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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운동원의 수당이 최저임금법을 어기고 있다면 대선캠프들은 무엇을 존중할 것인가
청년회계사들은 외감법을 지키기 위해서 근로기준법을 어겨도 인내할 수밖에 없어, 그럼에도 외감법을 준수하려면 고려해야 하는 다른 모순적 상황들이 많아
제도가 가지고 있는 모순을 외면하고, 언제까지 청년들에게 열정과 윤리만 강요할 것인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부정으로 인해 회계법인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동료 회계사는 등록이 취소되는 등 회계업계가 뒤숭숭합니다. 결과에 대해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왜곡된 회계감사제도가 개선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을 허비하며 제도 개선은 점점 잊혀져 갔고, 대선으로 인해 모든 이슈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선거 때 마다 꼭 나오는 이야기가 청년 이야기 입니다. 하지만 많은 선거를 치르고도 청년의 삶은 후퇴할 뿐,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청년의 처지에 무관심하기도 하지만, 청년세대의 문제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모순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청년’ ’회계사’들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대선주자들에게 이러한 구조적 모순의 해결방안을 묻고자 합니다.
열흘 남짓 남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이 한창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청년들은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혹은 알바비를 벌기 위해 선거운동원 알바를 하고 있을 겁니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른 선거운동원의 수당은 3만원입니다. 일비와 식비 각 2만원을 포함해도 7만원입니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입니다. 단순히 계산해도 선거운동원의 고용은 최저임금법의 위반입니다. 최저임금법을 지키면 공직선거법을 어기고, 공직선거법을 지키면 최저임금법을 어기는 모순의 상황입니다. 모순을 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선거운동원을 고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선거운동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은 서둘러 규정을 고치거나, 후보들끼리 합의하여 최저임금법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대선후보의 위치라면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잠깐만 검색해보면 이러한 문제는 선거 때마다 제기되었습니다. 의지가 있었다면 진작에 고쳤을 것입니다. 고치지 못하는 생각의 기저에는 ‘이 돈 받고도 하겠다는 사람이 널렸다’는 기득권자의 안일한 생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청년회계사들이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청년회계사들의 현재 위치는 모순의 복판에 있는 대선후보/선거운동원과 다르지 않습니다. 법간의 모순, 법과 현실의 괴리, 개선의지의 부족 등 본질은 유사합니다. 반복되는 회계부정사건마다 많은 사람들은 회계사들의 직업윤리, 사명감 등을 언급합니다. 회계사로서 분명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회계사들이 직업윤리를 지켜서 법을 철저히 준수하면 지금보다 감사의견거절을 받는 회사는 급증할 것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장회사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각할 것입니다. 마치 대선후보들이 법을 지키기 위해 선거운동원을 고용하지 않게 되는 상황처럼 법을 준수하는 것이 사회의 혼란과 이해당사자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이런 법과 현실이 괴리된 불편한 상황이 청년회계사들을 감사현장에서 떠나도록 만듭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법간의 모순은 더 심각합니다. 청년회계사들의 대부분은 대형회계법인에 고용된 근로자입니다. 우리는 근로자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기말에 편중된 회계감사를 기한 내에 완료하려면, 근로기준법을 지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법과 선거법이 충돌하듯, 우리는 근로기준법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이 충돌합니다. 사회는 외감법을 준수하기 위해서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현실에 침묵하는 것이 회계사의 직업윤리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사기간에 과로로 죽는 회계사가 나오기도 하는 현실이 열정페이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요? 열정페이는 문제지만 사명감페이는 문제가 아닌 것인지 궁금합니다. 근로기준법도 준수하고 외감법도 준수하려면 회계법인들이 감사계약을 줄이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감사 받지 못하는 기업이 나오고, 이 역시 시장의 혼란을 가져옵니다. 그렇다면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청년회계사들은 어쩔 수 없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외감법이라는 공공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근로기준법을 무시하고 있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외감법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2만명 남짓한 회계사들 중 1/3은 일반기업에 근무합니다. 회계사 합격자를 늘려 일반기업까지 회계저변을 넓히자고 주장했던 정부의 의도대로 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2/3의 회계사들 중에 회계감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은 많아야 절반입니다. 매출구성비로 생각해 보면 1/3일 수도 있습니다. 넉넉하게 절반이라고 생각해도 7천명이 안됩니다. 현재 외부감사대상 기업이 대략 25000개입니다. 법에 따라 주총 1주전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회사의 결산이 마감되어야 감사를 시작할 수 있는 점을 생각할 때 감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1월 중순~3월 중순으로 휴일을 포함해야 대략 60일입니다. 계산의 편의상 감사팀이 평균 3.5명으로 구성된다고 전제하면, 2000개의 감사팀이고, 한 개의 팀이 대략 12개의 회사를 감사해야 합니다. 그러면 1개 회사당 감사할 수 있는 날짜는 5일입니다. 휴일을 포함해서요. 이렇게 감사해서 제대로 된 감사가 가능할까요? 5일*8시간*3.5명을 기준으로 감사투입시간은 140시간입니다. 24시간 일해봐야 420시간입니다. FERF(financial executives research found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장회사의 평균감사시간도 2800시간이고 상장회사는 25,310시간에 달합니다. 법제는 선진국의 것을 가져왔지만, 문화는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밤새워 일하다 사람이 죽을 정도로 일을 해도 우리는 모순된 사회구조가 요구하는 것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선주자들에게 묻고자 합니다. 법과 법이 충돌하는 상황, 그리고 법과 사회적 혼란이 충돌하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선거사무원에 대한 최저임금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을 보면 우리 사회의 윤리수준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외감법을 고치기 까지는, 반대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릴 테니 당장은 우리 사회의 윤리수준에 맞추어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직업윤리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사회의 윤리수준보다 조금 나은 수준 이상을 기대 하긴 힘들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법의 준수를 이야기 하지만, 한쪽에서는 사회의 혼란을 이야기 하는 현실에서, 청년회계사들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래서 경륜있고 덕망있는 대선주자들과, 학식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대선캠프의 결정을 보면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이렇게 묻게 되었습니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도 좋고, 거대담론을 꺼내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문제부터 선거가 끝나기 전에 해결해줬으면 합니다. 그것이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또한 선거사무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쉬운 일 하나 쉽게 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수반이 되겠다고 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회계사들은 회계사들이 공적 윤리를 상실해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가혹한 사회입니다. 기성세대가 실수하면 개인의 실수지만, 청년들이 제기한 문제가 야기한 혼란에 대해서는 모든 청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몰아버립니다. 따라서 우리가 법간의 충돌, 법과 윤리의 충돌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데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회계제도에 대한 관심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청년회계사들이 겪고 있는 법간의 모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책임 있는 대답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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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응원합니다!!
늦게 확인했네요~~발표해도 좋다고 생각됩니다
늦었지만...개인적으로는 내용에 동의하는데, 대선주자들도 동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