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당면한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는 시한폭탄으로 불릴 만큼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특히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른 여명년수의 연장은 노인인적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얼마 전 광주공원 기슭에 자리한 노인지도자대학을 다녀왔다. 필자가 평소에 존경하는 교수님 한 분이 대학을 정년하고 이 대학 학장으로 수고하고 계시는 덕분에 강의 차 다녀오게 된 것이다. 아담한 3층 건물은 노인지도자대학과 더불어 광주광역시 산하 노인관련 단체들이 함께 들어 있는 연합회관이었다. 이 대학은 수강생들만 해도 약 60여명이나 되었고, 연세가 70대에 해당하는 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어떤 분은 80세가 넘는 분도 계셨다. 이 분들은 매주 수요일 한나절씩 노인지도자대학에 나와 공부를 하는데 그 열기가 참으로 뜨거웠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꼬박 2시간동안 강의를 듣는데도 한 분도 흐트러짐 없이 경청하는 자세가 존경스러웠다. 많은 노인들은 이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며 무료해 하고 있을 것을 감안하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옛날 직장에서 중책들을 맡아 젊음을 불사르던 분들이 이제는 학생으로 돌아와 하나라도 더 배워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당신들의 인생을 2모작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최근 실버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가는 심각한 상황임을 생각할 때, 효과적인 노인관리를 위해 직접 나서서 봉사하겠다는 이 분들이야말로 고마운 분들이 아니겠는가.
우리 빛고을만 해도 노인단체가 1100여 개나 된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이분들이 지도자대학을 수료하면 현장에 나가서 봉사를 자원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리더십부터 시작하여 회계, 조직관리 등, 실제로 노인단체관리에 필요한 과목들을 1년에 걸쳐 수강함으로써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함양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중요한 실버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리더를 효과적으로 키워 내기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책들이 우선적으로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강의실 환경 개선이다. 요즈음 어지간한 교실에는 웬만하면 파워 포인트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직도 전통적인 칠판 강의에만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 안쓰러웠다. 좀 더 편히 앉아서 강의를 받을 수 있는 의자도 있었으면 더 좋지 않겠는가.
둘째,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언제까지고 봉사하는 강의에 의존할 수 없다. 외부 강사들을 초청해서 유익한 수업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교통비 정도 지급하며 알찬 강의를 기대할 수 없다. 자원봉사 강의의 한계를 감안할 때, 우선 최소한 수준 정도의 수고비라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재정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나와서 받는 수업 가지고는 노인지도자를 효과적으로 육성해 갈 수가 없다.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교육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요자중심의 교육프로그램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의지와 능력이 있으면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이웃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실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996년 700억엔을 투자하여 만든 도쿄의 시니어 워크(senior work) 센터는 25층의 건물로 1층에서 12층까지는 고령자기술전문학교 등 고용관련기관이 빽빽이 들어서 있음을 볼 때, 부럽기 그지없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기업도 함께 나서서 고령인구의 고용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모습 또한 더욱 그렇다.
최근 '9988234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일만 아프다가 3일 째 되는 날에 세상을 하직하자)' 라는 말이 건배 제의에 자주 쓰인 것을 보며, 우리 사회의 건강한 앞날을 위해 노인지도자들의 막중한 역할을 생각할 때, 실버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하겠다.
첫댓글 9988234???ㅋㅋ거 참 좋은 구호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