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해일륜_57. 수음(受陰)이 녹아지려고 하면 열 가지 마군이가 나는 것을 말함(제12)
모든 아는 것(識)을 두지 아니하고 일심으로 나아감에 색음은 녹아지고, 또다시 수음을 녹이고자 할 때에 열 가지 마군이 경계가 나타나는 것이니 자세히 보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수음의 성질은 받아들이는 것이어서 색음이 이미 다 녹는데, 내외內外가 비어 융통하지만 수음이 녹지 못하면, 가위눌린 사람과 같아서 훤히 들리고 보이지만, 마음에 객기客氣가 접촉接觸된 것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색음이 녹아지면 이 몸으로 산하석벽을 걸림이 없이 드나들고, 수음이 다 녹으면 비유하자면 사람이 집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과 같이 마음이 몸에서 출입하기를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첫째는 일심으로 마음을 닦는 것으로 수음이 녹을 때에 마음이 몸을 떠나 순식간에 무량세계를 두루 자유自由 왕래를 하는데, 그때에 자기가 위없는 도를 성취한 것으로 생각하고, 저 중생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내어 저 중생을 어찌할까 하여 눈물을 흘리며, 모기만 보아도 외아들 생각하듯 하여 눈물을 흘리니, 이것은 비마悲魔가 마음에 들어간 것이고, 둘째는 그 마음이 한없이 날카롭고 용맹하여 모든 성현을 업신여기는 것이니, 이것은 미친 마군이가 들린 것이며, 셋째는 크게 목마른 생각을 내는데, 정력定力은 굳세어지고 지혜는 적으며, 또 수음이 다 녹지 못하였으므로 나아감에 새로이 더 증득한 것은 없고 색음은 이미 다 녹아 아득히 의지할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크게 답답하여 목마른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고, 넷째는 내가 위없는 도를 철저히 증득하였다 하여 다시 공부를 하지 아니하는데, 곧 지족知足하다는 마군이가 들어와 붙은 것이며, 다섯째는 근심하여 살고자 아니하는데, 곧 근심 마군이가 들어와 붙은 것이다. 여섯째는 즐거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희마喜魔가 붙은 것이고, 일곱째는 무단히 아만심我慢心을 걷잡지 못하여 고금 천하에 한 사람도 눈앞에 없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포고布告하여 말하기를, ‘성상聖像이라 함은 우상偶像에 불과한 것이다. 너희들은 이것을 보라. 이것은 금으로 만든 것이고, 저것은 구리로 만든 것이며, 또 이것은 흙으로 만든 것이고, 저것은 나무로 만든 것이다. 또 저 경經을 보라. 이것은 종이와 먹으로 된 것이다. 사람의 육신이 참된 것인데도 이것을 공경하지 아니하고 무단히 쓸데없는 흙과 나무를 숭배 공경하여 공양하는 것이 실로 허망하다’고 하니 누가 이것을 알지 못할 사람이 있겠는가? 경전과 성상은 만고의 표준일 뿐이다. 저만 아는 것이 아니니 이것은 큰 이단 마군이가 붙은 것이고, 여덟째는 무단히 한량없이 편하다는 마음을 내어 노래도 하고 춤도 추는데, 이것은 경청마輕淸魔가 붙은 것이며, 아홉째는 비고 맑은 성품을 얻어 길이 없어진 것으로 주장하여 인과가 없다고 하는데, 이는 공마空魔가 붙은 것이고, 열째는 그 공부가 깊이 들어가면 수음이 다 녹아질 지경에 이르러 그 마음이 홀연히 사랑함을 일으키는데, 사랑이 극도에 이르면 미친 마음이 일어나서 탐욕심이 불길이 일어나듯 하니, 이는 욕마欲魔가 붙은 것이다. 마음공부 하는 사람들은 부디 자세히 이 글을 보시오. 마군이에게 속지 마시오.
요사이 선지식이 많으나 외도 마군이가 대단히 많다. 요즈음에 스님들이 석가세존의 제자라고 하지만, 대부분 외도마종이다. 그들이 자청하여 ‘내가 대각의 제자다. 내가 선지식이다’라고 하지만, 그 실상은 대각의 도를 해롭게 하는 외도 마군이다. 승속남녀 할 것 없이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눈이 어두워 모두 속아 지내는데, 참으로 애석하도다. 내가 이같이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지만 하도 민망하여 이같이 말을 하는 것이다.
선지식이라 자칭하는 자가 옛적이나 지금이나 많이 그러한 변통이 있는 것이다. 대혜 종고 선사大慧宗杲禪師 말씀과 같이 ‘고기의 눈알이 밝은 구슬이다’52)라고 가르친 것이 많다.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을 고요히 비추어 지키라고 하는데, 이것은 육근문두六根門頭에 감각하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또 ‘일체 마음을 다 쉬고, 쉬어라. 이 쉬는 것이 참 공부이다’라고 가르치니, 이것은 공적空寂한 것을 지키는 것이다. 또 ‘마음을 쉬고 쉬어 몸은 고목과 같이 하고, 마음은 식은 재와 같이 하여 아무 분별도 없는 것이 마치 담벼락과 같이 하여라’와 같이 가르치는 자도 있는데, 이것은 달마 대사達摩大師께서 2조 혜가惠可에게 밖으로 치구馳求하여 마음을 쉬지 아니하고, 도를 분별심으로 알고자 하기 때문에 그 분별심에 결박됨을 풀어 주고자 하여 말하기를, ‘혜가야! 도를 깨치고자 한다면, 밖으로 반연하는 마음을 없애고 안으로 헐떡이는 마음을 쉬어라. 담벼락같이 하여라’라고 하는 것은 잠시 혜가 대사의 분별에 결박된 마음을 풀어 주신 방편이고 참다운 도가 아닌데도, 우치한 사람이 이것을 가르치니 참으로 애석한 것이다.
또 ‘육칠의식六七意識으로 맑고 맑은 허공과 같은 제8담식第八湛識을 고요히 비추어 안으로 들여다보라’고 하니, 이것은 제8담식으로 도를 삼는 것이다.
또 ‘생각이 일어나든지 생각이 멸하든지 간섭할 것이 없으니, 탕탕무애蕩蕩無礙하여 뜻대로 할 것이다’라고 하니, 이것은 자연의 체를 지키어 도를 삼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가르치는 것이 다 마군의 권속이고, 대각성인의 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