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구를 만든다

[miramonte]

 

나는 가구를 만든다

리빙센스 가족이 기뻐하고 함께할 수 있어 더 보람 있고 의미가 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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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넘어 삶의 한 부분이 된 이현원 씨

“가족이 기뻐하고 함께할 수 있어 더 보람 있고 의미가 깊죠.”

처음 시작은 아주 쉬웠다. 그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무작정 달려들었다.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을 직접 만들어주고 싶어 인터넷과 책을 뒤져가며 뚝딱뚝딱 만들기 시작했다.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어 이웃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시간을 선택, 복도를 작업실 삼아 아이의 책상을 만들었다. 겁 없이 무모하게 도전했지만 처음이라 그랬을까? 이전부터 가구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었고 손재주도 조금 있는 편이라 어렵지 않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현원 씨의 외조부가 동네에서 꽤 알아주는 목수라고 했다. 친가 쪽 집안 식구들 중에는 기계를 잘 다루기는커녕 손재주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외조부의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았는지 그는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하고 식구들에 비해 기계도 꽤 잘 다룰 줄 알았다.

｜동호회 작업실 옆에는 회원들이 언제든지 작업할 수 있는    나무들이 나열되어 있다.

｜작년 말쯤 작업한 스툴. 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아 투박    한  모습을 그대로 살려 제작했다.

딸아이의 책상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가구 만들기에 도전했다. 조금씩 알아갈수록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느꼈지만 하면 할수록 빠져들게 되는 게 가구 만들기였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는 회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원들의 취미 활동을 위해 회사에서는 동호회 지원을 하고 있는데, 작년 3월에 가구 만들기 동호회도 생겼다. 이 동호회는 회장을 맡은 그가 주축이 되어 회원들을 가르치고 있다. 56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 회사에서 17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 많은 동호회로 회사의 지원도 꽤 좋은 편. 회사 뒤편에 좁지만 작업할 수 있는 공간과 완벽하진 않아도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많은 도구들이 채워져 있다. 회원들은 업무 시간을 제외한 어떤 때라도 이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그곳에 있는 모든 장비는 중고이긴 하지만 그가 사비로 구입했다는 사실이다. 여럿이 함께 하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그가 가구 만들기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나무로 만드는 건 현원 씨가, 칠을 비롯한 디테일한

     부분은 아내가 작업한 빨래함.

｜고마운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펜. 별건 아니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정성과

   마음을 선물한다.

지금이야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장비를 사들이는 것까지는 몰랐던 아내도 남편과 함께 작업에 동참하고 있는 중. 나무로 뚝딱 만들어내는 건 잘하지만 디테일한 면이 부족하다고 충고하던 아내는 가구에 색을 입히고 그림을 넣으며 섬세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지금은 빈방 하나를 작업실로 쓰며 아내, 아이들과 함께 가구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전히 아마추어지만 뭘 좀 안다 싶을 때 보니 처음 만들었던 아이의 책상이 허점투성이였다. 지금 다시 작업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서툰 그대로의 모습에서 그때의 설렘과 흥분이 느껴져 그대로 간직하기로 한다. 또 5학년이 된 딸은 그 책상을 결혼할 때도 가져간다고 할 정도로 아낀다며 아빠의 마음에 보답한다. 집 안 곳곳에는 그의 또 다른 노력들이 하나둘씩 채워지고 있고 모든 걸 가족과 함께 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취미를 넘어 삶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Tip 유공방에 가지 않고 도전하기

대부분 가구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공방을 찾지만 이형원 씨는 독학으로 시작했다. 먼저 인터넷을 검색해 쉽게 만들 수 있는 가구부터 시작했다. 가구를 만들 나무는 판매하는 곳에 가 원하는 용도와 치수의 나무를 구입해도 좋다. 인터넷에는 생각보다 가구 만드는 정보가 많다. 여기에 보기 쉬운 책까지 더하면 소소한 물건 하나쯤은 서툴지만 금세 만들 수 있게 된다. 어렵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취미다. 주변에 새로 공사를 시작하면서 나무를 통째로 뽑아버리는 곳이 있다면 그 나무를 가져오는 것도 좋은 목재를 구하는 방법이다. 그런 나무들은 대부분 오래되고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목재들이 많아 좋다. 어차피 그들 또한 돈을 주고 버려야 하기 때문에 처리해주면 고맙다고 생각한다. 장비를 구비는 게 어렵다면 자주 들락거릴 수 있는 집과 가까운 공방을 찾는 게 제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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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힐링하는 남자 신태형 씨

  조용히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은 가장 큰 행복이다.

"나무 냄새, 나무 깎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가구를 만드는 것은 범상치 않은 취미다. 디자인을 해야 하니 센스가 있어야 하고, 나무를 재단하려면 체력도 필요하며, 고운 결이 될 때까지 묵묵히 사포질하는 끈기도 요구한다. 물론 비용도 적잖게 든다. 그런 이유들로 가구 만들기를 취미 삼기란 절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이런 가구를 올해로 4년째 취미 삼은 신태영 씨. 그의 직업은 MI 엔지니어링의 대표이자 한양대학교에서 도시설계를 가르치는 겸임교수. 젠틀한 겉모습만큼이나 지적이고 섬세한 학자인 그와 남성적이고 거친 이미지의 가구. 쉽게 매칭이 되지 않는데, 몇 년 째 그를 사로잡은 가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나무가 잔뜩 쌓여있는 작업실.

신태영 교수가 가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무실 정원에 어울리는 큰 나무 탁자를 구입하면서부터. 인터넷에 ‘원목가구’라고 검색했던 것이 긴 인연의 시작이다. 그때 구입했던 탁자가 바로 지금 그가 가구를 배우고 만드는 정재원 가구였다. 결코 만만찮은 가격이었지만 신태영 교수는 눈사람보다 더 뽀얗게 나무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온 젊은 목수의 모습에 반해 이 사람이 만든 거라면 믿을 수 있겠다 싶어 흥정도 없이 나무 탁자를 구입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몇 년 뒤 사무실에 큰 화재가 발생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잃는 일이 일어난다. 정신과 치료를 고려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의 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것이 바로 가구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던 길, 한 외곽도로에서 우연히 서울에서 광주로 이사 온 정재원 가구를 다시 만나게 된 것. 마침 그는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가구를 만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기사를 읽었던 차였다. 앞뒤 잴 것도 없이 정재원 선생에게 무작정 제자로 받아달라고 조르기 시작했고, 개인 작업 외의 활동을 하지 않기에 묵묵부답인 선생에게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 결국 승낙을 받아낸다. “가구를 만들 때 정신을 오롯이 거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아요. 그 순간만큼은 복잡한 일상에서 일탈할 수 있거든요.”

｜월넛과 물푸레나무로 만든 목마. 성인의 무게도 거뜬히 견    뎌낸다

｜심플한 실루엣의 캠핑용 접이식 테이블.

보험사와의 소송 문제, 사고 뒤처리, 직원들에 대한 수습 등 복잡한 일에 시달릴 때도 공방에 와있는 순간만큼은 행복했다니, 가구는 그에게 무척 각별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의 가구는 오롯이 그의 손에 의해 탄생한다. 먼저 디자인 스케치를 하고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을지 숱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목재를 다루기 시작한다. 못을 쓰지 않고 오직 나무로만 마감하며 다양한 강도의 사포를 사용해 나무를 간다. 완성된 가구는 직접 앉아보고, 물건을 쌓아보기도 하는 등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지 꼼꼼히 테스트한다. 하나라도 잘못되거나 상처가 나면 그 과정이 반복된다. 기계를 쓰면 훨씬 쉽고 빠르게 완성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작업을 하면서 들이는 시간과 정성을 더 중요하기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가구를 만들 때 특정 형태에 집착하기보다는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인가에 더 가치를 둔다. 가구 하나를 완성하는데 들이는 시간 자체가 소중한 추억인 까닭이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디자인의 의미다.

올해로 4년 차.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주일에 두 번씩 공방을 찾았으니 웬만한 가구들은 다 만들어봤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딸을 위해 책상과 책꽂이를 만들고, 구조적인 느낌이 멋스러운 헤드로 포인트를 준 침대, 어린 조카를 위한 목마도 만들었다. 그중 신태영 교수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의자다. 체중을 지탱해야 해 가장 만들기 어려운 가구이지만 그만큼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구조적으로도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첫 작품 역시 캠핑 체어다. 선이 가늘어 얄팍한 눈으로 보기에는 위태위태해 보이는데 체중분산을 고려해 만든 것이라 체중 100㎏가 넘는 성인도 끄떡없이 밭칠 수 있다니 신기할 따름.

“시간이 지날수록 ‘내 것’에 대한 욕심이 커졌어요.” 그가 만든 작품을 보면 시간에 따라 조금씩 스타일이 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초기에 만든 가구의 다리는 스승인 정재원 선생처럼 수직 형태인데 최근작들은 사선으로 맞물리는 형태로 완성돼 있다. 스타일을 변화시키면서 실패도 많이 했지만 개성을 살리기 위해 수없이 노력한 결과 그만의 색깔을 찾은 것. 요즘에는 덩치 큰 가구보다는 실생활에 유용이 사용할 수 있는 도마나 그릇 같은 생활소품을 주로 만든다. 대부분이 선물용인데 혼자만 가구 만들기를 즐기는 것이 아까워 대리만족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취미는 무릇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어야 하는 법이다. 별 관심이 없는 것을 취미 삼으면 삶의 활력이 되는 대신 삶을 더 피곤하게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어느새 애정이 생기고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을 넣을 만큼 그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가 된 가구 제작. 때로는 창작의 고통을 겪고,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도 손을을 놓지 못하는 것은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취미를 찾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딸에게 선물한 책꽂이. 집에 오는 사람

   들 이 가장 탐내는 가구다.

Tip 실패를 두려워 말고 나만의 것을 만들어라

누구나 처음에는 어떤 형태의 가구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머릿속에 뭔가 동동 떠다니기는 하는데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러 유명 디자인의 가구를 카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카피는 자신만의 가구를 만드는 기회를 놓치는 길이다. 가구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나만의 색깔로 가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실수를 했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고 어떠한 형태로든지 완성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가구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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