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엘시디 가격담합 혐의로 2년간 조사받던 엘지디스플레이가 미국 법원에 4억 달러(약 5500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하고 조사를 종결하기 로 합의했다고 13일 공시했다.
미국 법무부 사이트를 보면, 엘지디스플레이가 내게 되는 과징금은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이 이제까지 개별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사상 두번째로 큰 금액이다. 엘지디스플레이와 함께 일본의 샤프, 대만의 청화픽처튜브스(CPT)도 각각 가격담합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고 1억2천만달러와 6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물기로 했다. 이들 업체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엘시디 판매가격에 대해 담합한 혐의로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소당했으며 이번 합의 이후에도 미국 당국의 조사에 계속 협력키로 합의했다. 동의명령제와 비슷한 미국의 ‘플리바겐’을 통해 합의에 이르면, 소송으로 직행했을 때보다 과징금 규모는 줄어들게 된다.
특히 미국 반독점국은 이들 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 AOU 등 세계 엘시디 주요 업체들을 대상으로 담합혐의를 조사 중이라 향후 처리가 주목된다. 미국의 조사 개시 이후 한국을 비롯해 일본 등 각국에서도 디스플레이 담합 조사가 진행 중이다.
김영희 기자 2008-11-13
가격 담합을 통해, 엘시디 공급 업체들의 공급자로서의 교섭력이 약화됨을 알 수 있다.
엘지경제연구원
LCD 경기 2010년이 기로다
최정덕 | 2008.05.28
동안 LCD 기업들은 학습 효과를 통해 선발자의 이득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공격적 투자를 앞세운 치킨 게임(Chicken Game)을 지양함으로써 암묵적으로 경쟁 업체들 간의 윈-윈을 지향해 왔다. 신규 라인 투자를 통한 공급 확대보다는 기존 라인의 생산성 증대에 주력해 왔다. 또한 소재·부품에 대한 공급 사슬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강화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LCD 기업들의 신규 라인 투자가 재현될 조짐을 보임으로써 LCD 산업에 대한 불안감 확대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2005년을 정점으로 LCD 기업들의 투자액은 감소 추세에 있었으나 2008년 예상 설비투자 규모는 2005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2007년에 비해 약 60% 증가한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동을 계획 중인 신규 라인 수는 2008년 2개, 2009년 9개이다. 지속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2005년(8개)과 2006년(7개)보다 많은 신규 라인이 2009년에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참조).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설비 증설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짐으로써 패널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의 투자 규모는 2007년에 비해서 급격히 증가하지만 투입기판 면적(㎡) 기준의 공급량 측면에서의 증가율은 과거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다. 전년 대비 공급량 증가율이 2007년에 43%인 반면 2008년에는 25%, 2009년은 23%, 2010년은 20%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판의 대형화가 많이 이루어진 점, 한 번에 대규모 증설을 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춰 라인 증설을 계획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투자액과 신규 라인 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공급량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수요 측면 : 패널의 대형화 지속과 ’08년 베이징 올림픽 특수(特需)
패널의 대형화 추세 지속이라는 구조적 요인과 베이징 올림픽에 따른 TV 수요 급증이라는 일시적 요인이 당분간 LCD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구조적 요인으로 모니터 및 TV 시장에서 지속적인 패널 대형화를 꼽을 수 있다. 브라운관 모니터에 대한 LCD 모니터의 대체율이 낮았을 때는 LCD 모니터가 갖는 장점을 앞세워 브라운관 모니터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이미 LCD가 전체 모니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요즘은 브라운관 모니터 대체보다는 큰 사이즈의 신규 제품이 작은 크기의 과거 제품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브라운관 모니터 대체 당시의 수요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LCD 모니터의 대형화 트렌드에 힘입어 견조한 수요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2005년 초만 해도 LCD 모니터 시장에서 17인치 모니터가 19인치의 3배인 60% 정도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인 2007년 초 19인치 모니터의 비중이 17인치의 비중을 넘어섰으며, 22인치 모니터 또한 계속 점유율을 확대해 2008년 초 전체 시장의 약 13%를 차지할 정도에 이르렀다. 17인치 정도면 책상 위에서 작업하기에 충분하지만, 공급자의 지속적인 대형 패널 공급과 대형화에 대한 소비자 니즈의 증대가 이러한 모니터 대형화를 견인하고 있다.
모니터 시장과 마찬가지로 TV 패널도 계속 대형화하고 있다. 과거 경쟁적인 투자를 통한 치킨 게임이 만연하면서 소비자들은 좀 더 기다리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것이 LCD TV에 대한 대기 수요를 유발하면서 실제 수요 증가가 예상보다 지연되었다. 그러나 최근 LCD TV의 평균 화면 크기가 예상치를 넘어 빠르게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초 LCD TV의 평균 화면 크기가 24인치 정도였으며, 매년 약 2인치씩 증가해 2007년 초 약 29인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7년 초 약 32인치로서 예상보다 3인치가 커졌다. 물론 이러한 증가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둔화되겠지만 40인치 이상 TV용 패널 수요에 대한 모멘텀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그림 3> 참조).
둘째, 일시적 수요 증가 요인으로서 스포츠 빅 이벤트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들 수 있다. 보다 큰 화면으로 생동감 있는 경기를 보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대형 TV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이벤트에 맞춰 LCD TV 기업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 및 가격 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단기적인 수요 증대와 시장점유율 경쟁을 위한 인위적 가격 인하는 올림픽 이후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시장의 경우 2002년 한·일 월드컵 직후 2003년과 2004년에 TV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그림 4> 참조). 단기간에 시장을 확대하려는 무리한 가격 인하 정책과 월드컵 직후 나타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월드컵을 시장 확대의 발판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2002년과 다르다. 이미 TV 패널 가격은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가격대에 도달했으며 수요와 공급 간 균형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무리한 가격 인하 정책을 할 필요도 없고, 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풍부한 중국 내수 시장이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침체된 글로벌 경기 회복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수급 상황은 2010년이 고비
LCD 산업은 공급 과잉과 공급 부족 상태가 반복되어 왔다. 공급 과잉 시에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공급 부족 시에 수익을 창출하며 차기 라인 투자에 대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2004년까지만 해도 약 3년을 주기로 호·불황이 반복되는 크리스탈 사이클(Crystal Cycle)이 명확히 나타났다. 하지만 2004년 이후 과거에 비해 크리스탈 사이클이 많이 변형되어 계절성 효과(Seasonality Effect)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공급 과잉과 공급 부족의 간격(사이클의 진폭)이 줄어들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대규모 공급 부족 상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향후에도 당분간 수급 균형과 공급 과잉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 5>와 <그림 6> 참조).
시장 조사 기관인 DisplaySearch, iSuppli 등과 투자은행 Credit Suisse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2008년과 2009년의 상반기에는 3~5%, 하반기에는 약 0~2%의 공급과잉률이 예상된다. 이는 거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로 지금의 호황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현재 계획 중인 대부분의 신규 라인의 가동 시점인 2010년부터는 주요 LCD 기업들이 5%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보인 2006년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III. LCD 부품 기업들에 시련 닥친다
1. 2010년 이후 패널 기업들의 가격 인하 압력 재현 전망
LCD 관련 소재 및 부품 산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인 LCD 패널 산업과 사업 성격이 다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소재·부품 사업은 패널 사업에 비해 커다란 굴곡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부품 기업 중심으로 패널 사업과 달리 큰 주기성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편광판 세계 1위 기업인 니또덴코(Nitto Denko)의 수익성 추이를 살펴보면 2004년부터 2006년 1분기까지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18%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지만, 2006년 하반기에서 2007년 상반기 동안 10% 포인트 이상 하락한 7% 대에 머물렀다. 2007년 하반기 이후 LCD 패널 산업의 호조로 다시 영업이익률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2006년의 패널 기업의 단가 인하라는 외부 충격의 여파를 극복하고 예전의 고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CD의 주요 부품 중 하나인 컬러필터(Color Filter) 시장의 세계 1위 기업인 DNP(Dai Nippon Printing)도 니또덴코(Nitto Denko)와 유사한 경험을 하였다. DNP 역시 2004년에서 2006년 1분기까지는 평균 14%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지만 2006년 하반기 이후 1년 동안 10% 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약 5%의 낮은 영업이익률에 만족해야만 했다. 최근 다시 수익성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나, 패널 기업의 급격한 수익성 증가에 비교해볼 때 증가세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LCD 패널 기업들의 수익성이 1년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부품 기업들은 4~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 패널 기업은 패널 판가가 상승하더라도 반복되는 경기 등락에 대비해 구매하는 부품 가격을 올려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에 2006년과 유사한 가격 하락 압력이 재현될 경우 부품 기업 중심으로 수익 창출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부품 기업에게 있어 현 시점은 수익 악화의 잠복기라 할 수 있다.
한편 코닝(Corning), 아사히 글래스(Asahi Glass) 등의 유리 기판 제조업체, 후지필름(Fuji Film) 등의 TAC 필름(편광판의 주요 소재) 제조업체, JSR 등 감광재 생산업체 등 부품 이전 단계인 소재 쪽에 가까운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앞서 설명한 부품 기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히 소수의 기업에 의한 과점 형태로 이루어진 사업, 뛰어난 기술 역량 및 고객 대응 역량을 확보해 기술적 진입 장벽을 구축한 사업 등의 경우 LCD 산업의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20~30%, 심지어 50% 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2. 차별적 소재 역량이 부족한 국내 기업의 리스크 증대
LCD 산업 역시 다른 제조업처럼 빠르게 커머디티(Commodity)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 환경을 감안할 때 패널 및 세트 기업들은 제품의 성능 및 원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재·부품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소재·부품 기업들의 역할의 중요성은 계속 증대될 것이며, 패널 및 세트 기업들은 소재·부품의 획기적인 변화를 계속 요구할 것이다. 또한 패널 및 세트 기업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경쟁력 있는 소재·부품 기업들을 자신들의 공급 네트워크에 끌어들이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내 전자 소재 기업의 대부분은 소재 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기보다 여전히 LCD의 공급 가치 사슬(Supply Value Chain) 상 가공·조립 사업 성격이 강해 경쟁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앞서 설명한 니또덴코, DNP 등과 같은 부품 기업의 성격이 강해 이들처럼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10년까지는 2~3년의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수익성 하락 폭이 달라질 것이다.
국내 기업들은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 기업과 LCD 산업의 고성장에 기대어 새로이 사업을 시작한 기업으로 나눠볼 수 있다.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은 소재와 관련한 기술역량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고객 대응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는 이익 규모를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임시 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부품 기업들은 고객인 패널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소재 기술 역량을 활용해야 제품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조차 계속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를 신중히 고려해 볼 시점이다.
이 분야에 신규 참여한 기업이나 신규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들은 공정 혁신, 차세대 디스플레이 출현 등 LCD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잘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 LCD 산업을 포함한 디스플레이 산업 내에서 소재·부품의 획기적인 혁신은 많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한단계 더 성장하려면 지금의 방식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롤투롤(Roll to Roll) 프린팅, 잉크젯(Ink Jet) 프린팅,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과 관련된 제품개발을 통해 고객을 먼저 확보하고 락인(Lock-in) 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IV. 맺음말
LCD 산업 초기에는 일본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았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공격적으로 대규모 적기투자를 한 LG,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 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만 기업들이 후발자 전략을 성공적으로 전개하면서 선행 투자의 이점은 퇴색하였다. 현재 LCD 산업 구도는 한국과 대만 기업이 양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LCD 산업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던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샤프(Sharp)는 소니(Sony)와 함께 세계 최초로 10세대 LCD 라인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마쯔시타(Matsushita) 역시 히타치(Hitachi), 도시바(Toshiba) 등과 합작해 설립한 IPS-알파 테크놀로지를 자회사로 만들었다. 일본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LCD 산업 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들 일본 기업의 가전 기업으로서의 높은 위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일본 기업들은 자국 기업들과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대만 기업들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틈새를 공략해 양쪽에 모두 패널을 공급함으로써 시장 지배력 유지를 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은 최근에야 비로소 패널 교차 구매를 시작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패널 교차 구매뿐 아니라 소재, 부품, 장비 등도 상호 개방해 국가 차원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협력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LCD의 경우 많은 부품들이 사용된다는 점과 대규모 라인 투자에 따른 높은 감가상각비(전체 원가 중 약 30%)으로 인해 상당기간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할 정도의 빠른 가격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 바 있다. 그러나 LCD 패널 기업의 부품 기업에 대한 거센 판가 하락 압력과 더불어 부품 산업 내 자체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가격 하락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단점보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LCD 산업의 호황은 LCD 패널 기업의 전략 변화와 극한의 원가 절감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지만, 판가 인하 요구를 수용한 소재·부품 기업들의 희생의 대가이기도 하다. LCD 패널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소재·부품이 있어야 하고, 소재·부품은 LCD 패널이 있어 가치를 발한다.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LCD 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가능케 하는 것이라는 점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 참고문헌 >
DisplaySearch, Global TV Shipment, Supply and Demand Forecast, 2008
Morgan Stanley, LG Display : Increasing TV Business Risk, 2008
BNP PARIBAS, Phantom menace, 2008
Credit Suisse, Asia TFT-LCD Sector, 2008
LCD 산업은 2005년과 2006년, 두 해 동안의 불황의 터널을 지나 2007년 하반기부터 영업이익률 20% 안팎의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2005년 이후 주요 LCD 기업의 소극적인 신규 라인 투자, 지속적인 패널 대형화 등이 맞물리면서 수급 균형 또는 공급 부족 상황이 초래되었고, 그에 따른 패널 판가 상승이 LCD 산업의 호황을 불러온 것이다. 최근 LCD 기업들의 신규 라인 투자가 재개되면서 벌써부터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계획되어 있는 신규 라인의 본격적 가동 시점이 2010년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2008년과 2009년의 LCD 시장 상황은 현 상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 기관이나 증권사들의 전망에 따르면 2010년 LCD의 수급 상황은 2006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2005년과 2008년의 투자 규모가 비슷한 수준이며 본격적인 신규 라인 가동으로 생산된 패널이 시장에 풀리는 시점을 고려할 때, 2010년에 2006년과 비슷한 수준의 공급 과잉 상황이 재현될 개연성이 있다. LCD 패널 기업의 입장에서는 신규 애플리케이션 발굴, 지속적인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 유연한 라인 운영, 대형 수요처 확보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LCD 소재·부품 기업은 그 동안은 패널 기업에 비해 커다란 기복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왔으나 부품 기업을 중심으로 최근 수익성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가격 인하 압력이 어느 때보다 거셌던 2006년에는 큰 폭의 수익성 하락을 경험하였다. 2006~2007년 패널 기업의 가격 인하 압력에 의해 큰 폭의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던 부품 기업 입장에서는 머지 않아 닥칠지 모를 또 다른 시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 목 차>
Ⅰ. LCD 산업의 제2의 황금기
Ⅱ. 2010년 전후 패널 수급 전망
Ⅲ. LCD 부품 기업들에 시련 닥친다
Ⅳ. 맺음말
I. LCD 산업의 제2의 황금기
1. 2007년 이후 고수익 창출
1998년 이후 LCD 패널의 수요 및 공급은 -14%(공급 부족)~12%(공급 과잉)의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해오고 있다.
이러한 수급 변화 속에서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주요 LCD 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수익성을 기록하였다. LPL(현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AUO, CMO 등 주요 LCD 기업들은 이 기간에 분기별 평균 영업이익률이 26%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향유했다. 원활히 제공되지 못한 공급 물량과 이로 인한 패널 판가의 고가격 유지가 높은 수익의 주요 원인이었다. 대만 기업들이 5세대 라인을 안정화시키는 데 예상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패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불확실한 시장 상황으로 인한 소재·부품 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로 유리기판, 컬러필터, 드라이버 IC 등 주요 부품의 수급 불균형까지 겹쳐졌다. 결국 공급 부족은 패널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다수의 LCD 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AUO, CMO 등 주요 LCD 기업들의 경우 2008년 1분기 영업이익률이 20%를 상회할 정도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07년 하반기 이후 LCD 산업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 LCD 기업들이 20~30%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최고의 호황기를 향유하던 2003년 하반기~2004년 상반기의 호황기가 재현되는 양상이다(<그림 1> 참조).
2007년 노트북PC, 모니터, TV 등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에서 공급 부족에 의한 패널 판가 상승 또는 판가 하락 폭 둔화가 이러한 수익성 증가의 주요 원인이다. 특히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노트북PC, 모니터 등 IT용 패널 중심으로 판가가 높게 유지되었던 것이 수익성 증가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2007년 한 해 동안 애플리케이션별 패널 판가 변화를 살펴보면, 13.3인치 노트북PC용의 경우 약 9%, 19인치 모니터용 패널은 27% 정도나 가격이 상승하였다. 매년 20~30%의 가격 하락률을 보이던 TV용 패널의 경우에도 상황이 호전되어 32인치 TV용 패널 판가가 약 7% 상승하였으며, 42인치는 7%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2. 공격적 투자 지양이 주된 원인
과거 LCD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리기판의 대형화를 주도하면서 한발 앞선 대규모 투자를 해야 했다. LG, 삼성 등 국내 기업 중심으로 이러한 투자 패턴이 게임의 룰로 굳어졌으며, 대만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의 투자 패턴을 모방하는 전형적인 후발자(Follower) 전략을 취해왔다.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대만 기업들의 시장 퇴출을 위해 신규 라인 투자에 의한 시장점유율 확대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LCD 산업 전체의 저수익 구조 고착이었다. 수요에 대한 가격 탄력성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신규 라인 증설 및 공격적인 가격 정책의 결과로 영업이익률 5% 내외의 저마진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특히 차세대 라인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국내 기업들은 예상보다 저조한 대형 TV 수요 때문에 신규 라인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대만 기업보다 일시적으로 낮은 수익성을 보이기도 하였다.
LCD 기업의 수익성은 수급 여건에 따른 판가 변동과 원가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까지 LCD 기업은 공급 과잉에 의한 가격 하락을 막기위해 신 시장 창출과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해 왔다.
LCD 산업이 TV와 같은 가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약 3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크리스탈 사이클(Crystal Cycle)의 특징이 점차 퇴색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익 창출 기간과 수익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2004년과 같은 영업이익률 20% 이상의 높은 수익을 향유하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점을 감안해 삼성과 Sharp를 제외한 대부분의 LCD 기업들은 차세대 라인 투자 시점을 지연시켜왔다.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머니 게임을 해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 성장 일변도에서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변화를 도모한 것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패널 판가 상승은 이처럼 최근 1~2년간 LCD 기업들이 신규 라인 투자보다 기존 라인의 생산성 극대화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수요 증가에 맞춰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II. 2010년 전후 패널 수급 전망
영업이익률 20%를 넘는 고수익을 창출하면서 올 들어 주요 LCD 기업들이 수요 대응 및 수익 규모 확대를 위해 신규 라인 투자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을 결정하는 공급과 수요, 두 축 가운데 공급 확대로 인해 LCD 기업들의 고수익 창출 기간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현재 LCD 산업의 호황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향후 2~3년간 수급 상황과 이를 뒷받침하는 공급 및 수요 측면의 환경 변화를 짚어봄으로써 향후 LCD 산업을 전망해 보고자 한다.
1. 공급 측면 : 2008년부터 설비투자 규모 증가세로 전환
그 동안 LCD 기업들은 학습 효과를 통해 선발자의 이득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공격적 투자를 앞세운 치킨 게임(Chicken Game)을 지양함으로써 암묵적으로 경쟁 업체들 간의 윈-윈을 지향해 왔다. 신규 라인 투자를 통한 공급 확대보다는 기존 라인의 생산성 증대에 주력해 왔다. 또한 소재·부품에 대한 공급 사슬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강화 등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LCD 기업들의 신규 라인 투자가 재현될 조짐을 보임으로써 LCD 산업에 대한 불안감 확대의 기폭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2005년을 정점으로 LCD 기업들의 투자액은 감소 추세에 있었으나 2008년 예상 설비투자 규모는 2005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2007년에 비해 약 60% 증가한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동을 계획 중인 신규 라인 수는 2008년 2개, 2009년 9개이다. 지속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2005년(8개)과 2006년(7개)보다 많은 신규 라인이 2009년에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그림 2> 참조).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설비 증설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짐으로써 패널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급자로서의 bargaining power는 공격적 투자를 앞세운 치킨 게임을 지양함으로써 윈윈을 지향할 수 있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