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닭 하면 치킨이라는 말이 더 익숙해졌다. 거기다 파채를 곁들이거나 굽거나 매운 양념을 가미하는 등 메뉴도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맛들에 반기를 들 듯 한 가지 맛 만을 고집하는 시장통닭들도 여전히 인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푸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릴 때 처음으로 접한 치킨이 시장통닭인 경우가 많아 옛날 맛을 그리워하는 정서도 한몫을 한다. 여름밤 헤어나오기 힘든 '치맥'의 유혹에 부응하기 위해 부산에서 손꼽히는 시장통닭집들을 찾아가 봤다.
■뉴숯불통닭
지난 22일 오후 5시30분, 부산대 후문 근처에 있는 가게로 들어서자 다행히 한 자리가 났다. 테이블이 6~7개 정도로 작은 가게라 주말이나 평일 저녁 때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자리에 앉으면서 반반을 주문했다.
후라이드는 위에 감자를 얹어 내온다. 튀긴 닭과 함께 0.5㎝ 정도의 두께로 썰어놓은 감자 튀김이 별미다. 감자는 마치 고구마처럼 달콤하고 간이 딱 맞아 하나 남은 건 누가 먹을까 동행과 눈치를 보게 된다. 튀김옷은 거의 물처럼 묽어서인지 얇다. 후라이드의 간이 약간 세지만 바삭하고 고소했다. 계피향이 살짝 돌며 달콤한 양념도 입에 착 붙었다. 이곳도 각종 재료는 모두 국내산만 고집한다. 장정인 대표의 남편인 권혁준 씨는 "매일 국내산 생닭을 통으로 들여와 가게에서 다 토막낸다. 1.3㎏ 육계를 고집하므로 양도 푸짐하고 감자와 닭을 함께 낸 것도 우리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권 씨는 "튀김옷이라고 하기 보다는 야채즙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며 7가지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 사람당 하나씩 치킨무를 내놔 치킨 마니아들 사이에 1인1무라는 별명도 있다. 1985년에 문을 연 장전동 본점은 막내딸과 사위가, 부곡동 한신아파트 상가의 분점은 둘째딸 내외가 맡고 있다. 이번달 말께 장전동 본점은 길 건너쪽으로 이전한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밤 12시. 후라이드, 반반, 양념 각 1만5000원. 장전동 본점 (051)514-3885, 부곡점 (051)514-3886
■희망통닭
지난 19일 오후 5시 10분께 찾은 희망통닭은 포장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반 마리를 시켜 맥주와 함께 이른 저녁을 해결하는 주당들도 많았다. 1983년부터 이 자리에서 영업을 해왔다는 류근태 대표의 첫째, 둘째 아들과 딸, 사위까지 패밀리 비즈니스로 운영 중이다.
희망통닭의 전통적 강세메뉴인 반반을 주문했다. 후라이드의 튀김옷은 바삭하기 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눅눅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만큼 가볍고 부드럽다. 마늘 카레 전분 등 10여 가지가 들어가는 양념 가루를 달걀물에 풀어 생닭에 입혀 튀겨낸다. 고소하면서 약간 심심한 듯한 맛이다. 하지만 강한 맛이 아니라 더 손이 간다. 양념통닭은 매콤달콤한 맛이 균형을 이뤘다. 전통적인 맛이라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익숙한 맛이다.
닭똥집튀김도 대, 소를 구분해 판다.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 똥집튀김은 무척 쫄깃해 씹는 맛이 좋았다. 사직야구장에서 경기가 있는 날이면 포장해가는 손님이 줄을 잇는다. 희망통닭은 육계 중 1.2㎏의 국내산 생닭만 고집한다. 염장한 닭을 쓰지 않아 속살까지 간이 돼 있지는 않지만 닭 육질이 좋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새벽 1시30분. 동래고등학교에서 동래시장 쪽으로 난 골목으로 3분만 걸으면 보인다. 반반 1만5000원, 후라이드 1만5000원. (051)555-0073
■뽀뽀통닭
스펀지 인근의 뽀뽀통닭은 무척 바삭한 튀김옷이 특징이다.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현재의 인기를 얻었다.
박옥녀 대표는 냉장고를 열어 장만된 생닭을 보여줬다. 박 대표는 "큰 것(대자)은 1.4㎏, 작은 것은 1.1㎏ 국내산 생닭을 쓴다. 우리만큼 푸짐한 데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치킨무도 직접 만든다. 크게 썬 무라 씹는 맛이 아삭하다.
켄터키 치킨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후라이드 메뉴다. 뽀뽀통닭의 메뉴판 속 후라이드는 소금구이를 말하는 것이니 혼동하지 말 것.
켄터키치킨은 튀김옷 반죽의 농도를 되직하게 해서인지 아주 바삭바삭했다. 주문한 것을 15분 정도 이동한 후에 먹었는데도 바삭함이 가시지 않을 정도였다. 양념은 단 맛보다는 약간 매운 맛이 강했다. 양념에는 고춧가루 후추 등이 들어가 뒷맛이 알싸했다. 켄터키 치킨에 양념을 버무리니 튀김의 느끼한 뒷맛을 칼칼함이 잡아줬다. 아이들이 먹기에는 조금 매울 수도 있다.
치킨 포장 박스는 따로 없이 종이 봉투에 넣어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소위 폼은 좀 안나지만 시장통닭스러운 느낌은 더 나는 재미가 있었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새벽 5시. 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 1번 출구에서 스펀지 방향. 켄터키 대 1만5000원, 소 1만3000원, 반반 1만6000원. (051)741-4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