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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田 玟) 민담시집(民譚詩集)
음지마을의 날궂이
民譚詩 목 차
民 譚 .1 -옹기장수 이야기
民 譚 .2 -거울 이야기
民 譚. 3 -7형제 별, 북두칠성
民 譚. 4 -진짜로 가짜 거짓말 대회
民 譚. 5 -소백산 청다리
民 譚. 6 -뱀사골의 비밀
民 譚. 7 ― 매품팔이(代杖)
民 譚 .8 ― 음지마을의 날궂이
民 譚.9 - 무서운 사랑이야기
民 譚.10 -아무렴 어떠하겠나
民 譚.11 -황금 돌을 뽑아버린 거지
民 譚.12 -가짜 아버지들만 온 세상에
民 譚.13 -얼어붙은 호랑이 꼬리
民 譚.14 -밥이 오래되면 똥이 된다고
民 譚.15 -고삿 섬에는 고삿 돌로
民 譚.16 - 거시기 마을엔 모르쇠
民 譚.17 -냄새 값
民 譚.18 -장산곶 매 이야기
民 譚.19 -스님은 행복도시로 내려갔지
民 譚.20 – 못 박기와 빼기
民 譚.21 - 쫓기는 순찰차
民 譚.22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民 譚.23 -우리 동네 조칠푼이
民 譚.24 - 돌이 토끼
民 譚.25 -젖소를 찾아간 촌돼지
民 譚.26 -청동 거울 때문에
民 譚.27 -곰순이의 사랑 이야기
民 譚.28 - 쑥부쟁이 전설
民 譚.29 - 들국화 전설
民 譚.30 - 호랑이와 대포
民 譚.31 -심부름꾼의 대답
民譚.32 –자린고비와 달랑곱재기
民譚.33 -바보와 고추
民 譚 .1
-옹기장수 이야기
태조 왕건은 후백제를 찾아가고 견훤이 서라벌로 말고삐를 조이던 삼국시대 봉사 어르신 한 분이 느티나무 밑에서 중얼거리는 말을 짐을 지고 가던 옹기장수는 지게를 그늘 아래 받쳐놓은 채 귀동냥했지
달걀을 하나 사다가 이 알을 이웃집 닭장 병아리 까는 데 살짝 넣었다가 암평아리 까거들랑 다시 알을 내서 병아리로 부화하고 씨암탉으로 키워 알을 낳으면 또 알도 팔고 닭도 팔고 그 돈으로 도야지를 사고 또 황소도 사 소가 몇 마리 불면 팔아서 기와집을 짓고 춘향이 같은 예쁜 각시를 얻어들여야지 부자가 되거들랑 첩도 얻고 첩을 얻으면 본부인하고 싸우게도 될 것이란 말이야 싸우기만 해봐라 요것들을 이 작대기로 요렇게 하며 들고 있던 닥나무 지팡이로 허공을 내리 후려치니 바지게에 맞아서 옹기 그릇이 박살나 싸움이 시작된다.
봉사는 내일 자기 살림 이야기 하다가 옹기장수는 지금 남의 살림 엿듣다가 현실을 처 허공에 과녁 딱 맞혔으니 세상 살아가는 일 알다가도 모를 일
공조(共助),독백(獨自), D이거나 J이거나 금이 난 밥 사발에 맹물이.
民 譚 .2
-거울 이야기
옛날옛적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갔다가 신비로운 거울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선비는 그 요물을 장롱 속에 감추어 두고 조석으로 꺼내어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의심이 많은 아내는 남편이 출타한 사이에 농 속에서 그 요술 거울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깜짝 놀랐다. 어떤 다른 젊은 여자가 거울 속에 숨어 살아오고 있지 않았는가 시어머니한테 남편이 한양에서 젊은 첩을 데려와 농속에 몰래 감추어 두었다고 말했다.
시어머니가 받아든 거울 속에는 늙은 여인의 모습만이 황당히 비치고 있었다. 어디에 예쁜 첩이 숨어 있느냐 앞집 할머니가 마실 와서 아직 안가고 있구만. 다음에는 시아버지가 거울을 빼앗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아버지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아버님, 무순 일로 불원처리 불효자를 찾아 오셨습니까?
맹선비는 자신을, 며느리는 분명히 젊은 첩의 모습을 보았고 시어머니는 이웃집 윤씨 할멈을 시아버지는 십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순 요사스러운 일인가 거울을 다시 들여다보며 화가 치민 며느리는 첩에게 요술을 부리지 말라고 야단을 쳤더니 첩도 흉내를 내며 입을 마구 놀리는 것이 아닌가 며느리가 야단을 치면 첩도 지지 않고.
남편이 쌀 백 가마는 넉넉히 주고 삿을 법한 고놈의 요물, 손거울을 아내는 깨어 버리고 집에서 쫓겨나 도회지 한복판의 길거리로 밀려 나왔다.
民 譚. 3
-7형제 별, 북두칠성
옛날에 아들을 일곱이나 둔 한 과부가 살았는데 글쎄 그 아들들이 효심이 얼마나 두터웠던지 자기 어머니를 위하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고 일곱 명 모두가 제 몸을 아끼지 안았다지. 추운 겨울에는 어머니가 따뜻한 방에서 지내시도록 나무를 해다 방에 불을 뜨근뜨근하게 지폈지. 그런데도 어머니는 항시 춥다고만 입버릇처럼 말했대. 방바닥이 타도록 불을 지펴대도 춥다고만 말했다나. 일곱 아들들은 그 까닭을 전혀 알 수가 없었고.
어느날 밤, 큰아들이 잠에서 깨어나 잠자리를 보니 주무시던 어머니가 안보였지. 새벽이 다되어서야 자식들 몰래 어머니가 살짝 들어와 자리를 펴는 것을 보고 그 다음 날 밤에 아들들은 거짓으로 자는 척 지켰다가 어머니 뒤를 따라 나섰지. 어머니가 건넛마을 신발장수 홀아비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지 .아들들은 하나같이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고.
신발장수 집에 가려면 개울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는 버선을 벗어들고 겨울의 차거운 물 속을 걸어 건너는 것이었고. 맏형은 여섯 동생들을 전부 데리고 가서 밤사이에 돌다리를 놓았지. 이튿날 새벽 집으로 돌아오던 어머니는 저녁까지도 없었던 다리가 있어 신을 벗지 않고서 개울을 건널 수가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웠던지. 달을 보며 손바닥이 닳도록 빌었대.
이 다리를 놓은 사람 마음씨가 저 달보다도 더 밝을 것이니 북두칠성이 되게 해주십시오. 하늘도 칠 형제를 둔 과부의 간절한 소원을 받아들여 7형제가 북두칠성이 되, 어두운 시대의 별빛으로 한 세상 비추게 하였다나
民 譚. 4
-진짜로 가짜 거짓말 대회
옛날 어느 한 고을에, 목이 없는 사람이 목발 없는 지게를 지고 자루 없는 도끼를 메고 뿌리 없는 나무 등걸을 캐려고 모래강변으로 갔었다나. 자루 없는 도끼로 등걸을 캔다는 것이 그만 잘못 되어 발톱 없는 발가락을 찍어 하얀 피가 주르륵 흘러 내렸다지. 의사를 찾아가는 도중 태평동 네거리 육교 위에서 땡초 스님과 고자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대.
고자는 스님의 상투를 쥐고, 스님은 고자의 거시기를 움켜쥐고 싸웠다나 이 싸움을 가까스로 떼어 말리고 의사를 찾아갔더니 의사는 칼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 썩어 들어가는 부위를 도려낼 날 시퍼런 회칼을. 다시 검은 모래강변으로 갔더니, 푸른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져 검푸른 강물이 되어 흐르는데 그만 그 위에 노랗고, 큰 보따리 하나가 떠내려 오더라나.
자루 없는 쇠스랑으로 그 보따리를 겨우 건져내어 펴보니 그 속에는 요즘 세상 돌아가는 정치야그와도 바꿀 수 없는 새빨간 거짓말만 가득가득.
民 譚.5
-소백산 청다리
학문과 덕이 아무리 소중하다 하더라도 예나 지금이나 넘치는 젊은 혈기에
음과 양의 이치를 그 누가 거스를까 영주 부석사, 소수서원에서 공부하는
학자들과 기생들이 짬짬이 그믐밤에 남 몰래 만나 만들어진 아이가
두려워 다리 밑에 내다 버렸더니 엄마, 나 어디서 태어났어요
다리 밑에서 너를 주워왔지, 소백산 자락 소수서원 청다리 밑에서
民 譚.6
-뱀사골의 비밀
삼사월의 진달래, 오뉴월의 철쭉꽃, 칠팔월의 폭포수, 구시월의 단풍길 휘휘감긴
뱀사골에 묻혀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는데 칠월칠석날 바위에서 염불을 하면 신선이 되어 훨훨 천상으로 날아간다는 헛소문을 믿은 스님이 밤에 몰래 아래에 있는 연못에서 나온 이무기에 번번히 채여 죽어가자 한 고승이 독을 묻힌 비단가사를 스님에 입히고 바위 뒤에 숨어서 엿보았더니 스님을 잡아먹던 이무기가 독을 먹고 죽었다나. 이는 成佛을 빙자한 人身供養이었는데 半神仙이 되었다해서 半仙里. 계곡이 뱀사골. 스님의 恨과 절규가 진달래, 철쭉, 폭포수, 단풍으로.
民譚 7
― 매품팔이(代杖)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로 세상 살기 참 어려워져서
매를 대신 맞는 일로 살아가는 남편들이 늘고 있는데
힘겨운 매품을 하루 여러 차례나 팔고 퇴근하여 보니
우리의 사모님들은 매품을 선불로 또 예약해 놓았네
남편들이 아내에게 젖 먹던 힘 꺼내 애원하는 말이
오늘도 죽을 생똥을 다 쌌어요 다시는 못하겠어요
두 손발을 한데모아 싹싹 빌며 사정사정 하였더니
아내는 순간의 고통을 참으면 영원한 행복이 온다네
바람이 치마폭으로 스며드는 걸 마다할 수가 있겠나
오늘의 남편들은 매품을 팔며, 지구를 지고 걷는데
우리들의 위대하신 사모님들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매품팔이 홍보를 하며, 우주 밖을 빙글빙글 돌고 있네.
民譚 8
― 음지마을의 날궂이
남자들은 하나도 얼씬을 말거라
온 동네 여자들 모두가 키를 들고
솥두껑이며 속고쟁이도 벗어들고
시냇가로 몰려가, 물을 까부르며
빗자루에 물 먹여 하늘에 뿌리며
옷가지는 빨아서 나무에 걸어놓고
솥두껑을 두드리며 반주에 맞춰
비 좀 내려 우리 동네 살려주십사
해가 산을 넘어 땅거미질 때까지
음지마을의 봉답에 한발, 날궂이.
民 譚. 9
- 무서운 사랑이야기
왕이 꿈속에서 자주 만나던 마음속 그 여인을 궁 밖에서 찾다보니 그 미인은 도미의 부인 아랑 이였네. 왕은 남의 여자를 빼앗기 위해 갖은 음모를 꾸며가며 유혹하였지
질투에 불타던 왕은 아랑의 남편 도미의 눈을 찔러 봉사를 만들어 강물에 멀리 띄워보냈고 왕의 회유와 위협을 끝내 막지 못한 아랑은 왕에게 몸을 허락하기로 마음먹고 강가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남편 도미를 태워 보냈던 배가 눈앞에 있어 배를 타고 적지로 탈출한 부부는아르랑 얼시고 아라리야 우리 인생은 한 번 지면 움이나 날까 싹이나 날까 피리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한 세상을 살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떠나버린 왕도에서는 해가 빛을 잃고 어둠에 휩싸여 나라마저 공격을 받았지. 인륜을 배반한 백제의 개로왕은 아차산성에서 살해 됬다는 거짓 아닌 지난날의 교훈.
民 譚. 10
-아무렴 어떠하겠나
주막 열던 첫날, 한 喪主가 찾아와 해장국에 술 한 잔 주오
국하고 술 한 잔 더 주오. 돈은 없으니 이 다음에 갚으리다
주인 대답은 아무렴 어떠하겠나 , 술꾼들은 구름처럼 몰려들고
밥 먹을 겨를도 없이 술을 팔았는데 상주는 이튿날도 찾아와
紙錢을 슬그머니 놓고 가는 그를 보며 도깨비라 생각하였지
술장수는 반년도 안 되어 수천 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있지.
한 사람이 그 주막에 눈독을 드려 후한 값으로 집을 삿는 데
어느 날 喪主가 다시 들어오더니 해장국에 술 한 잔만 주오
국하고 술 한 잔 더 주오 돈이 없으니 훗날에 내 갚으리다
새 주인은 외상술이 어디 있오. 지금은 없는 걸 어떻게 하오
喪服이라도 잡히고 가시오 喪主의 옷깃을 잡고 쫓아갔으나
잡히지 않고 점점 멀어져만 갔는데 도깨비 상주는 정승양반.
얼마 후에 탁주집 주인은 꽁꽁 묶여 형조로 콩밥 먹으러 갔고
이 집에는 술 한 잔 마시러 찾아오는 사람 찾아 볼 수 없어
몇 달을 버티지 못한 채 가산을 탕진한 채 ‘매사종관’이라네
술장수도 마음씨가 좋아야 잘 살 수 있고, 심성이 거친 사람은
이제나 그제나 요렇더라는 아주 졸리면서도 그렁그렁한 야그.
民 譚. 11
-황금 돌을 뽑아버린 거지
사람이면 다 사람인가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돌이면 다 돌덩이인가
황금 박힌 돌도 돌인데
신 이솝 이야기 좀 하나 할까요
목욕탕 앞엔 큰 돌덩이가 박혀 있어요
사람들이 그 돌에 걸려 넘어지곤 했지요
선비, 관리, 평민, 도둑과 사기꾼까지
발을 다치기도, 코와 얼굴이 깨지기도
〞 에잇 암 덩이 같은 그놈의 돌덩이〝
사람들은 황금 박힌 돌을 욕 하면서도
아무도 그 돌을 치울 생각은 안 했지요
누가 저 돌을 뽑아 치우는가 보자
사람들은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하나같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했지요
어느 날 한 거지가 목욕하러 왔어요
황금 돌에 걸려 넘어질 번한 거지는
온 힘을 다해 그 돌을 뽑아버리고
손과 발, 가슴과 머리의 흙을 털며
깨끗한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지요
벌거숭이들은 슬슬 피하기 시작
어린 이솝은 그들에 소리쳤지요
사람이라곤 한 명 밖에 없읍니다
사람다운 사람 단 한 명 있어요
황금 돌 뽑아버린, 옷 입은 한 분.
民 譚. 12
-가짜 아버지들만 온 세상에
한 농부가 산밭을 파 일구다가
땡그랑 그릇 부딛는 소리가 나서
깊게 파보니 큰 항아리가 나왔어
빈 항아리를 가져다 뒤꼍에 놓고
들고 다니던 괭이를 넣어 두었지
항아리 안의 괭이를 꺼냈는데도
또 한 자루가 그대로 남아있었지
괭이를 또 다시 꺼내 보았더니
항아리 안에 똑같은 괭이가 또
야, 이것 참 신기한 항아리로군
엽전 한 닢을 넣었다 꺼내보니
똑같이 또 한 닢이 들어 있었어
옷을 넣었다 꺼내면 똑같은 옷이
무엇이든지 넣었다 꺼내면 똑같이
이 소문이 세상에 퍼지고 퍼져서
욕심쟁이 영감의 귀에까지 갔지
찾아와 그 항아리는 내 것이라네
농부가 어안이 벙벙해 말을 못하니
그 밭을 언제 누구한테서 샀는가
십 년 전에 영감님한테서 샀지요
그 보게나 항아리는 원래 내 것일세
밭만 팔고 항아리는 팔지 않았거든
달라느니 안 된다느니 옥신각신하다
원님에 찾아가 재판을 받기로 했어
원님도 그 항아리에 욕심이 생겼어.
항아리만 가지면 임금님도 안부럽지
고심 끝에 원님이 판결을 내리는데
항아리를 반으로 나누는 게 공평하다
하지만 깨져서 못 쓰게 되지 않겠나
이 항아리를 나라에 바치도록 하여라
농부와 욕심쟁이는 빈손으로 돌아갔고
빈 항아리는 원님 집으로 가져갔지
치매를 앓고 있던 원님 아버지가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다 빠젔네
아범아 날 좀 세상 속으로 꺼내 다오
아버지까지 왜. 유혹에 빠지셨나요
아버지를 꺼내니 항아리 안에서 또
원님이시여, 아범아. 나 좀 꺼내 다오
항아리 속엔 아버지가 또 한 분이
아버지를 꺼내 놓으면 항아리엔 또
자꾸자꾸 꺼내도 짝퉁 원님 아버지만
항아리 표 아버지끼리 싸움이 부텄구나
썩 물러 꺼라. 내가 진짜 원님 아버지다
짝퉁은 물러가라 내가 진짜 명품이다
서로가 밀고 당기며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유혹의 항아리는 와장창 산산조각이 나고
가짜 아버지들만 온 세상에 득실거리네.
民 譚.13
- 얼어붙은 호랑이 꼬리
산골 부호인 호랑이가 토끼에 갑질을 한다
배가 고프니 을인 너를 잡아먹고야 말겠다
마침 떡을 구워 먹으려고 할 때 오셨네요
호랑이가 그 말을 듣고 떡 욕심이 났거든
떡 먹고 토끼까지 잡아먹으면 금상첨화지
이왕에 들켰으니 할 수 없지요. 따라 오세요
토끼는 호랑이를 잘 모시고 자갈밭에 갔지
떡 모양의 자갈 열한 개를 주워 불에 달구며
꿀을 구해올 테니 떡이 잘 구워지나 보세요
딱 열 개니까 하나라도 미리 먹으면 안 돼요
호랑이는 군침을 삼키면서 떡을 세어 봤어
세어보니 열한 개, 다시 세어 봐도 틀림없네
멍청한 토끼 녀석. 열한 개를 열 개로 세었네
그렇다면 내가 한 개를 몰래 먹어도 알 리 없지
호랑이는 토끼가 오기 전에 먹어치울 셈으로
입속에 꿀꺽 삼키고 뜨거워 펄펄 뛰었다네
뱃속이 불붙어 며칠 동안 고생하던 호랑이는
며칠 뒤에 기운을 차린 후 또 토끼를 만났지
지난번에는 나를 속였지만 이번에는 어림없지
참새 잡으러 가는 길을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참새 잡는다는 말에 호랑이는 귀가 솔깃했지
참새와 토끼까지도 다 잡아먹으면 배부르겠지
내가 참새를 몰 테니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
호형은 눈 딱 감고 입만 벌리시면 만사 오케이
참새가 입속으로 숨어오면 꿀꺽꿀꺽 삼키세요
호랑이는 가시덤불에서 입만 딱 벌리고 있었지
토기는 가시덤불 둘레를 돌면서 불을 붙였어
마른 가시덤불이 타닥타닥 타 들어오는 데
호랑이는 그 소리가 새의 날개깃으로 알았지
몸에 불이 불는데도 눈은 감고 입만 벌린 채
털만 새까맣게 태운 호랑이는 불길을 빠져나
며칠 동안 끙끙 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숲속에 먹이를 찾아 나왔다 토끼를 또 만났네
두 번이나 날 속이다니. 당장 잡아먹고 말테다
마침 물고기 잡으려 가려 할 때 호형이 왔네요
호랑이는 물고기를 잡는다는 말에 귀가 쫑긋
물고기 잡는 데는 긴 꼬리 낚시가 제일이지만
내 꼬리는 짧고, 호형 꼬리가 안성맞춤이네요
저 개울에 꼬리를 담고 얼마 동안 기다리면
물고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올라올 테니까요
물고기와 토기를 다 잡아먹으면 일거양득이네
호랑이는 꼬리를 물속에 담고 한참을 기다렸지
물고기가 죽죽 매달렸을 거라며 꼬리를 당기네
냇물에 꽁꽁 얼어붙은 꼬리는 꼼짝도 하지 않네
民 譚.14
-밥이 오래 되면 똥이 된다고
우리 도령님이 과거 보러 한양으로 가는데
밥은 혼자 먹고 마부인 나는 한술도 안 줘서
도령님, 저도 사람이라 배가 고파 죽겠네요
양반 배가 고프면 상놈 배도 고프다더냐?
말안장 밑 광주리의 밥을 반쯤은 몰래 퍼 먹고
살아온 세월의 생똥을 다 싸 채워 넣어 놓았지
도령님 , 어서 남은 똥 진지 퍼 드시지오
밥이 오래 되면 똥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도령이 엽전 몇 개를 던지며 떡을 사 오라네
떡을 사다 주면 주인 혼자 먹을 게 뻔하거든
떡을 사서 이 손으로 뒤적뒤적 만지작거렸지
도령이 이놈아, 왜 더럽게 떡을 주물럭거리냐
제 머리가 가려워서 긁적대다 이가 빠젔네요
에끼, 너나 그 더러운 떡 싫건 처먹어라
맛 좋은 떡은 나 혼자 차지하고 말았네요
도령이 엽전 몇 닙 던지며 술을 사 오라네
술을 사 오면 저 혼자 다 마셔버릴게 뻔하지
술을 사가지고 오면서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주인이 이놈아, 더럽게스리 그 무슨 짓이냐
콧물이 떨어져서 그걸 건저 내려고 그랬네요
너나 그 더러운 술 다 쳐마셔라
술은 나 혼자 다 마셔버렸지요
말을 잘 지키라며 도령만 밥을 먹으러 갔네
마침 나무장수가 헐떡거리며 앞을 지나가네
말고삐를 내주며 이 말에 나무를 싣고 가시오
주인이 밥을 다 먹고 주막 밖으로 나와 보니
말은 없고 나는 빈 줄만 잡고 서 있었지요
말은 어디에 두고 빈 줄만 잡고 서 있느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우리 집 도령님이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며 등짝에다 글자로
이놈은 주인 먹을 것을 다 가로채 먹고
말까지 팔아 쳐드셨으니 즉시 없애버려라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한 스님을 만났지
제 등에 쓰인 글자 좀 읽어 주십시오
스님이 등에 쓰인 글자를 읽어 가는데
들어보니 집에 도착하면 죽을 판이네
스님, 불쌍한 저 좀 살려 주십시오
배가 고파 도련님 밥을 조금 나눠 먹고
떡과 술의 유혹을 꾀 좀 부려 차지했고
나무장수가 너무 불쌍해 말을 내준 죄로
나를 죽여 없애라 하는 악질 주인이지요
스님은 나의 등에 쓴 글을 말끔히 지우고
이 사람 덕분으로 과거에 급제 하였으니
돌아가는 대로 누이동생과 혼사를 맺고
논 몇 마지기 떼어 줘 새집에 살게하라
등에 쓴 글자를 보여주니 종중회의 끝에
만사 오케이 내 소원 그대로 들어주었어
도령이 과거에 낙방하고 돌아와 보니까
이 세상은 하늘천 따지, 감을현 누루황.
民 譚.15
-고삿섬에는 고삿돌로
이제나 그제나 입이 많으면 뻔하지, 뭐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가난한 집이 태반
온 식구가 등뼈 휘어지도록 일을 해봤자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만
농사를 뼈 빠지도록 지어봤자 지주며
고을 나리들께서 세금으로 다 쓸어가고
쭉정 벼 몇 말 밖에 남는 게 뭐 있겠어
끼니 때우기도 바쁜데 재산은 무슨 수로
우리 집엔 아홉째 아홉 살 동생이 있었어
하루는 집안 식구들이 다 모인 앞에서
내일 부터는 누구든지 외출 후 올 때는
돌덩이 하나라도 수입 잡아오도록 해요
티끌이라도 모아 태산을 쌓아 보아요
좋은 생각이라 믿고 모두 약속을 지켰지
외출 후 들어올 때 빈손 식구는 없었지만
밖에서 찾아본들 뭐 쓸 만한 게 있어야지
그저 죽어라 흔해빠진 돌팍만 주어 모았지
들일을 나갔다가도 들돌 하나 주어 오고
나무하러 갔다가도 산돌 하나 주워 오고
우리 집은 돌무더기가 태산처럼 쌓여갔어
누군가 주어온 돌팍엔 황금돌이 섞어 있고
누구도 돌무덤에 황금돌이 섞여있을 줄이야
그걸 돌무더기 맨 위에다 턱 올려놓고서도
돌멩이인줄만 알았지 황금 돌 신분일 줄이야
우리 동네엔 노랭이 지주 영감이 살았지
인근 소작농 논밭이 모두 이 영감 소유였어
봄과 여름을 베짱이처럼 살아도 가을만 되면
소작인들은 추수한 걸 반 넘게 갖다 바쳤지
어느 날 영감이 돌무덤 앞을 지나가다보니
돌무덤 위에 황금 돌 하나가 번쩍번쩍하거든
바보 같은 맹씨네가 황금 돌을 돌무덤 위에
쌀 천석 값도 넘겠는데 돌멩이로만 아는구나
욕심쟁이 영감이 우리 집으로 와서 은근슬쩍
돌덩이를 무엇에 쓰려고 저렇게 쌓아 놓았나
아홉 째 아홉 살 배기 동생이 선뜩 나서서
없이 살다보니 뭐든 가져보는 게 꿈이었지요
돈 대신 돌이라도 모아 보자는 뜻에서였어요
센스가 백 단인 영감이 동생을 슬슬 구슬려보네
이 돌무덤을 돈으로 치면 쌀 몇 말 값이 되겠나
내가 돌담이라도 치려하니 쌀 백석하고 바꿀까
돌무덤을 쌀 백석과 바꾸자는데 누가 마다해
돌을 쌀과 교환 한다는 증서라도 남겨둡시다
황금이 굴러 들어오는데 무슨 약속을 못하겠어
문서에 도장을 찍고 증인도 세웠단 말이지
막돌무더기와 쌀 백 석을 맞바꾸게 되는 날
노랭이 지주 영감이 재빨리 두뇌를 돌려보니
황금 돌 값이 줄잡아 쌀 천석과도 맞먹을테니
쌀 백석을 주고 구백 석은 손 안대고 코 푸네
식구들 모두 지게로 쌀 백 석을 옮기려 갔지
노적가리 맨 위의 쌀가마는 고삿섬이니 안되
곡식 중 최고의 가마니는 맨 위에다 올려놓고
고사 지낼 때 쓰는 쌀가마를 고삿섬이라 했지
어떡해, 맨 위의 쌀가마 하나는 내려놓아야지
지주 영감이 돌무더기를 실어갈 차례가 됐어
하인들이 수레에 돌무덤을 헐어 실으려 할 때
아홉 살 배기가 재빨리 돌무더기 위에 올라가
고삿섬 하나 값 , 고삿돌도 하나 내려 놓아요
맨 위에 놓인 황금 돌 하나를 땅에 내려놓았지
그 돌 하나 때문에 쌀 백석을 선뜻 내줬는데
얘야 다른 돌덩이를 고삿돌로 쓰면 안 되겠냐
영감님도 고삿섬으로 맨 위의 것을 제하셨지요
우리도 맨 위의 돌을 고삿돌로 써야 공평하지요
영감님은 막돌덩이만 할 수 없이 싣고 갔지
우리 집은 쌀 백 석에다 황금 돌까지 갖게 됐네요
그때 아홉 살배기는 아흔 아홉 살까지만 살았지.
民 譚.16
- 거시기 마을엔 모르쇠
거시기 마을에 모르쇠란 사람이 살았지
볼 수는 없는데 땅에 떨어진 개털까지도
들을 수도 없지만 개미 사랑하는 소리도
코가 막혔으나 쓴맛 단맛 시고 매운맛도
말은 못해도 말눈치는 떨어지는 폭포수
저는 다리로 아들·딸 구 남매를 키웠고
집은 낡고 헐었어도 백마를 타고 다녔지
말 색깔이 숯섬에 먹칠한 것 같은데다가
자루도 날도 없는 낫을 허리에 항시 차고
산에 들어가 풀을 베니 양지엔 눈이 열자
무성한 풀이 응달에는 키 넘을 정도였지
낫으로 풀을 베려 하니 큰 뱀이 나타나
머리·몸통·꼬리도 없이 보일락말락 하더니
갑자기 덤벼들어 들고 있던 낫을 물었으니
낫이 퉁퉁 부어 거북등처럼 부풀어 올랐네
모르쇠는 어쩔 줄을 몰라서 달려 내려오다
곱게 단장한 채 검은 장삼을 확 걸치고
모르쇠 앞을 지나가던 여승을 만났는데
낫에 대한 이야기 후 고쳐 줄 것을 원하니
여승은 몸을 뒤로 제껴 한쪽 손을 허리에
다른 한 손으로 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그건 어렵지 않으니 시키는 대로 해 보게
아궁이와 불 지핀 적이 없는 굴뚝의 꺼멍과
바람둥이 카사노바의 피다 멈춘 바람끼와
행수기생의 더럽힌 일이 없는 거시기와
글 읽을 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선비와
이를 잡을 때 입을 삐죽이지 않는 노승과
이 다섯 가지 이유를 비벼 넣어 만든 약을
낫에 바르면 지체 없이 민낯으로 오리라
모르쇠는 바로 안심하고 마을로 내려오니
길가에 종이도 바르지 않은 대설기가 있어
동동주를 열 말쯤이나 독에 담아 놓아놓고
신발짝으로 퍼마시니 얼마 후 취해 버렸네
위를 보니 감나무에 석류가 주렁주렁 열려
두 손으로 땅을 짚고 크게 한 번 힘을 주니
석류가 순간에 와당탕 하늘로 비껴서 날고
썩어 잡을 수가 없어도 모르쇠는 죄다 주워
벗 없는 마을로 가 친구들과 포식을 했으니
장차 죽으려 해도 죽을 수가 없는 노릇이고
살려 해도 살 수도 없는 오늘의 과제들이니
앞으로 어찌 풀어가야 할지 아무도 모르네.
民 譚.17
-냄새 값
가난뱅이로 가는 지름길은 쌀이 생기면 굶주린 사람에게, 옷이 생기면 헐벗은 사람에게 재물이 되는 것은 내 친구 이창덕 신부님처럼 입은 옷까지 남에게 아낌없이 모두 줘서 그래
부자가 되려면 남의 것도 나한테 들어온 것은 모두 내 것, 이웃집에서 빌린 연장도, 꾸어 쓴 돈도, 담 넘온 감도, 모이 찾다가 내 집으로 들어와 잡아 놓은 옆집 씨암탉 까지도 내 것
가난뱅이가 밭일을 마치고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웃인 부잣집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어찌나 회를 동하던지 부잣집 담벼락 틈에 코를 대고 냄새 좀 빌려 맡고 있었지
부자는 도둑이라도 잡은 듯 아무리 냄새지만 함부로 맡다니 남의 집 냄새를 공짜로 맡는 법이 어디 있느냐 하고, 가난뱅이는 부잣집 냄새 맡는데도 값을 치러야 한단 말이냐 하고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시장에 가서 열 냥 주고 사 온 생선인데 냄새를 맡았서도 반 이 상은 맡았을 터이니 닷 냥만 내게나. 내일까지 기한을 넘기면 이자까지 함께 물어야하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넋 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는데 아들이 냄새 값을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지, 아버지가 말하기를 할아버지 제사상 차리려고 모아 놓은 돈 닷 냥이 있기는 하다마는
날이 밝자 아들이 돈 닷 냥을 가지고 이웃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부잣집으로 함께 가, 냄새 값을 가지고 왔다며 큰 소리로 떠나가게 외치니 부자가 반갑게 나와 돈을 챙기려 했지
아들은 돈을 손 안에 넣은 채 상하로 살랑살랑 흔들며 엽전 소리만 짤강짤강 내고나서 돈 소리 들으셨지요? 부자는 돈을 가지고 왔으면 내놓지 않고 무슨 짓이냐며 화를 버럭 냈지
아버지가 생선 맛을 보기는커녕 냄새만 맡은 생선 값이니 그 값도 소리로만 쳐 드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부자는 왕 눈을 크게 뜨고 귀만 후비다가 입맛만 쩍쩍 다시고 말았지.
民 譚. 18
-장산곶 매 이야기
십 년 장마와 가뭄에도 끄떡없이
황해 바다를 지키며 굳세게 살아온
장산곶 매는 약한 동물들을 돌보며
뭍과 바다, 산을 무대로 살았지요
사냥 전날은 둥지에 부리질을 하는
소리가 온 마을에 크게 울려 퍼지고
들판은 풍년에다 바다는 조기 떼로
총각들은 장가를, 애가 없는 부부는
애를 낳는 행운이 찾아 왔다 해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수리가 높이 떠
작은 새들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수리의 날개 밑에 장산곶 매가 들어
날갯죽지를 마구 쪼아대기도 하고
바다 건너 침략해온 큰 먹구렁이를
수백 발이 넘는 먹구렁이의 허리를
쪼아대는 소리가 승리의 북소리로
캄캄한 밤하늘엔 봉홧불도 달리고
이 물패는 저 넓은 들로 내어닫고
천년 바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장산곶 매의 위대하고 치열한 삶터
용맹과 의로운 희생정신, 그 기백
기쁨과 환희의 가슴이 뛰놀던 어제
그러던 어느 날 봄을 맞으려던 저녁
10년 버려둔 먹구렁이와 수리 떼가
이무기가 돼 하늘을 물고 내려왔나
날쌘 장산곶 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물속으로 날개를 접고 추락했어요.
두 동강난 천안함의 양쪽 날개에는
남편, 아들, 형, 동생, 조카, 친구들이
하늘로 비상할 자세로 누워 있었다.
民 譚. 19
-스님은 행복도시로 내려갔지
시장에서 만난 불자가 스님에 물었다
스님의 바랑에는 무엇이 들어있나요
개고기 좀 삶아 먹으려고 사서 넣었지
아니, 스님께서도 개고기를 드시나요
고기를 먹고 싶어서가 아니네 절에 술이 있어
술안주로 좀 하려고 조금만 샀다네
그럼 스님께서는 술도 드시나요
중이야 술을 안 먹지만 손님 대접은 해야지
어떤 손님이신지 귀한 분이 오셨나 보군요
귀하다마다. 오랜만에 장인이 오셨다네
아니, 스님의 장인이라고 하셨습니까
장인뿐인 줄 아나 장모도 함께 와 있다네
스님의 장인과 장모가 오신 게 정말입니까
절에 좀 시끄러운 일이 있어 찾아오셨지
산중의 절에도 시끄러운 일이 있나요
마누라하고 첩하고 싸움이 붙었지 뭔가
장인 장모가 담판을 내겠다고 찾아 왔지
개고기, 술, 장인 장모, 마누라, 첩이라고요
이 사람아, 누가 첫째 첩 가지고 그러는가
얼마 전에 얻은 둘째 첩이 또 말썽 부리네
지금도 대판으로 싸우고 있을지 모르니
나는 세종, 행복도시로 내려 가봐야겠네.
民 譚.20
- 못박기와 빼기
홀어머니가 행동이 좋지 못한 아들 하나와 살고 있었지요
착한 아들이 되라고 항상 타일러도 아들은 막무가내였고요
어느 날 어머니는 아들에게 망치와 못을 한 줌 주었어요
좋지 못한 짓을 할 때마다 이 기둥에 못을 한 개씩 박아라
아들은 재미있을 것 같아 열심히 실적을 늘려가기로 했지요
아들은 힘자랑이라도 하듯 기둥에 못을 열심히 박았지요
한 해도 채 가지 않았는데 기둥에는 못이 가득 박혔네요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섣달 그믐날 황혼 무렵에
아들은 기둥에 가득 박힌 못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지요
못 하나하나에 얽힌 자신의 지난날 일들이 떠올랐어요
흥미롭던 일도 지나고 보니 별 것 아니라는 생각도 했어요
속만 썩이던 못난 아들의 손을 매만지고 있던 어머니 앞에
아들은 엎드려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회한의 눈물을 흘렸지요
어머니도 아들의 반성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기뻐했고요
우는 아들을 부둥켜안고 새해부터는 착한 일을 할 때마다
기둥에 빽빽하게 박혀있는 못을 하나씩 뽑으라고 했지요
한 살을 더 먹은 아들의 행동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고
한 해도 다시 넘지 않아 기둥의 많던 못은 하나도 없네요
홀어머니와 스스로 깨달은 외아들은 참으로 기뻐했지요
어머니는 오늘도 기둥에 여전히 남아 있는 못 자국들을
쓰다듬으며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에게 용서를 비네요.
民 譚.21
- 쫓기는 순찰차
달걀 장수는 면허증을 달라는 경찰의 손에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을 대신 내밀며
산 입에 거미줄은 칠 수가 없다면서
개시도 못 했으니 오천 원은 거슬러 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경찰의 호주머니에는
천 원짜리는 없고 만 원짜리만 있었는가봐
달걀 장수는 만 원을 건네주며 거슬러 줘요
경찰은 달걀 장수에게 다음부터 조심하시오
달걀 장수는 오천 원 거슬러 주세요
경찰은 못들은 척 그냥 가버리는데
순찰차와 달걀 장수의 마이크 소리는
조용한 아침을 넘어 산까지 메아리친다
순찰차, 순찰차 오천 원 거슬러 주세요
달걀 차, 달걀 차 면허증 가지고 다니세요
싱그러운 아침을 알리는 스피커에서
아드린네를 위한 발라드곡이 흘러 나오네
싱싱한 달걀이요 , 무공해 달걀이 왔어요
새 닭이 금방 낳은 싱싱한 달걀이 왔어요
영희 엄마 , 철수 누나 빨리빨리 오세요
깊게 잠든 새벽을 깨우는 달걀 장수의 목소리
아직은 신 새벽이라 도로엔 차들도 안보이네
핸들을 홱 돌려서 중앙선을 넘어 버리자
지나던 경찰순찰차에 딱 걸리고 말았는데
에라 모르겠다 달걀 차 모른 척 도망치네
순찰차가 뒤쫓아 오며 달걀 차 정지하시오
달걀 차는 못 들은 척 골목으로 빠져 버렸고
순찰차는 보륨을 높여 운전면허증 주시오
달걀 장수는 먹고살려고 한 일 좀 봐주시오
民 譚.22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옛날에 돈깨나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지
웬 낯선 사람이 찾아와 돈 삼천 냥을 꾸어 달라네
생면부지의 뜨내기 장사꾼이 아무런 보증도 없이
장사꾼은 정색하고 주섬주섬 보따리를 풀더니
주먹만 한 황금 덩어리를 턱 꺼내 보이며
돈 몇천 냥 쓰려고 이를 팔아 치울 수는 없고
당장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겨서 그러니
이 금덩어리를 담보로 돈 좀 꾸어 주십시오
주인은 마음 놓고 돈 삼천 냥을 빌려줬지
금광을 하는 조카에게 금덩어리를 내보였어
조카가 이건 진짜 금덩어리가 아니네요
납덩이에 겉에만 금박을 입힌 거예요
값으로 치자면 서 푼어치도 안 된다네
억울하고 원통해서 그만 몸져눕고 말았어
집 주인의 일곱 살 된 막둥이 아들이
돈 삼천 냥을 이자까지 부쳐서 받아 낸다네
귀가 번쩍, 아버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
아버지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찾아
뉘 집에 잔치가 있거나 초상이 났다 하면
원근 불구 찾아가며, 오일장터에도 출근하여
자리 펴고 다짜고짜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몰려들고 ,가슴을 치면서 하소연을 하네
돈 삼천 냥에 맡은 금덩어리를 잃어버렸지 뭐요
주인이 찾아와서 금덩어리를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무슨 수로 그걸 물어 준단 말이오
내 전 재산을 다 팔아 주어도 모자랄 테니 ..
사람들은 혀를 차며 딱하게 되었다 위로하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어떻게 되었겠나
돈 꾸어 간 장사꾼 귀에도 이 소문이 들어갔고
며칠을 기다리니 장사꾼이 제 발로 나타났네
돈 삼천 냥에 이자까지 부쳐서 갖다 바치면서
빌린 돈과 이자를 내놓으며 내 금덩어리를 돌려주오
여유롭게 돈을 받아서 틀림없는지 세어 보네
장사꾼은 신바람이 나서, 금덩어리를 돌려주셔야지요
장롱에서 금 덩어리를 꺼내 장사꾼 앞에 턱 내놓으니
사기꾼은 새파랗게 질려서 허겁지겁 도망가버리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이 이렇게 생겼어.
民 譚.23
-우리 동네 조칠푼이
아이가 없는 집에서 백일기도 후
삼대독자 귀한 아들을 하나 얻었지
귀한 아들이 글쎄 여섯 살이 넘도록
말도 못 하고 똥오줌도 못 가리는 놈
갓난아기처럼 누워서 옹알이나 하고
사람 노릇이나 할까 걱정을 했는데
일곱 살 되던 해 겨우 몇 발짝 걸으며
막혔던 말도 떠듬떠듬 겨우 이어져 나오고
나이를 먹을수록 힘은 장사가 돼가
쌀 한 가마쯤은 한 손으로 번쩍 들고
통나무장작도 도끼질로 척척 해내고
우리 동네에서는 그 누구도 힘으로는
당해낼 장사가 없을 만큼 독보적이었지
그런데 말이야 모든 일을 힘으로만
해내려고 하니 이를 누가 말릴 수있나
산 밭에다 조 씨를 뿌릴 때가 됐으니
조를 심게 좁쌀 한 말만 달라기에
어머니가 준 좁쌀 한 말을 밭에다 심는데
널찍한구덩이를 파고 한 말을 다 쏟아 붓네
몇 분 안되 손을 툭툭 털고 돌아오거든
얼마 지난 뒤에 조밭 맬 때가 됐다고 하니
이놈은 한 구덩이에 쏟아부어 심은 조가
그래도 싹이 잘 나 파랗게 커 오르거든
큰놈은 다 솎아 버리고 몇 포기만 남겨 뒀네.
어머니가 조밭에 거름도 좀 주어야 한다기에
아들이 오줌장군에다 오줌을 가득 채워서
여남은 바구니씩 물 주듯 막 퍼부어 주는 거네
거름을 너무 많이 줘서 조가 아주 잘 자라
풀숲처럼 돼, 조 이삭이 주렁주렁 매달렸네
조를 베어서 타작할 때인데 자네도 해야지
지게와 낫을 얻어 달래기에 빌려다 주니까
조밭에 가더니 쇠꼴 베듯 후딱 베어 지게에
둘러메고 와 마당에다 한 번에 메어꽂으니
좁쌀알이 삽시간에 모두 떨어져 모여 있네
긁어모으니 칠 홉쯤 될까. 그 후 붙여진 이름
조 한 말을 심어 칠 홉을 거둔 조칠푼 장사.
民 譚.24
- 돌이 토끼
눈이 노랗고 털빛도 노란 돌이 토끼는
깊은 산속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느 날 돌이토끼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칡넝쿨, 과남풀을 뜯어먹으면 맛있지만
마음이 아프네 먹히는 건 모두 없어지니
내 친구들이 사냥꾼에 잡혀 먹는 것처럼
아침 햇살과 이슬로 화장하는 풀무꽃 풀에
풀무꽃풀아, 내가 너를 먹어도 되겠니
풀무꽃 풀이 깜짝 놀라 온몸을 떨었습니다.
널 먹어도 되는가 물어 봤어. 어떡하겠니
풀무꽃풀은 사시나무 흔들리듯 떨었습니다
이번에는 돌이 토끼가 말문이 막혔습니다.
차라리 드시려면 묻지나 말고 드시구려
풀무꽃 풀이 꼿꼿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돌이는 눈만 깜빡거리다 돌아갔습니다
풀밭에는 댕댕이 덩굴이 얽혀 있었습니다
잠깐 쳐다보다가 말없이 또 돌아섰습니다
댕댕이도 먹을까 물으면 무서워할 거야
돌이는 깔매 덩굴, 바다취, 고수대나물도
수리취 나물도 비껴서 저녁때가 되었습니다
해님도 서산 너머로 퇴근하고 있었습니다
해님 아저씨 전 오늘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정말로 너는 착한 바보 동물 아기로구나
풀을 먹지 않으면 넌 멧돼지 밥이 될 텐데.....
民 譚.25
-젖소를 찾아간 촌돼지
시골 마을에 욕심쟁이 구두쇠로 꽤 유명해진
최 부자는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왕따가 됐어
어느 날, 최 부자가 촌장 어른을 찾아가 물었지
제가 죽은 다음엔 전 재산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저를 구두쇠의 왕이라고 손가락질만 하고 있어요
촌장 왈, 촌돼지가 젖소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지
그대는 우유만 내주어도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데
우리는 온 목숨을 바쳐 몸통을 통째로 바치는데도
사람들은 왜 구두쇠라고 손가락질만 하는 건가요
풀을 뜯던 젖소가 최 부자에게 하는 말을 엿듣고
촌돼지에게 ,나는 오직 살아 있는 동안 베풀지만
그대는 사후의 약속으로나 현혹하기 때문이지요
최 부자를 바라보며 촌장은 차근히 다시 말했다
오늘의 작은 실천이 내일의 큰 약속보다 소중하지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하나씩 해 나가는 사람만이
말만 앞서고 행동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 것만이
앞으로 이 세상에 큰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되지
나중에 돈 많이 벌고 나면 부모님께 효도할 거야
나중에 집을 넓히고 큰 차를 사면 잘하려고 해요
인생사 중요한 과제를 내일로만 미루는 사람들아
오늘 진입하지 못하면 내일 돌파하기 불가능해요
民 譚.26
-청동 거울 때문에
아주 먼 옛날 첩첩산중에 일밖에 모르는 한 여인이
보름달처럼 둥글게 생긴 청동거울 이야기를 듣고
보름달을 가르키며 저렇게 생긴 물건이 있다 하니
경성에 가면 당신이 꼭 사 갖고 와 선물로 주세요
아내가 넣어준 주먹밥이며 달걀을 먹으며 얼마 후
경성에 이르자 달은 이미 기울어 반달이 되었었지
그는 반달을 쳐다보고 그와 같은 물건을 구하는데
아내가 원하는 것이 참빗이라 생각해 사 갖고 왔지
며칠 지난 후 집에 돌아오니 달은 또 보름이 되었어
경성에 달처럼 생긴 물건은 오직 이것 밖에 없었오
아내는 남편이 사 온 물건이 원하던 것이 아니므로
화가 나서 보름달을 가리키면서 남편을 원망 했어
이 물건이 어떻게 지붕 위에 뜬 달과 같단 말이요
경성 하늘에 뜬 달은 분명 참빗과 꼭 같았었는데
산속의 달은 이와 같지 않으니 참으로 알 수 없구료
몇 년 후 다시 경성에 가서 그 물건을 구하는데
밝은 달을 바라보니 그 둥근 것이 산골의 달이라
청동거울과 다름이 없기에 그것을 사 갖고 왔지
거울을 황급히 열자 남편 곁에 여인 하나가 있네
남편이 새 여자를 사 갖고 돌아온 것이 틀림없군
아내는 자기 얼굴을 본 일이 아직 한 번도 없었지
남편도 요상이 여겨 그럼 나도 한 번 봐야겠구나
아내 곁에 어떤 낯선 남자가 하나 앉아 있구먼
내가 며칠 집을 비운 새에 다른 남자를 들였구나
며칠을 옥신각신 싸우다 거울을 갖고 관가에 가서
아내는 새 여자가, 남편은 낯모르는 남자가 있다고
명판관인 이 고을 맹 원님은 거울을 이리 올리렸다
거울을 살피더니 어쩌나 신관이 도읍한 모양이네
방자야 교대관이 벌써 오셨으니 빨리 인을 봉하라
원님은 괴나리봇짐 하나 둘러메고 동헌을 나오시네.
民 譚.27
-곰순이의 사랑 이야기
옛날, 백제 때 ,충청도 공주 인근
연미산에는 외톨이 곰순이가 살고 있었지
재롱둥이 곰순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면
개울가로 달려가 맑은 물 한 모금 마시고
어슬렁어슬렁 언덕을 올라가 머루며 다래
빨간 산딸기 열매를 배불리 따먹고 놀다가
제일 좋아하는 오디라도 발견하는 날이면
세상을 다 얻은 듯 깡충깡충 마구 뛰다가
새콤달콤해 아주 좋아한 오디의 맛으로
곰순이는 하루 종일 립스틱을 바른 얼굴에
앞발에 오디물로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채
따스한 햇빛 속에 나른한 오후는 숨겨두고
풀밭과 동굴에서 외로움을 오수로 채웠지
엄마 얼굴도 모르고 친구도 없는 외톨이
점순이는 나이가 들수록 외로움은 커갔어
어릴 적에는 어두운 산을 혼자 울면서
먼 곳에서 들려오는 산짐승들의 울음소리
솔잎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나무둥치에 머리를 박고 간밤을 지새우며
도토리나 머루 같은 산 열매를 찾지 못하면
산 풀을 뜯어 먹다가 칡뿌리라도 발견하면
동굴에 저장해 놓고 잘근잘근 단물도 빼먹고
뿌리가 부드러워지면 그 때 삼키면 되었거든
며칠은 끼니 걱정이 없이 운수가 좋은 날.
봄, 여름, 가을, 추운 겨울까지 나도록
얼음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추운 겨울은 따뜻한 굴에서 잠을 잤지
개울물에 비친 제 모습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몸이 이만큼 자란데 깜짝 놀랐지
개울 저편에 검은 곰이 한 마리 보였고
하루는 밤색 털을 가진 노루 한 마리가
피를 흘린 채 헐떡이고 있는 것도 보였어
검은 곰이 노루 잔치를 펼치고 있는 거야
검은 친구 곰에겐 눈길도 주지 않겠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자기 집으로 들어간 후
굴 밖으로도 잘 나가 놀지 않았거든
어떤 곰 친구도 사귀고 싶지가 않았어.
시집 갈 때가 다 된 곰순이 처녀는
흰 구름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어
오디나무를 보아도 그리 신나지 않았고
낙엽이 데구르르 구르는 소리도 싫었어
곰순이가 사랑에 빠져가기 시작했나봐
굴 앞으로 날마다 지나치는 한 나무꾼은
착하고, 다른 동물들을 무척 아껴 주었어
나무도 함부로 꺾지 않고 짐승도 잡지 않고
덫에 걸린 노루나 사슴을 보면 풀어주었고
길 잃은 어린 짐승과 다친 짐승을 보면
상처도 치료하여 숲으로 놓아주었어.
짐승을 잡지 않는 나무꾼을 바보라 했지만
곰순이는 그런 나무꾼이 너무나 좋았지
나무꾼은 사람이고, 나는 곰의 신분인데.
빗속에서 천둥 번개까지 섞어 치던 날
낮잠을 자다 천둥소리에 놀란 곰순이는
한치 앞도 잘 안 보여 굴로 막 뛰어 갔어
저만치에 나무꾼의 지게가 쓰러져 있기에
조심조심 지게 앞으로 다가가 둘러보았지.
세상에, 지게 옆으로 나무꾼이 쓰러져 있고
커다란 나뭇가지가 그 위에 덮쳐 있는 거야
곰순이는 나무꾼을 업고 굴속으로 돌아왔어
상처에 약초를 붙여주며 간호를 해주었어
한 며칠 동안 나무꾼을 정성스레 돌보았지
일주일 째 되는 날, 나무꾼은 겨우 깨어났어
나무꾼은 처음엔 놀라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다리가 부러져 있어 꼼짝할 수도 없었어
곰순이는 날마다 산 열매를 따다 먹여주며
지극한 간호를 해 석달 만에 일어났지.
곰순이와 나무꾼은 서로가 좋아 했어
보름달이 머리 위에 떠 있는 동굴 앞에
정화수 떠놓고 부부가 되기로 약속을 했지
몇 해가 흘렀어도 곰순이는 외롭지 않았어
나무꾼과 곰순이는 자식을 둘이나 얻었지
그들은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행복 했지
곰순이의 행복에도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어.
곰순이가 열매를 한 아름 안고 집에 왔지
그 날은 좋아하는 오디를 잔뜩 땄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지만 곰순이의 얼굴은 새파래졌어
나무꾼이 서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야
나무꾼은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절뚝이며 벽을 짚고 걸음을 떼고 있었어.
나무꾼은 돌아온 곰녀를 향해 환히 웃었지.
다리가. 다 나았어 걸음을 걸을 수 있어
곰순이는 어찌된 일인지 기쁜 마음이 없었어
이제 인간인 나무꾼이 다 나았기 때문에
곰인 자기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지
한 번 걷기 시작한 나무꾼의 다리는
빠르지는 못해도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어
짚을 벽과 지팡이가 없이도 걷게 되었지
늘 행복하던 곰순이의 표정은 사라지고
자기 곁을 떠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늘이 지고야 말았지. 올 것이 와버렸어.
어둠이 잔잔히 깔려 있는 새벽녘이 되었지
여보, 나 이제 다리도 다 나은 것 같은데
내가 살던 마을에 한 번 다녀와 봐야겠소
곰순이는 마을로 도망갈 거라 생각했지.
곰인 내가 무슨 욕심이야. 그 동안 행복했어
그이를 보내 주어야지만 생각과는 달랐어
"여보! 당신 나 버리고 마을로 가려는 거지요
안돼요. 우리 여기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요."
비록 인간의 도리를 모르는 곰이라 해도
부모님에 대한 도리는 알 것이 아니요
혼자 계신 어머니가 걱정되어서 한 말이오
당신이 만약에 마을로 내려갈 것 같으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르니깐요
난.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죽일 거예요
당신 미쳤군. 아이를 죽일 테면 죽여 봐
나무꾼은 화가 무척 나서 뒤도 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굴을 나와 산을 내려갔지
곰순이는 자식들을 정말 죽일 수는 없고
눈물을 흘리며 굴을 나올 수밖에 없었어
동이 터 오르는 산 밑의 강으로 향했지
곰순이는 눈물을 흘리며 강으로 천천히
공무도하가의 주인공처럼 걸어 들어갔어
사람들은 곰녀의 슬픈 사연을 알고 나서
그녀의 넋을 기려 매년 큰 제사를 지내며
곰순이가 빠져 죽은 곳을 곰나루라 부르지.
民 譚.28
- 쑥부쟁이 전설
대장장이에겐 11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있었지
열심히 일을 해도 삼시 세끼가 어려운 처지였어
큰 딸은 쑥버무리를 좋아하는 동생들을 위해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쑥을 열심히 뜯어왔어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쑥부쟁이라 불러주었어
어느 날 쑥부쟁이는 몸에 상처를 입고 쫓기던
노루 한 마리를 숨겨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니
노루는 은혜를 꼭 갚겠다며 산속으로 사라졌지
어느 날 쑥부쟁이가 산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데
멧돼지를 잡는 함정에 사냥꾼이 빠져 있었어
쑥부쟁이가 치료해 준 노루를 쫓던 사냥꾼이
쑥부쟁이가 함정에서 목숨을 구해준 사냥꾼은
다시 언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지
쑥부쟁이는 잘생긴 그 사냥꾼에 폭 빠져버려
호감을 갖고 다시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곤 했어
가을이 왔고 쑥부쟁이는 사냥꾼과 만났던 산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올라가 기다렸지
기다림 속에 계절이 몇 번씩이나 순환했지만
애타게 기다리는 사냥꾼은 나타나지 않았지
그녀는 어느 날 흐르는 계곡물 한 그릇을 떠
바위 위에 놓고 산신령님께 기도를 드리는데
몇 년 전에 목숨을 구해 준 노루가 나타났지
노루는 구슬이 세 개가 든 주머니를 내주며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된다고 하네
노루가 숲속으로 사라진 뒤 구슬 한 개를 물고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어
신기하게도 어머니의 병이 그 뒤 완쾌되었지
노루가 준 주머니 속 구슬 하나를 입에 물고
소원을 빌고 있었는데 그가 눈 앞에 나타났어
결혼을 해 자식을 둘이나 두어 가장인 그가
처자가 있는 몸을 돌려보내야 마땅하다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다시 보내 주세요 라고
마지막 구슬을 입에 물고 그녀는 소원을 빌었지
그를 보낸 뒤에도 그녀의 속마음은 속이지 못했어
세월은 흘러도 쑥부쟁이는 처녀로 일생을 살았어
동생들을 돌보며 항상 산에 올라가 나물을 뜯다가
그녀는 어느 날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을 거두었어
그 자리엔 나물이 수북하게 나와, 언니가 죽어서도
동생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려는 은총이라고 믿었어
연한 보랏빛 꽃잎과 노란 꽃술은 그녀가 살아서
지니고 다녔던 주머니 속의 구슬과 같은 색이며
꽃대의 긴 목은 여전히 옛 사냥꾼을 사모하며
그리워하던 쑥부쟁이 기다림의 표징이라 믿고 있지
꽃 명은 쑥부쟁이며 꽃말은 옛사랑, 순정, 이라네.
民 譚.29
- 들국화 전설
깊은 산골에 남편을 잃고 홀로된 시누이와 올케가
한 집에서 자수로 생계를 이으며 살아가고 있었지
그들이 자수를 하면 냇물이 소리를 내며 흐르는 듯
새들도 어디서 날아와 노래하며 속삭이다 가버리고
조선 팔도에 소문이 퍼져 임금님 귀에도 들어갔다네
임금님이 금강산과 백두산 중의 한 곳을 가야겠는데
지방관리에게 두 명산의 풍경을 그림을 그려 올리라
명을 받은 관리들은 온갖 궁리를 거듭해 고민하다가
두 여인에게 맡겨 현장에 견학 보내 경치를 보면서
실체의 그림을 색실로 떠 오라고 엄히 분부하였지요
올케는 백두산에 , 시누이는 금강산으로 떠났지요
백두산에 간 올케는 백두산의 호연한 기상을 보며
한 땀 한 땀 흰 천에다 뜨기 시작, 달포가 지난 뒤
삼천삼백삼십삼의 색실로 구천구백구십구 번을
바느질하여 끝내 장엄한 백두산을 다 떠 넣었지요
자수 품 네 귀에 사계절을 상징하는 꽃 네 포기도
자수에 떠 넣었는데 이를 보고 만족해 하였어요
일을 마친 올케는 시누이가 있는 금강산으로 갔고
시누이도 올케와 같은 솜씨로 금강산을 떠 넣었지요
금강산을 담당한 관리가 자수품을 들여다보다가
네 귀에 계절 꽃이 희한하게 새겨져 있기에
그것이 참 아름답다고 하면서 그보다 더 멋지게
시누에게도 네 귀에 일 년 열두 달에 피는 꽃
열두 포기를 새겨 넣어 보라고 요구 했어요
시누이는 1월부터 시작하여 동지섣달 까지를
떠 넣었는데 다만 9월에 피는 꽃은 생각이 안 나
올케가 노랑, 파랑, 하얀 색실로 꽃 한 송이를
떠 넣으니 아무도 보지 못했던 신기한 꽃이었지
임금님이 네 변두리를 보니 금강산 주위에 그런
뭇 꽃 중 구월 꽃만은 도무지 처음 보는 꽃이어서
꽃명을 물으니 구월에 피는 구월 꽃이라 하옵니다
그 꽃을 가져오라는 어명을 받고 두 여인에게 갔지
여인 둘은 생각하니 이것 참 큰일이 아닐 수 없군
임금님을 속인 죄로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던 거야
두 여안은 각각 생각하던 동해기슭 산언덕에 이르러
작은 쑥대 끝에 색실로 꽃송이를 수놓기 시작했지
전번 금강산 그림 귀에 떠 놓았던 꽃이기는 했지만
그 꽃은 죽은 꽃이지 생생히 살아 핀 꽃은 아니잖아
근심 걱정하고 있을 때 동해 여신이 나와 주술을 하며
수놓은 꽃들에 이슬을 살랑살랑 뿌려 주었더니
새롭게 피어난 꽃이 바로 오늘날의 들국화, 해국이지
꽃말은 장애물, 상쾌, 마음으로 그린 아름다움이고 .
民 譚.30
- 호랑이와 대포
아주 먼 옛쩍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갑순이와 갑돌이가 데이트를 하는데
빈 보리와 밀밭은 너무 다 속보이고
동네 사람들 눈을 피해 숲속으로 갔지
앞산 주인 호랑이는 횡재를 만났고
여보게 둘 중의 하나만 내 먹이가 되던지
정 안 되겠으면 팔 하나만이라도 적선하지
그러면 둘 다 안 잡아먹을게 어흥 어흥
어차피 죽을 바엔 바지라도 내려야지
호 선생, 요거 보이나요 총대가 대포요
이것으로 선생도 한 방 맞으면 죽어요
호랑이는 겁이나 숲속으로 도망을 갔지
여우가 이를 보다가 호랑이에게 말했지
호 선생은 바보요, 대포가 아니고, 오줌보야
호랑이는 분하고 쪽팔려서 어쩌지 못하다
뒷산 아우 호랑이한테 연락 하였어요.
나 앞산 호랑인데, 데이트하는 먹이 2개
그쪽 서 남동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네
대포 가지고 있다는 거짓말에 속지 말고
잡아 한 마리는 자네 먹고 나도 한마리만
남녀의 눈앞에 뒷산 호랑이가 나타났네
이놈, 대포도 없으면서 그런 건 나도 있다
여자가 치마를 벗고 대포 맞은 자국이다
이를 본 호랑이는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民 譚.31
-심부름꾼의 대답
옛날 마음씨는 착한데 좀 부족한 심부름꾼이
장터로 길을 걸어가다가 한 장사치를 만나
쉼터인 느티나무 밑에서 점심을 얻어먹었어
큰 나무 위에서는 까마귀 떼가 마구 울어대어
까마귀는 흉조라며 장사치는 기분이 안 좋은데
멍한 심부름꾼은 도리어 웃는 낯이 아니겠나
시내 장터에 도착한 장사치는 이유를 물어봤지
까마귀들이 울 때 그대가 웃은 까닭은 뭔가?
까마귀들이 저를 유혹하며 저에게 말하기를
짐 속에 값진 보물이 많은 당신을 죽이고
제가 상인이 되면 시체를 먹겠다고 했지요
자네가 까마귀의 유혹을 뿌리친 이유는 뭔가
저는 전생에 욕심을 버리지 못해 그 업보로
현생에 가난한 심부름꾼으로 살고 있습니다
비록 가난한 심부름꾼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욕심으로 무도한 부귀를 누릴 수는 없지요.
民譚.32
자린고비와 달랑곱재기
자반고등어를 천장에 매달아 놓고 아들아 물 썰라, 그만 쳐다봐라.
며느리가 생선 만진 손을 씻어 국을 끓였더니 그 손을 우물에다 씻었으면
온 동네 사람들이 일 년 내내 생선국을 먹을 터인데 보다도 더 지독한
자린고비는 시골의 한 마을 강 동편에 달랑꼽재기는 강 서쪽에 살았었지
자린고비가 겨울날 새벽에 등덜미가 오슬오슬추워 잠을 깨보니 문짝에 발라 놓은
창호지에 손바닥만한 구멍이 났네그려. 자린고비가 새벽 내내 추워 오들오들 떨다 가
날이 밝자마다 길바닥이고 남의 집 근처를 샅샅이 뒤지면서 종이조각을 찾았지
혹 누가 쓰다 버린 종이조각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주워다 문을 바르려는 거였지.
다 찢어진 종이 조각을 하나 주워와 문구멍에 맞춰 보니 작아서 구멍을 다 못 막 네.
자린고비가 온갖 궁리를 다하다가 무슨 좋은 수를 냈는지 무릎을 탁 치더니
작은 종이에 깨알같은 글씨로 편지를 쓰는데 내 긴히 쓸 일이 있어서 그러니
편지로 달랑곱재에게 정월 초하루부터 섣달 그믐날까지 일진을 적어서 보내 주게 나
답장을 써 보내주면 그것으로 뚫어진 문구멍을 바르고도 남을 게 아닌가
편지를 보내 놓고 이제나 저제나 답장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문구멍으로 찬바람은
자꾸 새어 들어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없어 이런 고얀 친구가 있나
귀한 종이에 쓴 편지를 받았으면 그만한 종이에라도 답장을 보내야 진정 친구지
자린고비가 그 길로 강을 후딱 건너 달랑꼽재기네 집으로 찾아 가자마자
다짜고짜, 이 사람아, 남의 편지를 받았으면 답장을 보내야 할 것 아닌가
달랑꼽재기가 하는 답이 나도 답장을 보내고 싶지만 집에 마침 종이가 없어서
그 편지라도 되돌려 주게나 그 종이라도 되찾아가야 손해를 안 보겠어서 말했는 데
달랑꼽재기는 그 편지 말인가. 우리 집에 문구멍 뚫어진 데가 있어서 발라 놨네
질긴 것이 문구멍 바르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더군
자린고비가 달랑꼽재기네 문구멍에 발라 놓은 편지를 달려들어 잡아 떼어
가지고 막 나오려는데 따라나오면서 자네 편지를 자네가 도로 떼 가는 거야
말릴 일이 아니네만, 그 편지에 붙은 밥알은 떼놓고 가게. 밥알이 세 알이나 들었다네
民譚.33
바보와 고추
아내는 시집을 와서야 남편이 바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그래도 친정에다가는 남편이 바보 천치라는 사실을 숨겼지요
처갓집에 가서 밥상이 들어 오면 아버님께 진지 많이 드십시오
식사를 다 하고 밥상을 물리면 담배를 태우십시오라고 꼭 말하세요
연습을 시켜 보았으나 남편은 밥상을 들여왔을 때는 담배를 태우십시오
밥상을 내어 가면 진지 많이 드십시오 하지를 않나 엉망진창이었어요
.
아내는 꾀를 내어 가느다란 실로 남편의 고추에 잡아매었지요
한 끝은 자기 손가락에 붙들어 매고 몇 번씩 연습을 시키었어요
실을 한번 잡아당기면 진지 많이 드십시오라고 말하고
두 번 잡아 당기면 담배 태우십시오 라고 말하는 거예요
남편이 처갓집에 와서 장인과 함께 식사를 다시 하게 되었지요
부엌에서 남편을 지켜보고 있던 아내가 재빨리 실을 당겼습니다
아이구 아파 진지 많이 드십시오. 장인은 허허 자네도 많이 들게나
식사를 마치고 밥상을 물리자, 남편은 멀뚱멀뚱 앉아 있었습니다.
부엌에 있던 아내가 재빨리 실을 두번 잡아 당겼습니다.
아이구 아파 담배 태우십시오 장인은 우리 사위 예절도 바르네
아내가 급해서 북어 대가리에다 실을 매어 놓고 볼일을 보러 갔어요
고양이 한 마리가 부엌에 들어와 북어를 물고 도망을 치려 했지요
묵어놓은 실 때문에 움직이지를 않자, 북어를 물고 마구 흔들어 대었어요
방안에 있던 남편은 고추에 신호가 올 때마다 말했습니다.
진지 많이 드십시오. 아이구 아파 , 담배 태우십시오. 아이구 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