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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榮州) 족조(族祖) 휘(諱) 덕열(悳烈)
제문(祭文) - 제종숙(再從叔) 인식(寅植)
悳烈아! 痛哭하노라.
丙午 八月 二十一日
유세차 병오 八月삭 二十一일 출가승(出家僧) 재종숙은 연안후인(延安後人) 송덕열(宋悳烈) 영전(靈前)에 앉아 눈물을 흘려 통곡하며 하늘을 우러러 원통하고 땅을 치며 목이 메인체 아쉬운 사연 몇 마디 하려하노라.
슬프다! 군은 영원히 가고 없노라. 인생이란 원래 만나는 자는 반드시 헤어지고 살아 있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 하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젊은 나이에 네가 죽음이란 마지막 길을 걸을 줄이야 그 누가 알았더란 말이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캄캄한 암흑천지(暗黑天地)에 마지막 통곡만이 눈물지게 하노라.
아! 덕열아! 너는 갔노라. 너는 영원히 가고 없노라! 다사오지 못할 황천에 길로 영원히 가고야 말았구나!
군아! 층층시하(層層侍下)의 중한 몸으로 어린 자식 뒤에 두고 슬피 울고 가든 그 날이 언제이었더냐? 오동추야(梧桐秋夜) 밝은 달이 깊은 밤 창문을 찾아들고 귀뚜라미 구슬프게 우는 삼년 전 팔월 오늘이 아니었더냐? 낙동강 칠백리 푸른 물이 흐르다가 발을 멈추고 풍산벌판 하늘가에 떠있는 흰 구름이 갈길 몰라 헤메이기만 하였으리라. 그리하여 만운산천에 고요히 잠드신 우리의 조상들도 너의 죽음을 슬퍼 하였으리라.
피가 씩은 너의 육신을 부등켜안고 가슴을 찧고 땅을 치며 통곡하시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기막힌 설음은 어떠하였으랴. 까만 눈동자 경애 사형제 어린 것들이 아빠 부르며 목이 메여 울었을 것이니 구천에 사무친 이 사연을 너는 아느냐 모르냐?
화촉동방(華燭同榜) 백년가약(百年佳約) 행복하게 이루었건만 백년해로 못 다하고 원앙새 단잠을 깨기도 전에 너를 못 잊어 몸부림치며 천 줄기 만 줄기 눈물을 흘리는 백년한의 청상과부가 있으니 아! 천추의 한스런 이 일을 어찌하랴?
너의 동생 우열, 순자, 양자가 형아 오빠야 목 놓아 울었을 것이니 어찌 눈을 감고 갔더란 말이냐?
인명은 재천이오, 인사는 허무하여 수요장단(壽夭長短)을 마음대로 못한다 하지만 이런 슬픈 일이 이 천지간에 어디 있더란 말이냐? 너는 봉우리진 꽃다운 청춘과 오색이 아롱진 인생의 행복을 불살라버리고 혈혈단신 고독한 몸으로 어둡고 괴로운 북망산천(北邙山川)을 어떻게 찾아 갔더냐?
세월은 빠르기도 하도다. 흐르는 물이오, 석화전광(石火電光)이다. 네가 황천을 찾아간지도 구름 흘러 달이 가서 어언 삼년이란 세월은 꿈엔 듯 흘러갔다. 그 동안 몇 차례 삼촌가절(三春佳節)이 찾아와서 강남제비 돌아오고 꽃도 피고 잎이 피어 새가 울어 구십춘광(九十春光)을 노래하기도 하였고 남산위에 흰 구름이 만학천봉(萬壑千峰)을 이루어 마음의 고향을 노래하는 녹음방초(綠陰芳草) 승화시도 꿈결에 지나가기도 하였는가하면 소슬한 가을바람 불어불어 우수수 낙엽이 휘날리어 고성낙일(孤城落日) 저문 날에 외기러기 슬피 울어 그 어디론지 날아가기도 하였고 육화분분(六花芬芬) 저 백설이 만수청산(萬水靑山)에 흩날리기도 하였으니 정령코 무정세월은 흐르기만 하였다.
무정세월 약유파라. 무정세월에 쫓기는 덧없는 인생!
너도 무정하게 가버렸으니 너도 또한 무정하기만 하다. 너는 왜 이다지도 슬픔이란 이 설음을 이 땅위에 무정하게 남겨놓았더란 말이냐?
덕열아! 물어보자! 매화 옛 동산에 그윽한 향기와 울긋불긋 오색이 아롱진 꽃을 희롱하며 정다운 벗들과 손에 손을 잡고 삼삼오오 작반(作伴)하여 노래 부르는 그 시절이 언제이었으며 앞내 뒷내 다니며 내 고향산천에서 무심히 보내든 그 세월이 언제이었더냐? 아! 그러노니 그 세월 그 시절이 모두가 한바탕 꿈이 되어 버렸나! 일락서산(日落西山)에 해는 떨어지고 월출동령(月出東嶺)에 달이 솟아 천지적적(天地寂寂) 고요한 밤에 하늘에 빛나는 억조성좌(億兆星座)가 말없이 반짝이니 인생의 덧없음을 뼈저리게 하는구나! 애인생지 가련이오, 탄광음지유수라. 가는 세월 잡지 못하고 죽은 목숨 살리지 못하니 슬프다 인생이여!
너는 듣거라! 나도 인생살이 뜻이 없어 물위에 부평초 신세로 산 설고 물 설은 타향에서 헤매이다가 머리 깍은 중이 되어 오매불망(寤寐不忘) 그리운 고향이라 찾아왔건만 이 모양 이 지경이었구나! 나의 어머니, 대구에 종형, 만운에 삼종형 그리고 우리 문중 몇몇 사람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너마저 참혹하게 이 모양이니 이 무슨 비극의 연속이란 말이냐?
내 고향에 돌아와서 듣건대 너를 장사 지내든 날 동리사람 다 모여 너의 죽음을 애석하여 울었다 들었고 상여 메고 갈 동군들이 울고 울어 정든 옛집을 떠날 때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아니하였다하니 어찌 하늘인들 무심할 것이냐?
산천에 초목아 울어라! 허공에 날아가는 저 새야 너도 함께 울어라! 우리 덕열이 울고 가든 날 구곡간장(九曲肝腸) 맺힌 설음 어떠하였으랴?
구만장천(九萬長天)에 두둥실 흰 구름아! 갈길 몰라 헤메이기만 하는구나! 황천길이 몇 천리드냐, 몇 만리드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북망산천에 먼먼길 돌부리 가시밭에 발을 다치지 아니하였나? 허우단심 기진맥진 굶주리어 그 얼마나 배가 고팠더냐? 천만리 먼먼길 네 혼자 가느라고 그 얼마나 외로워 울었더냐? 네가 살던 고대광실 높은 집과 문전옥답 그대로 있건만 네가 가고 없으니 허무하기만 하다.
군아! 들어라. 나는 머리 깍은 중이 되었으니 너를 위하여 염불도 하고 나는 백발이니 백발가도 한마디 하여 너의 외로운 영혼을 위로함과 아울러 하소연도 하련다.
슬프고도 슬프도다 어찌하여 슬프든고 이세월이 견고한줄
태산같이 믿었드니 백년세월 못다가서 백발되니 슬프도다
어화청춘 소년들아 백발노인 웃지마오 덧없이도 가는세월
낸들아니 늙을소냐 저근 듯 늙은 것이 한심하고 슬프도다
인생부득 항소년은 풍월중에 명담이라 삼천갑자 동방삭은
전생후생 초문이오 팔백을 사는 팽조 고문금문 또있는가
부운같은 이세상에 초로같은 우리인생 물위에 거품이오
위수에 부평이라 칠팔십을 살드라도 일장춘몽 꿈이로다
이내몸이 늙어지면 다시젊기 어렵도다 육십육갑 꼽아보니
덧없이도 돌아가고 사시절을 살펴보니 빠르게도 돌아간다
늙을수록 분한마음 정할 수가 바이없네 편작이를 데려다가
늙은병을 고쳐볼가 염라왕께 소지하여 늙지말게 하여볼가
주사야탁 생각하나 늙지말게 수가없고 억만번 다시생각
늙지말게 할수없네 어화담담 서른지고 또한말을 들어보소
꽃이라도 늙어지면 오든나비 도로가고 남기라도 병이들면
눈먼새도 아니오고 비단옷도 헤어지면 물걸레로 도라가고
좋은음식 쉬어지면 수채구멍 찾아가네 세상사를 굽어보니
만사도시 몽중이라 이욕에만 골몰하여 삼강오륜 몰라보고
주야없이 죄만짓네 백발되어 뉘우친들 후회막급 어이할고
이세월이 견고한들 허랑방탕 노닐다가 늙을줄을 몰랐구나
안수등정 잠깐이니 젊었을 때 고생하소 애고답답 설른지고
늙기설어 어이하리 조석상대 하는권속 부운같이 헤어지고
죽자살자 하든친구 유수같이 흩어지니 저절로 독부되어
허허탄식 뿐이로다 부럽도다 소년들아 젊었을 때 덕을닦소
빈객삼천 맹산군도 죽어지면 자취없고 백자천손 곽분양도
죽어지면 허사로다 영웅인들 늙지않고 호걸인들 죽잖을가
영웅도 자랑말고 호걸도 말을 마소 만고영웅 진시황도
여상추초 잠들었고 글잘하는 이태백도 귀경상천 하여있고
천하명장 초패왕도 오강월야 흔적없고 구선하든 한무제도
분수추풍 한탄이라 천하명의 편작이도 죽기를 못면하고
만고일부 석순이도 할수없이 돌아가니 억조창생 만민들아
이내일신 젊었을제 선심공덕 어서하소 일생일사 공한 것은
어찌하여 면할손가 가련하고 한심하다 오는일을 어찌하리
백발이 재촉하니 갈길을 생각하소 아마도 이세상에
선심하고 돌아가소 남에게 인심얻고 친척에 화목하고
인간칠십 살지라도 지은공덕 바이없네 좋은일이 얼마든고
속절없이 지내다가 황천에 돌아간들 무엇가저 저항하리
그럭저럭 지내다가 세월을 몰랐구나 북창청풀 명월하에
다된백발 어이하리 어젯날 청춘몸이 오늘날 수족없어
한구석에 앉았으니 뉘가그리 알아줄가 생각하고 생각하니
절통하고 원통하다 이한몸이 돌아가면 다시오기 어렵도다
집을잃고 돌아간들 어디가서 의지하리 가시금 생각하니
청춘시절 뉘우친다 천만년을 살줄알고 걱정없이 지내다가
오늘날 생각하니 세상일이 가소롭다 진세오욕 탐착말고
선심공덕 어서하소 이말저말 도시말고 호생노자 장만한후
극락세계 들어가서 구품연지 구경가세 이세월을 허송타가
서산낙일 다된후에 무간지옥 나타나면 후회막급 쓸데없고
처자권속 쓸데없고 친구벗도 쓸데없고 구산같은 금은옥백
이지경에 쓸데없네 무정세월 약유파라 원수백발 돌아오니
슬프고도 슬프도다 청춘홍안 슬프도다 춘초연 연록이오
왕손은 귀불귀라 우리인생 늙어지면 다시젊지 못하리라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설어마라 명년삼월 봄이오면
너는다시 피련마는 우리인생 한번가면 다시오기 어려워라
북망산천 돌아갈제 어이갈고 심산험로 한정없는 길이로다
언제다시 돌아올가 이산저산 피는꽃은 봄이오면 싹이튼다
이골저골 장유수는 한번가면 다시올가 저산넘에 뜬구름은
종적조차 볼수없네 공산야월 두견조는 무슨한이 저리깊어
울고울고 밤새우나 녹수청산 깊은골에 설이우는 저꾀꼴아
너는무슨 하소기에 이다지도 울고있나 무월공산 죽창하에
울고가는 저기럭아 네고향이 어데관데 북쪽하늘 울고가나
인생일세 탄생하야 지은공덕 바이없어 부귀공명 바라보며
자손영달 바라볼가 금세부귀 하는이는 선세적덕 그아니냐
악한죄를 짓지말고 마음닦아 선심하여 극락세계 들어가세
저세상에 들어가면 청춘백방 도시없고 생노병사 끓어저서
장생불사 하신다니 어서가세 어서가세 극락세계 어서가세
나무아미타불
군아! 들었느냐? 우리 인생은 본래가 허무한 것이다. 아무리 편작(扁鵲)의 의술이 좋다하더라도 천만년을 살지 못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은 가야할 운명을 지니고 있다. 불법(佛法)에서도 나고 죽고 하는 것을 슬퍼하지 않는다. 죽은 시체의 영혼은 또 다른 곳으로 태어난다 한다. 그러나 나고 죽고 늙고 병들고 하는 괴로움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벗어나야 한다. 이것을 벗어나자면 선심공덕(禪心功德)을 쌓아야 한다. 이것을 쌓으면 죽어서 십만팔천리 서방정토(西方淨土) 극락세계에 태어나서 영원무궁토록 복록을 누리고 산다고 한다. 군은 원래 어질고 착하였으니 필연코 극락세계에 태어났으리라 나는 믿는다. 팔공덕수(八功德水) 맑은 못에 수억만의 연꽃이 화려히 피어 너를 맞아 주었으리라 믿는다. 바라노니 군아! 부디부디 외롭다하지 말고 서러워하지 말고 슬퍼하지 말아다오.
오늘 저녁 우리 일가친척 모두 모여 눈물어린 지난날의 너의 사연을 베풀어 옛일을 더듬기도 하고 네가 극락세계에 태어나서 영원히 살기를 축원하기도 한다마는 지금 너의 늠름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너의 낭랑한 음성 듣지 못하며 눈에 삼삼 귀에 쟁쟁 섭섭한 마음 금할 길이 없어 눈물만 아롱지고 가슴만 메인다.
내가 죽어 네가 내 영혼 앞에 한잔 술을 부어 위로 하는 것은 응당 좋으려니와 네가 죽어 내가 우니 이게 무슨 말이 되나 그러나 어찌하느냐? 어느 누가 수은장단을 마음대로 한다더냐?
팔십고령(八十高齡) 조부모님과 육십지년(六十至年) 부모님이 너의 육신(肉身)이 지하(地下) 삼척(三尺)에서 썩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뼈가 까이고 살이 에일 것이다. 인생이 본래 덧없는 것이니 참을 수밖에 도리가 없다. 억만(億萬) 줄기 피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철부지한 어린 것들 품에 안고 섬섬옥수(纖纖玉手)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이 메여 우는 재종질부 소복단장(素服丹粧) 서러운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독숙공방(獨宿空房) 긴긴밤에 홀로 앉아 외로이 걸러야 할 험난한 인생살이를 생각할 때 어찌 암담한 심회 없으랴마는 이 모두가 기구한 팔자이오,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니 인력으로 어찌하랴. 그렇지만 세월이라는 명의(名醫)가 있으니 세월이 흘러가면 흐르는 세월과 함께 마음의 상처도 아물 날이 있을 것이니 세월아 흘러라.
덕열아! 너는 영원히 가고 없다. 꽃이 피어 화산(花山) 되고 잎이 피어 청산(靑山)된다. 세세연년(世世年年) 봄이 오면 산천의 초목들은 꽃이 피고 잎이 핀다. 그러나 속절없는 우리 인생은 한번 가면 다시 올 줄 모른다. 풀끝에 이슬이오, 바람 앞에 이슬이다. 무정한 저 바람이 건 듯 불면은 자취 없이 사라진다. 그러기에 초로인생(草露人生)이라 하였고 풍전등화(風前燈火)라 하였다.
그렇지만 군아! 슬픔도 설음도 참아다오. 너의 육신은 무주공산(無主空山)에 한줌 흙으로 변하였지만 너의 맑고 깨끗한 영혼은 극락세계에 태어나서 복록을 누릴 것이니 그 얼마나 좋겠나. 극락세계는 괴로움도 슬픔도 없는 대진리(大眞理)의 세계이다. 언제나 꽃동산에 새가 울고 한량없는 광명의 빛이 온 천지를 덮고 공중에서 종일토록 음악이 울리어 낙원을 이룬다 하였다.
군아! 이 지상의 우리들은 이 세상의 인연을 다하면 언젠가 그 길로 가야할 것이니 다시 만나기를 바라고 너의 영혼 알뜰히 가꾸어 저 세상에서 우리들로 하여금 자비를 베풀어다오.
군아! 오늘로서 너를 위한 대소상(大小喪)도 마지막이다. 조석상식(朝夕上食)도 초하루 보름 삭망(朔望)도 마지막이다. 못다 살고 못다 즐기고 간 너의 슬픈 모습이 한없이 그리웁고 보고 싶을 때는 그래도 빈소가 있었기에 온 가족들이 애끓는 통곡도 하여 못 잊어 하였건만 오늘 저녁 몸으로 태운 촛불의 눈물과 함께 이 밤이 깊어지고 계명성(鷄鳴聲)이 동천(東天)으로 알리어 샛별의 그림자가 자취를 감출 때면 너의 외로운 영혼은 정든 옛집을 영원히 하직할 것이니 인생은 역시 허무이오, 무정한 것이다.
군아! 六十지년 너의 부모님은 봄바람 가을비 오랜 세월에 너의 꽃다운 장래를 한결같이 빌기도 하였고 너를 위하여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힘차게 살아왔건만 그 노고의 보람도 없이 이제는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고 다만 지난날의 가슴 아픈 옛 추억만이 남게 되었으니 덧없는 인생 속절없는 꿈속만이 슬프다.
군아! 네 영혼 고향이 그리워 부모처자가 못 견디게 그리울 때에는 약수삼천리 먼먼길의 한 마리 청조(靑鳥)새가 되어 정든 옛터 이 창가에 찾아와서 노래를 불러라. 그러노라면 네가 꿈에 그리던 고원(古園)동산에는 봄은 찾아오고 너의 집 문전에는 화락(和樂)한 복이 올 것이다.
군아! 나도 역시 그렇다. 오늘 저녁 너의 애달픈 영혼을 마음껏 위로하고 내일이면 저 하늘 흰 구름을 벗하여 구름 따라 바람 따라 또 어디론지 가야한다. 달뜨는 저녁 꽃피는 아침의 나의 노래를 한가슴 안고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로 개나리봇짐 짊어지고 고달픈 인생행로(人生行路)를 더듬어 끝없는 방랑길로 떠나간다. 흐르는 물과 함께 흘러 흘러 가다가 내 인생 다하는 날이면 흥망(興亡) 오백년에 우리의 송씨 문중도 먼 하늘 남쪽나라 흰 구름을 바라보며 시름 짓는 고향생각도 푸른 뫼 삼박산 기슭 망서정의 맑은 바람도 지나간 옛날의 아쉬운 꿈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외로워 울든 나의 메마른 영혼도 너와 함께 이 동산에 찾아와서 구성지게 울 것이다.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지 서글픈 인생! 한조각 구름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허무한 인생! 인생만사 이 모양이니 꿈 아니고 무엇이랴.
군아! 너의 부모님의 어둡고 괴로워 울든 삼년의 세월과 함께 만사는 끝났다. 출가승(出家僧) 재종숙은 지금 천권(千卷) 만권(萬卷)의 책을 다하여도 너에 대한 사연 다 못할 것으로 이만하기로 하고 진심으로 너의 명복(冥福)을 빌며 이만 그치노라.
오호통재. 오호애재. 상(尙) 향(饗)
첫댓글 구구절절 내용이 마음을 애통하게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