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경 제12권
34. 청정품[2]
[청정하고 청정하지 않은 것을 잡아 지녀서 수행한다면]
부처님께서 다시 빈누문타니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청정하고 청정하지 않은 것을 잡아 지녀서 수행한다면, 현세에서 문득 다함이 없는 지혜삼매[無盡慧三昧]의 정수(正受)와 정의(定意)를 얻어서 문득 능히 온갖 부처님 경계를 초월하나니,
한 부처님 나라로부터 한 부처님 나라에 이르기까지 중생을 교화해서 부처님 국토를 깨끗이 하며,
온갖 법이 나아가는 바를 하나하나 분별해서 4등심(等心)으로 온갖 것을 널리 윤택하게 하고,
차츰차츰 가르쳐서 각각 제도를 얻게 하고 본래의 원한 바에 따라 각각 충족케 하며,
다시 신통숙명지관(神通宿命智觀)으로 근본을 살펴 알아서 그 행적(行迹)을 깨끗이 하느니라.
혹 때로는 보살이 정수(正受)삼매에 들어가 신통 지혜[神通慧]를 얻고,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다시 위신(威神)을 더하여 법의 성품을 분별하면,
자연히 생겨나고 자연히 소멸해서 생겨남도 나의 생겨남이 아니고 소멸함도 나의 소멸이 아니다.
보살 대사(大士)에게는 이러한 생각이 있지 않으니, 내가 생겨남을 말미암아서 이 법의 생겨남이 있고 이 법의 소멸함이 있다.
그리고 보살마하살은 다음과 같은 생각이 있지 않으니, 즉
‘나는 이미 보살을 이루었는데 아무개는 보살을 이루지 못하였고,
나는 보살의 법을 이루었으나 아무개는 법을 이루지 못하였고,
나는 구경(究竟)을 이루었으나 아무개는 구경을 이루지 못하였고,
나는 보살의 환술(幻術)을 이루었으나 아무개는 환술을 이루지 못하였고,
나는 보살의 교화를 이루었으나 아무개는 교화를 이루지 못하였고,
나는 보살의 음향(音響)을 이루었으나 아무개는 음향을 이루지 못하였고,
나는 보살의 신통지(神通智)를 이루었으나 아무개는 신통지를 이루지 못하였고,
나는 보살의 경계에 들어갔으나 아무개는 경계에 들어가지 못하였고,
나는 여러 가지 행의 근본을 초과했으나 아무개는 여러 가지 행의 근본을 초과하지 못하였고,
나는 보살의 율(律)을 닦았으나 아무개는 보살의 율을 닦지 못하였고,
나는 보살의 나라를 깨끗하게 하였으나 그는 깨끗하게 하지 못하였다’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빈누문타니자야, 보살마하살이 애초에
‘온갖 법을 분별해서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다’라는 생각이 없었느니라.
왜냐하면 보살로서 이 정의정수삼매(定意正受三昧)를 얻은 이는 신족으로 뜻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노닐고, 온갖 법에서 늘고 주는 마음이 있지 않느니라.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정의(定意)를 얻으면 두루 다니면서 중생을 교화하고 부처님 나라를 깨끗이 함을 감당하니,
한 부처님 나라로부터 한 부처님 나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처님 세존을 섬기고 공경하며, 다시 훌륭한 권도의 방편으로 함께 선지식(善知識)을 짓는다.
그리하여 은밀히 도의 가르침을 말해서 무위의 도(道)에 이르면,
또한 중생으로 하여금 믿음을 견고하게 세우게 해서 서로 아버지처럼, 어머니처럼, 형처럼, 아우처럼 여겨서 각각 딴 마음이 없게 하며,
서로 번갈아 가르쳐주어 뜻하는 바에 따라 도과(道果)를 다 이루게 하니라.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이 정의(定意)에 들어서 문득 능히 일체 모든 법을 갖춘다고 이르느니라.”
이때에 세존께서 빈누문타니자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일체 모든 법의 근본은
귀결되는 문이 같지 않으며
각각 경계가 다르고
행하는 법도 또한 그러하네.
나는 청정한 도를 설했지만
온갖 행은 다할 수 없으니
이제 대강 그대와 더불어
청정하고 청정하지 않은 행 말했네.
여러 부처님 헤아릴 수 없고
말씀의 가르침도 다함없으니
이제 대강 바른 요점만 설해서
온갖 도과(道果)를 분별하였네.
여러 부처님의 뜻은 광대하고
공의 지혜도 다르지 않으니
피차(彼此)가 함께 성취하여
모두 해탈문으로 돌아가네.
뭇 지혜의 근문(根門)이 깨끗함은
여러 부처님이 찬탄하시는 바이니
생각 끊어서 뭇 상념 없애면
온갖 지혜의 말을 갖추리라.
여러 부처님의 연설한 가르침
은혜와 애착의 근심을 알게 하시어
있음[有]을 잊고 있음에 처하지 않으니
그 까닭에 인중존(人中尊)이 되셨네.
부처님 본래 숙행(宿行)을 쌓아서
스스로 무상존(無上尊)을 이루었고
보살의 법을 갖추어서
대승의 업을 연설해 펴네.
온갖 지혜가 앞에 나타나 있어
모든 중생의 근원을 다 알고
나고 멸함이 없음을 분별하니
구경(究竟)의 위없는 도이네.
[온갖 바라밀을 갖추게 되면]
이때 세존께서 다시 빈누문타니자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문득 온갖 바라밀을 갖추게 되면,
법계의 미묘한 행을 분별하고, 지혜를 더 늘려서 도훈(道訓)을 펴고,
모두가 두루 4무외(無畏)를 얻게 하고,
온갖 지혜가 자재하여 다시 출요(出要)를 얻어서 제도하지 못한 이를 제도하고,
마음이 온갖 법을 생각[念]하면 모두 나타나 앞에 있고,
선의 지혜[禪智]가 만족하고 염식(念識)을 밥으로 삼고, 법계로 몸을 삼고, 총지(總持)로 행을 삼으며,
항상 여러 부처님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중생들로 하여금 다 갖추게 하고,
불도를 성취하여 여러 가지 정(定)을 분별하고,
훌륭한 권도의 방편을 행하여 온갖 부처님이 행한 그 양을 초과하고,
중생의 마음으로부터 생각하는 선과 악을 모두 능히 분별하여 품류를 따라 교화하고,
한량없는 무앙수 억천만 겁으로부터 일심으로 정(定)에 들어서 바른 법을 헐지 않고 다른 딴 상념도 없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빈누문타니자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나는 옛적에 불도를 구할 때
보살의 수기를 받지 못했지만
억백천을 지났어도
선정(禪定)은 동요하거나 변하지 않았네.
궁극적으로 일체의 법에서
물들어 집착하는 상념을 내지 않았으니
이로부터 부처를 이루어
인중존(人中尊)이 되었네.
“일체 모든 법은 불가사의이고, 중생의 경계도 또한 마찬가지이니라.
만일 다시 선남자나 선여인이 형상 없는 삼매[無形三昧]에 들어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관하여서 제도에 응할 중생도 또한 마땅히 깨달아 알고,
제한 없고 한량없는 제도에 응하지 않을 중생도 또한 마땅히 깨달아 알고,
3세의 일어나고 멸하는 것도 또한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니,
이와 같이 빈누문타니자야, 보살마하살로서 이 정의(定意)를 얻은 이는 청정하지 못한 행을 청정하게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