戲和答禽語[희화답금어]-黃山谷
南村北村雨一犁[남촌북촌우일려]
新婦餉姑翁哺兒[신부향고옹포아]
田中嚌鳥自四時[전중제조자사시]
催人脫袴著新衣[최인탈고착신의]
著新替舊亦不惡[착신체구역불악]
去年租重無袴著[거년조중무고착]
“새 울음을 답하며 희롱함”
비오니 남촌 북촌 모두 밭을 가는데
신부는 시어머니에게 음식을 드리고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밥을 먹인다.
밭 가운데 우는 새는 철마다 다른데
뻐구기는 헌바지 벗고 새바지 입으라고 재촉하네.
낡은 옷 벗고 새 옷입는 게 또한 나쁠리 없지만
작년에 세금이 너무 많아 갈아입을 바지가 없다네....
이 시의 저자 황산곡은 蘇東坡의 제자로 스승과 함께 많은 작품을
남긴 유명 시인이다. 위의 4련에서 탈고[脫袴]는 脫卻布袴[탈각포고]의
약어로 중국어 발음이 뻐구기 울음소리와 같으며[“뻐국”으로 들림]
뜻은 “천으로 만든 바지를 벗으라.”여서, 그것에 답하여 지은 시로
여러분이 보시기에도 “뻐국“에 장난삼아 답한 것으로 보이는지......
장난은 고사하고 오히려 苛斂誅求[가렴주구]에 신음하는 농민의
현실을 노래하여 위정자에게 알렸고 농민에 대한 깊은 동정도 잘
나타나 있는 시이다.
農家歎[농가탄]-鄭來僑
白骨之徵何慘毒[백골지징하참독]
同隣一族橫罹厄[동린일족횡리액]
鞭撻朝暮嚴科督[편달조모엄과독]
前村走匿後村哭[전촌주닉후촌곡]
鷄狗賣盡償不足[계구매진상부족]
悍吏索錢錢何得[한리색전전하득]
父子兄弟不相保[부자형제불상보]
皮骨半死就凍獄[피골반사취동옥]
농가의 한탄-정래교
백골에까지 세금을 매기다니 어찌 그리도 참혹한가
한 마을에 사는 한 가족이 모두 횡액을 당했네.
아침 저녁 채찍으로 치며 엄하게 재촉하니
앞 마을에선 달아나 숨고 뒷 마을에선 통곡하네.
닭과 개를 다 팔아도 돈을 갚기엔 부족하고
사나운 관리는 돈 내놓아라 닦달하지만 돈이 어디 있는가.
애비와 아들, 형과 아우인데도 서로 보살피지 못하고
피골이 상접하여 반쯤 죽은 채 얼어붙은 감옥에 갇혀 있다네....
조선시대는 중인이면서 학문을 익혀 시을 짓고 읊은 분들을 閭巷[여항]
시인 이라고 칭하였는데 정래교 정인교 형제가 대표적인 분들이다.
당시의 사회를 비판적이고 고발적이며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으로
가혹한 세금으로 인한 농민의 고통이 눈에 선하며 위의 중국 시와 비고
하여 보시기 바란다.
七 步 詩-曹植
煮豆燃豆萁[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콩을 삶는데 콩대를 때니
솥속에 있는 콩이 우네.
본래 한 뿌리에서 났는데도
들볶기가 어찌 저리 심할까.....
위나라 문제[조조의큰아들]가 동생 조식에게 명하여, 칠보를 걷는 동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해서 일곱 걸음에 지은 시이다.
조식은 형제의 비극을 콩을 삶을 때 같은 뿌리에서 나온 콩깍지를 태우는
것에 비유하여 시를 지었는데 이 이후로 천재시인을 七步才라고 했다.
여기에 이 시를 올린 것은 아래의 別兄과 형제애를 비교하여 보시라는
뜻이며 옛 唐宋詩 中에 있는 따뜻한 형제애를 그린 시는 다음에 올리겠다
別兄[별형]-鄭仁僑
昨日別考親[작일별고친]
今日兄不見[금일형불견]
擧且看歸鴻[거차간귀홍]
雙飛良可羨[쌍비량가선]
어제는 아버님을 여위고
오늘은 형님을 볼수 없구나.
눈을 들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러기 보니
정답게 짝지어 날아가는 것이 부럽기만 하구나.......
.정인교가 돌아가신 형 정래교를 그리워하면 지은 시로 나도 늘 외우는 시다.
어제 밤 잘아는 知友 둘이와 지리산 자락의 견성골에 있는 文殊庵에서 잠을
잤는데, 꿈 속에서 오년전 돌아가신 형님을 만났다. 꿈인줄 알면서도 어찌나
반갑던지 쏫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형님의 손을 잡고 이 시를 읊조린 것 같다.
돌아 가신후 선산 아래에 장사 지낸뒤 형님 생각만 나면 혼자서 외우던 시
이기에 그랬을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이 바로 청명과 한식이니 만사 재쳐 놓고 고향 선산에 있는형님 산소에 갔다.
이 글을 보신 분들 형님이 계시면 안부 전화라도 해 보시고 시간이 되면
형님과 약주라도 한잔 하여 보시길..........
형님이 동생을 그리워하는 시도 사람 가슴을 아프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弟望
春日江南雁[춘일강남안]*雁[안]:기러기
連行亦北飛[연행역북비]
來時見吾弟[래시견오제]
何事不同歸[하사불동귀]
봄날 강남의 기러기들
줄지어 나란히 북쪽으로 날아가구나.
가서 내 동생 보거든
무슨 일로 함꼐 돌아오지 못하는지 물어보거라......
*사실 이글을 쓰면서도 돌아가신 형님 생각에 눈에는
눈물과 코에는콧물이 흥근히 고이는 것을 겨우 참으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