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올해 하반기에도 공연을 많이 하십니다.
*
제가 이 말을 먼저 하는 이유는
모친인 박은옥 씨가 또! 자꾸! 후손에게
페북 압력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정태춘 벤츠 탄다, 안 탄다? 에피소드 참고하세요)
게시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이 가정,
후손은 박은옥 씨의 권고를 ‘일부’ 받아들여
이 게시물을 작성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아래 글은 제 머릿속 녹취록을 풀어쓴 것입니다.
*
“사람들이 이제 우리 공연 안 하는 줄 아나 봐.”
“글쎄, 엄마 아빠 공연 볼 사람들은 이미 다 본 거 아냐?”
“내 생각에는 홍보가 안된 거 같아.”
“저번처럼 방송에 나가봐.”
“방송 나갈 게 없는데? 전부 젊은 사람 방송 뿐이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어깨 으쓱)”
“네가 페북에 글 좀 써 봐.”
“페이지에 글 적는 게 뭐가 홍보가 돼.”
“안 하는 거보다 낫잖아.”
“정태춘 페이지 많이 보지도 않아 ㅎㅎ.”
“아냐, 네 글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아.”
“누구?”
“... 나 ㅎㅎ”
“......”
“댓글 읽어보면 진짜 네 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그건 그냥 다 덕담이고 선플이지.”
“아니, 그래도 올려보라고.”
“참나, 상반기에 방송을 너무 몰아서 하더라니.”
“그게 우리 마음대로 되냐?”
“내가 올려도 효과 없어.”
“그래도 뭐라도 써 봐.”
“상반기에 공연이 너무 잘되서 그래. 다들 끝난 줄 알아.”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알려야지.”
“내가 올리고 싶은 글은 수박 소식밖에 없어.”
“...(도른자 보듯 딸을 응시)”
“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 홍보 말고.”
“...(내 딸 이상해 환불하고 싶어 눈빛)”
“엄마, 나는
평택 : 10/2(수), 3(목) 남부 문화 예술회관
청주 : 10/12(토) 청주 예술의 전당
수원 : 10/19(토) 경기도 원화의 전당 대극장
의정부 : 10/26(토) 의정부 예술의 전당 대극장
진주 : 11/1(금) 경남 문화 예술회관
대구 : 11/2(토), 경북대학교 대강당
천안 : 11/9(토) 천안 예술의 전당
원주 : 11/16(토) 백운 아트홀
춘천 : 11/23(토) 백령 아트센터
광주 : 11/30(토) 김대중 컨벤션센터 다목적홀
그런 글 말고 그냥 수박에 대해 적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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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진정성 있는 수박 소식>
가을이건만 왜 지금 수박 이야기를 하느냐고요?
수박이 부재한 지금이야말로
수박 이야기를 하기에 제일 적절한 때가 아닐까요.
입안에 밀려드는 달콤한 수박즙이 아직 생생한데,
수박과 함께한 날들이 바로 어제였던 거 같은데,
이제는 없는 수박.
그러나 아직도 먹고 싶은 수박.
수박을 향한 후손의 그리운 마음을 담아
정태춘 씨의 수박 소식을 전하려 합니다.
“왜 수박이 하나야? 분명히 씨앗 한 봉지 다 심었는데.”
“수박이 안 나고 이상한 조롱박이 나더라고.”
(가짜 뉴스)
“그래서 다 뽑아 버렸어?”
“수박이 아니니까 버렸지이...”
“아냐. 아빠는 수박이 되어가던 열매를 죽인 거야.”
(중박 칠 소박 창작자의 감정이입)
“아니라니까...조롱박이었다고.”
“그래도 어쩜 수박을 딱 하나만 키웠어.”
“하도 여기저기 썩어가꼬 또...”
“진짜 하나만 남기고 다 버렸어?”
“응...흐흐흐”
정태춘 씨는 수박을 키우는 동안에도
수박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밭을 뒤덮는 수박 덩굴이 지저분해서 싫다며
후손에게 여러 차례 하소연했습니다.
수박이 수박이 아니라는 가짜 뉴스도 퍼트렸습니다.
옥상의 권력자, 정태춘 씨의 그런...
‘빨리 수박 확 다 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을
수박들도 알아차렸는지 어느 날부터 비실비실
이놈 저놈 유행처럼 자진해서 썩기 시작했습니다.
수박 덩굴이 미웠던 부친은 당연히 ‘이것은 기회다!’
무자비하게 수박 줄기들을 잘라냈고,
살벌한 옥상 밭에는 단 하나의 수박만이
간신히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조롱박 누명을 피한 수박,
비관에 젖어 썩지 않고 버틴 수박,
진정성 있는 단 하나의 레알 수박.
정태춘 씨와 후후는 유일한 생존 수박을 수확하며
몹시 기뻐했지만 후손의 마음은 왠지 착잡했습니다.
“아우- 생각보다 달다. 수박 대박.”
입 안에 수박을 잔뜩 넣고 우물거리면서도
‘몇 개 더 살려두지...달구만....’
아쉬운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참옥수수농사는성공햇어요 #먹어치운지한참되쬬 #요즘말로다가JMT옥수수 #아아좋은옥수수엿다 #수박농사스케일미니멀리즘
첫댓글 후손,
ㅎㅎ
재밋어요,
새난슬님 글을 꽤 여러개 읽어봤는데 ..
재미있는 사람..
시니컬한건 유전인듯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아 그나저나 수박이 제대로 달렸네요.ㅎ
수박농사 아니 후손농사 잘지어셧네요 손자 예뿌네요 ^~^* 텃밭이 자연학습장 너무 멎져요 가지도 달려 수세미도 달렷게네요
고향집 가세 노래가 세삼 흥얼거려지는 텃밭이네요
우리 마음속에 수십년 마음의 고향같은 두분을 늘 사랑합니다.
예약을 못해 이 시간에 찾아 헤매고 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