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다 말린 나는 안방에 전열기구를 사용하러 간다. (동그란 롤 빗 처럼 생겼는데 중심부에서 열이 나는 기구인데, 뭐라고 표현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어서 일단은 전열기구라고 지칭한다.) 안방 문을 스윽 밀어서 열고, 파우더룸에 들어가서 쪼그려서 아래쪽 바구니에 담겨 있는 전열기구를 꺼낸다. 엉킨 선을 조금 풀고 일어서서 화장대 왼편에 있는 콘센트에 꽂고 전원을 누른다. 전열기구에 열이 오르면 이제 내 머리칼을 그 기구로 빗어내린다. 먼저, 왼쪽부터. 왼손은 머리칼을 잡고 오른손은 전열기구를 들고 위쪽에서 부터 아래쪽으로 머리를 빗는다. 끝 부분은 안쪽으로 컬이 생기도록 잠시 오른손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왼손은 안쪽으로 머리를 감싼다. 뒷부분도 마찬가지로 오른손으로는 머리를 빗어내리고 왼손으로는 안쪽으로 머리가 말리도록 머리를 안쪽으로 밀어넣는다. 오른쪽 머리는 오른손으로 해야 해서 조금 불편함이 따른다. 오른손으로 전열기구를 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먼 왼손이 머리를 안으로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른쪽은 머리를 아예 앞쪽으로 빼내어서 왼손이 말기 편하도록, 가깝도록 위치를 조금 바꾸어서 머리를 만다. 하지만 안쪽머리까지는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왼손이 멀어 불편하긴 하지만 그렇게 머리를 만다. (다행스럽게도(?) 내 머리는 머리를 말릴 때 왼쪽 머리는 좀 바깥쪽으로 마르고, 오른쪽 머리는 안쪽으로 마르는 요상한 형태가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른쪽 머리는 안쪽으로 말 때 크게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머리의 컬이 완성되면 전원을 끄고 콘센트를 뽑아 전열기구를 제자리에 놓아둔다. 그리고 안방 문을 살짝 닫아두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