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두더지는 땅속 '해충잡이'예요
두더지
동물들이 겨울잠에 빠져 있는 한겨울에 땅속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아 먹는 생물이 있습니다. 바로 두더지입니다.
두더지는 흔히 겨울잠을 자는 동물로 잘못 알려져 있어요. 실제로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 답니다. 먹이를 저장해두지도 않고요. 대신 이들은 평소보다 더 깊은 굴을 파고 안에서 먹이 사냥을 합니다. 두더지 굴은 보통 땅속 30㎝ 깊이에 있는데 겨울철에는 이보다 더 깊이 파고들어갑니다. 추운 겨울철에는 지렁이와 유충 같은 먹잇감도 상대적으로 따뜻한 깊은 땅속에 있으니까요. 두더지가 이렇게 굴을 파서 터널을 만들 때 지하에서 운반된 부드러운 흙더미를 '두더지 무덤'이라고 합니다. 두더지 무덤은 가을철에 많이 볼 수 있어요. 두더지가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터널을 파두기 때문이에요.
두더지가 땅을 파서 만드는 터널은 먹이를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덫'입니다. 터널 속을 계속 순찰하면서 먹잇감이 터널 안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거지요. 지렁이가 땅속에서 움직이다가 두더지가 파놓은 터널로 나오면 이를 재빨리 눈치 채고 잡아먹는 식이에요. 두더지는 지렁이 외에도 땅강아지, 나비와 나방의 유충을 주로 먹어요.
두더지는 시각 대신 후각과 촉각을 활용해 어두운 굴 속에서 먹이를 찾습니다. 코끝을 상하 좌우로 흔들며 움직이다가 먹잇감 냄새를 맡으면 코를 더 빠르게 흔들면서 먹이를 향해갑니다. 먹잇감이 닿으면 코끝으로 먹잇감을 두드리며 먹을 수 있는지 확인해요. 두더지는 어두운 지하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눈은 퇴화하고 후각과 촉각이 매우 발달했기 때문이지요.
두더지는 가장 큰 종류도 머리부터 몸통 끝까지 길이가 20㎝가 넘지 않아요. 몸이 원통형이라 좁은 터널을 움직이기 좋아요. 발바닥은 원반 모양으로 생겨서 땅을 파기 좋고요.
두더지는 단단한 땅보다는 부드럽고 습기를 적당히 머금은 땅을 선호해요. 굴을 파기 쉽고, 먹이도 풍부하거든요. 떠오르는 장소가 있나요? 바로 논과 밭입니다.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래 논과 밭은 두더지의 좋은 서식지였어요.
사람 입장에서 두더지는 미운 동물입니다. 어린 농작물 아래에 굴을 파서 농작물이 시들게 하니까요. 두더지 굴이 들쥐가 돌아다니는 통로가 되기도 했지요. 하지만 두더지는 해충의 애벌레도 많이 잡아먹어요. 이 부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죠.
두더지는 삵, 족제비, 오소리, 올빼미, 큰소쩍새 같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어두운 땅속에서 살 수 있게 진화했어요. 하지만 인간이 가져온 변화에는 적응하지 못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이후 농장 주변 도로가 포장되고 논두렁 옆에 수로가 생겨 두더지가 살기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죠. 이제는 인간이 두더지를 어떻게 보호할지 고민해볼 때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