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양귀자/살림
∘1. 생의 외침
스물다섯의 안진진을 만나면서, 나의 20대를 되돌아본다.
고민하고 고민하던 시절, 약간의 허무주의에 빠져 있던 시절, 철학 책을 좋아하던 시절, 그 시절에 만난 책 중에서 법정의 <무소유>는 여전히 내 삶에 버티고 있는 중이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사람들이 진짜로 즐기는 유희는 고상한 것보다는 다분히 악의적인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인생의 量感’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 한다.’
안진진의 삶이 궁금해 진다.
∘2. 거짓말들
4월 1일 만우절 날 거짓말처럼 쌍둥이로 태어난 엄마와 이모.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은 너무나 다르다. 만약 운명이 정해져있다면, 삶은 그 운명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3. 사람이 있는 풍경
안진진에게는 나영규와 김장우가 있다. 둘 사이에서 썸을 타고 있는 듯한 안진진.
나무라면 라일락이고 싶다는 안진진. 나는 내가 나무라면 느티나무이고 싶다.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알코올에 친화력이 높은 남매.
어머니의 불가사의한 활력,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책부터 찾아 읽는 엄마.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 것이고, 어머니의 살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에 젖어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는 데는 소홀하다.’
“사람이란 자기가 남에게 연정을 불러 일으켰다고 생각하면 그 감정을 늘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인간의 굴레2>중에서
∘4. 슬픈 일몰의 아버지
행방불명된 아버지.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한 아버지에 대한 추억.
특히 아버지는 진진에게 개와 늑대의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자신이 일몰에 돌아오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미 모순 덩어리인 아버지의 말은, 인간의 내면을 잘 나타내 주는 것일까?
흔히 개와 늑대의 시간에 길 위에 서 있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무에게나 간단히 설명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치욕이었다.’
‘타인에 의해 한 번도 정확히 읽혀지지 않은 텍스텨였다.’
‘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5. 희미한 사랑의 그림자
나영규와 김장우 사이에 있는 안진진.
과연 인간의 내면적인 끌림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영규의 활짝 웃음이 옆 사람까지도 웃게 만드는 전염성 강한 것이라면 김장우의 수채화 웃음은 여운이 길어 웃음이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웃음이다.’
∘6. 오래 전, 그 십 분의 의미
쌍둥이 엄마와 이모, 10분 차이로 태언 일란성 쌍둥이. 그 10분이 의미하는 것은 삶 전체를 바꿀만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낯설게 만나는 혈육은 언제라도 늘 안쓰럽게 보이는 법이었다.’
∘7. 불행의 과장법
8월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진모가 또 일을 저지르고.
그런 날들에 나영규가 진진에게 청혼을 한다.
엄마의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8. 착한 주리
이모의 딸 주리가 찾아오다. 주리의 세상과 진진의 세상은 너무도 다르다.
‘삶은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악을 선태가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결혼은 여자에게 이십 년 징역이고, 남자에겐 평생 집행 유에 같은 것이래.’
∘9.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에
그 길에서 사랑을 알게 된 진진
사랑을 알려준 김장우. 그런데 사랑에 대해서 알게 되자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알게 된 진진.
아버지가 엄마에게 했던 말들을 자신이 김장우에게 하고 있다.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진진.
사랑이 참 쓸쓸하고 헛헛하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말이 아니었다. 상처는 상처로 위로해야 가장 효험이 있는 법이었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세속의 도시가 우리에게 가르친 것은 침대는 정신보다 육체를 더 많이 요구하는 침구라는 사실이었다.‘
∘10. 사랑에 관한 세 가지 메모
사랑이란,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 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 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11. 사랑에 관한 네 번째 메모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사랑이라고.
‘사랑은 나를 미화시키고 나를 왜곡시킨다. 사랑은 거짓말의 유혹을 극대화시키는 감정이다.’
∘12. 참을 수 없는, 너무나 참을 수 없는
진진을 만난 이모. 이모의 고뇌가 느껴진다. 진진의 엄마와 닮은 듯 다른 이모.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말해도 좋다면, 몹시 불행한 일이었다.’
‘마치 평생 동안 똑같은 식단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 식이요법 환자의 불행과 같은 것일 수 있었다.’
‘인새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 준 주리였다.’
∘13. 헤어진 다음 날
헤어진 다음날은 나영규의 노래가 될까? 이모의 노래가 될까? 아니면?
나영규에 대한 진진의 태도는?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사랑에 관한한 유행가가 옳다. 인생의 진리는 모르지만 사랑의 진리는 유행가가 맞는 것이다.’
∘14. 크리스마스 선물
선물처럼 아버지가 돌아왔다. 중풍과 치매를 안고서.
삶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인생은 짧다고,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고.’
∘15. 씁쓸하고도 달콤한
아버지에 대한 진진의 생각과 엄마의 태도. 그리고 김장우와 그의 형과의 관계.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었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 버린 아버지처럼.’
∘16. 편지
이모의 죽음. 삶이 슬프다. 이 부분을 읽으며 눈물이 난다.
‘나는 정말 힘들었는데, 그 힘들었던 내 인생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것 말야.’
‘결핍이라곤 경험하지 못하게 철저히 가로막아 버린 이 지리멸렬한 삶.’
‘무덤 속처럼 평온하게.’
‘죽는 일보다 사는 일이 훨씬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
∘17. 모순
진진에게 없던 것을 선택한 진진. 그래서 나영규와 결혼.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이모는 자신의 죽음으로 자식들의 삶이 완벽하게 지리멸렬해지는 것을 막아 냈다.
‘인간에게는 행복만큼 불행도 필수적인 것이다.’
‘할 수 만 있다면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것처럼 사는 것이라고 이모는 죽음으로 내게 가르쳐 주었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