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철대오하면 가슴에 천개의 태양이…”
<50> 부추밀에게 보내는 대혜선사의 답장 ②-2
[본문] 진정으로 적멸한 자리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반드시 왕성하게 생멸하는 가운데서 갑자기 한번 도약해서 뛰어나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털끝하나 움직이지 않고� 장강(長江)을 저어서 모두 연유(酥酪)를 만들며, 대지를 변화하여 황금을 만들 것입니다.
사람들의 근기에 따라 놓아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며 죽이고 살리는데 자유자재할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고 자신도 이롭게 하는 일에 하는 일마다 모두가 다 바르게 될 것입니다.
[강설] <열반경>에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락(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이라는 말이 있다. 이 구절은 법을 위해서 몸을 잊은(爲法忘軀) 구법정신의 모범을 모인 설산동자(雪山童子)의 일화다.
모든 존재가 우리들의 보고 듣고 느끼고 아는 기관에 감지되는 것과 같이 왕성하게 활동하지만 그 궁극의 자리는 적멸한 것이다. 그 적멸한 자리가 즐거움이며 편안한 경지다.
참으로 그와 같은 적멸한 자리가 앞에 나타나기를 바란다면 왕성하게 생멸하고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그 가운데서 문득 한 번 도약해서 뛰어나와야 한다. 그것을 대사각활(大死却活), 크게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경지라 한다.
그렇게 되면 “털끝하나 움직이지 않고도 장강(長江)을 저어서 모두 연유(酥酪)를 만들며, 대지를 변화하여 황금을 만든 경지”다. 사람들을 만나 교화를 함에 있어서 부정도 하고 긍정도 하면서 죽이고 살리기를 자유자재로 할 것이다. 그와 같은 경지에 이른 사람은 무슨 짓을 해도 자신에게도 이롭고 타인에게도 이로운 일이 될 것이다.
[본문] 앞서 간 성인들이 말씀하였습니다. 이것이 무진장 다라니 문이며, 무진장 신통유희 문이며, 무진장 뜻대로 하는 해탈문이라고. 어찌 참다운 대장부로서 능히 해야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또한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모두가 우리들 마음에 의례히 있는 능력일 뿐입니다. 원컨대 그대는 정신을 바짝 차려서 결단코 이것을 기약하십시오.
생사에 자유자재할 뿐만 아니라
정치를 해도 진정으로 국민 위해
[강설] 선불교에서의 깨달음의 경지를 표현하고 그것을 다시 교학에서 표현하는 말로 이끌어 왔다. “무진장 다라니 문이며, 무진장 신통유희 문이며, 무진장 뜻대로 하는 해탈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를 터득해야만 비로소 대장부가 세상에 나와서 능히 할 일을 다 한 것이라고 하였다.
혁명을 일으켜서 나라를 뒤집거나, 대통령이 되거나, 거부장자가 되나, 자살테러를 해서 쌓인 원한을 죽음으로서 갚거나 하는 것이 결코 대장부가 할 일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일들은 모두가 소영웅 심리에서 나온 소인들의 발상이라는 것이다. 어찌 참다운 대장부라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와 같은 정신은 결코 억지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본래로 갖추고 있는 의례적인 능력일 뿐이라고 하였다. 부디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러한 일을 성취하기를 기약하여야 할 것이다.
[본문] 확철히 깨달으면 가슴 속이 환하게 밝은 것이 백 천개의 태양이 뜬 것과 같습니다. 시방세계를 한 순간에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 털끝만치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비로소 구경의 경지와 상응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만 된다면 어찌 홀로 생사의 길에서 힘을 얻는 것뿐이겠습니까. 다른 날 재차 국가의 중요한 책임(鈞軸)을 맡아서 군주(君主)를 요순(堯舜)보다도 더 높이 올려두게 하는 일도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사용하는 것과 같이 쉬울 것입니다.
[강설] 그와 같은 경지를 선불교에서는 확철대오(廓徹大悟)라 한다. 확철대오를 하고 나면 “가슴 속이 환하게 밝은 것이 마치 백 천개의 태양이 뜬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확철대오는 생사에 자유자재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치를 하더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할 줄 아는 현명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출처 : 불교신문 201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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