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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체육 ‘스포츠’로 대우해야”
편집자
김창금 〈한겨레〉 기자(이하 사회)=2004 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의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합니다. 선수층이 워낙 엷은 데다, 전반적으로 노쇠화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쟁하기가 매우 힘들었는데요. 최원현 기획부장(이하 최)=대회 성적이 그 나라 장애인 스포츠나 복지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장애인 스포츠는 그동안 과대포장된 면이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집중 지원을 받았고, 그 여력으로 바르셀로나, 애틀랜타, 시드니까지 12위 안에 드는 성적을 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외형적 성과였을 뿐입니다. 유희상 육상팀 코치(이하 유)=88 올림픽 이후 매 대회 때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출전했다가, ‘아이쿠, 이게 아니었네’라는 후회를 반복했습니다. 국내 휠체어 경주 선수들은 수시로 열리는 국제 대회에 나가보지도 못하다가 올림픽에 참가합니다. 당연히 정보나 기술 분석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사회=88년 이후 16년을 정체기라고 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요? 최=장애인 스포츠를 ‘스포츠가 아닌 복지로 이해하는 시각’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도적으로 장애인 스포츠의 주무 부서는 보건복지부입니다. 그러나 복지부는 장애인 스포츠를 재활과 사회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합니다. 장애인 스포츠를 독립적인 스포츠로 인정해야 합니다. 유=장애인 교육은 교육부가 맡습니다. 장애인 노동은 노동부가 맡습니다. 그런데 장애인 스포츠는 문화관광부가 아니라 복지부 담당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장애인 교육을 노동부에서 하는 꼴이죠. 사회=이런 현실 때문에 받는 불이익이 많나요? 최=장애인 스포츠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하나도 없다는 게 가장 심각합니다. 법적 근거가 없기에 장애인 올림픽에 나온 선수나 코치는 대표팀 선수, 대표팀 코치가 아닙니다. 국가대표 선수는 대한체육회와 각 경기단체에서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장애인들은 이들 단체의 추천 대상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예산 지원이나 메달에 따른 연금 체계에서도 스포츠 시스템 밖에 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습니다. 사회=풀뿌리 체육이 강한 나라가 올림픽 성적도 좋은데요. 저변이 허약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기초 체질의 허약함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최=양과 질에서 장애인 스포츠 전반은 황폐합니다. 전국에 장애인 체육시설이 고작 14 군데입니다. 운영비로 정부가 40%를 지원합니다. 나머지 60%는 돈을 벌어서 채워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비장애인한테 돈을 받고 대여합니다. 장애인들이 주말에 체육 시설을 이용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유=관세 문제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경주용 휠체어 값이 보통 800만원입니다. 그러나 수입 관세만 없다면 500만원~600만원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관세를 붙이는 이유가 있겠지만,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이 운동용으로 구입하는 물품에도 붙인다는 게 답답합니다. 휠체어 바퀴를 1년에 한번씩은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부담이 커 보통 5, 6년 수리해서 타는 게 일상화 돼 있습니다. 사회=사격의 허명숙씨가 금, 은메달을 땄지만 법의 허점으로 혜택이 줄어들면서 연금 제도 개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데요. 최=법적인 모순이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복지부가 움직이고 있고, 공식적으로 정부혁신위원회에 건의가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법을 바꾸기가 어렵고, 보통의 생활보호대상자와 형평성의 문제가 있지만 분명히 지금의 상황은 문제가 있습니다. 유=형평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출발선에서 스타트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속된 말로 우리 사회는 그동안 선착순이라는 틀이 주류였습니다. 빠른 사람이 먼저 가서 먼저 챙기는 게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선착순 사회구조에서 장애인들에게 왜 빨리 쫓아오지 못하느냐고 얘기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사회=일부에서는 돈 문제만으로 장애인 스포츠를 보지 말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유=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전의 제시입니다. 저는 후배가 휠체어 경주하겠다고 찾아오면 극약처방을 합니다. ‘전망도 없는데 왜 하느냐?’고 되묻습니다. 시작해서 10년을 해야 금메달 딸까 말까하고, 그 뒤에도 장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제도적으로 장애인 지도자가 설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미국처럼 일반 체육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장애인 프로그램, 장애인 지도자를 꼭 두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애인들이 시간나면 가서 운동하고, 지도자는 생계를 꾸릴 수 있습니다. 사회=장애인 스포츠를 하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한 축에 든다는 지적도 있지 않나요? 최=재가 장애인은 월 25만원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데,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은 해외도 나가고, 운동도 해 메달을 딴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모두 장애인 스포츠가 복지부 재활지원과에서 예산을 받기 때문입니다. 다른 장애인들이 자기 몫을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유=복지부의 재활지원과에서 복지와 스포츠 재원을 배분하니까 문제가 됩니다. 한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 여기저기 찢어주다 보니까 반발이 나옵니다. 장애인 스포츠를 하는 사람도 스포츠 예산을 하위 순위에 두는 복지부 쪽에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입장이 달라도 서로 의견을 자주 교환해 인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인 스포츠 발전을 위한 마지막 제언을 한다면. 최=교육부에서 관장하는 장애인 특수학교가 전국에 200여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재원이 없어 체육활동을 못합니다. 진흥회에서 매년 1억씩 투자해 몇 개 학교에 시설을 갖춰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습니다. 관계부처가 논의를 해 장애인 학교체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선수가 발굴됩니다. 요즘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는 체육을 금지하기도 합니다. 대학에 가거나 침술을 배워 생계를 꾸리는 게 더 낫다는 논리죠. 안타깝습니다. 유=선수 육성의 첫 단계는 실업팀입니다. 투자가치를 따지는 사기업에 실업팀을 만들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공기업에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공기업 경영평가 점수제도가 있듯이, 장애인 실업팀 육성에 인센티브를 많이 주면 잘 나가는 공기업에서 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장애인 스포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도 변해야 합니다. 장애인 스포츠를 기술의 묘미, 기량의 경쟁 등 경기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스포츠가 삽니다. |
첫댓글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떨까요?? 하계 올림픽때는 방송 3사가 똑같은 내용으로 사람 잠도 못자게 중계를 마구마구 때리더니만...장애인올림픽은 중계 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방송사에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