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마등령 아래에서 등산객 3명이 눈사태를 만나 2명은 실종되고(현재 그 중 1명은 시신 발견)
1명은 사고난 후 30시간 만인 다음날에 구조되었다는 뉴스다.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이 사건의 경위를 재구성 해보자.
그러니까 정확한 사고 지점은 마등령에서 비선대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약200m 정도 가면 철난간이
설치된 곳이 있고 철난간 마지막에 오른쪽 설악 우골방향으로 작은 지계곡이 있는 급경사 지대인데
거기서 눈사태가 난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인의 등반대는 지난 3일간의 연휴를 이용하여 설악산 심설산행을 계획한 모양이다.
실종된 한 분은 해외 유명고산을 10회 이상 경험한 모산악회의 강사라고 하니 모처럼만의 폭설에 심설 야영산행을
즐기기로 한 것이겠다.
지난달 27일 설악동을 출발하여 설악골로 들어가 그날은 설악골 상부 범봉 아래까지 진행하여
야영을 하였다.범봉 바로 아래 전망 좋은 야영장소가 한 군데 있으니 거기서 야영했을 것이다.
그 지역의 적설량이 약 1m이던데 오르막임에도 이 정도 이동거리면 이분들의 체력은 보통이 넘는다.
식수는 눈을 녹여서 해결하고 텐트,침낭은 비싼 고급으로 장만 하였을 터이니 눈덮인 설악의 정취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었으리라.
다음날인 28일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공룡능선으로 연결되는 오름길에 들었을 것이다.
이 날은 하루 종일 걸려 마등령까지 진출하였다. 깊은 눈에다 전혀 러셀이 안된 루트를 3사람이
교대로 치고 나갔으니 마등령쯤 가서는 기진맥진이었겠다.
마등령에서 내설악 방향으로 살짝 내려 가면 야영지가 많으니 거기서 두번째 밤을 보냈을 것이고.
운명의 3일째.연휴 마지막 날이다.이제 비선대로 하산하기 위하여 오전 10시경 마등령을 출발한다.
약 1시간쯤 지나 가파른 철계단의 경사지대에서 갑자기 왼편 저위에서 눈사태가 일행을 덮친다.
일행중 앞서간 두 사람은 순식간에 오른편 저 아래 계곡으로 눈사태와 함께 휩쓸려 내려가고
한 사람은 미처 난간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라 눈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난간에 걸려 있었다.
이때가 3월 1일 오전 11시다(휴대폰은 이미 방전된 상태라 외부와 연락은 두절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도 좀 납득이 안되는게 사고난 시각이 1일 오전 11시인데 마등령에서 다른 등산객이
발견하여 구조를 요청한 시간은 다음날인 2일 오전 8시(사고 후 21시간 경과)이고,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여
생존자를 구조한 시각은 2일 오후 6시경으로 사고가 난 후 무려 30시간이나 지난때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연된 이유를 추측해 보면,
1일 오전 사고가 난 직후 생존자는 행방불명된 두 동료를 두고 혼자서 현장을 떠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름대로 동료들을 찾으려는 여러가지 시도를 했을 것이나 원망스럽게도 그날은 아무도 마등령근처로
접근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날 낮과 밤을 현장에서 혼자 꼬박 세우고난 다음날 아침 8시에야 마등령에
등산객이 나타났으니 그들에게 소리를 질러 사고 소식을 전한 것 같은데,
구조대가 사고소식을 접하고 비선대를 거쳐 마등령 사고지점에 도달한 시각은 오후 6시라니
깊은 눈길임을 감안해도 신속한 사고처리를 자랑하던 설악산 구조대의 솜씨치고는 너무 더디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교훈은 적설량이 많은 시기에 급경사 지대는 항상 눈사태의 위험이 도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를 당한 분들과 비슷한 행위를 자주 해왔던 내 입장에서 남의 일만은 아닌것 같아서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으니.
첫댓글 공감이 가는 말씀이네요, 조심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형님의 산 경험과 감각으로 현장을 재현주셨네요. 그 분들의 행로를 알 수 있네요. 안타깝습니다.
저는조난 이야기를 얼핏 들었을 때, 안내산악회의 무리한 등반이 빚은 참극인 줄 알았습니다.
형님의 말씀을 보니 그 분들은 대단한 전문가들이었군요.
형님의 분석대로라면, 그 길은 극히 일부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능선길이고,
일시적으로 사면을 지난다고 해도 그 위로 수백미터가 뻣어있는 사면길도 아닌, 거의 9부능선길인데...,
저희라고 해서 그 눈사태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일단 눈사태에 쓸려나간 이상 시간과 관계없이 구조대에 의한 구조는 기대하기 어려웠겠지요.
난감합니다.
근디 인터뷰에서는 비지정등로가서 사고당한 것처럼 묘사했더군요...지두 눈구경하러 그날 가려다 시간이 안맞아 말았는디...(유족들한텐 미안하지만) 저도 저렇게 산에서 마감했으면 합니다...
"케이"님 - 그래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제가 가장 위대한 산악인이라고 알고 있는, 세계 최초로 '낭가 파르바트'를 단독 등정한 "헤르만 불(Hermann Buhl)"도 33세란 젊은 나이에 '초골리자'를 등정하고 하산하던 중 눈처마가 붕괴되어 사망했었지요 .. 어떤 연령대에서 일지라도 사고로 생명을 잃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물론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충족된 삶을 살았다고는 할 수 있을 지라도 ... )
가능하면 오래, 자연스레 늙어 가면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전 생각해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 자연과 더 많이 접촉하면서 ...("케이"님 보단 현실의 나이가 조금 위일 수도 있는, 그리고 가족들 외엔 오랫동안 외부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던, 한 외톨이의 의견이기도 합니다 ... )
캐이 형님은 좋겠수. 메모리님이 연하로 보아주시니

히든피크 형님, 캐이형님 좀 혼내 주세요. 이상한 이야기 하고 다니니, 다른 분들이 나이도 못알아 보잖아요.
요즘 "언니"가 유행이어유


"은혜는 못 갚아도 원수는 꼭 갚는다"구여
천불동계곡에서 설악골로 들어서는 순간 부터 공룡능선 까지는 비지정 등산로가 맞지요.그런 일이 다반사이다 보니 규정위반이라는 의식을 심각하게 하지 않아서지만요.만약 마등령에서 하산할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상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눈사태의 위험을 느껴 오세암으로 코스를 변경했을지 아니면 원안대로 비선대를 향했을지.일행의 생사를 가르는 중대한 판단이지만 그 자리에 있지 않았으니 어떻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마인드훈련이라 생각해서.
맞습니다. 형님, 저도 오세암길을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맞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대로, "과연 우리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1. 우리라면눈사태의 위험성을 감지했을까요?
2. 위험성을 감지했다면, 과감하게 목표였던 설악동을 포기하고 오세암길이라는 더 멀고 힘든 길을 택했을까요?
불확실성을 동반한 오지산행이라는 행위에서는 때로는 (1) 유능한 리더의 독단적인 판단과 (2) 그를 수용할 수 있는 팀원들의 태도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우리 오지팀의 산행패턴이라면 어떠했을까요? 다행히 우리는 유능한 대장을 모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대원들의 수용성은요?
오직 "나 자신"만을 믿는 수 밖에....허리 넘는 눈을 혼자 헤치면서 들었던 생각...결과가 어떻게 되리라 등등의 생각은 할 수 도 나지도 않습니다...그래도 3명중 1명이 살아서 신고라도 했으니 바로 수습을 했지 모두 쓸렸으면 그냥 산중에서 실종상태 였겠지요..저 같았으면 틀림없이 그냥 마등령으로 내려 갔을겁니다...수영 몬하는 넘은 절대 물에 빠져 죽지 않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