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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24차 산행
일시 : 2019 , 11 , 23 ~ 24
장소 : 전라남도 순천시 옥룡면 , 봉강면 , 황전면 구례군 간전면 일대
날씨 : 비온뒤 물기머금은 등로, 낙엽 , 짙은 새벽안개, 골짜기의 운무, 시원한 바람결 등등 (호남제일의 산행날씨)
11월 23일 토요일 !
소설이 하루 지난 맑은 가을날 저녁.
일찌감치 둘째랑 저녁을 챙겨먹고 메밀차도 한잔 하면서
오늘을 정리한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가을이 끝나감을 아쉬워라도 하듯 가을비가 내린다.
배낭정리를 마무리하고 등산복으로 갈아입고 집단속 잘하라고 식사전에 식탁사진 찍어서 보내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고 집을 나선다.
" 네~~아빠 !
염려마시고 항상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 라며 방긋 웃음짓는 녀석이 오늘따라 왠지 듬직해보이기도 하고 아직 좀 불안해보이기도 한다.
늘 그렇듯이 오늘도 밤하늘의 공기를 가르며 현관문을 나선다.
마눌은 동창회로 강릉행, 난 정맥산행으로 호남행이라 덩그러니 혼자 집에 남겨진 녀석이 좀 신경쓰이지만 원체 혼자놀기달인중에 달인이라 얼씨구나 하고 신나게 놀것을 생각하면 걱정꺼리도 되질못한다.
집을 나선 밤거리는 늦가을 정취가 완연하다.
너도 나도 두툼한 외투에 장갑을 끼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정유장에 도착한다.
잠시후 버스를 타고 모란역으로 향한다.
비온 후라 그런지 노면엔 물기가 아직 그대로 고여있다.
풍생고앞에서 하차 하는 순간 기사분께서 나지막히 " 안녕히 가세요 "라고 기분좋게 인사를 건넨다.
곧이어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니 윌병원앞에 반가운 분들이 보이신다.
조약도님, 현이형,삼프로성님, 푸우, 이뿌니, 송화누이다.
근데 올 시간이 된 버스는 오질않는다.
그리고 잠시뒤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초행이신 기사님께서 길을 잘못 들었다고 길건너편으로 이동해 달라고 연락이 온다.
우리들은 다시 고가밑을 건넌다.
맞은편에서 현이성이 손을 흔들고 계시다.
다들 기다리는 버스에 오른다.
기사님은 멋쩍어하시지만 핸들을 다시 고쳐잡으시고 야탑으로 쏜살같이 다금박질친다.
여느때와 변함없이 세분이 오르신다.
회장님, 뭉클성, 이프로성 이시다.
글구 오늘 서현은 패쓔다.
몽이대장이 일때문에 못나온단다.~~;;@:@
노랑병아리버스는 다이나믹한 기사님 성격만큼 리드미컬하게 빠질땐 잽싸게 버틸땐 뚝심있게 변화무쌍하게 밤하늘을 질주한다.
승객들은 변화된 의자와 공간에 몸을 맡겨본다.
그리고 해~~~피하게 하루를 정리해본다.
지금 호남의 하늘도 해~~피할런지 모르겠다.
우중산행의 불운이 닥치지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설령 비가 온다한들 좀 질척거리긴 하겠지만 큰 지장은 없을 것이리라.
뭉클성이 오늘 산행에 대해 간략하게 브리핑하신다.
그러는 동안 동천에서 흐흐님을 태운 버스는 간만에 안성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아마도 노랑병아리버스는 25번천안 논산간 도로에 연이어 27번 완주 순천간 도로를 따라 긴 시간동안 여행을 계속 할것이리라.
늦가을 밤하늘의 별들은 구름에 가려 빛나진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리라.
어둠이 존재하기에 더욱 그 모습이 값진 것이리라.
어스름하고 서늘한 가을의 늦자락 .
그렇게 11월의 가을 밤.
11명의 산꾼을 태운 해피리무진은 11이란 숫자을 닮은 네개의 바퀴을 앞뒤로 나란히 하고 11자 모양으로 어둠속을 질주한다.
드디어 땅을 박차고 일어나 두발로 앞으로 나아갈 때가 온것이다.
비록 다가올 눈폭풍을 동반한 겨울이 발길을 막을 지라도
미래에 대한 끝없는 도전은 계속 될것이다.
순천이 초행일지어떨지 모르는 우리 기사님은 가을비내리는 어둠을 뚫고 학과 승과 호의 도시 순천에 도착한다.
밖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깻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한다.
새벽 2ㅅㅣ을 넘어 3시 , 다시 4시로 이어지는 새까만 한밤중이다.
색깔로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쌔~~까망 밤이다.
개나리병아리버스천정은 후두둑 후두둑 빗소리로 요란하다.
다들 다시 4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하고 한숨 부쳐보기로 한다.
조금 비좁은 공간을 몇시간 견디다보니 이젠 어느정도 적응이 되어 좀 편안함으로 스르륵 단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4시 10여분이 지난 시간 다들 잠에서 깨어난다.
비옷을 챙기고 스패츠를 챙기고 패딩을 자켓을 입어본다.
그리고 출발이다.
^^
근데 그동안 내리던 비가 한순간에 뚝~~이다.
광양동천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백운산 서쪽자락을 오른다.
좌우로 잘 단장한 펜션과 옥룡종가선영과 대학교수련장이 차례로 어둠속에 어렴풋이 보인다.
성질급한 푸우는 땡땡땡 학교종과 동시에 잽싸게 튄다.
글구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나머지분들은 다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다시 길이 좁아져서 하차후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걷는다.
논실마을을 시작으로 한재로 향한다.
근데 요기 산새가 참 빼어나다.
산새가 아니라 수목도 지형도 발길닿는 곳곳이 참 운치있다.
비내린 후 늦가을 정취와 너무 잘 어울리는 숲속이다.
솔향도 은은하고
계곡물 소리도 좋다.
길옆으로 남도의 꽃 동백도 보이고
물기 머금은 아리따운 국화도 보인다.
양쪽으로 살짜기 떨어진 솔잎과 전나무잎들이 말끔히 엣지있게 깔려있다.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사시는 분들은 그냥 행운을 잡은 신듯 하다.
정말 이런 숲속길은 너무 너무 좋아요 라고 말풍선을 백개라도 아깝지않을것 같다.
정상의 한재갈림길까지 어떻게 걸어갔는지 모를정도로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한재에 도착한 후 잠깐 휴식을 취한다.
그냥 쭉~~직진하면 화개장터 다.
그리고 우측으로 마을을 몇개 지나면 소설 의 주무대인 최참판댁 악양면 평사리 다.
예전 유년시절의 추억을 관통하는 소설과 드라마가 아마도 여기 일 듯 하다.
TV드라마로 특히 대하드라마란 장르로 몇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남여 주인공도 그 시대의 대표 배우들로 기억한다.
양반집 가문의 아씨와 하인의 사랑을 우리민족의 토속적이며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문학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땐 그 곳이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곳인줄은 미쳐 몰랐었다.
여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학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리라.
그 시대의 시대상과 다양한 삶의 방식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반추해볼 수도 있을것이다.
그 시절에도 귤이란 과일을 먹을수 있었을지모르겠지만 뭉클성은 휴식중 자그만한 감귤을 내놓으시고 노지귤인지 하우스귤인지 퀴즈를 내놓으셨다.
껍질을 벗겨내고 맛 본 귤맛은 더할나위없이 달고 맛있다.
오늘 과일픽이 나랑 같은 귤이다 .
한재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출발이다.
오늘 최고봉인 따리봉으로 향한다.
헌데 고도를 높여 갈수록 시야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안개가 짙게 깔리면서 발길을 붙잡는다.
헤드랜턴의 불빛없이는 도저히 한걸음도 못디딜정도로 짙은 안개다.
앞서가는 푸우의 랜턴이 뒷쪽을 비출때마다 깜깜한 안개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이다,
고도가 상승하면 할수록 농도가 짙어진다.
그리고 따리봉정상에 도착할 때쯤엔 최악으로 변했다.
정상석이 겨우 보인다.
근데 바로 근처 데크엔 비박중인 텐트 한동이 보인다.
인기척에 밖으로 나온 남자분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헤어진다.
두분이서 안개속 특별한 추억을 간직할 것 같다.
만약에 낮시간에 여기를 올랐다면 정말 좋은 전망을 감상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짙은 안개속을 향해 계단을 내려간다.
다행스럽게도 이쪽 능선은 철계단, 나무데크,야자수바닥 등등 으로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관할 관청에서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산행시작한 지 두시간이 넘은 시각이다.
짙은 안개속을 뚫고 걷는 모습은 마치 위대한 족적이라도 한발짝 한발짝 찍는 느낌이다.
그래도 앞서가던 푸우가 뒤돌아볼때 환~~하게 비추는 랜턴불빛이 멋지다.
어둠을 한줄기 강렬한 불빛으로 주위를 밝히는 힘이 대단하다.
주위의 나뭇가지도 누이들도 역광으로 투과된다.
랜턴불빛의 강렬함에 어둠은 그 힘을 잃고 만다.
앞쪽 능선은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등로다.
예전 백두대간때 속리산구간을 통과할 무렵 도솔봉에 힘겹게 오를때의 기억이 얼핏 떠오른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의 얼굴들이 안개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른다.
함께 했던 시간속에서 함께 했던 추억과 이야기가 가슴속에 아직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저런 상념속에서 어느덧 도솔봉에 이른다.
역시 도솔 이란 이름만큼 그 모습을 닮은 소나무 한그루를 안개속에서 마주한다.
그리고 잠시후 전방에서 반가운 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차츰 날이 밝아온다.
헬기장을 지나서 도착 한 바로 그곳에 다들 모여있다.
여명이 희미하게 고개를 들며 어깨넘어 정상을 밝혀준다.
널찍한 정상부는 사방이 탁 트여있다.
아직 일출전이고 하늘이 흐려있다.
다들 옹기종기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식탁보엔 금방 갓 무친 굴김장김치와 수육 , 달랑무우, 라면 , 찌게들이 즐비한다.
특히 굴김장김치, 달랑무우, 비지찌게가 인기짱이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것이지만 내가 가져 온 육개장은 찬밥신세다 ~~;;@@
마음의 상처를 막걸리한사발로 달래고 낙지에 달랑무우한개를 버무려 안주해본다 .
정말 푸짐한 메뉴로 식사를 맛있게 마친다.
그러는 사이 아침햇살이 밝아온다.
주위의 억새도 나무들도 붉게 물든다.
그리고 첩첩히 멀리 멀리 안개에 가려졌던 능선들이 하나 둘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낸다.
아스라히 펼쳐진 산그리메의 위용이 대단하다.
살짝 운무를 걸친 능선들의 당당한 모습은 이제 서서히 깨어나듯 서슬이 시퍼렇게 날이 서있다.
지난 밤 몰려온 비와 안개를 말끔히 걷어내며 다시 푸른 하늘과 새털구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다들 식사를 끝내고 새로 태어나는 도솔의 모습을 소중히 남겨본다.
역시 함께 할때 그 모습이 더욱 더 빛난다.
나무와 흙과 바위와 인간이 비로소 서로가 소통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산행은 유유히 흐르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다시 생기를 되찾은 등로는 점점 활력을 더해간다.
크게 심호흡하며 고동친다.
수목도 땅도 들도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되찾아간다.
한번 깨어난 대자연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한다.
서로가 공존한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함께 삶을 추구한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자연의 일부이며 함께 어울리는 존재이기에 ..
그러한 관계는 형제와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형제봉으로 향한다.~~^^
낙엽으로 뒤덥힌 등로는 좀 미끄럽다.
낙엽쌓인 암릉을 지나갈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앞서가는 누이들과 푸우는 잘 가고 있으리라.
모습은 보이질않지만 모두의 안전을 바래보며 크고 작은 등로를 지난다.
낙엽 밟는 소리도
숲의 새소리도
나무사이의 바람결도
따사로운 가을햇살도
너무 가을스럽다.
혼자만의 시간을 아쉬워하며 형제봉에 도착한다.
아까부터 등로우측으로 계속 따라온 운무도 같이 도착했다.
골짜기에 자릴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고요하다.
고요할수록 밝아진다고 했던가 ~?
형제봉을 지나 능선을 걷는 내내 꼼짝않던 운무는 서서히 고개를 넘고 능선을 건너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난 후에 나타난 마을의 모습은 맑고 밝은 모습으로 변모해 있다.
골짜기에 갇혀있던 운무는 능선을 타고 흐르는 바람을 만나 탈출을 감행한 것이리라.
한번 탈출로가 뚫린 길은 걷잡을 수가 없다.
흰운무떼는 순식간에 자취도 없이 남쪽능선으로 사라진다.
형제봉을 지나 월출봉으로 향한다.
오늘 총거리 22km중 절반을 지나는 중이다.
오늘 산행은 익히 알고 있는 호남의 등로와는 확실히 좀 다르다.
뾰족뾰족 빨래판 능선은 보이질않고 대간능선마냥 큼직 큼직하게 넘어간다.
다음차 최고 피크인 백운봉과 함께 주위에 연계된 산군들이 굵직굵직한 위용을 자랑한다.
낙엽을 헤치고 암름을 넘어 도착한 월출봉이 그렇고
깃대봉이 그러하다.
장대한 능선과 고도 , 다양한 수목분포, 탁트힌 전망, 진폭이 넓은 업다운, 암릉과 토양의 적절한 조화, 등등 대간의 특징을 그대로 닮아있다.
깃대봉을 깃점으로 오름의 산행은 미사치까지 내림의 길로 접어든다.
3km가까이 내리막을 따라 걷는다.
때로는 가파르게 가끔은 완만하게 이어진다.
그리고 요번 산행에서 정말 특이한 나무와 계속 마주친다.
처음은 도솔봉에서부터 시작됐다.
도솔봉정상에서 식사후 산행시작할 무렵 마주친 한그루 나무,
다름아닌 배롱나무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배롱나무다.
표면이 잘 빠진 몸매의 보디빌더마냥 매끈매끈 한 옅은 살색의 여름나무다.
왜냐하면 일명 ' 백일홍 ' 이라고 하는 예쁜 연분홍색의 꽃이 한여름날 100일 동안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를 볼때마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정진하고 또 정진하는 수도승이 생각난다.
태양이 작렬하는 뙤약볕아래서 옷하나 걸치지않고 맨몸으로 하안거에 들어가서 그렇게도 어여쁜 분홍색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너무도 닮은 듯 하다.
근데 이 나무는 보통 산행중엔 거의 보질 못했는데 이번차 등로에선 참 많이 눈에 띈다.
어떤 곳은 군락지를 이룰정도로 방대하다.
인위적인지 자연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특이한 경우인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나무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런 느낌이다.
뜨거운 더위속에서도 당당하게 맨몸으로 예쁜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앞으로 다가올 추운 겨울도 이 나무를 닮았다.
겨울이 다가올수록 나무들은 한겹씩 한겹씩 옷을 벗어버린다.
그리고 매서운 겨울바람과 차디찬 눈서리에 맨몸으로 당당히 맞선다.
이 나무는 겨울나무가 동경하는 여름나무다.
군더더기 하나없는 매끈하면서도 심플하다.
사람도 이런 사람이 진국이다.
말수는 적지만 심지가 곧고 행동거지가 간결하여 뒷끝이 깔끔한 사람,
사귈수록 시간은 걸리지만 천천히 그 진면목이 보이는 사람 말이다.
뭣 하나 가진것 없지만 내면이 풍성하여 벗기면 벗길수록 매력이 넘치는 사람과 닮았다.
오랜 만에 마주한 배롱나무들을 보면서 여러 감흥에 푹~~빠져 본다.
그때 마침 앞서 가던 송화누이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가 ~?
어이쿠 아야~~!
하는 소리와 함께 풀~~썩 넘어져버린다.
깜짝. 놀라 이뿌니누이랑 다가가본다.
다행히 크게 다친건 아니다.
등로에 낙엽으로. 쌓여있는 톡~튀어나온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진것이다.
꽤 아팠을 텐데 툭~툭~~털고 일어 나신다.
여장부가 따로 없다.
엄지 척이다 ~~♡
오늘 산행에서 나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한두번씩 안 넘어진 분이 없으시다.
나중에 알고보니 곰돌이 푸우님도 크게 넘어져서 꽤 낭패를 봤다고 한다.
서서히 낙엽이 쌓이면서 얼어붙을 텐데 앞으로의 겨울 산행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긴 내리막 길은 끝나고 미사치에 도착한다.
먼저 오신 분들이 배낭떨이을 하고 계신다.
주위에 의자도 몇개 보인다.
아까 뭉클성이 가져온 같은 크기의 감귤을 꺼낸다.
근데 내가 가져온 감귤은 맛이 좀 다르다.
그냥 시원한 좀 덜 달다.
난 하우스고 뭉클성껀 노지 다.~~;;@
근데 사람에 따라서 단걸 좋아하는 분이 있고
덜 단걸 좋아 하는 분들도 계신것 같아 보인다.
다행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풍성한 내용물들이 등장한다.
그중에 약도님께서 주신 쿠키랑 현이성이 주신 막걸리 한잔을 받아 마신다.
좌판엔 이런저런 얘기가 유쾌하다.
와중에 집에 있을 둘째와 동창회 갔을 마눌이 걱정돼 카톡을 날려본다.
둘째는 답장 무 마눌은 버스로 올라오는 중이란다.
그러면서 사진 몇장을 보내오는데 마침 이야기꽃을 피우던 내용에 곰돌이 푸우는 곰이 아니고 개란다.
근데 마눌이 보내온 사진 속에 푸들한마리가 보이고
그 밑에 이름이 <푸우>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 참 타이밍도 이렇게 잘 마추나 싶을정도로 완벽하다.
한참을 웃다가 누구처럼 정말 뒤로 넘어갈뻔했다.^^^
같은 동네 동민 이지만 참 보면 볼수록 웃기는 인간이다.
어떨땐 웃음이 끊이질않는다.
요번에 몽이대장이 곁에 없어서 그렇지 둘만 붙여놓으면
한참동안 입을 다물지못하게 만든다.
요절복통에 웃다가 나중엔 넘 웃어서 속이 울렁이고
아구도 고장나 닫히질않고 등등 피해가 막심해진다.
오늘 하나가 안보여서 좀 안심이다~~;;@@
한참을 웃으면서 휴식도 취한다.
그리고 깨끗히 정리한다.
그ㆍ리ㆍ고 오늘 산행중 최고의 순간이 다가온다.
두누이와 흣흣님은 신루트 개척을 위해 우회하신다.^^
나머지분들은 배낭을 다시 고쳐 메고 등로를 오른다.
초입부터 경사가 좀 있는 오름길이다.
한발짝 한발짝 디딜때 마다 경사가 점점 가파러진다.
처음엔 막걸리한잔 먹은 힘으로 겁없이 오른다.
갈만하다.
아직 술힘이다.
그런데 신선바위를 깃점으로 숨이 헉헉 차오른다.
신선바위에서 잠깐동안의 조망과 쉼을 빼곤 갓거리봉까지
근 한시간동안의 치달음은 호남구간 중 최악이자 최고다.
특히 오름길 경사도가 무지막지하여 땀이 비오듯한다.
다들 숨쉬는 소리가 쟁기를 얹은 황소의 모습이다.
콧구멍에는 격한 호흡소리와 함께 찐한 진액이 흘러나오며 뒷다리의 힘으로 황토흙을 파대며 밭고랑을 가는 그 모습이다.
한발 한발 내딛는 그 육중하고 엄격한 모습이 태산과 같다.
호남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을 한마디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다름아닌
" 저 항 "
이다.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겪어왔다.
불의에 대해
사람의 부정에 대해
잘못된 관행에 대해
그릇된 언행에 대해
위정에 대해
나태에 대해
ㆍ
ㆍ
ㆍ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수많은 부조리에 부딪힌다.
또한 그러한 그릇됨에 끊임없이 저항해왔다.
이러한 저항의식은 인간으로써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성의 발현이자 삶의 진정한 가치이며 의미이다.
미사치에서 갓거리봉까지의 고난속 악전고투는 이러한 호남지역의 특징을 너무도 잘 보여주는 일면인것 같다.
황소의 듬직한 한걸음 한걸음이 역사속으로 들어가 황ㅇㅑ에 고랑과 이랑을 내어 반듯한 텃밭을 내기를 기원해보면서 오늘 마지막 봉우리에 오른다.
그와중에 뭉클성은 지난 늦가을 홍시가 아른거렸던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무언가를 찾고 있다.
한번은 못보고 지나치고 한번은 나무가 너무 높고 생감이라
머쫓던 머가 머쳐다본다고 그냥 멍~~하니 하늘만 쳐다볼뿐이다.~~;;@@
또한 그동안 코뿔소같이 저돌적인 2프로성도 다리에 경련이 와버리셨다.
그리고 조금뒤 다들 갓거리봉에 겨우 도착한다.
산불감시탑이 있고 주위는 뻥~~뚫여있어 전망이 탁~~트인다.
근데 금새 우리의 호푸, 푸우 는 어디서 구해온건지 때깔좋고 반듯한 완,~~죤 쌘뺑이 돌솥을 뚜껑채 구해와가 모자란 순서대로 막내부터 큰성님까지 짜(차)이나는 솥뚜껑을 뒤집어 씌운다.
꺄~~~!!!
요렇게도 잘 어울린다냐~~!!??
마치 저자거리에 동냥 나온 그지들이다.
모자란 3형제 밥동냥 지~~대로 할것 같다.
거렁뱅이 행세가 정말 그럴듯 해보이는 것이 딱 이다.
푸우는 좋ㄷㅏ고 웃기다고 셔터를 눌러대며 깔깔 거린다.~~^^^
곁에 있던 사람들도 다들 모자란 삼형제 솥뚜껑모자 보고 배꼽잡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다보니 언제 씩씩거리며 힘들게 올라왔는지도 다 잊어버리고 저멀리 보이는 순천완주간 고속도로와 청소골 마을의 소박한 가을정취에 빠져든다.
이제 만추의 홍엽과 구비치는 가려린듯 굵직한 마루금이 아득하게 펼쳐져있다.
북쪽으로 찬바람이 불어올 날이 머지않음을 다들 감지한다.
또한 이 짧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지도 알고 있다.
어느새 아침내내 산허리를 둘러싸고 있던 안개는 그 자취가 사라지고 한 마리 산매가 삐~이 삐~~이 소리를 내며 바람을 타며 능선을 넘고 있다.
마당재를 지나 청소마을까지 쭈~~욱 내려오는 길은 지난 번에 한번 왔던 길이라 큰 어려움없이 내려온다.
끝자락에서 버섯을 한묶음으로 득템까지 하는 행운을 얻는다.
그렇게 산행은 청소골에서 마무리되고 개나리버스에 올라 봄햇살을 맞으며 가을 들녁을 지나 송치재로 향한다.
이제 가을을 지나 겨울이란 계절로 들어서는 시간입니다.
늘 그래왔듯이 더운 여름을 추운 겨울을 지내왔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내일이 기대됩니다.
마음의 중심을 잡고 의연하게 삶을 헤쳐나간다면
못오를 산이 없을 것이며
못이룰 일이 없을 것입니다.
현재는 항상 힘든것
마음은 항상 미래에 있다고 외치던 어느 시인의 말이 떠오릅다.
다가올 나날들이 희망으로 설레임으로 가득한 시간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항상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첫댓글 호남에 낙엽길이 생생하네 한편에 소설 즐감 했어 항상 그날로 다시 돌아가게 하네 수고했어~~♡
산행후기 실감나게 잘읽었읍니다
후기 쓰시느라 수고하셨읍니다
우리의 종주가 끝나면 많은 것들이 그리워지겠지만
난 말이지 뭐니뭐니 해도 동구리의 정겹고 맛깔스러운 글들일 것 같다. 고마워 동구리 작가~~~~~