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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 주는 사랑 |
[올레에서 만난 사람들 19] 정수보, 정영희 부부 |
연달아 세 번째 태풍이다. 거친 비를 뚫고 달려가고 있는 곳은 표선면 세화리.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세차게 휘몰아치는 비바람을 보니 세상의 거친 태풍을 몇 번이고 뛰어 넘어 환히 웃고 있는 그녀의 강인한 모습이 떠오른다.
▲ 정수보, 정영희 부부 |
누구나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태풍은 있다. 전화위복이 되거나 헤어날 수 없는 카오스 상태가 되거나 다양한 모습으로 남기 마련이다. 여생을 올레와 올레꾼들로 행복하게 보내는 그녀(59, 정영희).
입버릇처럼 노후에는 제주에서 살자고 했던 것이 결국 3년 전 자연스럽게 제주가 그녀의 제2의 고향이 됐다.
원했던 제주 전원생활이 시작됐지만 활달한 그녀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새 단장을 하는 집 공사도 안중에 없고 그저 때 되면 밥상을 내 주고는 웅크리고 앉아 멍하니 있던 시간이 3개월째 이어졌다.
최고의 남편, 제일로 사랑해 주던 남편(62, 정수보)은 속이 새까맣게 타 들어간다. 말없이 나가 길을 걷기 시작하면 어두워지는 산길이든 바닷길이든 그저 헤매고 다니는 아내가 우울증이라는 걸 알고는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러던 아내가 말문을 열게 된 계기는 올레와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장을 알게 된 것이다. 한참 올레길 개척과 탐사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알게 된 올레는 운명처럼 다가 왔다.
진정 말없이 헤매고 다녔지만 그 길들이 자신의 위로였고 치료제였다. 길을 낸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너무도 닮았다. 마침 자신이 걸었던 길이 4코스라는 이름의 올레로 태어난 것은 필시 올레와의 만남을 하늘이 점지해 준 듯하다.
영화처럼 운명처럼 인연은 이어지고 자원봉사 활동으로 소명을 다하며 지내다 많은 사람들의 권유로 민박집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두 내외간은 전국적인 유명인이 될 정도이다. 자식 같은, 조카 같은 올레꾼들이 올레에 섰을 때는 그야말로 엄마, 아빠가 따로 없다. 과한 행동을 보면 꾸지람도 불사하고, 지치고 추위에 떨고 있으면 두 손을 호호 불어줄 정도의 애정으로 돌본다.
새벽 4시. 그녀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학교 갈 자식의 아침을 준비하듯 정성 어린 밥상은 한번 받아본 사람은 감격해 마지않는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노래 솜씨는 성악가 수준이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하루를 시작하는 자명종 시계요, 사랑의 엄마표 밥상은 올레꾼들의 행복에 보너스 같은 행운이다. 일일이 챙겨주는 주먹밥과 끓인 보리차가 담긴 물병을 가방에 차고 떠나는 길은 발끝까지 행복에 춤을 출 것이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자식들 밥해주고 힘들다는 엄마가 있냐며 얼굴에 묻어나는 자상함은 질문자체를 우문으로 만들어 버린다.
"우리 할배가 고생이지요. 할배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렇게 못하죠. 정말 미안도 하고 고맙기도 하지. 내 까탈스런 성질도 웃으면서 다 받아주지, 올레꾼 일일이 챙겨주시지"
여자 팔불출이 따로 없다. 내심 웃음이 난다. 왜냐하면 두 어르신은 소문난 톰과 제리이다. 상반된 성격이 연출하는 아웅 다웅(?)은 하나의 시트콤을 연출해 낸다.
그러나 사실이다. 군인 출인의 사장님은 맥가이버가 울고 갈 정도로 뚝딱하면 모든일이 일사천리 해결이 된다. 마당 한 켠 천연 돌로 만든 화덕은 겨울눈에 얼어 붙은 올레꾼들의 온몸을 녹여준다.
녹여준 것은 추위 뿐이겠는가. 직접 재배한 고구마, 감자 심지어는 몸살기운 있는 친구들을 위해 몸에 좋다며 귤을 구워 챙겨주신다. 많은 올레꾼들은 필시 나누는 법을 배워가고 있을 것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자식같은 올레꾼은 맛난 것, 좋은 것 있으면 제주 어머니, 아버지를 잊지 않는다.
올레길에서 행복은 세화의 집 엄마아빠를 통해 완성이 되는 것 같다. 친정부모 처럼 내어주기만 하는 민박집.
돈이라는 이익 때문이라면 따뜻함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진정 마음으로 올레를 사랑하고 마음으로 사람을 들이니 손해는 가도 사람을 버는 재산가가 되지 않았을까. 2500여명을 밥을 먹이고 보냈다. 설문대 할망 자손이신가?
남은 여생은 대부분 올레로 채워질 것이다. 이 나이에 할 일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 일인가. 매일 밤 내일 반찬 메뉴 생각하면서도 행복해, 물 흐르듯 더도 덜도 말고 처음처럼만 하겠다는 그녀의 얼굴에선 예전의 병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나누어 주는 사랑.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백혜진 시민기자>
※ 백혜진 시민기자는 서귀포시 천지동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제주올레 자원봉사자입니다
첫댓글 진정으로 아름다움이 묻어납니다. 민박집이 어느구간, 이름은, 가능하면 전화 번호까지...
여성 올레꾼 전용이구요. 표선면 세화리에 있는 세화의집. 064-787-7794 입니다.
와우~ 영희언니와 수보 오라방이네......맛깔스런 음식 솜씨로... 누구던지 뭐던 먹여서 보낼려는 넉넉한 맘씨의 두분....싸랑 합니데이~~^^
내는 최소 1박2일도 할수 없는 곳! 무박 2일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곳! 근디 문제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한심함이다. ㅋㅋ 오래오래 아름다운 올레꾼들과 함께 번창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4코스 걸으며 생각나 뵙고 싶었던 분들이었요 ㅋㅋ
담엔 저기 꼭 들러 볼래요~~
전화번호 입력하고 꼭 들러 보세요.
그리고 나누는 사랑을 받고 가세요.
오라고 하셨는데도 못가보고 이이잉~~수보 아저씨 보고 싶어요~~~ 같이 고사리 꺽던5월 그때가 많이 생각 납니다.
좋아하시는 찹쌀 모나카 사가지고 꼭 갈께요,
이모 밥 더 먹고파요. 헤헤헤~~ 담엔 꼭 자고 가야징
내년 5월 고사리철이 기다리니 무지개님은 얼마나 행복할까? 크으~~부럽당. 난 뱀 무서워서 고사리 꺾으러 몬 가는데...
지렁이 한마리도 안나오드라 , 언냐 담엔 꼭 같이 하자. 이거 은근 살빠지는 작업이던데.
운좋게 4코스걷던 중에 일행분덕에 들렀던 곳이네요.잠깐이지만 기분좋은,따뜻한 기운을 받고 왔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보니 더 기분이 새록하네요.
오래오래 나누는 사랑속에 행복하시길 빕니다^^
맛난 밥상은 잊을수가없네요..
오~영희누님 나오셨네요~ 아름다운부부의 모습입니다 ^^
언제 또 맛난식사를 할수있을까요 ..
어제 폭우속에서 작은도서관에서 밤을 밝혀가면 읽은 "올레사랑을만나다"에도 출현하신...세화의집이야기...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로 인해 올레가 더 행복인거 같습니다^^
"세화의 집" 언니에게 안부 전합니다. 내년에나 가 뵐 수 있을까나??두분 여전하시군요.항상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