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만은
임성욱
(시인/사회복지학박사)
오늘날을 복지사회를 지향하는 시대라 한다. 복지사회란 무엇일까.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가 증진되고 보장되는 사회를 일컫는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복지제도를 확립해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를 충족시켜줄 양질의 인적자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복지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더 늦게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때문에 당연히 사회복지학과 및 특수교육학과 등이 늦게 대학들에 개설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광주・전남의 경우는 더더욱 늦었다. 그래서 1980년대 중반대부터 뜻있는 인사들이 우리 지역의 큰 대학교라 할 수 있는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에 사회복지학과 및 특수교육학과 등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요지부동이었다. 아예 이들 학과에 대한 개념 자체도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광주보건대학에서 제일 먼저 사회복지과를 개설했다. 이어서 후발 4년제 대학교와 전문대학들에서 무섭게 개설하기 시작했다. 그 후 한참 지나서야 조선대학교와 전남대학교에도 개설되었다. 언젠가부터는 어떤 대학이든지 사회복지학과가 학생 수를 채워줘서 학교를 연명해준다는 말까지 생길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후발 대학교나 전문대학 등에 우후죽순으로 개설되면서 사회복지사의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어떤 전문대학은 기존의 모든 과는 물론 신종 과까지 개설해가면서 모두 복지라는 단어를 붙인 경우도 있다. 교육할 전문 교수도 없으면서. 이렇게 해서 사회복지사 등을 양성해 온 것이다. 때문에 사회복지사 등 사회복지전문가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현재의 제도상 누구든지 사회복지라는 단어가 붙은 과를 졸업하면 2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4년제 대학이나 대학원은 물론 전문대학을 나와도 모두 2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예를 들면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또는 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나와도 똑같이 2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획득한다. 1급 사회복지사의 경우만 1급 국가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1급이 된다. 그런데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대우는 1급과 2급의 차이가 별로 없다. 극히 특수한 경우만 제외하고는. 이러다 보니 함량미달의 사회복지사들이 수없이 배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악화가 오히려 양화를 구축하기도 한다. 즉, 경제적 부를 보다 많이 갖고 있는 계층들이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관련 자격증들을 쉽게 취득하여 각종 크고 작은 사회복지시설들을 개설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오로지 사회복지에 대한 선한 의지 하나만으로 전 재산을 다 바쳐 가면서 사회복지사업을 운영해 오는 곳도 있다. 이런 상황들을 관계기관에서는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즉, 옥석을 가려가면서 지원하란 말이다. 오랫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서 양질의 복지사업을 펼쳐오고 있는 일부 사회복지시설들이 현재 여러 사정상 각종 어려움에 봉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욱죄어오는 무리한 각종 제도, 이용인들의 다양한 공격적 행동, 이로 인한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이직 등이 복지사회로 가는 길을 막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타의 부정적 상황들이 결국 사회복지대상자들의 복지 수준을 급하향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관계기관에서는 명심했으면 한다. 최소한 어떤 경우에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만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