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음 별마음 / 정구온
가끔씩 꽃시장을 가면
저만치서 달려와 안아주며
반겨주는 꽃마음의 여자
반가움의 표시라며
어떤 꽃이
시를 술술 써지게 할까
찾아보니
이 꽃이라고
양손에 꼬깔모자 쓴 바구니에
보랏빛 로벨리아를 넣어주던 친구
싫증 나면 바꾸어서 보라며
노란 애니시다를
더 안겨주던 꽃마음의 여자
가는 길목마다 손흔들어 주던
꽃들은 그의 마음이었을까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꽃융단을 밟고 가는 듯
행복이 넘친다
시보다 더 아름다운 시어로
반짝이는 별마음의 친구
기다림의 설렘은
그가 안겨준
또 다른 선물
상사화 / 정구온
내 꿈을 접고서야
꽃대는 솟아올랐으니
내가 말라비틀어진
그 자리는
너의 꽃자리였으니
내 안에서 피어나는 너
네 안에 이미 자리한 나
어긋난
인연인 듯한
필연
오직 이어진
마음 하나 부여잡고
그리움을 삭힌다
풍경소리 / 정구온
예촌길 언덕배기
한 귀퉁이에
고즈넉한 화가의 집이
수십 명 친구들로 왁자하니
홈카페 문에 달린 풍경도 거든다고
바람에 장단을 맞추네
오랜 친구들의 농익은
우정이 짙어가는 소리
오월의 푸르름이 벙그는 소리
만남이 익어가는 소리
더욱 맑고 파랗다
저 풍경소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구온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저무는 바다를 짙게 물들이는
노을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끝내 그 노을빛에 묶여 섬을 찾는
나그네들의 길밝이가 되었을지라도
바닷가 오두막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사는
노을을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두막을 찾는 이에게
찬란한 노을빛으로 물들이며
철철이 피는 꽃으로
자신의 삶에 화폭으로 담아내는 사람
노을 속으로 수국향 짙게 번지는
향기로운 노래를 부르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