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저승에 보내며
화환 열 두 폭을 넉넉히 둘러치고,
꽃바구니 옆에 안고 차분히 앉은 당신!
각 분야 줄지은 조객님네 밤 늦도록 분비옵네.
월하 형님 부자 김해성 ․ 김준 ․ 허일 ․ 황순구 박사,
전사부국 ․ 진안농고 ․ 전여상고 50년 30년 전 제자들도,
세 선녀 뒤를 잇는 핏줄 마음의 핏줄 성황이네.
동아건설 ․ 일신여상 여중 ․ 중곡초등 ․ 저작권협회 ․ 한국통신,
한국시조시인협회 ․ 송파문학회 ․ 너른골문학모임 님네,
한밝음(대명) ․ 퇴촌 ․ 광림 ․ 금성 ․ 포항 ․ 화곡 여러 교회 목사 ․ 신도님 천당길을 비시네.
옮으신 이튿날 3시 반 영안실 안에 가족들 모여 보는 앞에,
얼굴 잠시 보여주고 삼베 한 필로 두루 싸고,
삼베끈 열 두 매도 넘기 묶는 꼴을 눈물로 지키옵네.
당신 칸에 밀어 넣고 상장 상복 나눠 받고,
돌아서는 눈길들이 비통하고 암울하다.
생시에 더좀 시중 못한 일 소스라치는 뉘우침!
첫새벽같이 5시 반 최이열 목사 집례로 발인 예배 올리는데,
그 이른 시간에도 구름같이 몰려와서 찬송하고 기도하며,
집례의 말씀 심각 절절하고 상주의 말은 심혈의 샘……
6시 반 영구차 앞서고 자가용 네 대 뒤따르며,
차안의 가족 친족 교인 숨죽여 말이 없고,
차만은 달리어 해도 돋고 볕도 나고 천릿길도 머잖다.
죽암서 아침 들고 열시에 모래재라.
단풍도 빛을 잃고 옛일도 무상하이,
대문 앞 다다르자 일가친척 조객들이 몰려와서 욱여짠다.
영정을 몸채 문앞 모셔 분향 헌화하올 적에,
가슴이 메어지고 눈물 삼켜 곡성마저 죽이면서,
골고루 문상하자 북망산 향해 마지막 길을 뜬다.
가묘 써 놓은 자리 운구하여 석관에 몸을 뉘어,
하관 예배 올린 뒤에 차례로 한 줌 흙을 놓고,
미리 써 모은 터라서 성분 또한 순화롭다.
유명을 달리한 이제 땅을 쳐도 소용없다.
꽃다웠던 고운 몸매 맨땅에 묻어 놓고,
엎드려 참회로 비옵나니 곱게 거둬주소서.
삼우 잔을 올리고 빈집에 돌아오니,
들리는 당신의 기척 밟히는 그대 얼굴!
텅 비인 가슴 허탈한 발길 고눌 길이 없습네.
4332. 11. 22. 낮 2시 10분 ~ 12. 9. 아침 8시 39분 ~ 낮 1시 30분.
2000. 6. 1. <전라시조> 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