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반전 (兩班傳) - 박지원 -
민근홍 언어영역
[줄거리]
강원도 정선 고을에 살고 있는 한 양반은, 학식이 높고 정직하고, 독서를 좋아하고, 어진 사람이었다. 군수가 새로 부임해 오면 반드시 그를 찾아가 예를 표하곤 했다. 그러나 이 양반은 너무 가난하여 관가에서 빌려주는 곡식을 타먹고 살았는데, 그것이 여러 해가 거듭되면서 천 석에 이르게 되었다.
이 고을에 순찰차 들린 관찰사가 관곡을 조사하다가 천 여석이 비는 것을 발견해 내고는, 관곡을 축낸 그 양반을 투옥하라고 명령했다. 군수가 양반의 형편을 잘 아는지라 차마 가두지 못하고 난감해 하고 있었다.
한편 이 양반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울기만 하고, 그의 아내는 양반의 무능을 질타하였다. 그 때에 건너마을의 어떤 부자가 그 소문을 듣고 평소 양반의 신분을 동경하던 중이라, 빚을 갚아주는 대신 양반 신분을 사기로 했다. 그 즉시 양반을 찾아가 자신이 관곡 천석을 갚아 줄 것이라고 하면서 양반권을 팔아달라고 한다. 양반은 기꺼이 승낙하며, 천부는 약속대로 관곡을 갚아주고는 양반권을 이양받는다.
이러한 경위를 알게 된 군수가 문권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 부자를 불러들여,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양반권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먼저, 양반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형식적인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열거해 기록하였다. 이에 양반이라는 것을 좋은 것으로만 알았던 부자는, 좋은 일이 있게 해달라고 한다. 군수는 이번에는 양반의 특권 및 횡포에 대해 나열하기 시작한다. 다 듣기도 전에 부자는 도둑이나 진배없는 양반이라며 도망을 쳐서는, 죽을 때까지 아예 양반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감상 및 해설]
< 양반전>은 [연암집]의 방경각외전에 실린 7편의 전(傳)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작품은 당시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데, 특히 새로운 시대에 걸맞지 않는 인간상(무능하기 짝이 없는 양반, 부패한 관료, 무지한 천민 등)을 해학적이고 풍유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여 몰락하는 양반과 부상하는 평민을 등장시켜 삶의 발랄함을 부각시키려는 해학적인 작품이다. 무능한 양반과 부자가 된 평민 사이에서 이루어진 양반 매매사건을 소재로 해서, 사회적 모순을 안고 있는 전형적인 양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교묘하고 익살스런 표현은 독자의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며, 그러한 표현이 높은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요점정리]
* 성격 : 고대소설, 단편소설, 한문소설, 풍자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에 작가 관찰자 시점이 삽입된 형태
* 배경 : 시대적 - 18세기
공간적 - 정선군
사상적 - 조선후기 실학사상
* 주제 ⇒ 양반들의 경제적 무능과 위선적인 생활 폭로
양반의 형식주의와 부정부패 풍자
* 인물
⑴ 양반 → 어질고 책읽기를 좋아하나, 가난하여 생활 능력이 없는 무능한 양반. 현실 적응 능력이 없는 양반의 전형적 인물.
⑵ 천부 → 조선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신흥세력의 전형적인 인물. 선량하고 가식이 없는 인간형으로, 평소 동경하던 양반이 되기 위해 빚을 대신 갚아주지만, 양반의 참모습을 알고는 도망을 치는 무지한 상민의 전형.
⑶ 군수 → 지극히 위선적이고 간교한 양반으로, 부자를 칭찬하면서 한편으론 부자가 양반이 되는 것을 은근히 방해하는 인물
⑷ 양반의 처 → 조선후기의 사회적 변동에 민감한 여성으로, 가난으로 인하여 최소한의 인간성까지 외면하고 삭막한 면을 보여준 점에서 속물적 인간형으로 볼 수 있음.
* 작자가 말하는 <양반전>을 쓰게 된 동기 ⇒ " 선비는 몸이 비록 곤궁하더라도 본분을 잃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금 소위 선비들은 명절을 닦기에는 힘쓰지 않고 부질없이 문벌만을 진귀한 보화로 여겨 그의 세덕을 팔고 사게 되니, 이야말로 저 장사치에 비해서 무엇이 낫겠는가. 이에 나는 이 양반전을 써 보았노라. "
[생각해 보기]
1. 이 작품을 통해 풍자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말해 보자.
⇒ 이 작품에서 풍자하고자 한 주된 대상은 양반 계층임이 분명하다. 그가 비판하고자 한 양반의 모습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문서에서 풍자된 양반은 무위 도식(無爲徒食)하며 공허한 관념과 겉치레에 얽매인 비생산적 계층으로 드러나 있으며 두 번째 문서에서 풍자된 양반은 개인적 이익만을 취하며 부당한 특권을 남용하는 집단으로 드러나 있다. 작자는 이 양면을 모두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좀더 강한 비판이 가해진 것은 둘째 유형의 특권적 행동이다. 평민 부자가 이 문서의 내용을 듣고 '아이구 맹랑합니다 그려, 나를 도적으로 만들 셈이란 말이오?'라 하는 말을 남긴 채 달아나 버린 데서 이 점이 분명히 나타난다. 이와 같은 풍자적 비판을 통해서 작자가 말하려고 한 주제는 양반층의 공허한 관념, 비생산성과 부당한 특권 남용이 당시 사회의 커다란 병이요 문제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양반전 분석 문제.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