쟁쟁 패옥 소리 공중에 울리니

용 타고 잉어 밟으니 너무나 아름답다.

월궁의 계수나무 그 향기가 뼈를 뚫고

교초의 붉은 무늬 한 점은 장미꽃 핏빛이다.

봉래산에 또다시 천년 기약 맺었으니

벽도화는 떨어져 손자 가지가 나오는구나.

옥베개 비단 이불에 새벽 추위 차가운데

상서로운 구름 얽혀 무산으로 돌아간다.

누구에게 부탁하여 양옹백에게 말 전하여

남전에 옥을 심어 글 손님을 배불리 먹일까.

허난설헌(許蘭雪軒)

 

江南曲(강남곡)

人言江南樂(강언강남락)이나,
我見江南愁(아견강남수)라.
年年沙浦口(년년사포구)에
腸斷望歸舟(장단망귀주)라.

사람은 강남의 즐거움을 말하나,
나는 강남의 근심을 보고있네.
해마다 이 포구에서
애타게 떠나는 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허목(許穆)

 

죽령(竹嶺)

人喧小白太白高(인훤소백태백고)  
複嶺重關天下壯(복령중관천하장)
積翠??六百里(적취롱종육백리)
烟霞??連靑?(연하표묘련청장)
石棧盤回危且險(석잔반회위차험)
行行脅息頻側望(행행협식빈측망)
三月嶺上見積雪(삼월령상견적설)
高處寒凝未暄暢(고처한응미훤창)
蜀道不得難於此(촉도불득난어차)  
使我?旅久??(사아기려구추창)

소백 태백 높다고 사람들 시끄럽고

겹 고개 겹 관문이 천하에 웅장하여라.

첩첩이 가파른 산 육백 리나 뻗쳐

안개 속 아스라이 푸른 산이 잇닿았다.

사다리 돌길 구불구불 험하고도 위험하니

걸음마다 숨 죽이고 곁눈질 자주 한다.

삼월 고개 위에 쌓인 눈 보이고

높은 곳 한기 어려 따스하지 않구나.

촉 나라 험한 길도 이보다 어려울까

나그네 길은 오래도록 날 슬프게 한다.

혜근(慧勤)

 

고주(孤舟)

永絶群機獨出來(영절군기독출래)
順風駕起月明歸(순풍가기월명귀)
蘆花深處和煙泊(노화심처화연박)
佛祖堂堂覓不知(불조당당멱부지)

모든 인연 끊고 혼자 와서

순풍에 일어나 타고 달빛 아래 돌아온다.

갈꽃 깊은 곳에 안개와 함께 정박하니

당당한 부처의 조상이 찾아봐도 모르리라.

허백(許伯)

 

제간성루

(題杆城樓)

山水?回境靜幽(산수영회경정유)
坐來心迹便淸脩(좌래심적편청수)
五更曉色先虛閣(오경효색선허각)
一葉秋聲滿小樓(일엽추성만소루)
逐浪輕鷗知所止(축랑경구지소지)
投林倦鳥得其休(투림권조득기휴)
吾今役役成何事(오금역역성하사)
俯仰東西閱數州(부앙동서열수주)

산과 물은 감돌아 흐르고 경계가 그윽하니

조용히 앉으매 마음속이 절로 맑아지는구나

오경 새벽빛은 빈 누각에 먼저 솟아오고

한 나뭇잎 가을소리 작은 누각에 가득하도다

물결 쫓는 빠른 갈매기 멈출 곳을 알고

숲에 드는 지친 새는 쉴 데를 얻었구나

나 지금 분주해도 무슨 일을 이루었나

동서로 굽어보고 바라보며 몇 고을 지나왔을 뿐

허성(許筬)

 

취후유득

(醉後有得)

空廓人靜聽鍾鳴(공곽인정청종명)
一斗山?攪不淸(일두산료교불청)
半衣壑風吹未已(반의학풍취미이)
歸雲缺處見參橫(귀운결처견참횡)

빈 성곽에 인적은 드물고 종소리 들려오고

한 말의 산 막걸리는 흔들려 맑지도 않구나.

반 자락 옷자락에 골짜기 바람 불어 그치지 않으니

돌아오는 구름이 트인 곳으로 참횡이 보이는구나.

허종(許琮)

 

다경루우부

(多慶樓又賦)

坐向郊頭草染衣(좌향교두초염의)
日斜山氣轉?微(일사산기전비미)
滿江春色無拘管(만강춘색무구관)
一任楊花上下飛(일임양화상하비)

들을 향해 앉으니 풀 빛에 옷에 물들고

해지는 저녁 산기운은 더욱 곱게 젖어든다

강에 가득한 봄빛은 아무 거리낌 없이

버들꽃이 위아래로 나는대로 맞겨두는구나

혜심(慧諶)

 

죽존자(竹尊者)

我愛竹尊者(아애죽존자)
不容寒暑侵(불용한서침)
經霜彌勵節(경상미려절) :
終日自虛心(종일자허심)
月下分淸影(월하분청영)
風前送梵音(풍전송범음)
皎然頭載雪(교연두재설)
標致生叢林(표치생총림)

나는 대나무 어른이 좋아

추위와 더위를 타지 않는다.

서리 겪을수록 절개 더욱 굳세고

종일토록 빈 마음 절로 가진다.

달 아래 맑은 그늘 나눠갖고

바람 앞에 염불소리를 보낸다.

머리에 환하게 흰 눈을 이고

우뚝한 운치가 총림에 보낸다.

혜초(慧超)

 

술지(述志)

不慮菩提遠(불려보제원)
焉將鹿苑遙(언장녹원요)
只愁懸路險(지수현로험)
非意業風飄(비의업풍표)
八塔難誠見(팔탑난성견)
參著經劫燒(참저경겁소)
何其人願滿(하기인원만) :
目睹在今朝(목도재금조)

보리의 세계도 멀다고 생각지 않았는데

어찌 장차 녹야원을 멀다고 여기겠는가

다만 메달린 듯 높고 험한 길이 걱정스러워

업이 바람처럼 흩날린다는 생각 아니도다

여덟 탑은 정말 보기가 여렵고

참고할 저술도 오랜 세월에 불타버렸도다

어찌 그리도 사람의 소원이 많은가

눈으로 직접 보는 것 오늘 아침인 것을

洪홍가신(可臣)

 

別尹泰亨

(별윤태형)

別後長相思(별후장상사)
相思何日忘(상사하일망)
黃?數行字(황전수행자)
讀罷斷人腸(독파단인장)

이별 한 후 오랫동안 서로 생각하며

각하는 마음 언제 잊을 수 있겠는가.

편지에 쓰인 몇 줄의 글자

읽고나니 사람의 간장을 끊는구나.

홍간(洪侃)

 

원산(遠山)

一枝春愁遠復長(일지춘수원부장)
雨雲依約覺猶香(우운의약각유향)
武陵雙碧多輕媚(무릉쌍벽다경미)
堪笑文園枉斷腸(감소문원왕단장)

한 가지에 봄 수심 멀어졌다 짙어지는데

비구름은 기약대로 느낌이 여전히 향기롭구나

무릉 땅 두 푸른 것이 경쾌한 아름다움 많으니

문단에서 부질없이 애통해함이 가소롭구나

홍귀달(洪貴達)

 

廣津舟中曉起

(광진주중효기)

舟中晨起坐(주중신기좌)
相對是靑燈(상대시청등)
鷄犬知村近(계견지촌근) :
星河驗水澄(성하험수징)
隨身唯老病(수신유노병)
屈指少親朋(굴지소친붕) :
世事又?我(세사우료아) :
東方紅日昇(동방홍일승) :

배 안에서 새벽녘에 일어나 앉으니

마주 바라보는 것이 푸른 등불이라네.

닭소리 개소리에 마을이 가까움을 알겠고

은하수는 물이 맑은 것을 보았도다.

몸에 따르는 것 오직 병과 늙음이요

손꼽아 보매 친척과 친구는 적도다.

세상 일이 또 나를 붙잡으니

동방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홍대용(洪大容)

 

증우인귀향

(贈友人歸鄕)

知君非長往(지군비장왕) :
奇跡同陽鳥(기적동양조)
阿閣思鳳擧(아각사봉거)
澤梁戒雉?(택량계치요)
??不敢施(증격불감시)
逸?振空杳(일핵진공묘)
永言保貞信(영언보정신)
有如江月皎(유여강월교)

그대 오랫동안 숨어있진 않을 것이니

기이한 그대 자취 기러기와 같구려

조정에서는 봉황의 움직임 생각하고

어촌에서는 꿩의 울음을 경계하노라

주살과 그물 감히 칠 수 없으니

날개 활짝 펴고 아득히 창공에 떨쳐라

진리의 말은 곧음과 믿음의 보전

강가의 달빛처럼 밝음을 가져야 하리

홍우원(洪宇遠)

 

농원록죽

(籠園綠竹)

??滿園竹(색색만원죽)
亭亭千碧玉(정정천벽옥)
自傾彭澤樽(자경팽택준)
誰是山陰客(수시산음객)

뜰에 가득한 앙상한 대줄기

우뚝히 들어 찬 천 개의 푸른 옥

스스로 도연명의 술독을 기울이니

그 누가 곧 산음의 나그네인가

홍섬(洪暹)

 

홍문관(弘文館)

季淮?趾舟恒正(계회제지주항정)

魚達成勘漑袞容(어달성감개곤용)

老讓國昌申鄭忍(로양국창신정인)

吉忠淳愼貴無窮(길충순신귀무궁)

계량 윤 회 권 제 정인지 신숙주 최 항 서거정

어세겸 홍귀달 성 현 김 감 신용개 남 곤 이 행

김안료 소세양 김안국 성세창 신광한 정사룡 홍 섬

정유길 박충원 박순 노수신 김귀영은 무궁하리라

황정욱(黃廷彧)

 

차옥당소도운

(次玉堂小桃韻)

無數宮花倚粉墻(무수궁화의분장)
遊蜂戱蝶?餘香(유봉희접진여향)
老翁未及春風看(노옹미급춘풍간)
空有葵心向太陽(공유규심향태양)

무수한 궁궐 꽃 흰 담장에 기대어

날아다니는 나비와 벌은 향기를 찾는다

늙은이 마음 봄바람 다 보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마음은 접시꽃처럼 태양을 향한다오

황진이(黃眞伊)

 

영반월(詠半月)

誰斷崑山玉 수단곤산옥
裁成織女梳 재성직녀소
牽牛離別後 견우이별후
愁擲壁空虛 수척벽공허

누가 곤륜산옥을 잘라
직녀의 빗을 만들어 주었던고
직녀는 견우님 떠나신 뒤에
시름하며 허공에 던져 두었네

황현(黃玹)

 

절명시(絶命詩)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도 하구나.

휴정(休靜)

 

환향(還鄕)(一)

 

三十年來還故鄕(삼십년래환고향)

人亡宅發又寸荒(인망택발우촌황)

山川不語春草暮(산천불어춘초모)

杜字一聲來杳茫(두자일성래묘망)

 

집 떠난 지 삼십 년 고향에 돌아오니

사람은 없어지고 눈익은 집들 모두 다 헐렸네

청산은 말이 없고 봄날은 저무는데

두견새 우는소리 멀리까지 들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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