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45개국 약 9천500명의 선수가 참여한 인천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참가국 면면을 보면 한국, 중국과 같이 800명 이상의 대규모 선수단을 구성한 국가도 있었지만, 브루나이처럼 불과 11명의 선수만 참여시킨 소규모 파견 국가도 있었다. 총 1천454개의 메달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펼친 끝에 각 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중국, 일본이 얼마나 많은 메달을 휩쓸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한·중·일 세 나라가 가져간 메달의 개수는 전체 메달의 약 53%에 달하는 776개에 이른다. 반면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한 채 돌아간 국가도 8개국이나 된다.
경제 발전국의 약소국 지원은 의무
이번 아시안게임의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한 국가의 국제대회 성적은 그 국가의 경제력과 상당히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이는 경제적으로 풍요한 국가가 스포츠 시설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그 결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50여 년 전 한국의 모습은 현재 아시아 최빈개도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빈개도국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선진국 원조를 통해서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국제대회에서 하나의 메달이라도 따면 모두 기뻐하며 그 선수를 국민 영웅으로 대접하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네팔은 단 하나의 동메달을 획득하여 종합 37위를 하였다.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네팔 국민도 그 유일한 메달리스트를 영웅대접 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234개의 메달 획득과 함께 종합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을 통해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으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변모하였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국제사회에서 약소국을 위한 책임과 의무도 커진다. 선진국일수록 공적개발원조(ODA)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현상이 이를 대변한다. 공적개발원조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증진을 위한 국외원조를 의미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유·무상으로 국외 여러 국가에 다양한 형태의 원조를 하고 있다. 아시아국가에 국한하지 않고 아프리카, 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 걸쳐 원조를 시행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도로 및 교량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을 형성시켜 주기도 하고, 의약품 공급, 교육사업, 경제정책 자문 등 다양한 형태의 원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약 30억 달러의 국외원조를 계획할 정도로 점점 국외원조의 규모를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결과는 스포츠 ODA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전자호구를 착용하고 태권도 경기에 참가한 선수가 있을 정도로 예산 부족을 겪는 국가도 있었다. 이런 나라에 태권도 전자호구와 관련 장비를 보급·관리해 주는 스포츠 원조를 한다면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격이 한층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태권도를 아시아 국가에 널리 확산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국외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류 스타 사랑 이제는 되돌려 줘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콜드게임만 3차례 당하고 돌아간 몽골 야구선수단과 실내수영장 시설이 없어서 현격한 실력 차이를 보이고 돌아간 몰디브의 수영선수 모습은 우리가 아직 도와줄 수 있는 스포츠 분야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에게는 스포츠 장비를 지급해 주는 일회성 도움보다는 야구장과 수영장을 지어주고 수준 높은 지도자를 파견해서 스포츠 잠재력을 길러 줄 수 있는 형태의 스포츠 원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국민은 아시아 전역에 퍼지고 있는 한류현상을 보며 자랑스러워한다. 이제는 한류스타를 이용해서 드라마와 음악을 얼마나 수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고민하지 말고, 그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어떻게 되돌려 줄 것인지를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는 스포츠 원조를 통해 일부 실현할 수 있다. 스포츠 시설과 장비가 부족한 아시아 국가에 우리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자. 우리가 아시아의 경제 대국, 그리고 스포츠 강국답게 스포츠 원조를 통해 진정한 일류 국가의 모습을 갖추고 있음을 나타내자. 부산일보, 송백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2014-10-14 [10:43:56] | 수정시간: 2014-10-15 [13:44:59] |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