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성장과 개발을 강조해온 가부장제적 자본주의의 결과로 도래한 기후위기는 우리 삶의 전반을 위협하며,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고 있습니다. 민우회는 기후위기가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 이번 기후정의 행진에 참여합니다.
신자유주의는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내세워왔지만, 페미니스트로서 우리는 그것이 결코 공정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라는 현실이 성별, 계급, 인종과 같은 차별구조 아래 차별받는 소수자들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음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열악한 반지하 집에서 여름을 나는 사람들, 기후위기가 초래한 팬데믹 상황에서 더 위험하게 일해야 했던 비정규 돌봄 노동자, 더는 토종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여성 농민.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게 기후위기는 생존과 직결되는 위협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가 갖게 되는 취약성은 그들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정당한 근거로 여겨졌고, 국가와 사회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돌봄의 가치는 자본과 시장의 논리로 옮겨졌습니다. 작년부터 추진된 ‘이주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만 봐도 현 정부가 시장화의 폭주를 멈출 의지가 없음은 자명히 드러납니다. 돌봄의 시장화는 이제 국가 경계를 넘어 전 지구적으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돌봄 책임이 성차별적으로 부과되는 가부장제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누군가는 자기 돌봄도 포기하며 돌봄 시장에서 일하고, 누군가는 공공돌봄에서 소외되고, 누군가는 서비스화된 돌봄 구매를 위해 과로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본에 착취당하며 누구도 충분히 돌보고 돌봄 받지 못하는 이 체제를 멈추어야만 합니다. 페미니스트 시민들은 국가가 내세우는 ‘경제 성장’과 ‘생산성’에 질문을 던지고, 모두가 평등하게 돌보고 돌봄 받을 권리 보장이야말로 국가의 책임임을 주장해 왔습니다.
민우회와 페미니스트 시민은 기후정의와 성평등이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하며, 모두가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기후정의 행진에 참여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입니다. 이번 행진은 우리의 결의를 다시 확인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다짐하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이 길을 끝까지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202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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