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XX. 오전 8시 법원 근처의 한 사우나 안. ' 다 들어가? 말어? ...... ' ' 너무 마음에 드는 물건인데... ' 한 남자가 희뿌연 수증기 속에서 고민을 한다. 좁은 사우나 안에서 일어나 서성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를 다른 사람들은 불편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여전히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다. 남자가 아침부터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경매사건이었다. 그 날의 입찰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하다가 그는, 결국 마음을 굳히고서야 사우나를 빠져나왔다. 오전 10시 XX지방법원 경매법정 앞. ' 그나마 좀 한산한데? ' 경매입찰일, 법정은 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게 다 경매가 대중화가 된 탓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경매라고 하면 으례 네모난 깍두기(?)를 먼저 떠올렸었다. 영화 속에서 보는 미술품 경매 장면에서처럼 앞에서 물건을 소개하고 입찰을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손을 들면서 "OOO원!", "XXX원!"하는 식의 호가경매제였을 때는 그런 일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XXX원!"하고 손을 들려고 하면 소위 "어깨"가 뒤에 서있다가 입찰하려는 사람의 "어깨"를 지긋~이 눌러 입찰을 방해했던 그런 일 말이다. 그러나 지금 경매법정에서는 어깨를 누르려해도 누를 수가 없다. 워낙 빽빽히 들어찬 사람들 때문에 모두들 서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기일입찰 방식으로 바뀌어서 어깨를 눌러 입찰을 방해한다는 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사정 덕분에 경매입찰일날의 법정은 마치 시장바닥과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혹, 아기라도 업고 나온 젊은 새댁이라도 있는 날이면, 게다가 그 아기가 후끈한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울음이라도 터뜨리는 날엔 완벽하게 그 분위기가 완성된다. 그도 두 아이의 아빠이고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객장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 시장은 상투장이다"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오늘의 법정은 여전히 붐비기는 했지만, 아주 미세하게나마 사람들이 조금 줄어든 느낌을 받을 수 있다. DTI의 영향인가? 그런데 딜레마는 바로 그것이다. 남들이 시장의 영향을 받아 주춤거리게 되는 상황이 오면 경쟁률이 떨어질 수 있지만, 나 역시 그 시장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좋은 물건들이 좋은 가격에 쏟아져 나올 때에는 나도 돈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이 쳇바퀴에서 먼저 빠져나오는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 남자는 온갖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입찰가격을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다. 오전 12시 XX지방법원 경매법정 법대 앞. "OOOO타경 OOOOO호 사건, 이 사건 최고가매수신고인은 OO,OOO,OOO원을 쓴 O O O 씨 입니다. OOO씨, 앞으로 나오세요." 남자의 이름이 불려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차순위와 차이가 조금 있었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그가 생각한 가격을 적었을 뿐이니까... 다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같이 입찰했던 이 사건의 다른 물건번호에서는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아침부터 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물건번호 1,2번으로 진행이 되었던 이 사건에서 그는 그와 함께 입찰에 들어왔던 다른 한 사람과 사이좋게 물건을 하나씩 나누어 낙찰받았다. 모두 낙찰받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아쉽지만, 어쩌랴. 이것도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입찰보증금 영수증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오는 길에, 수 많은 명함세례가 쏟아졌다. < 최고가매수인들이 받아가는 종이의 정체, 10% 보증금 영수증 > < 경매인들의 로망, 명함 세레머니 > 오후 1시 XX도 XX시 XX구 OOOO타경 OOOOO호 사건 경매물건지 앞. 남자는 오랫만에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동료들과 낙찰받은 그 사건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낙찰받은 물건에 대한 장밋빛 미래와 낙찰받지 못한 물건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 낙찰받은 물건은 상가물건이었다. 남자는 그 물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남자가 있는 곳, 바로 근처에 있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수도 없이 들었던 스승의 이야기를 기억한다. " 상가물건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짧은 거리안에서도 물건에 따라 그 결과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 " 그래서, 자기가 잘 모르는 먼 곳에 있는 물건에 입찰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 남자가 점심을 먹고 찾은 곳은 다름아닌 상가건물의 1층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사무소였다. 낙찰받은 상가는 공실로 비어있었는데, 그 부동산사무실에 낙찰받은 물건의 열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에서 해당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히 들은 그는 바로 물건의 임대를 부탁하고는 열쇠를 받아들었다. 잔금을 내지는 않았지만, 막상 자신의 물건이라고 생각하니 보고싶은 것이 또 사람마음이었다. 그는 받아든 열쇠를 가지고 곧바로 철물점으로 가 열쇠를 복사하고 상가로 올라갔다. 임장을 왔을 때 굳게 잠겨있던 문이 잠긴 상태 그대로 그를 가로막았지만, 이제 그는 "최고가매수신고인"이었고, 더군다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까지 손에 넣은 사람이었다. 열쇠를 열쇠구멍에 밀어넣고 돌리자 문은 쉽게 열렸다. 너무 쉽게 열려서 허무할 정도로...... < 임장 시 굳게 닫혀 있던 문> 상가의 내부는 생각보다 깨끗했다. 마지막 임차인이 이사를 가면서 깨끗하게 정리를 하고 떠난 모양이었다. 치워야 할 것은 문 아랫틈으로 밀어넣어 쌓여있던 전단지들 뿐, 별다른 문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 상가 내부 사진 > 오후 3시 남자의 사무실 안. 남자는 그 후로도 몇 군데의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러 물건을 내놓았다. 해당 건물의 위치가 좋아 인기가 있어 세를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받고 싶지만, 시세대로 임대를 놓아도 수익은 충분했다. 게다가 이 물건의 가장 큰 장점은 자본이 많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하지만, 경매는 변수가 많아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 그의 스승이 늘 그에게 했던 이야기를 되새기며, 가볍게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칭찬을 바라며 투정을 부리는 아이처럼 혼잣말로 이런 이야기를 중얼거리면서... " 스승님, 그래도 낙찰받고 3시간 만에 명도 마치고 부동산에 물건까지 내놓았으면, 저 잘했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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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하드립니다, 차분하게 배운대로 행하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이십니다.
잘 보고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상가낙찰을 받으시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재밌는 글입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
추카^^
글솜씨가 좋으시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축하드려요. ^^
잘 읽었읍니다. 축하드려요~
임대 진행상황도 후기 올려주시면 많은 공부가 될것 같습니다,^^
벌써 6년 전 일이군요.
지금은 어찌 변하셨을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3시간만에 명도라니 ㅎㅎㅎ 축하드립니다!!
유용한 글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대단하시네요 ㅎㅎ 나중에 뒷이야기도 해주세요!
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저도 얼릉 저렇게 ㅎㅎ
6년이 지난 일이네요...잘봤습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대단하심다
잼나게 읽었습니다~
실화소설 잘 읽었습니다, 지금쯤 화려하게 변신되어있겠져
점심먹는것도 잊고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습니다.~ 우와.. 정말이지 축하드립니다. 뒷얘기도 또 듣고싶습니다.
시간이 짧았다는건 그만큼 물건을 잘 알아보았다는 뜻이겠죠 ?....멋지심...^^
저는 무협지인줄 알았습니다
하나도 지루하지않고 잘 읽었습니다
그 스승님이 사무장님 이신가요?^^
감사합니다~
3시간만에 명도라..정말 소설같은 마무리이시네요^^ 입지가 좋은물건을 받으셧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항상 그럴때마다 사람에 치여 헛탕치기가 일쑤인데요 ㅠ
책을 읽고있는줄 알았습니다 ㅎㅎ 낙찰부터 명도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잼있게 쓰셔서 순식간에 읽었네요. 투자수익 많이 나셨음 좋겠네요. 아마 지금쯤 대박나셨을거라 믿습니다.
소설쓰셔도 되겠습니다^^ 경험담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일사천리로 후딱후딱 끝내시네요 마치 무림고수가 수련을 다 마치고 하산하여 첫 여정을 마친 글 같네요 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넓고 깨끗하게 비워진 상가내부를 보니 보는 눈도 덩달아 시원해지네요.
속전속결!이네요
글이 너무 소설같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소설같이 잘 읽었습니다. 10% 영수증까지 잘 봤습니다.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형님이 잊혀지지 않네요 ㅎㅎㅎㅎ
좋은 경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우 세시간! 속전속결이네요.! 축하드립니다. ^^
재미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축하드려요^^
너무 글 잘 쓰시네요~저도 3시간만에 명도해보고 싶습니다~
축하합니다. 완전 노블 수준이네요 최고예요
대단 하시네요 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