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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3일 토요일 맑음
베트남의 수도는 하노이이며 공식어는 베트남어, 화폐 단위는 동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베트남 족으로 80%가 불교를 믿는다. 중국, 라오스·캄보디아, 타이 만, 통킨 만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구과밀 국가 중 하나다. 북부는 아열대성 기후이고 남부는 열대 몬순 기후이다. 서북쪽에서 동남쪽까지 최대길이는 약 1,650km이고 동서간의 최대너비는 북부 550km, 남부 340km 가량이다.
BC 3세기 중국의 남쪽으로의 영토 확장이 베트족에까지 이르렀을 때, 홍강 삼각주에 거주하는 베트족이 역사에 등장했다. 그때부터 베트남 역사의 주요 흐름은 베트남 고급 문화의 원천이 되어온 중국과의 상호작용이었다. 베트남은 938년 중국의 통치에서 벗어난 뒤 조공을 받치는 국가로서 중국 황제에게 칠기, 피륙, 상아, 열대 산물들을 바쳤다. 그리고 그 대가로 철학·행정·문학 서적들을 받았다. 중국 문화는 베트남 사회 깊숙이 침투했으나, 그것은 하층민들보다는 귀족과 고위 지배층에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농촌의 하층민들은 베트남의 독특한 관습과 신념, 언어, 생활습관, 남녀의 사회적 역할 등을 그대로 유지했다.
베트남의 왕들은 중국 황제들을 본보기 삼아 베트남 변경에 있는 소수 인종집단으로부터 공납을 거뒀고, 중국의 왕실에 조공을 바치지 않을 때는 그들 스스로를 황제라 불렀다. 베트남의 왕실과 지역사회 간에 존재하는 문화·공간적 격차가 중국과 베트남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국가의 통치력이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미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베트남의 인구와 국토 면적은 중국의 성 하나와 비슷하다. 대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농촌공동체에 대한 통치의 어려움은 "황제의 칙령은 마을 입구에서 멈춘다."라는 격언에 잘 드러나 있다.
베트남은 지배문명과 연계를 갖고, 오랫동안 자국의 목적에 맞게 중국 문명의 사상과 제도 및 기술을 변형시켜왔다. 이러한 연계와 변형의 양태는 일찍이 중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관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통을 거부하고 식민화에 싸우는 공산주의를 채택한 것에서 중국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일면이 다시 확인되었다. 그 대응양식은 사회적 개혁을 촉진하기 위해 서양의 제도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20세기에 다시 명백해졌다. 그리고 1980년대 이후 그 양상은 베트남 공산당이 자유경제주의를 받아들이고 세계 경제로 통합되는 이면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 전략적 흡수와 적절한 변형은 베트남이 세계 최대의 인구과밀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루어낸 시장경제 국가가 되도록 했다.
수도인 하노이는 나라의 북쪽에 위치한다. 반면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인 호치민시티(이전의 사이공)는 남쪽에 있다. 베트남은 20세기 중반에 길고 지리한 전쟁의 결과, 1954~75년에 분단을 겪었다. 북베트남이라고 알려진 베트남 민주공화국과 남베트남이라고 불리던 베트남 공화국으로 나뉜 분단은, 처음에는 군사적 성격이 짙었으나 이후에는 정치적인 것으로 굳어졌다. 1975년 4월 통일되었고 1976년 7월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날이 밝았다. 호텔 테라스로 나가보았다. 내려다보니 벌써 작은 가게들은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왕래하고 오토바이들이 몇 대 지나간다. 눈 아래 보이는 전경은 빽빽하게 들어선 무질서하게 보이는 지붕들이다. 아침 7시에 숙소에서 아침을 먹는다. 맨 위 층에 있는 식당은 전망이 좋다. 강 건너 높은 빌딩들이 보인다. 그렇게 넓지 않은 홀이다. 그런데 음식이 풍성하다. 밥 종류, 베이컨을 비롯한 소세지와 고기 종류, 수박을 비롯한 과일과 야채 셀러드도 가득하다. 주방에 주문하면 쌀국도 해주고, 오믈렛도 바로 요리해 준다. 주문해서 풍성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중미 여행에서 즐겨먹던 칼랄라도 있다. 여기에서는 패션 후르츠(Fassion Fruit)라고 한다. 옛날 생각을 하며 식사 후 하나 퍼서 먹었다. 역시 시다. 바나나 2개를 가방에 넣고 나왔다.
체크아웃을 한다. 8시에 숙소에서 나왔다. 이제 닌빈으로 간다. 기차를 타기위해 역으로 걸어간다. 호안끼엠 호수로 나왔다. 거리에 차와 오토바이가 한 대도 없고 운동하는 몇 몇 사람들만 보인다. 느낌이 좀 이상하다. 앞뒤를 둘러봐도 너무 한산하다. 그렇다고 마라톤 경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교통을 통제하는 시간인 것 같다. 너무나 교통통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가로수 고목들 사이로 사람들이 달리기 하는 모습이 보인다. 참 놀라운 광경이다. 우리는 부지런히 걸어간다. 베트남-소련 우정 노동 문화궁전이라는 정부청사 앞을 지나간다. 제법 넓고 큰 건물이다. 여기에는 수도노동신문사도 있고 댄스홀과 국제 전시 센터도 있다. 옆에는 경찰 박물관도 있다.
하노이 역에 아침 8시 30분에 도착했다. 기차역사에는 출발시간과 트랙, 코치, 보딩 게이트 등이 영어로 작게 표기되어있어 반가웠다. 우리 기차는 9시에 출발하는 기차이고, 4번 트랙에서 타며 1호차다. 좌석은 30,31번이다. 제복을 입은 역무원은 참 친절하게 표를 보며 안내해 준다. 여기서 닌빈 까지는 2시간 20분이 걸린단다. 기차에 올랐다. 의자는 깨끗하고 시설도 좋고 넓었다. 베트남에 와서 기차를 타보기는 또 처음이다. 이 기차는 남쪽의 호치민 까지 가는 기차다. 기차를 이용해서 이동하며 여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차가 달려간다. 금방 하노이 시내를 벗어난다. 넓은 들판이 나온다. 벼를 심으려고 물이 찬 논들이다. 10시에 푸리 역에서 잠시 멈춘다. 10시 40분에 남딘 역에서 쉬더니 금방 닌빈에 도착했다.
날씨는 참 좋다. 닌빈은 하노이에서 1A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93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북쪽과 서쪽은 호아루 현, 남쪽과 남동부에는 옌칸이 북동쪽으로는 남딘이 경계를 접하고 있다. 닌빈은 강의 오른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딘반 세 개의 강의 연결하는 두 개의 주요 다리가 있다. 닌빈은 나머지 7개의 현에서 모두 30km 이내의 거리에 있다. 닌빈은 아름다운 농촌 풍경과 비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래된 도시 닌빈은 10세기경 베트남 왕조의 수도였으며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역사 유적지로 고대 베트남의 유적이 많다.
역사 유적지로는 빅동 탑과 동굴이 있으며, 깐린 탑, 반롱 탑, 딘과 레 사원이 있다. 꾹펑 국립공원은 생태 관광으로 이름이 높으며, 반롱 습지도 꼭 볼 만하다. 닌빈의 3대 절경지로 땀꼭, 번롱, 짱안을 꼽는데 특히 땀꼭은 기이한 카르스트 지형으로 유명하다. 10세기 베트남의 수도였던 호아루, 동양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바이딘 사원, 땀곡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항무어, 베트남 최초의 성당 팟지엠 돌교회 등이 있다. 닌빈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인도차이나를 꼭 봐야겠다.
역을 나오니 조용하다. 몇 대의 초록색 택시들과 승용차만이 역 앞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현지인들 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이 내리는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이 여기서 차량을 이용해 목적지로 가는 것 같다. 우리는 걷기로 했다. 예약해 둔 숙소가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다. 강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걸어간다. 20분 정도를 걸어서 우리 숙소를 찾았다. Queen 호텔이다. 체크인을 했다. 하얀색 우뚝 솟은 건물이다. 직원들은 친절하고 조용하며 깨끗하다. 603호에 짐을 풀었다. 이제 닌빈을 둘러보기로 했다. 닌빈의 주요 방문지는 시 외곽에 있다. 택시를 대절하거나 오토바이를 타야한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선택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오토바이를 빌렸다. 정말 오랜만에 타보는 오토바이다. 30여 년 전에 3년 정도 오토바이를 탄 적이 있다. 당시는 90CC 수동이었다. 오토바이 하루 렌탈 비용이 135,000동(6,750원)이다. 직원으로부터 사용 설명을 듣고 복사해 놓은 관광지 지도를 손에 들었다. 안전모를 하나씩 쓰고 숙소를 나서니 겁이 난다. 먼저 주유소를 찾아야 했다. 기름이 하나도 없다. 가까이에 있는 주유소를 찾아갔다.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반 만 채워도 될 것 같았는데, 일단 가득 채우기로 했다. 가득 넣으니 80,000동(4,000원)이 들어간다. 이제 우리의 처음 목적지 항무어를 찾아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도로에 차량이 많지 않아서 운전해 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도 약간 떨렸다. 땀꼭 방향으로 달려간다. 한참을 가다보니 땀꼭으로 와 버렸다. 다시 물어서 조금 돌아간 후 골목길을 찾았다. 이제는 양 옆에 논으로 펼쳐진 시골 뚝 길을 달려간다. 길을 확실히 알면 어디든 갈 것 같았다. 비포장 길을 들어서니 걸어 나오는 외국인들이 보인다. 자연스럽게 주차장 앞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항무어 매표소 안쪽에 무료로 세워놔도 되는데 빌린 오토바이라 분실 염려가 있어 주차장에 세웠다. 주차비는 15,000동(750원)이다. 우리 오토바이 번호를 찍었다. 35-H8.1318번이다.
입구에서 입장표를 끊었다. 두당 100,000동(5,000원)이다. 입구를 예쁘게 꾸며 놓았다. 주변에는 온통 논이다. 물을 가득 담은 논은 엄청 넓다. 석회암 산들이 논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모양이다. 논에는 못자리를 만든 작은 비닐하우스가 많이 보인다. 모를 심을 준비를 하는 농부가 가끔 보인다. 논두렁에는 염소들이 종종 보인다. 자세히 보면 여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며 고개를 들어 산을 보니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줄지어 보인다. 사진에서 보던 광경이다. 정상에는 2개의 탑 봉우리가 있고 가운데 봉우리에는 정자가 보인다. 대나무 그네에 타고 인증 샷, 오르기 전에 만나는 호수와 섬을 둘러 본 후 산을 오른다.
오르는 길목에 서유기의 등장인물들이 만들어져있다. 손오공을 선두로 삼장법사, 저팔계, 사오정 그리고 백마다. 왜 이곳에 이것들이 만들어져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삼장법사 일행이 여기를 왔다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계단을 올라간다. 거칠게 만들어진 계단은 경사가 급하다. 오르다 뒤 돌아보면 눈 아래 펼쳐지는 전망이 참 좋다. 오르기에 별로 힘들지는 않다. 천천히 여유 있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발 만 옮겨 놓으면 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맑은 날씨다. 정상 가까이에 서니 건너편이 내려다보인다. 땀꼭에서 배를 타고 오르내리는 강이 보인다. 배들이 보인다. 봄이나 여름, 가을에 오면 정말 멋질 것 같은 풍경이다. 지금은 강변에 벼가 심어져 있지 않아 좀 삭막해 보인다. 그래도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
좀 더 오르니 정상이다. 위험한 바위에는 용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다. 정자 안이 유일한 그늘이다. 사람들이 정자 안에서 쉬고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정말 시원하고 환상적이다. 물길에는 뱃놀이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닌빈 시내 방향은 논 사이로 불쑥불쑥 올라온 돌산이 정말 신비롭다. 한참을 머물며 사진을 찍고 쉬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나무도 있는데, 하얀 꽃이 없다. 이제 내려가야겠다. 내려가다가 탑이 있는 봉우리로 다시 올라간다. 계단이 좁고 경사도 급하다. 탑에 도착하니 공간이 비좁다. 탑 그늘에 앉아서 펼쳐진 경치를 바라본다. 배가 고프다. 아침 호텔에서 가져온 바나나 2개가 생각났다. 아내와 하나씩 먹는다. 꿀맛이다.
다시 내려간다. 항무어(Hang Mua)는 한국말로 번역하면 ‘무어 동굴’ 이란다. 산 보다는 동굴이 더 유명한가보다. 여긴 숙박시설도 있다. 작은 독채 형태로 되어있다. 다양한 편의 시설은 없지만 조용히 지내기는 좋은 것 같다. 내려가다가 호랑이 동굴을 만났다. 호랑이 동굴-황색 호랑이가 살았다는 동굴이다. 우물이 있다. 또 하나의 동굴이 있는데 찾아가지 않고 나왔다. 호수에는 오리 5 마리가 여유 있게 수영을 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항무어를 나왔다. 비포장 시골길을 따라 가다가 농로에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오토바이로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정말 싱싱한 일이었다. 건너편 논둑에는 소떼들 20여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이제 다시 배를 타기위해 땀꼭으로 간다. 큰 길로 나와 왼쪽으로 가니 땀꼭이다. 주차장을 찾아 오토바이를 맡겼다. 모자 가게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주차비는 10,000동(500원)이다. 아내와 입장료240,000동, 배 값 150,000동, 합쳐서 390,000동(19,500원)지불했다. 하노이에서 일일 투어로 내려온 손님들이 많았다. 한국인들도 많이 보인다. 배도 엄청 많다. 우리도 배를 배정 받아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 올랐다. 뱃사공은 주로 여자다. 가끔 남자도 있는데 우리는 남자 사공이 배를 젓는다. 거기에 딸과 함께 탔다. 강물은 깊지 않은 것 같다. 물결도 잔잔하다. 대부분의 사공들이 전부 발로 배를 젓는다. 정말 신기하다. 그래서 베트남이 축구를 잘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지의 하롱베이라 불리는, 중국의 계림의 이강 같은 풍경의 짱안(Trang An)과 땀꼭(Tam Coc)이란 두 지역이 있다. 배를 타는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린다. 노를 저어 움직이는 작은 삼판선을 타고 강을 오르내리며 카르스트 지형의 기암괴석과 석회동굴을 구경하는 뱃놀이 코스다. 짱안과 땀꼭의 풍경은 서로 비슷하다. 짱안이 동굴이 더 많고, 비교적 덜 상업적이라 입장료도 조금 저렴하고 물건 강매, 팁 강요 등도 없고, 무엇보다도 땀꼭보다 사람이 적어 쾌적하다. 영화<콩-스컬 아일랜드> 촬영지로 점점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삼판(sampan)이라 부르는 조각배를 타고 강을 따라 유람을 시작한다.
땀꼭(Tam Coc)은 하노이에서는 남쪽으로 약 115㎞, 닌빈 시에서 남서쪽으로 8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명승지다. 응오동 강의 물줄기를 따라 물고기를 잡으며 사는 베트남 원주민의 삶과,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이국적인 모습이 공존하는 곳으로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매력적인 유명한 관광지로 영화 <인도차이나>의 배경으로 등장해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했다. 평야를 흐르는 강 주변으로 논과 강이 겹겹이 이어지며 수많은 기암괴석이 늘어선 모습은 마치 하롱베이의 모습을 축소한 것 같아 육지의 하롱베이, 베트남의 계림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중국 계림에서 이곳 닌빈까지 석회암지대가 이어지며 평야 위에 기이한 석회암의 바위산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쟁으로 남자들을 잃고 여자가 남자를 떠받드는 풍토가 생겨났단다. 옛날 우리나라 제주도와 비슷한 분위기다. 여자는 열심히 돈을 벌고 남자들은 한량처럼 옹기종기 모여 커피 마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논, 밭에서 일하는 이도 여성들이고, 배를 젓는 이들도 대부분 여성들이며, 시장에서, 식당에서 일하는 이들도 주로 여성들이다. 젊은 남자들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는데 베트남 여자들의 고단한 삶이 안쓰럽다. 전용배(삼판이라는 나룻배)에 탑승하여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의 동굴사이로 강물이 흘러 육지의 하롱베이를 이루고 있다. 다리를 지나간다.
땀꼭은 ‘세 개의 동굴’이라는 뜻으로 실제 이곳에는 ‘항카(Hang Ca)’, ‘항하이(Hang Hai)’, ‘항바(Hang Ba)’라는 동굴이 있다. 동굴 관람을 포함해 응오동 강을 유람하는 투어는 2~3명 정도 탈 수 있는 작은 삼판배(대나무로 짠 배)를 이용하는데 지금은 철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배다. 발로 노를 젓는 삼판배에 몸을 싣고 석회암 바위산 숲을 굽이굽이 지나다 보면 거대한 동굴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강을 따라 늘어선 석회암 바위산 사이를 휘감는 안개와 자연 절경이 어우러져 동양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종유석과 석순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는 3개의 동굴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내는 양산을 펴 들었다. 사진을 찍어주고 현상해서 돈을 버는 부부가 있다. 열심히 우리를 찍어준다. 우리는 별로 살 마음이 없는데, 어쩌나. 허벅지까지 푹 빠져서 논을 가꾸고 있는 여인을 만났다. 온통 진흙으로 뒤집어 쓴 여인이 힘들어 보인다. 고기를 잡는 사람들도 보인다. 한참 가다보니 정면에 항무어 산이 보인다. 잠시 전에 우리가 올랐던 산이다. 정상의 용 모양과 정자가 뚜렷이 보인다. 반가웠다. 강을 따라 노니는 오리떼 100여 마리가 우리 배를 스쳐간다. 터널을 몇 개 지나간다. 강물로 인해 자연적으로 생긴 터널이란다. 머리가 부딪힐까봐 조심스럽다. 물은 약간 흙탕물이다. 솟은 산들이 정말 멋지다. 갈대 군락지도 지나간다. 돼지 2마리가 풀숲을 헤치고 정신없이 간다.
2 번째 터널을 지나서는 배에서 간식과 기념품을 파는 장사꾼 배들이 대기해 있다. 3번째 터널을 지나면 정자와 가옥이 나온다. 여기에서 돌아간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가 있다. 두루미 100여 마리가 뿌려놓은 씨앗을 주워 먹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아무리 둘러봐도 참 멋진 풍광이다. 강 둑에는 고목들도 줄지어 심어져 있고 정자도 있다. 너머에서는 연기가 오른다. 아빠 뱃사공이 딸에게 노 젓는 것을 맡긴다. 제법 잘 저어간다. 팁을 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노젓는 딸이 귀엽다고 아내는 20,000동(1000원)을 팁으로 주었다. 아빠가 보기에는 좀 적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착장에는 비전 투어라는 한글 간판이 보인다. 배에서 내리니 사진을 사라고 한다. 5장이라고 5달러란다. 안 산다고 하니 자꾸 따라 붙는다. 우리 얼굴이라 할 수 없이 1달러에 샀다. 사진을 보니 재미는 있다.
아내는 오토바이를 타고 더 돌잔다. 그러나 날이 저물어간다. 숙소에 도착하면 어두워 질 것 같다. 돌아다니다가 어두워지면 길 찾기가 어렵다. 아직도 닌빈 거리를 잘 몰라 힘들 것 같아 그냥 숙소로 가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길을 찾아 숙소로 왔다. 오토바이를 반납하려니 가득 넣은 기름이 너무 아깝다. 연료 게이지가 움직이지도 않았다. 내일 하루 더 타도 될 것 같지만 우리는 내일 하롱베이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기로 했다. 버스터미널로 왔다. 하롱베이로 가는 버스는 하루에 5번 있단다. 아침 7시 30분을 첫 차로 오전 11시, 12시, 그리고 오후 2시, 4시 30분이 막차다. 우리는 오전 11시 차를 끊었다. 요금은 두당 130,000동(6,500원)이다.
해가 넘어간다.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숙소 옆에 있는 식당에 주저앉았다. 인터넷의 트립어드바이저를 검색하면 닌빈 지역의 1위 맛 집은 쭝뚜엣(Trung Tuyet)이다. 우리가 묶고 있는 퀸 호텔 부근이다. 이 식당 주인은 충남 당진에서 노동자로 4년 일하고, 그 돈으로 이곳에 식당을 차렸단다. 튀긴 꽈베기 맛이 나는 과자 한 접시를 먼저 준다. 은근히 맛있어서 밥 나오기 전에 모두 먹어버렸다. 어린 시절에 먹던 번데기 과자다. 우리가 주문한 밥과 소고기야채볶음, 그리고 볶음밥이 나왔다. 소고기가 질기다. 볶음밥이 맛있다. 식사비는 모두 120,000동(6,000원)이다. 참 저렴하다.
골목길을 걸어본다. 닌빈의 맛집이 여기에 몇 개 있다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어 문이 닫혀있다. 닌빈 뒷골목 예쁜 카페 투투커피(TuTu) 집도 있다. 커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냥 지나쳤다. 관광객이 많을 것 같은데 거리에는 별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시즌이 아닌가보다. 물을 하나 사서 숙소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이 잘 나와 맘에 드는데 난방은 되지 않았다. 내일은 오전에 시내 구경을 하고 하롱베이로 간다. 하롱베이 바이짜이 터미널 까지 거의 4시간이 걸린단다. 내일 묵을 숙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예약을 했다. 춥다. 옷을 입고 잔다.
2월 3일 경비— 연료 80,000, 주차비 25,000, 입장료 590,000, 팁 20,000,
사진 20,000, 하롱베이 버스비 260,000, 저녁식사 120,000,
물 10,000, 오토바이 렌탈비 135,000, 숙박비 552,100(23달러)
계1,281,100동*0.05=64,055원.
누계 13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