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잘리운 돼지 머리가 방그레 웃으며 배의 선수에 올려져있다..
죽은 돼지가 웃을 일이야 없을 터지만, 그래도 웃고 있다.
실은 마음속으론 좀 더 웃는 것 같은 돼지였음 좋다고 사람들은 바란다.
때는 2016년 4월 23일 토요일 아침이다. 옅은 파도와 너울이 밀려 오는 동해 왕돌초를 맞이하고 불루쏠트 사람들이 축문을 말하고 올해의 안전 출조, 무탈, 어복, 배가 문제가 없기를 엎드려 빈다. 동해 용왕님께! 자기 자신에게,자주 낚시를 해도 늘 등 떠 밀어 보내주는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웅얼거린다.
닥터 꾼은 선수에 서서 미처 써 오지 못한 축문을 바다에 흩뜨린다.
동해 용왕님 병신 년 올한해도 블루쏠트 출조 안전하고, 모두들 어복 충만하게, 너무 욕심 많지 않게 자연을 대하고, 너무 많은 고기를 바라지 않으며... 뭐니뭐니 해도 모두의 건강과 가족들의 너그러운 이해와 우리 모두에게 벅참과 즐거움의 낚시로 충만한 한해를 주시기를... 앙망하나이다.
막걸리를 바다에 쏟고, 돼지 머리에서 콧 잔등과 귀를 조금 잘라내어 고시래를 해보낸다..
닥터 꾼은 금요일 바쁜 하루의 일정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아침에 출근 복장인 운동화에 청바지를 차림으로 동해로 향한다.
선발대인 바우 형님은 이미 구산 민박에 도착해서 혼자 저녁을 드시러 망양 휴게소에 가신댄다.
금요일 오후 차가 많아 안성-제천 고속도로를 타고 동으로 동으로 가는 중, 이제야 오늘 환자를 마무리한 빅블루(강만석)가 용-서 고속도로 끝머리에서 후발대는 10시가 더돼 하남에서 만난다며 조심히 운전하라고 당부한다. 내가 졸릴까봐 한 마디하는 거다..
후발대엔 안 회장, 마투 국장, 장대맨, 임경도, 그리고 빅블루가 신형 이동수단인 1 ton truck cap을 타고 온다는거다.
옆구리엔 경도가 멋깔나게 부착한 한정판 불쏠로고가 반짝이는 새차다.
자정이 넘은 시간 민박집에서 바우 형을 깨운다..
딱 10년 전에 내손을 잡고 빅게임 낚시를 시작한 분이다. 내 10년 후엔 저 모습일까?
반갑게 맞아주는 형님께 포옹이라도 해드릴까 했지만.. ㅎ.ㅎ 굵은 손이 내손을 덮썩 잡아채신다.
양념 반 후라이 반 치킨을 적잖이 작살 내고 졸음이 본격적으로 밀려올 무렵이 되서야 후발대의 소란한 소리가 시골집 앞 마당을 부산하게 만든다.
치킨을 좀 더 먹고 바우 형님이 가져 오신 고사용 돼지 머리를 보면서 모두 낄낄 거린다...
피곤과 기대에 하루가 벅차지만 , 모두 조각 잠이라도 청하려고 요를 깔고 누워본다.
잠깐 사이에 다시 옷들을 갖춰입고서..
항구 끝쪽에 붙들려있는 '왕돌의 전설호'에 한 가득 가방이며, 낚시대며, 아이스박스들을 옮겨 놓고..
임검 나온 순경에게 어린시절 선생에게 출석을 하며 대답하듯 주민번호와 이름을 말하였다.
바람과 파도가 적당한 편이어서 모두 채비를 하다가 선실로 모여들고, 배는 순항을한다.
왕돌 탑 주위(중짬)에서 배를 흘리고, 초봄 패턴에 최적화된 무기로 안회장이 첫 히트를 잠시 후엔 첫 랜딩을 했다.
주로 씽킹이나 슬로우 씽킹 계열의 시마노, 다이와 펜슬들이 주요한 루어들이라 생각하면될 것이다.
아무튼 대량의 멸치가 들어와있는 상황에서 먹잇감이 지천이고, 비교적 저수온기여서 포식자들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되므로 라인도 루어도, 초봄의 패턴을 완벽하게 감당하지 못하게되고, 모든면에서 제일 까다로운 필드 상황을 흔히 보게된다. 거기에 급격하게 시시각각 변하며 요동치는 풍속과 풍향은 어떠한가?
그렇게 갈매기들을 따라 캐스팅을 하고, 잠시 바우 형님 곁에서 잠시 지깅을 하다가 지깅에 히트를 받는다.
바우형님이 먼저 받고, 나는 곧 바로 지나가던 옆 녀석을 꾀였다. 작은 씨알의 부시리 들이 나란히 올라왔는데..
랜딩 후 곧바로 놓아주고말았다.
새벽 피딩타임이지나고 급격히 활성도가 줄어들고, 간간히 루어를 체이징하던 모습도 사라져 버린다.
중짬 부근의 선박들의 무전도 한 상황이다.
짬 바깥의 대구 포인트로 이동하여 대구를 잡는다.
모터리스타 270에 3호라인 350gm 대구지그.. 오늘 필에 딱 맞는 지그에 물 흐름, 대박을 꿈꾼다....
한번 ~~~~ 두번~~~~. 선장의 얼굴을 본다. 선장도 로드의 끝을 예민하게 쳐다본다..
안관장이 민망한 애구 한 마리, 내가 좀 덜 민망한 사이즈 한마리, 막 부화한 사이즈의 횟대 한마리..
이럴거면 가자미를 잡았어야하느데...
마투 국장은 연신 투덜이다.
대구를 포기하고 안쪽의 가자미 밭을 확인한다.
가는 도중 참 우럭 포인트에서도 별 다른 반응은 없다.
운좋은 내가 겨우 손바닥 사이즈 참우럭 한마리 딸랑 확인한게 다행이다.
간간히 들어오는 가자미.. 증말 이건 아니다.
손바닥 사이즈에 등에서 배가 훤히 비쳐보이도록 얇다.
그래도 입질을 한 번이라도 받아볼 요량으로... 비장의 버클리 웜을 퀴퀴한 냄새 뭍혀가며 끼운다...
이게 뭔일이여 ?
선수 30m 앞에 갈매기가 난리 부르스다.
임선장님! 여기 가재미 뽀인트 아녀요?
하면서 이미 손엔 캐스팅 장비가 들려이는 것이고, 누군가는 벌써 1발 발사,...
아애 가자미는 없던걸로하고 본업으로 돌아간다. 캐스팅! 던지고, 또 던지고.
따라오기도 하고 하지만 확 물어주지는 않고...
봄철에 예상된 상황이지만 그래도 예민한 라인에 일부러 쓰는 작은 은색계열의 루어들..
그래도 예년보다는 반응이 낫다는 판단이 선다.
활성도가 좋아지며 시마노 sardin ball 50gm SS가 수면 바로 아래를 지나는데 그림자 없는 녀석이 슬적 루어를 물고 놀랜듯 깊은 곳으로 돌아가려 힘을 써댄다.
바로 직후 안회장도 히트를 받고, 고만한 사이즈의 방어 서 너 마리가 줄지어 뱃전으로 모셔져 나온다..
이렇게 잠시의 호황과 관심이 없는 상황의 변주곡이 몇 번 지나가고.
이른 점심을 먹자며 선장은 대구탕을 준비한다. 선장의 대구탕 맛은 왕돌에서 '전설' 수준이다. 그래서 침이 넘어 가는 걸 느끼며 탕이 끓기를 기다린다. 또 기다린다. 기다리는데 대구탕은 끓지 않는다. 가스가 떨어져서 못 끓인단다...
부지런히 다듬은 방어와 밑 반찬으로 식사를 마친다. 그래도 마음속에선 대구탕이 맴돈다..
오후 소강 상태가 지속되고, 중짬 북쪽 샛짬 초입에서 부터 중 짬을 광범위하게 확인하여도 신통한 활성도는 없고..
오히려 멸치 어군이 움직이며 배에서 안전 거리 이상 떨어진 곳에서 간간히 피딩과 라이징들이 무관심하게 단속적으로 일어난다..
변덕스러운 중짬을 뒤로 하고 맞짬으로 향한다.
날이 좋고 남동풍 계열이어서 분명 오후 피딩에서 맞짬 상황이 좋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리고 한치의 틀림도 없이 맞짬 해역에 들어서며 활성도 높은 굵은 라이징들과 그 위를 향해 달려드는 갈매기들의 바쁜 비행이 포착된다.
선장은 침착하게 일부러 피딩 포인트를 피해가며 최대한 남쪽으로 이동하여 배를 세운다.
차츰 배가 남동에서 북서로 맞짬을 가로지르며 맞짬의 안쪽으로 경사가 더딘 지역 수심 30~40m 권을 지긋이 확인해 간다.
흥분한 일단의 갈매기들이 물흐름 쪽인 우현과 선수 방향으로 강하게 활동을 시작하고. 마투국장도, 안회장도, 빅블루도 장대맨도 모두 차례 차례 히트와 랜딩의 기쁨을 맞본다...
모두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다들 자신의 취향에 맞는 루어를 테스트해가며 오후의 선상 파티에 빠져들었다.
물론 온리 지깅이신 바우 형님에게는 활성도있는 어군이 다가서질 않고..
그래도 혼신의 힘으로 10년 내공을 쏱아내는 모습..
그건 '마투나 경도'가 앞으로 배우고 깨달아야될 값진 실천이였다.
그 많은 저킹들 속에 지깅의 달인, 지깅의 3대 신공 중 하나인 점 빼기 신공이 태어나고 성장하였으니 말이다.
몇 해전 마라도 서쪽 바다에서 안관장이 회장이 되기 전 바우형님과 나 꾼과 안관장이 지깅 맞짱을 뜬 적이 있었다.
요즘 조황이 신통치 않은 제주도에서 최근 마지막 목격한 호황이었는데...
그 때 안관장과 내가 합한 것과 바우 형님의 조과가 정확히 1:3 정도 였다.
바우형님이 힘들다며 우리가 대신 랜딩하다가 놓쳤던 3~4 마리는 빼고서도 말이다.
암튼 이야기가 옆길로 좀 샛지만 다른 그렇게 즐겁게 맞짬에서 히트를 받아내며 즐거워하는 와중에 ..
한 사나이가 있었다.
근육질의 몸매, 잘 발달된 식스팩의 소유자. 배에서 폴짝 뛰면 구산까지 멀리뛰기라도 가능할 거 같은
그 친구가 아직까지 꽝이었던거다.
좌우로 걸치는 너울에도 괴로워하며 몸을 가누기 힘들어했고,
농어 낚시를 할땐 자연스럽게했던 장거리 캐스팅은 어디로 갔는지 보여주질 못하는 참으로 민망한 상황이었던 거다.
자 우리 모두 경도에게 힘을 줍시다!
동해 바다 용왕님!
오늘 아침 받으신거 돌리도!
그렇게 우리 모두는 경도의 빅게임 첫 히트와 랜딩을 기원하고 응원하고 이루어 냈던 것이다.
이슥한 시각까지 활성도가 유지되어 우리 그 후로도 계속 몸의 근육을 타고 흐르는 엔돌핀을 즐기며
봄날 왕돌의 관용을 만끽하였다.
2016년 왕돌에서 꽝은 없을 거라는 믿음을 갖어본다.
항구에 돌아온 후 시조회 시상을 위해 어류를 정리하고 계측을 실시한다.
그나 저나 계측 대상이 되는 고기는 꼬리에 유일하게 태깅한 꾼이 잡은 부시리 한 마리였고,
모든 다른 후보와 비교에서도 단연 체장이 우위에 있었다!
딱 1M.........(하하하) . 내가 마지막에 랜딩한 방어는 체고가 좋아서 계측하나마나 방어중 제일컸고 ...
(그래서 마투가 계속 뱃살 소유권을 이유없이 주장하던,) 방어 중 최대어였다...
게다가 대구도 두마리 중 꾼이 잡은게 계측이 전혀 필요 없응 만큼 커서 단일 최대어였고.
심지어 유일하게 꾼만이 잡아낸 참 우럭은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냥 최대어 였다.
단독 1등으론 닥터 꾼이 차지했는데,
안관장 금지옥엽 둘째 정현이 돌잔치에서 무려 100:1의 확율을 헤치고 닥터 꾼이 받아서,
다시 시조회 상품으로 내놓은 파이팅벨트의 주인이 결국 돌아서 닥터 꾼이 맞는다는데엔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안회장은 첫고기 상으로 갹출한 7마넌을 손에 쥐었고.
몇몇 분에게는 꾼이 전번 완도번출에서 첫고기 상으로 받은 6 마넌으로 마련한 IOL지그 3개가 시조회 상품으로 돌아갔다.
장대맨님이 3등 상품으로 내놓은 자작 우드루어 1점은 빅블루의 차지였다.
조행기를 마치면서....
시조회에 출조하신 회원 모두와 시조회에 운영 경비를 지원해준 영환 부회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모두에게 푸짐하게 1회용 건강 치솔을 왕창 주신 빅블루의 선물도 앞으로 지겹게 요긴하게 쓸 고마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제2의 마투(마투 2)라 불리는 전설호의 새 지킴이 마트상거 앞으로도 잘 부탁하고..
마지막으로 시조회에서 돼지 머리에 시시하게 1마넌이 아닌 과감하게 5마넌 지폐를 돼지 코에 꽂아주신 임창순선장님께
올 한해 건강하고, 안전한 운행하시고, 얼른 집지으시고, 않좋은 치아도 좋은 치과의사 만나서 잘 치료하실 거라고 기원해드린다.
PS: 점심 때 가스가 떨어져 못 먹었던 대구 탕은 저녁 때 민박집에서 모두 맛있게 먹게되어 전화위복이었음을 밝히며,
그 후 이틀 동안 그 민박집을 이용했던 나의 맛있는 아침 식사였음을 밝힌다....
마투님! 내 뱃살 돌리도.
첫댓글 조행기 잘봤습니다.
황태침 키핑합니다.
감사합니다.
조만간 날자 잡겠습니다.
@닥터 꾼 네.
하루종일 거실서 딩구네요.
맛깔나는 조행기 감사드립니다. 제가 뱃살은 꼭 갚지 말입니다. 으헤헤헤
시조회드리니 정말 용왕님 은덕이 하사하니 즐거운 2016 첫 출조였습니다.
생업에 찌들어 바쁘다는 핑계로 조행기를 안쓴지 어언 1년이 넘어갔네요
죄송스럽고 감사합니다.
국장님 일요일 대박 번출조행부탁드립니다.
@안관장 토일 양일간 잘 하고 오겠습니다.
맛깔나는 조행기 일다보니 어느새 동해바다 왕돌등대를 마주하고 서있는거같아요~~~^^ 조행기 잘읽었 습니다. 다음에도 형님 최대어하실꺼에요~~^^ 요즘 형님 짱 이신거알죠!
참석도 못했는데.....
다녀온 느낌이...듭니다.
이렇게 맛깔나게....조행기 읽으면서
출조를 대신해야 하는게
그나마 기쁨인지.....슬픔인지.....??
조행기 읽어 내려가자니 ...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을 대시해 주는 것 같군요... 실감나는 조행기 이제서야 봅니다. 모두들 고생 하셨고 올 한해도 무탈하게 욕심내지 않는 시간들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