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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최초의 자동차 OV4 (1926)
1926년 7월 어느 레스토랑에서, 스웨덴의 경제학자인 아서 가브리엘슨(Assar Gabrielsson)과 당시 최대의 볼베어링회사인 SKF(Svenska Kullager-Fabriken)의 엔지니어였던 구스타프 라슨(Gustaf Larson)은 저녁식사를 하던 중 냅킨의 뒷면에 자동차의 차대를 처음으로 디자인하고, 미래의 계획을 구상하면서 볼보를 탄생시켰다.
창립 초창기의 볼보 아이언 마크 (1927)
그들은 볼보의 최초모델인 OV4(Open/ Vehicle4, 일명 야곱)를 개발한 후, SKF의 지원을 받아 스웨덴의 예테보리 근처에 스웨덴 최초의 현대식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회사이름을 라틴어로 ‘나는 구른다 (I Roll)’라는 의미를 지닌 볼보(Volvo)로 명명하였다. 볼보의 창업자들은 SKF 와의 특별한 관계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회전하는 베어링을 형상화한 화살표 문양의 엠블럼을 만들어 차에 달았고, 그것이 지금까지 내려와 볼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볼보의 설립자들은 스웨덴이 추운 나라이며 그에 따라 도로사정도 주행하기에 좋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안전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었다. 볼보자동차의 기업이념이 안전에 중점을 두고 안전(Safety), 품질(Quality), 환경(Environment)이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볼보 PV651 (1930)
강력한 차대, 활축 그리고 긴 원통형 스프링을 앞뒤로 장식하는 미국식 디자인을 기초로 한 볼보의 최초 모델인 야곱은 당시의 4기통 엔진으로 최고속도 90km/h, 순항속도 시속 60km/h를 기록한 볼보의 첫 모델이다. 1928년 4월에는 6기통 엔진을 탑재한 PV651이 나왔다. PV651은 길이와 폭이 더 커진 자동차로서 야곱보다 더 강한 프레임이 장착되었다. 더욱 증가된 엔진출력으로 인해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볼보가 진출을 희망했던 택시 시장에서 특히 호평을 받았다.
볼보 PV36 '카리오카' (1935)
1935년에 소개된 최고급 자동차인 PV36은 일명 카리오카(Carioca)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카리오카는 당시 남미에서 유행했던 춤 이름이다. PV36은 유선형으로 요즈음 차량과 같이 사면이 막히고 짐칸이 장착된 형태를 갖추었다. 각 면에 바람막이 창과 뒷바퀴 상단 덮개가 있었고 승객을 위한 넓은 공간을 갖추었다.
볼보 PV444 (1947)
2차 세계대전 중 볼보는 스웨덴 군용차량 생산체제로 전환하여 비포장 길 주행용 차량 등을 생산하는데 전념하는 한편, 소형차 PV444를 개발하여 볼보의 실질적인 전환기를 마련하였다. PV444 개발과정에서 볼보는 세계 최초로 라미네이트 처리된 비산방지 자동차 유리를 선보였다. PV444는 무려 21년 동안 44만 대가 팔리며 볼보를 대표하는 베스트모델 중 하나가 된다.
'아마존'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볼보 122S
안전에 관한 개발은 PV444 후속 모델인 PV544 및 볼보 121/122S에 이르러 더욱 발전되었다. 1959년 출시된 볼보 121과 122S 모델은 각각 1.6리터/1.8리터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아마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전 세계에 판매되어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아마존은 ‘10년을 타도 큰 고장이 안 나는 차’라 불리며 전 세계에 볼보자동차의 높은 품질을 알린 주역이다. 게다가 볼보는 1959년 3점식 안전벨트를 최초로 개발하여 안전 면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 3점식 안전벨트는 122 아마존에 처음으로 장착되었고, 이후 다른 차종으로 장착을 확대하며 볼보 = 안전이라는 공식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튼튼한 차임을 강조하는 볼보 240 판매 포스터 (1987)
1974년 볼보 240/260 시리즈가 생산되면서부터 볼보는 안전문제에 관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이 같은 사실은 1976년 미국의 고속도로안전공사(NHTSA)가 자동차 안전기준을 제정하기 위하여 볼보 240을 상당히 많이 구입했다는 데서 명백히 입증된다. 볼보는 또 다른 신규모델 볼보 343을 출시하였고, 이는 볼보가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다.
볼보 최초의 스포츠 쿠페이자, 가장 아름다운 차로 손꼽히는 P1800
그러나 볼보가 단순히 투박하고 튼튼한 차만을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볼보가 1961년에 선보인 P1800은 볼보 최초의 스포츠 쿠페이다. P1800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기아(Ghia)가 디자인했는데, 유선형의 차체는 지금까지도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디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P1800은 디자이너 토마스 잉엔라트의 지휘 아래 새롭게 변신 중인 볼보가 최근 공개한 콘셉트 쿠페의 디자인 모티브가 된 모델이기도 하다.
볼보 P1800은 볼보 콘셉트 쿠페의 디자인 모티브가 된 모델이다.
1982년에는 당시 볼보의 최고급 차인 260의 자리를 대신하는 700시리즈가 출시된다. 2.4~2.9리터 엔진이 탑재된 700시리즈는 900시리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볼보 기함의 위치를 지켰고, 760의 등장과 함께 볼보는 세계적인 고급자동차 메이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볼보 760이 나온 뒤 2년 후 차체의 크기가 달라진 새로운 볼보 740이 등장한다.
볼보 780 (1987)
볼보 V940 (1992)
1990년대 주력모델이라 할 수 있는 900시리즈는 1990년에 출시된 900 세단을 시작으로 940시리즈와 960시리즈가 그 계보를 잇는다. 1998년까지 생산된 900시리즈에는 2.4~2.9리터의 직렬 4/5/6기통 모듈러 엔진이 탑재된다. 이 엔진은 알루미늄 엔진 블록과 실린더 헤드, 단조 스틸 커넥팅 로드, 연료 직분사 시스템 등 당시의 최신 기술로 개발되었으며, 현재의 볼보 엔진이 만들어지게 된 기반을 닦았다.
1991년에는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모델인 850을 출시한다. 850은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생산되었고, 볼보의 첫 전륜구동 승용차였다. 엔진은 2.0~2.5리터 직렬 5기통이 탑재되었다. 850은 세단과 스테이션왜건 모델이 나왔는데, 1996년 양산차로는 세계 최초로 사이드에어백을 채택했고, 이후 터보엔진과 4륜구동 기술을 적용한 모델도 출시된다.
볼보 850 왜건 BTCC 레이스카
볼보는 850으로 세계에서 가장 과격한 투어링카 레이스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BTCC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는데, 차체 강성 확보를 위해 왜건 모델로 출전했고, 세계 최초로 왜건형 레이스카로 투어링카 레이스에서 우승했다는 진기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850은 이후 세단 모델이 S70, 왜건 모델이 V70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1998년에는 영국 TWR과 함께 개발한 컨버터블 모델 C70이 등장했다.
볼보 V70 (1997)
볼보의 기함이라 할 수 있는 S80은 1998년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S80은 2.4~2.9리터 엔진, 그리고 2.8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했으며, 사이드 에어백의 진화형이라 할 수 있는 커튼 에어백과 후방 충돌 시 탑승자를 보호하는 경추보호시스템(WHIPS)을 탑재했다.
볼보의 역사에 순풍만 불었던 것은 아니다. 볼보는 수익성 악화의 문제로 1999년 미국의 포드가 승용차 부문을 인수, 합병해 볼보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포드와의 합병 이후 볼보는 기존의 투박한 옷을 벗고 유선형의 디자인을 접목하고, SUV와 크로스오버 라인업인 크로스컨트리(XC) 시리즈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볼보의 베스트셀러 SUV XC90 (2002)
볼보 XC 시리즈는 XC60과 70, XC90으로 이루어졌다. XC90은 2001년 볼보가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공개한 ‘볼보 어드벤쳐 콘셉트’를 베이스로 개발해 2002년 첫 선을 보인 미드사이즈 럭셔리 크로스오버 SUV다. 볼보 S80과 플랫폼을 공유하며, 2007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10년이 넘은 모델이지만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 몇 차례나 최고의 SUV로 선정되었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모델이다. 참고로 XC90은 올해 말 2세대 모델로 풀 체인지가 예정되어있다.
볼보 XC60 (2009)
XC60은 2008년 양산모델이 출시되었다. 콤팩트 크로스오버 SUV인 XC60은 볼보의 베스트셀링 모델 중 하나다. 참고로 XC60이 출시 될 무렵, 랜드로버는 포드 산하의 브랜드였고 XC60 모델은 랜드로버 프리랜더와 무척 유사한 플랫폼으로 개발되었다. XC60의 Y20 플랫폼은 프리랜더의 플랫폼을 변형하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기술의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 미드사이즈 크로스오버 XC70은 V70을 베이스로 개발되었다.
볼보 C30 폴스타 콘셉트
C30은 볼보가 2006년 출시한 콤팩트카로 3도어 해치백이다. C30에 사용된 볼보 P1 플랫폼은 포드 포커스에 적용된 C1 플랫폼과 동일하다. 이는 기존 볼보의 틀에서 벗어난 스포티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한 장의 유리로 이루어진 유니크 한 테일게이트 디자인은 출시 당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모기업인 포드의 자금사정은 점점 악화되었다. 볼보의 판매량 또한 크게 하락하였고, 포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볼보와 재규어, 랜드로버 같은 계열사를 정리하고자 했다. 그러나 매각은 쉽게 진전되지 않았고, 자동차 시장은 점점 위축되어갔다. 결국 포드는 중국의 자동차 메이커 지리와의 협상 끝에 볼보를 18억 달러에 매각하게 되며, 매각 이후에도 볼보와 포드가 공유하고 있는 플랫폼과 부품을 제공하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지리는 볼보가 중국의 모 회사와 완전히 독립된 회사라는 입장이다. 지리자동차의 리수푸(李書福) 회장은 “볼보와 지리는 완전히 다른 시장을 가진 브랜드이며, 지리의 방식으로 볼보를 운영하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다. 볼보와 지리는 공동 연구개발센터를 설립 하였으나 볼보의 본사가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에 세워졌으며, 볼보 R&D부문 부사장 피터 메르텐스는 “볼보가 연구개발을 이끌어 나갈 것이며, 볼보는 단지 새로운 파트너를 맞아 함께 일하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보 디자인을 이끄는 새로운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
물론 지리에 인수된 이후 볼보자동차의 아이덴티티가 점차 사라질 것이라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볼보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볼보는 지난 2012년 폭스바겐의 포츠담 디자인센터의 책임자였던 디자이너 토마스 잉엔라트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고, ‘Designed around you’ 라는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를 발표했다.
볼보 쿠페 콘셉트 디자인 스케치
볼보 디자인을 이끌어갈 새로운 수장 토마스 잉엔라트는 볼보자동차를 이렇게 정의했다. “볼보는 특히 강력한 헤리티지를 지닌 인간 중심 브랜드이며, 현재 스웨덴에 남아있는 유일한 자동차 브랜드로서 오리지널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자동차 메이커다. 문제는 현대적이고 바람직한 해석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콘셉트 쿠페는 볼보 차세대 디자인의 방향을 제시했다.
볼보는 새로운 차량 플랫폼인 SPA를 이용한 신차 XC90을 올해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며, 이는 토마스 잉엔라트의 지휘아래 제작된 볼보의 첫 자동차가 될 전망이다. 또한 여기에는 볼보를 상징하는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볼보가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공개한 콘셉트 XC
볼보는 XC90의 디자인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감성적이고 드라마틱한 콘셉트 쿠페를 공개했고, 올해 초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콘셉트XC를 공개했다. 이 두 모델에는 볼보 고유의 아이언마크가 들어갔으나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플로팅 그릴과 미래지향적인 독특한 T자형의 주간 주행등이 적용된다. 차체는 근육질의 역동적인 실루엣을 보여준다. 볼보는 이 같은 모든 디자인 요소가 유니크 할 뿐 아니라 현대적이고 이성적이며, 고요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묶일 것임을 강조한다.
볼보 인텔리세이프
그러나 볼보가 안전 최우선주의라는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니다. 볼보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 뿐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까지 고려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현 세대 모델에 적용된 볼보 시티세이프티 기술은 어라운드 뷰 기술과 전방위 감시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인텔리세이프로 이어지며, 2017년부터 일반 도로에서 자동운전 자동차 100대를 시험 운행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드라이브 미‘를 진행할 계획이다.
볼보 콘셉트 XC는 볼보 XC90의 디자인을 예상할 수 있는 힌트를 준다.
볼보는 지난 89년간 긴 세월 동안 안전이라는 가치를 앞에서 내세운, 초심을 잃지 않은 브랜드다. 볼보 창립자 구스타프 라슨과 아서 가브리엘슨의 말에는 볼보자동차의 본질을 담겨있다. “자동차는 사람에 의하여 운전됩니다. 그러므로 볼보에서 제작하는 모든 것은 안전이라는 지상과제를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영원히 지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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