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휘 (夕 暉) 趙 廷 來 7시44분,, 쿵― 과르르르........ 천둥이 깨어지라 울었다. 다시 파란 번갯불이 일었다. 연이어 모래를 뿌리듯 빗발이 거칠게 쏟아졌다. 빗발을 등지고 돌아섰다. 시계를 봤다. 삼분이 지나 있었다. 7시 44분. 7시 47분. 서로는 말을 잃고 있었다. 공포가 깃들인 침통한 표정들. 빗발 속에 그들은 장승처럼 서 있기만 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리고 여섯 사람. 계곡은 먹구름이 꽉 찼다. 세찬 바람이 불었다. 휘어져 감기우고 뭉클어져 흩어지며 비 머금은 먹구름은 빗속에서 움직였다. 절벽을 기어 오르고 나무를 꺽어 내리듯 삼키는 것이다. 심산의 정적. 8월 오후의 빗속 추위. 해발 1982미터의 마지막 암봉 42M. 갑자기 어두워졌다. 파란불이 번쩍했다. 숨돌릴 사이없이 천둥이 다갈다갈 굴었다. 철이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천천히 고개를 치켜 올렸다. 쭉 뻗어 오른 검푸른 바위가 눈밖으로 보였다. 비구름에 가려 다 보이지 않은 물흐르는 바위 덩어리. 철이는 거기에서 존엄이란 걸 순간적으로 의식했고 불가 능이 눈까풀 속으로 아프게 파고 드는 걸 고통스럽게 참았다. 철이는 약한 현기증을 느끼며 으시시 몸을 떨었다. 또 어금니를 맞갈았다. ― 고개를 떨구며 텔레탑을 생각 했다. 엉성하게 엉켜 세워진 텔레탑 바로 아래 서 있었다. 고개를 올렸다. 하늘과 맞 닿은 휘청 휘어진 아슬한 텔레탑의 끝. 그 끝에 얹어둔 듯 멈춘 태양. 순간 태양은 백광을 쏟았다. 정신이 아찔했다. 눈앞이 캄캄하고 파랑, 빨강 불은 타원이 되어 여 기저기로 날 듯이 움직였다. 거칠게 맴돌아 닥아 들었다. ― 비는 옆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바위에 부딪쳐 잔 물방울이 튀겼다. 철이는 머리를 감싸쥐며 고개를 저었다. [자- 준비-.] 철이는 획 몸을 돌렸다. 강하게 부정했다. [안돼-] [뭐가 안돼. 빨리 빨리-] [안된단 말야] [뭐라구? 우장 벗어] [벗지 마러-] 철이는 눈에 힘을 쏟고 있었다. 미운 마음에 죽여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언 듯 스쳐갔 다. 순간 번갯불과 거의 동시에 천둥이 울었다. 어디론가 굴러 사라지는 금속성에 너무나 어처구니없고 무서운 생각을 갈갈이 찢어 버리고 싶었다. 철이는 자신이 밉 고 무서웠다. 곧 후회하고 말았다. [뭣들하는 거야-. 이 비렁뱅이 자식들아-.] 당장 창호는 우장을 팽게치며 고함을 쳤다. 먹구름을 헤치고 가늘게 메아리로 변한 다. 비에 젖어 일그러진 얼굴- 독기 엉킨 눈동자. 조소가 맴돌아 번진 입술. 굽힘을 모르는 콧잔등의 주름살- 철이는 건 구토증을 느끼며 외면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후둘거리는 다리로 부축하고만 있었다. 눕고 싶은 생각과 함께 의미 모를 공포에 전신이 와들와들 떨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어깨가 축 내려 앉았 다. [됐어-. 이쪽으루 조금 더-.] 고개를 돌렸다. 철이는 등골을 파고드는 오한을 몸서리로 느꼈다. 쟈일이 - 비 한방 울 묻지 않은 쟈일이 - 비에 젖으며 풀리워지고 있었다. [임마- 현식아. 놓지 못해-?] 철이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악을 썼다. 입술 언저리에 경련이 일어 양볼을 씰룩이 며 퍼져 나갔다. 현식은 쟈일을 쥔 채 멀뚱이 서서 온몸에 비를 맞히우고 있었다. [이 자식이-. 너 미쳤니! 어쩌자는 거냐?] 흠뻑 물이 밴 옷을 걸친 창호가 한걸음씩 다가오며 거만스레 하는 말이다. 철이는 흐뜨러진 몸짓을 짓다가 [위험하단 말야. 안된다니까, 위험해-.] 중얼 대듯 같은 말을 힘없이 되풀이했다. 휘-이윙 바람이 계곡을 거슬러 불어 올랐다. 비구름이 휘감기고 몰려 올리며 빗발이 거세졌다. 창호는 떡 버티고 서서 손가락을 정확하게 놀리며 굳어진 얼굴로 또박 또박 말했다. [너희들 전부는 똑똑히 들어. 나는 톱(top)이다. 너희들은 나의 명령에 복종해야 된다. 오늘 이 봉우리를 개척한다. 이건 우리의 임무다. 비에 젖어 위험할진 모르지만 알프스나 희말라야는 항상 얼음이란 걸 잊지 말아라. 위험을 피하지 말고 극복하고 싸워야 하며 이겨야 되는 것이다. 예상 시간 50분. 하겡은 필요 없을 것이다. 나는 - 너희들의 톱이다.] 철이는 라스트란 자신의 초라한 허상을 감각없이 보고 있었다. 바쁜 손을 놀리는 다섯명의 거동이 영화의 한 장면같이 느껴졌다. 걸음을 옮겼다. 창호는 쟈일 끝을 웅켜잡고 섰다. [리더는 나다. 뒤는 철이가 맡을 것이다. 모두들 침착하길 바란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에 밴 솜씨로 자일을 허리에 동여매고 잽싸게 바위를 안고 돌 아갔다. 철이는 입맛을 다시며 입술을 빨았다. 우장을 벗았다. 얼턱이 난 바위에 구두 뒷축을 단단히 대고 바우에 등을 붙였다. 쟈일을 손에 잡았다. 마음이 착찹해 왔다. 대원들을 살폈다. 하나같이 나무토막처럼 보였고 돌비석마냥 딱딱해 보였다. 얼굴들을 더듬었다. 창백한 김군. 두려움에 쩔은 성군. 호기심이 넘치는 정군. 입술 을 깨물고 미간을 찌푸린 박군. 쟈일은 풀려 나갔다. 바위 등을 살금살금 스치며 자나간다. 조금식- 아주 조금씩 속도가 없어진다. 그쳤다. 바위에 얹친 듯 하여 능청해진 쟈일. 양손가락을 모두었 다. 축축하며 딱딱한 쟈일의 감촉. 쟈일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얼마동안-. 천천 히 손바닥을 간질거리며 풀린다. 철이는 뿌드득 잇빨을 갈았다. 눈을 꼭 감았다 창호의 얼굴이 자꾸 스친다. 땀 방울이 솟길 이마. 바들바들 떨릴 두 다리. 바위를 웅켜 잡느라 닳았을 손톱 - 상처투성이의 손가락. 깨물렸을 아랫입술. 거칠은 호흡 - 벌씸거릴 코. 철이는 가쁜 숨을 뿜었다. 어느새 쟈일은 또 멈춰 있다. 천둥이 몇번이 나 울었다. 장단지가 저려왔다. 쟈일은 움직이질 않는다. 어서 -. 조금씩 만이라도 어서. 창호야 어서. 조금씩-. 비만 오지 않았어도. 철이는 건침을 삼기며 쟈일을 뚜러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가슴이 파삭 파삭 탔다. 긴 시간. 몇번인가 천둥이 일고 번갯불이 쳤다. 쟈일이 끌렸다. 움직이는 것이다. 아니, 보이지 않는 저쪽 암벽에 붙 은 창호가 위기를 모면한 신호였다. 철이는 휘- 숨을 놓았다. - 첫아기를 낳느라고 격은 고통을 잃고 있다가 다시 산실 에 들어가며 벗어둔 신발을 뒤돌아보는 산모와 흡사하다고 생각해온 자신을 언 듯 느끼곤 쓴웃음을 지었다.- 비는 그치지 않고 더욱 세차게 휘몰아쳤다. 일센치 - 이센치- 쟈일이 풀리고, 한걸음 - 두걸음- 창호가 기어오르고, 멈췄다 풀리고 움직이 다 그치기를 몇번인가 되풀이했다. 손바닥을 간질거림, 빠져가는 쟈일의 감촉. 뱀-. 틀림없는 뱀의 차가운 피부. 뒤틀려 꼬인 쟈일은 뱀의 뼈다귀. 수백마리가 꼬리를 물 고 이어진 - 뱀의 행렬. 짜릿짜릿한 촉감이 전신을 휘돌아 퍼졌다. 철이는 머리를 마 구 저었다. 짤짤 흔들었다. 부르짖고 있었다. [아냐 절대로 아냐. 그건 거짓말야. 아니라니까.] 철이는 뱀에 칭칭 감겨 발버둥대며 아우성하는 창호를 보고 있는 착각을 떨치려 몸부 림 하는 것이었다. 쟈일이 다시 손아귀를 빠져 나갔다. 착각을 버렸다. 철이는 어 느 일요일 등산길에 만났던 교수를 생각했다. 이지적인 눈을 가진 그는 파이프 담배연기를 연신 뿜으며 겹겹으로 싸인 먼 산을 바 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도 그런말을 했지요. 등산의 본질이 정상을 정복하는데 있는 게 아니라고 말 이요. 자신들이 와 있는 곳 까지의 고난을 어떻게 극복했는지가 문제라고 했다지요. 산은 보다 크고 섬세하며 거짓없는 자연이 아니겠오. 인간이란 인내를 가진 그리고 움직일 수 있다는 극히 적은 능력을 가진 자연의 산물에 불과한거요. 크라이밍도 좋 긴 하지만........] 그는 옆에 핀 산꽃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일어섰던 것이다. 철이는 자신의 베낭 에 간추려 묶여 있는 쟈일을 만지작 거리며 사라져가는 그 이름모를 교수의 뒷 모습 을 전송하고 있었다. 바위에 닳아 헐어진 군화며 바지가 궁색하게 보였고 어딘가 한 쪽이 텅 빈 것 같은 공허감이 자리했다. [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발이 공중에서 헛돌았다. 철이는 손아귀를 급속도 로 빠져가는 쟈일을 끊어지라 움켜지고 끌려가고 있었다. [아-악-] 창자를 뽑아낼 듯한 비명이 바위 저쪽에서 넘어와 먹구름 뭉클대는 계곡 깊이로 덜어 졌고 그 소리는 빗속을 빗겨가며 처량한 메아리로 꼬리를 감추었다. 동구렇게 사려 둔 쟈일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급하게 아주 급하게 쟈일은 손아귀를 빠져나갔다. 쟈일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손에서 피묻은 쟈일이 마지막 빠져나감과 동시에 철이의 몸뚱이도 몇번 딩굴었다. 피엉킨 쟈일의 끝은 소나무 푸른잎의 사이 를 숨듯 사라져 계곡으로 헝클어져 떨어져 내렸다. 너무나 순식간의 일이었다. 철이는 겁에 질린 네명에게 일으켜졌다. 바위에 씻겨 피 솟기는 일그러진 왼쪽볼. 손바닥을 폈다. 찢어진 양 손바닥에선 피가 뚝뚝 떨어졌 다. 피흐르는 손바닥을 들여다 보며 이빨을 득득 갈고 울부짖었다. [창호야-. 창호야-.] 메아리가 여울졌다. 철이는 주저 앉았다. 흐릿하여 오는 의식 속에 교수의 얼굴이 점 차로 다가들었다. 의식은 더 흐려졌다. 웅켜 쥔 손에선 핏방울이 비 고인 돌에 떨어져 흐려지고 있었다. 번갯불이 일고 깨어 지라 천둥이 울었다. ※ 암벽등반에서 예기치 못한 위급한 상황에 접하여 등반자 상호간에 일어나는 개별 적 심리현상을 너무나 리얼하게 묘사한, 1964년 수락산악회 일원이시며 당시 동국대 학 국문학과 재학시절 조정래씨(태백산, 한강저자)의 창작 작품을 소개한다. 본 꽁트는 국내산악관계 서적으로서는 두번째로 발간(국판)된"수락산악회" "산"에서 옮김,당시 정종교수님,송자교수님께서도 수락산악회 일원으로 왕성한 산악활동을 하 셨다.배경사진은1967년6월 선인봉남측 오버행트라패스코스.곡:앤디 윌리암스의 홈 진정한 산악운동의 심오한 정서가 어떠한 것이였는지 미루어 더듬어봅니다.(Keum)
첫댓글 ~~~재학생, 신입생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본인은 본교성모당 동굴 밴치에서 늘 대 대건 고산악부를 더 나은 산악회로 세계최강의 조직과 활동으로 본교 청년들과 더불어 꿈을 오로지 최강의 탐험을 바라보며 여지껏 여러분을 잊지못하는 岳友이며 본회의 일원입니다본인이 재학생 들의 암벽 등반의 여러 기록을 보면서 지나온 추억과 경험으로 바위 냄새가 소로소록 납니다 해서 지난 암벽에 심취한 조정래 작가님의 동국대시절 창작한 글이 감동 되어 재학생 들께 소개합니다.요즘 볼드링 이건 추세일 뿐 산악 등반이 아닙니다. 거기다 속도전까지 하니>>>> 자연을 거꾸로 가지고 노는 뽑냄들 담지 마십비시오. 우리의 암장 경북대
바위골은 본인이 개척하고 널ㄹ리 본 향토 암벽등반 발전에 획기적 전환점이 된 암장입니다.....설랍 코스 부지런히 오르고 오르면서 바위와 대화 하십시요>>>.재학생 신입생 그리고 후배여러분>>!!!!!!!!!!!다음에 인사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