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투브에서 평균 연령이 80세인 재능기부 봉사단의 활동을 들여다봤다.
할머니가 한 분 있으니 혼성인 셈인데 퇴직을 하고 무료감을 해소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란다.
섹소폰, 아코디언이 주 악기로 병원, 경로당, 요양원 등을 방문해 대상자들의 눈높이 맞는 연주로 상호
즐거움을 나누는 무료봉사활동이었다.
문봄의 지난 몇 년 동안의 대외적인 활동들을 되돌아 봤다. (문봄한마당 제외)
우리도 한때는 '시민과 함께 하는 시 낭송회(시와수다)'와 '시화전'을 꽤 오랫동안 해 왔었다.
1. 4호선 금정역 근처 북카페에서 시작해 호프집, 산본역 근처 북카페, 전통주점 등 자리를 옮겨 가며 매월
첫째 목요일 시 낭송을 해왔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장소들이 거의 폐쇄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시민들은 없고 우리끼리 주고받는 시 낭송회였다. 그나마 언제부터인지 시가 없는 '회원의날'이 되었다.
시화전은 준비과정 즉, 지원금 확보, 제작과 운송, 장소섭외, 설치작업도 쉽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설치 후 관리가 문제였다. 바람이 불면 거치대가 넘어지고 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설치장소를 드나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또한 감상하러 온 지인들을 안내하기 위해 전화가 올 때마다 나가야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작년 가을 산본역, 군포 시청, 시의회, 도서관 등에 방문해 두 군데의 장소를 확보했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리의 부담 때문에 취소하고 말았다.
문학단체들 중에는 나름대로 시낭송회를 하고 있겠으나 시민을 상대로 정기적인 낭송회를 하는 조직은 일부 낭송가 단체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시화전도 소수의 단체에서 부정기적으로 하는 것으로 안다. 물론 시 낭송회나 시화전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단체나 개인의 존재 확인을 위해 필요한 활동일 뿐이다.
이래저래 번거롭고 해서 시 낭송회와 시화전을 포기하고 말았으나 팔순의 노인들이 모여 재능기부를 하는 장면을 보고 불현듯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즉흥적으로 다시 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철저한 준비와 역할분담이 우선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하려면 시 낭송회의 경우 이제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예전과는 다르게 적어도 한두 가지의 악기(시낭송 배경음악 및 개별 연주)와 노래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시화전은 장소확보, 지원금의 신청, 심사 및 입금 과정, 지출보고가 번거롭고 무엇보다도 전시 후 관리가 문제로 남는데 대안도 없이 다시 하자고 하는 것은 솔직히 독박을 쓸 것이 뻔해서 입을 떼기가 두렵다.
위와 같은 사정들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재개해야 할 사업들이 아닌가 싶다.
다만, 퇴직 후 무료감을 달래기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팔순의 어르신들과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서두를 일은 아니지만 문봄이나 우리 회원들을 위해서는 언제일지 꼭 필요한 사업이라 생각된다.
현실과는 상관없이 꿈틀거리고 싶은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