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에게 숨이 필요한 것처럼 현악기는 활에 의해 그 생명력이 발휘된다. 고가를 들이더라도 좋은 활을 찾으려는 연주자들의 노력은 활이 연주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어떤 것을 구입해야 좋은 질의 활을 얻을 수 있는가. 그리고 활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연주자가 좋은 활을 구입했더라도 그 활의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평소에 자신의 활의 점검과 관리가 중요하다.
현대 활의 형태는 프랑소아 뚜르뜨(Francois Tourte, 1790∼1835)에 의해 완성되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활의 무게와 길이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은 스틱이 활털 쪽으로 구부러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18∼20세기의 음악에서 요구되는 길고 지속적인 음, 힘있고 분리된 음을 연주하기에 적당하며, 개별적인 패시지라던가 탄력적인 음의 구성, 연속적인 스타카토들을 하나로 처리하는 데 적당하다. 그 이전에는 스틱의 모양이 볼록하거나 일자형의 모양도 있었는데, 이것은 오목한 활(근대 활의 형태)에 비해 단순한 음악에 사용되었다. 즉, 활의 형태가 역사적으로 변천해 온 것은 서양음악사의 음악 양식의 변천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활은 파워있는 활과 예민한 활의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한다. 이것은 활을 깎을 때 분배와 중심을 다르게 함에 따라 구분되며, 곡의 성격에 따라 사용되는 활의 종류가 달라진다. 보통 웅장한 곡에는 파워있는 활이 사용되고 서정적인 곡에서는 예민한 활이 사용된다. 그러므로 전문 연주가들 중에는 곡에 따라 사용하는 활을 다르게 두어 2∼4개의 여분의 활을 갖고 있기도 하다. 좋은 활의 이름으로 거론되는 활들 중 뚜르뜨(Tourte)는 파워있는 활로서 바로크시대의 웅장한 곡에 어울리며, 사토리(Sartory)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스틱의 무게 중심 분배에 따라 파워있는 활과 예민한 활의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사토리는 특히 파가니니가 사용했던 활로서 더 유명하다. 뷔욤(Vuillaume)은 프로그(flog)가 둥글게 말려 있는데, 이것은 활털이 잘 안 끊어지게 하는 대신에 날카로운 톤을 내는 데에는 그리 적당하지 않다. 활의 사용은 악기 자체와도 관련이 있어서 악기의 판이 두껍고 단단한 것은 강한 쪽의 활이, 판이 얇고 조직이 성긴 것은 예민한 활이 사용된다.
활의 가격은 만원대에서 2억원대까지 천차만별로 존재한다. 좋은 활은 400∼50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좋은 활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구매자들은 자신의 형편과 목적(교육용인지, 연주용인지)에 따라 합리적으로 활을 구입해야 한다. 활의 원산지에 따라 활이 지니는 특징은 예전에 비해 지금은 많이 비슷해졌다. 그러나 보통 독일의 활은 파워가 있고 프랑스 활은 가벼운 특징을 지닌다. 독일 활이 앞이 무겁게 되어 있는 반면 프랑스의 활은 앞이 가볍게 처리되어 있다. 가격에 있어서는 독일 활보다 프랑스 활이 더 비싸다. 악기에 따라 사용되는 활의 길이는 다른데, 국제 규격에 따르면 악기 활 중 제일 긴 비올라의 규격은 73∼74cm정도이며, 바이올린은 72∼73cm, 첼로는 69.5∼71cm, 베이스는 70∼73cm이다. 활이 길수록 잘 달라붙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만, 그렇다고 악기 사이즈와 맞지 않고 연주자에 맞지 않는 긴 활의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연주자의 나이에 따라 악기의 사이즈가 바뀌듯이 활도 그에 맞추어서 바꿔주면 된다. 길이 뿐만 아니라 털의 양도 악기마다 다른데, 보통 바이올린이나 비올라보다 첼로와 베이스에 사용되는 털의 양이 많다. 간혹 연주자들 중에는 많은 양의 털을 사용하면 더 좋은 소리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은 이와 달리 가장 좋은 소리는 가장 적은 양의 털이 사용되었을 때이며, 악기에 따라 그에 맞는 적당한 양이 사용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활털을 지탱해 주는 활대는 브라질의 퍼남부코(Pernambuco)로 만들어진 것이 유명하며, 이것은 섬유질이 가장 강하고 그 수명은 350∼500년에 이른다. 활의 무게와 밸런스는 다양하다. 이는 어떤 연주자들은 가벼운 활을 선호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무거운 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을 구입할 때에는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거운 것은 피하도록 한다. 연주에 알맞은 활의 평균 무게는 바이올린의 경우 60g, 비올라는 70g, 첼로의 경우는 80g 정도이다. 활의 래핑에 쓰이는 은사, 금사는 액세서리이면서도 활대를 닳지 않게 하고 무게의 밸런스를 맞추어주는 역할을 한다.
먼저 살펴볼 것은 활대의 탄력성과 활대가 얼마나 곧게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활에 장력을 가하지 않았을 때라도 활털은 가지런히 모아져 있어야 하고, 활대의 휘어져 있는 부분은 특히 결점이 없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활대의 탄성이 떨어질 수 있다. 활에 장력을 가했을 때는 활대 앞부분의 바깥쪽을 잡고 위에서 내려다 봐야 한다. 이 때 활대가 곧아야 하며 어느 쪽으로든 휘어서는 안 된다. 페룰(ferrule, 활털이 나오는 곳에 있는 프로그 상의 금속 부분)의 평평한 부분과 페이스의 평평한 부분 역시 곧아야 한다. 프로그는 활대에 꼭 부착되어 있어야 하며 활을 조이거나 느슨하게 할 때 흔들리면 안 된다. 종종 느슨하거나 잘못 부착된 프로그는 활대를 휘게 할 수도 있다. 헤드의 균열도 확인해본다. 헤드에 균열은 헤드의 옆면(cheeks)에 생기며 너무 큰 쐐기를 강제로 넣었을 때에는 스로트(throat)에 생기기도 한다. 헤드에 생긴 균열은 쉽게 고칠 수 있지만, 활의 가치는 극도로 떨어진다. 일반적인 마모나 손상,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 쪽 활대나 반대편 쪽의 마모, 너트로부터의 균열-특히 활대에 부착되는 모서리 부분에서의-, 그리고 아이(eye)의 진주 손실 등을 체크해 본다.
활의 상태는 ‘잘 붙는다’, ‘안 붙는다’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활이 안 붙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에서 기인된다. 첫째, 활털의 교환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이때 활은 미끄럽고 신축성이 결여된다. 활털은 일반적으로 평범한 연주에서는 3개월에 한 번씩, 과격한 연주 후에는 한달 반 혹은 한달 정도마다 교환해주어야 신축성이 있는 활맛을 느낄 수 있다. 활털이 끊어진 상태로 사용했을 때는 안 끊어진 털의 부분이 텐션(tension)을 강하게 받아 스틱을 휘어지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가 되면 더 많은 수리가 필요하므로 활털이 끊어졌을 때는 활의 사용을 금한다. 활털을 교환했을 때 활털의 상태는 3∼4일이 지난 후부터 25일 이전까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연주자는 이때 맞춰서 공식적인 연주 스케줄을 잡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활이 떨리는 경우 이는 활의 밸런스가 맞지 않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즉 활의 수치의 분배가 잘못되어 있거나 아치가 잘못되어 있는 경우, 혹은 곡도가 알맞지 않은 경우이므로 수리를 요한다. 셋째, 스틱과 프로그가 잘 안 붙었을 경우 이 경우는 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므로 흔하게 발생되진 않는다. 넷째, 활의 바니쉬가 벗겨진 상태 활의 바니쉬가 벗겨진 상태로 오래두면 섬유질에 습기가 스며들고 활의 장력이 없어지므로, 빠른 시간 내에 수리해야 한다. 다섯째, 벌레(bug)의 원인 바니쉬가 잘못 칠해져 벌레 먹는 경우도 있겠지만, 나무 자체에 존재하는 미세한 벌레에 의해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가 결에 따라 잘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악기 제조과정 전에 발생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반 구매자들은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소비자는 악기를 구입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이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활의 관리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번째는 활을 사용한 후 활을 풀어주는 것이며, 두 번째는 활을 잘 닦는 것이다. 닦을 때는 마른 수건으로 송진을 묻혀서 닦아주어야 한다. 송진을 안 칠했을 때는 활털의 단백질이 좀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풍을 잘 시키고 너무 건조하지 않게 유지해 준다. 보통 악기의 케이스에 덮어 보관해주면 된다. 이외의 수리나 관리는 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가장 흔한 경우가 활털 교환이다. 보통 활털 교환은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활털에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 사용하면 털이 깎이기 때문에 활털이 잘 마르도록 케이스를 열어두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활털의 교환 가격은 7만원 정도이다. 따라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저가의 교육용 활의 경우, 활털을 교체하는 것보다는 새로 활을 구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활은 습도에 영향을 받으므로 계절에 따라 가는 방법이 틀리다. 습도가 많을 때는 짧게, 건조할 때는 활털을 길게 묶어준다. 활 수리가 필요한 것 중 가장 많은 경우는 활을 떨어뜨려서 스틱이 부러지거나 헤드에 금이 가게 되는 것이다. 활이 조여진 상태에서 떨어뜨리는 경우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더 심한 충격을 주게 되므로 활이 조여진 상태로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활 수리 과정 중에서 활의 떨림을 해결하거나 혹은 활의 무게가 많아서 무게를 줄이는 대 수리 작업은 17일 정도 걸리며 70만원 정도의 수리비가 필요하며, 아치를 잡는 것은 3일 정도의 시간과 23만원 정도의 수리비가 필요하다.
................................................. 글·정윤경(객원기자)/도움말·이병대(보우 아트)/사진·윤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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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 감사해요~~~!!!!^^ 잘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