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유난히 별이 잘 보이는 계절이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지만,
'빛 공해'로 가려진 도시의 밤하늘은 한겨울에도 별보기를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쉬워하기에는 이르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누구의 방해도 없이 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도내에도 있기 때문.
추울수록 낭만을 더하는 김해천문대로 별자리 여행을 떠난다.
이한나 편집위원 이윤상 사진작가
김해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분성산(371m) 꼭대기에 오르면 마치 산이 알을 품은 듯한 모양의 건물을 만난다.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김해천문대다. 천문대가 자리한 분성산은 자동차로 오를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천문대에 닿는다. 야간 천체관측에 방해받지 않도록 주차장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는 길에 김해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어 심심하지 않다.
지난 2002년 개관한 천문대는 관측실과 천체투영실, 전시실을 갖췄다. 별을 보려면 관측실로 가야 하지만, 김해천문대가 추천하는 별자리 여행은 천체투영실에서부터 시작한다.
지름 8m의 돔 스크린 천장에 천체투영기로 빛을 쏘아 올리면 수천 개의 별을 수놓은 가상의 밤하늘이 펼쳐진다. 별자리가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자 앉은 자리마다 탄성이 터져 나온다. 별자리 해설사의 맛깔스러운 이야기가 흥미를 더한다.
가상 별자리 체험을 마치고 관측실로 자리를 옮긴다. 관측실은 천체망원경을 통해 직접 천체를 관측하는 곳으로, 2대의 주망원경이 설치된 제1·2관측실과 4대의 작은 망원경이 설치된 보조 관측실로 구성돼 있다. 김해천문대가 보유한 구경 600mm의 주망원경은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크기를 자랑한다.
관측실의 돔 천장이 열리자 어두운 실내에 별빛이 밀려들어온다. 어떤 별은 맨눈에도 보일 만큼 밝은 빛을 내지만, 망원경을 통하면 차원이 다른 신비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지구로부터 수만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성운과 성단, 행성 등 우주의 실제 모습도 또렷이 관측할 수 있다. 천체 관측에 참가한 한 어린이는 "달 표면에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낮에는 망원경에 태양 필터를 장착해 태양의 표면은 물론 흑점까지 관측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태양 표면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현상인 '홍염'도 볼 수 있다.
천체 관측 프로그램은 기상 상황에 따라 개설 여부를 결정한다. 습도가 높고 구름이 많은 날에는 관측이 힘들기 때문이다. 손진호 김해천문대 주임은 "겨울은 비교적 대기가 건조하고 맑은 날이 많아 추위만 잘 견디면 별 보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며 "혹시 모르니 기상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간별 기상상태를 확인한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지름 20m 규모의 전시실도 볼거리다. 외부에서 보면 둥근 알 모양을 하고 있어 생김새가 독특하다. 높이 솟은 천장에는 태양계 행성 모양을 한 구조물을 매달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계절 별자리 상식과 천문 관측의 역사, 지구의 공전과 자전, 천체망원경의 구조 등 교육 자료를 비롯해 중력실험 장치와 별자리 밟기, 천체사진 감상실 등 체험형 기구들로 꾸며져 있다.
전시실 중앙에서부터 나선으로 감긴 길을 따라 오르면 전망대로 이어진다. 천문대 아래 훤히 내려다보이는 김해 시내의 야경은 밤하늘의 은하수 못지않다. 마치 수천 개의 보석알갱이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듯 화려한 도심 풍경은 쏟아지는 별빛과 어우러져 또 다른 광경을 선사한다.
김해천문대는 매주 화~일요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가상 별자리 체험은 평일 오후 2시, 3시, 7시 30분, 8시 30분 네 차례 실시한다. 주말은 평일시간에 오후 7시와 8시를 추가한다. 천체 관측은 가상 별자리 체험객을 대상으로 날씨가 맑을 때만 이어진다.
매주 토요일이면 오후 3시부터 90분간 망원경 조작 실습 프로그램이 열린다. 전문가로부터 천체망원경의 개념과 원리를 배운 뒤 한 가족당 한 대의 망원경을 배정받아 직접 분해, 조립하고 조작해본다. 체험 프로그램은 김해천문대 홈페이지(www.ghast.or.kr)를 통해 이용 요금을 확인 후 미리 예약해야 한다. 전시실 이용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