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키고 싶다면 먼저 그 마음을 내려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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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견기탁탁야 이위미상유재언 차기산지성야재 수존호인자 기무인의지심재 기소이방
기양심자 역유부근지어목야 단단이벌지 가이위미호 공자왈 조즉존 사즉망 출입무시
막지기향 유심지위여
人見其濯濯也 以爲未嘗有材焉 此豈山之性也哉 雖存乎人者 豈無仁義之心哉 其所以放
其良心者 亦猶斧斤之於木也 旦旦而伐之 可以爲美乎 孟子曰 操則存 舍則亡 出入無時
莫知其鄕 惟心之謂與
사람들은 민둥산을 보고 '일찍이 그 산에 좋은 재목이 없었구나' 한다. 하지만 어찌 이
것이 원래 산이 본성이겠는가? 사람의 본성에도 어찌 인의 마음이 없었겠냐마는 자신
의 선한 마음을 놓아버려 도끼로 베어 넘기는 것과 같으니 날마다 베어버리면 어찌 아
름답겠는가. 공자께서 '마음을 지키면 보존되고, 놓으면 사라진다. 때 없이 들고 나기에
그 거처도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사람의 마음을 두고 한 말이다.
_《맹자》<고자장구 상告子章句上>
전국시대의 혼란 속에서 유교의 전통을 지켜온 두 사람으로 맹자와 순자
를 들 수 있다. 두 철학자 모두 전쟁과 혼란의 시대에 인의로 다스려지는
왕도정치를 꿈꾸었던 것은 같지만 그 생각과 방법은 달랐다. 맹자는 사람
의 선함을 믿고 천하는 오직 인의로 다스려질 수 있다. 생각했던 반면, 순
자는 왕도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람들의 악한 성향을 다스려
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순자의 문하에서는 훗날 법가의 정신과 실천
을 이끄는 두 제자가 태어났다. 진나라의 정치철학과 이념을 제시했던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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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와, 진시황과 함께 천하통일을 실제로 이룩했던 이사李斯다. 진시황은
한비자의 책을 읽고 감동해 그를 만나기 원했지만, 한비자는 진시황을 만
나기 전에 동문 후배 이사의 흉계로 목숨을 잃고 만다. 한비자의 뛰어난 재
능으로 인해 자신의 자리를 뺏길까 두려워했던 이사가 한비자를 제거했던
건인데. 이를 보면 인간은 이기적인 성향을 타고났다는 순자의 학설을 충
실히 따랐던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순자의 철학이념은 '성악설,' 사람은 악하게 타고났다는 것이고, 맹자의
이념은 '성선설',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념기반은
다르지만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해법은 동일했다. 바로 공부와 수양이
다 순자는 공부와 수양을 통해 사람의 본성을 규제하고 선함을 회복함으
로써 왕도를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맹자는 세상의 유혹과 세속적인
욕심으로부터 타고난 선함을 지키려면 공부와 수양을 쉬어서는 안 된다
고 생각했다. 앞에 나온 우산牛山의 비유는 이를 풀어낸 구절이다.
우산의 비유는 사람의 선한 본성에 관한 것이다. 우산은 원래 아름다웠지
만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의 근교에 있었기 때문에 황폐해지고, 작은 풀들
은 소와 양들이 뜯어먹었기에 민둥산이 된 것이다. 사람의 본성도 역시 마
찬가지다. 원래는 아름답고 풍성했지만 살아가며 이런저런 나쁜 영향을
받아서 황폐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수양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사람들은 자
기가 머물 곳을 잘 골라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우산이 사람들의 손이 타
는 도시 근교에 있어서 황폐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사람 또한 마찬가
지다. 좋은 환경을 가려서 거주하지 않으면 피폐해지기 쉬울 수밖에 없다.
《열녀전》에 실려 있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이
야기한 대표적인 고사다. 맹자의 어머니는 주변에 쉽게 물드는 아이의 교
육을 위해 세 곳으로 옮겨다녔다. 맹모가 맹자의 어린 시절에 좋은 환경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면, "현명한 사람은 도가 행해지지 않는 세상을 피하고
어지러운 지역을 피하고, 무례한 사람을 피하고, 그릇된 말을 하는 사람을
피한다"고 공자가 말했던 것은 성인이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라고 할 수 있
다. 이외에도 《아자춘추》에 나오는 '습속이성習俗移性', 습속이 사람의 본성을
바꾼다는 고사도 좋은 습속이 있는 곳에 거주하라는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